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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32화 (232/726)

#232화

친구(Bro)가 아닌 형제(Brother).

조커는 처용을 가리켜 형제라고 말하고 있었다.

“……형제라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조커의 말에 처용이 의문을 표하자.

“Bro 말고.”

조커가 손가락을 들어 처용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Bro 안에 있는 놈.”

“…….”

처용이 조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침묵했다.

그러자.

“크크크, 나를 무시할 생각인가 브라더!?”

-콰아아!

비틀린 미소를 지은 조커가 손을 들더니 보랏빛이 섞인 어둠을 내뿜었다.

‘……신력!?’

처용이 조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의 어둠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다름 아닌 신력.

그러나 순수한 신력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섞인 듯, 칙칙한 느낌의 신력이었다.

-스릉!

처용은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역천의 절을 치켜들고 경계했다.

“내가 친히 부르는데 나와 줘야지. 브라더!”

조커가 처용을 향해 강하게 외쳤다.

“아까부터 뭔 개소리-!”

처용이 조커의 말에 뭐라 말하려는 순간.

-쿠웅!

“!?”

돌연, 심장 부근이 크게 뛰며 말이 끊어졌다.

동시에.

-콰아아!

처용에게서 붉은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무슨!?”

꺼내지도 않은 신력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처용이 당황했다.

‘갑자기 신력이……!’

처용이 정신을 집중하며 신력 제어에 나섰다.

그러나 붉은 신력, 징벌자의 힘이 제어되지 않았다.

마치, 디아블로에 의해 위험에 처했을 때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설마…… 놈이 말하는 형제가?’

처용이 무언가를 눈치채고는 속으로 읊조린 순간.

-쏴아아!

붉은 신력이 조커를 향해 격렬한 기세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콰아아!

조커의 보랏빛 어둠을 붉은 신력이 충돌하여 거칠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거, 성격 더러운 건 여전하네! 브라더!”

조커가 어둠을 더욱 뿜어대며 말했다.

그때.

-슈우우!

처용에게서 빠져나온 붉은 신력이 뭉치더니,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 만들어졌다.

-콰아아!!

붉은 인영이 조커를 향해 손을 뻗으며 더욱 격렬하게 신력을 내뿜었다.

어두운 신력과 붉은 신력이 잠시 팽팽하게 맞서더니.

-쿠궁!!

붉은 신력이 조커를 크게 밀어냈다.

“숙주 하나는 제대로 골랐잖아? 브라더! 단순 의지만으로 이 정도 힘을 내다니 말이야!”

힘에 밀린 조커가 뒤로 조금 물러나며 말했다.

동시에 붉은 신력이 뭉쳐져 만들어진 인영 역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스스스.

다시 돌아가려는 듯, 안개처럼 흩어지며 처용에게 향하려 했다.

그때.

“명환부-방마진(防魔陳)!”

이 상황을 지켜보던 처용이 은밀하게 명환부로 만들어두었던 진법을 활성화했다.

-쩌저적!

마치 사슬 갑옷처럼 복잡하게 얽힌 금빛의 신력과 빛의 마나가 처용을 감쌌다.

그러자.

-쿠웅!

붉은 신력이 처용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도로 튕겨 나왔다.

튕겨 나온 붉은 신력이 다시 뭉치며 사람의 형상을 취하더니.

[너……!]

처용을 향해 중성적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드디어 목소리를 들어보네, 이 빌어먹을 기생충 새끼.”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서 빠져나간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아니, 눈앞에 나타난 붉은 에너지로 만들어진 인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네가 망할 ‘죄악의 파편’이냐?”

처용이 눈앞에 나타난 붉은 무언가, 죄악의 파편으로 확신하는 존재를 향해 말했다.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기운.

디아블로와 싸울 때, 자신을 잠식했던 기운과 같은 기운이었다.

눈앞에 있는 녀석이 바로 죄악의 파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죄악의 파편이 가진 ‘의지’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죄악의 파편이 처용을 향해 말하며 손을 뻗고는 무언가를 움켜쥐듯 거세게 쥐었다.

그러자.

“커헉!?”

처용이 돌연 심장 부근을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너는 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

죄악의 파편이 손을 쥐며 거만하게 말하자.

“마찬가지야.”

처용이 죄악의 파편의 말을 끊음과 동시에.

-우웅! 쿠궁!!

신력을 모아 심장 부근을 크게 자극했다.

그러자.

-푸화아!

붉은 에너지로 뭉쳐진 인영, 죄악의 파편이 크게 뒤틀렸다.

[무슨!?]

죄악의 파편이 당황스러움을 토하며 몸부림치고는 금세 형태를 다잡았다.

“너 역시 마찬가지라고 이 기생충 새끼야. 크크.”

처용이 그런 죄악의 파편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조금 전 죄악의 파편은 스스로가 근원을 두고 있는 처용의 심장을 일부러 자극하여 고통을 주었다.

처용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같은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심장 속에 자리 잡은 죄악의 파편의 근원.

그 근원에 해당하는 부분만 신력을 모아 크게 자극한 것이었