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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33화 (233/726)

#233화

스무 명이 넘는 마인들이 처용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스킬을 퍼붓자.

-쿠구구! 쿠콰콰!

마치 다수의 미사일이 폭격하는 듯 폭발이 일어나며 지면이 흔들렸다.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수십 가지의 스킬이 단번에 쏟아졌다.

이윽고 모든 공격이 끝난 후.

-슈우우.

마기와 불꽃, 저주가 일렁이는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났다.

“……해치웠나?”

마인 중 하나가 처용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하자.

“야이! 미친놈아!”

“너 정신 나갔어!?”

주변에 있던 마인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왜? 저걸 맞고 살아있을 리가-!”

처음 ‘해치웠나’라고 말한 마인이 반박하듯 외쳤다.

그때.

-슈우우.

폭발의 여파가 점점 걷어지고는.

“…….”

멀쩡한 모습의 처용이 나타났다.

“사, 살아…… 있을…… 리가…….”

말을 하던 마인의 입이 딱딱거리며 끊어졌다.

동시에 다른 마인들 역시 경악한 듯 처용을 바라봤다.

“……어떻게?”

마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역천군주라 해도 방금의 폭격 속에서 상처 하나 없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마인들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은 처용은.

“저 친구 덕분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거든.”

조금 전, ‘해치웠나?’라고 말한 마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처용이 가리킨 마인을 향해 흉흉한 시선들이 쏟아졌다.

온갖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마인이 진땀을 흘릴 때.

“개소리야!”

마녀가 크게 외치며 다시 스킬을 준비했다.

동시에.

“자이언트 포스!”

상급 마인, 오거가 덩치를 키우며 처용을 향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타이탄 해머!”

오거의 주먹에 마기가 뭉쳐지며 마치 검은 망치의 머리 부분처럼 변했다.

-쐐액!

처용의 키보다도 큰, 검고 육중한 망치의 머리가 순식간에 처용에게 쇄도했다.

“흐음.”

처용은 눈앞에 크고 거대한 공격이 다가오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콰쾅!!

거대한 낙석이 추락한 듯한 굉음이 울렸다.

오거의 주먹이 처용에게 정통으로 맞았지만.

“……무슨?”

오거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처용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분명 주먹에 처용을 후려친 감각이 있었다.

눈앞의 처용은 가짜나 환영도 아니었다.

애초에 분신 같은 스킬이었으면, 자신의 주먹에 맞은 순간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처용은 아무런 스킬도 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옅게 웃고만 있을 뿐.

오거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이걸 처맞아도 멀쩡하나 보자!”

뒤에서 마기를 모으며 강력한 스킬을 준비하던 마녀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가 스킬을 발동하기 직전.

“잠깐 멈춰.”

옆에 있던 닥터가 마녀의 팔을 잡으며 그녀를 말렸다.

“뭐 하는-!”

마녀가 닥터를 향해 뭐라 말하려는 때.

“역천군주도 우리와 같은 팔찌를 차고 있다.”

닥터가 처용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팔찌?”

그 말에 마녀가 처용의 팔찌를 보고 자신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확인했다.

“……같은 동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

마녀가 감정 스킬로 확인한 아티팩트의 능력을 읊조리듯 말하자.

“그런 거죠.”

닥터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아쉽네, 스킬들 좀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크크.”

마인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한 마녀가 표정을 확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표했다.

“뭐…… 잘 부탁한다고 ‘동료’ 여러분?”

처용은 그런 마녀의 반응을 즐기듯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동시에.

‘마녀를 포함한 상급 마인 다섯에 B급 이하가 스물…….’

빠르게 시선을 돌려 마인들의 전력을 파악했다.

‘의회주 하나.’

처용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닥터를 향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닥터를 향해 처용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질 때.

“한처용하고 강제로 팀이 됐다고? 이게 뭔 개 같은 던전이야!”

마녀가 허공을 바라보며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그런 마녀의 말에 처용 역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관찰했다.

자신을 포함한 27명이 모인 장소만 무대의 라이트가 비추어진 듯 환했다.

반면에 다른 장소는 시커먼 어둠으로 가득했다.

‘참가자가 모두 모였으니, 곧 시작되려나.’

처용이 마인들을 만나기 전 눈앞에 떠올랐던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총 참가자는 27명이라고 말했으니까.

“이 던전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역천군주?”

닥터가 처용의 반응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

처용은 닥터를 향해 ‘알려줄 의무는 없다’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거 하나만 말해주지.”

돌연 떠오른 생각에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처용이 순수히 말하자 마녀를 포함한 마인들이 귀를 기울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던전 중 가장 위험하고 거지 같은 던전이다.”

웃음기 하나 없는 처용의 진지한 말에 몇몇 마인이 침을 삼켰다.

성좌의 화신체조차 힘으로 제압할 정도로 무력이 강력한 이가 바로 처용이었다.

그런 처용이 진지하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던전’이라고 말했다.

마인들이 주변을 더욱 경계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저놈 말을 진지하게 듣지 마라!”

마녀가 처용의 말에 반박하듯 마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가 S급 던전이라 해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그녀는 다른 마인들과 함께 S급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기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었다.

“……그래, 뭐.”

처용은 마녀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않고.

“직접 경험해 봐야 알겠지.”

비릿한 미소를 담아 싸늘하게 읊조렸다.

그 순간.

[Welcome To The Nightmare]

모두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나며 시스템이 울렸다.

‘악몽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

처용이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곧 첫 번째 악몽이 시작됩니다.]

[동료들과 잘 협력하여 악몽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 이어지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악몽은 ‘주사위 게임’입니다.]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됨과 동시에.

-화악! 촤라라라!

마인들의 눈앞에 거대한 두 개의 주사위가 나타나며 이리저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으음…….”

주사위를 본 처용의 표정이 미묘해지며 침음을 흘렸다.

“안…… 좋은 겁니까?”

처용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피던 닥터가 나지막하게 묻자.

“예측할 수 없다.”

처용이 주사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가장 쉬울 수도 있고 가장 어려울 수도 있고.”

“……?”

닥터가 처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또르르…….

굴러가던 주사위가 점점 느려지더니, 면에 적힌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

마녀가 주사위 면에 적힌 ‘숫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윽고.

-또르르. 따닥!

주사위가 멈추며 숫자가 드러났다.

나타난 숫자는 다름 아닌 ‘2’와 ‘2’였다.

적다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숫자.

“그나마 다행이네.”

처용은 그런 주사위 숫자를 보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타날 몬스터의 숫자는 ‘네 마리’입니다.]

주사위가 멈춤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 고작 몬스터 네 마리를 해치우면 된다는 건가?”

마녀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코웃음을 치고는.

“고작 이딴 걸로 위험하다고 한 건가? 한처용!”

처용을 향해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처용은 마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주사위를 계속 지켜봤다.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그때.

-또르르르!

이번엔 한 개의 주사위가 나타나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회전하던 주사위가 점점 느려지자 주사위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가 아니야?”

주사위 면을 관찰한 닥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또르륵!

회전하던 주사위가 멈추며 나타난 글자는 다름 아닌.

[S]

알파벳, 그것도 ‘S’라는 문자였다.

‘이런…….’

처용이 주사위를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닥터를 포함한 마인들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표정을 구겼다.

아니나 다를까.

[나타날 몬스터는 ‘S급’ 몬스터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설마?’가 정답이라는 듯 시스템이 울렸다.

“고작 네 마리의 S급 몬스터를 해치우면 되겠네. 크크.”

처용이 마녀를 향해 비꼬듯 말하자.

“닥쳐!”

마녀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모두 대비해! 진형을 짜고 안전하게 맞서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마인들을 향해 마녀가 외치며 전투를 준비하자.

“아직, 주사위는 남았다.”

처용이 방금 막 나타난 주사위를 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또르르!

주사위가 굴러가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윽고 주사위가 멈추며 면에 적힌 글자가 나타났다.

[섬]

멈춘 주사위 면에 나타난 문자는 다름 아닌 ‘섬’이었다.

“섬?”

“아일랜드?”

마인들이 주사위를 보며 말했다.

[나타날 환경은 ‘섬’입니다.]

세 번째 주사위는 다름 아닌 ‘환경’을 결정하는 주사위였다.

그리고.

-또르르르!

마지막 주사위가 나타나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처용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모두가 주사위에 시선을 집중하자.

-또르르…… 탁!

주사위가 점점 느려지며 멈추었고 드러난 면에 적힌 글자가 드러났다.

[언데드]

멈춘 주사위의 문자가 나타난 순간.

“……씨발.”

처용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나타날 몬스터가 모두 ‘언데드’로 변합니다.]

시스템이 울리자.

“하필이면…… 차라리 자이언트나 재생이 뜰 것이지.”

처용이 조금 일그러진 표정으로 주사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언데드면 데스나이트? 리치?”

닥터가 떠보듯 나지막하게 말하며 물었다.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용은 리치로 변한 추기경도 어렵지 않게 제압했다고 들었으니까.

닥터의 말에 처용은 굳이 대답하지는 않고.

-스릉.

역천의 절을 뽑아 들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자.

-쿠구구!

주변이 흔들리며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화아아! 쏴아아! 쏴아!

거칠게 파도가 몰아치는 소리가 울려왔다.

처용과 마인들이 모인 장소가 고립된 섬으로 변했다.

그리고.

[모든 주사위가 결정되었습니다.]

[주사위 게임을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울리며 던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쏴아아!!

파도가 크게 들썩이며 솟구치더니.

-크아아!

-캬아아!

괴성을 지르는 100미터는 가볍게 넘을 듯한 크기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비스 둔클레오스 구울]

[등급 : S급 던전보스]

[특징 : 전설로만 존재가 전해지는 바다의 괴수.]

[현재 ‘언데드’화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스킬 : 씹어 부수기, 강철 절단…….]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빌딩도 단번에 씹어 부술 듯, 두껍고 긴 치아를 가진 어류형 몬스터였다.

본래 생김새 자체가 웬만한 심해어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흉악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언데드가 되어버린 탓에 여기저기 살점이 떨어지고 눈알이 파여 흘러내리는 등.

끔찍할 정도로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문제는…… 나타난 몬스터가 어비스 둔클레오스 하나가 아니라는 것.

[어비스 메갈로돈 구울]

[등급 : S급 던전보스]

살점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고 뼈가 드러난, 피부가 부패해 뭉그러진 거대한 상어와

[씨 서펜트 구울]

[등급 : S급 던전보스]

해마와 뱀장어가 섞인 듯한 바다뱀 형태의 괴수.

씨 서펜트 역시 언데드화가 진행되어 살점이 여기저기 파여 있었고 뼈가 드러나 있었다.

바다에 부패한 검은 피를 흩뿌리며 나타난 괴수는 총 셋.

언데드가 되어버린 괴수들이 노랗게 썩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캬아아!!

-크와아아!!

살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하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모두 대비해!”

마녀가 마인들을 지휘하며 몬스터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처용은 세 마리의 언데드 괴수들과 싸우는 마인들을 무시하고 바다를 주시했다.

-쿵! 쿵! 쿵!

저 멀리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처용이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놈을 응시할 때.

“당신은 이대로 구경만 할 겁니까?”

닥터가 처용을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비록, 이 이상한 던전의 아티팩트로 인해 동료로 묶였다지만.

염연히 따지면 처용은 같은 편이 아니었다.

처용이 마인들을 도울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저 세 놈은 알아서 해라.”

바다 너머를 응시하던 처용이 닥터의 말에 대답했다.

“저놈 하나 정도는 내가 친히 처리해 줄 테니까.”

“……?”

몬스터와 싸우겠다는 처용의 대답에 닥터가 고개를 기울였다.

처용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조금 이상했으니까.

‘……혹시?’

닥터가 무언가를 짐작한 듯, 처용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쿵! 쿵!

점점 다가오던, 세 마리의 괴수들보다도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라리 크라켄이나 나올 것이지…….”

처용이 눈앞에 나타난 거인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뢰신보.”

-파지직!

역천의 절을 움켜쥐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적을 향해 돌진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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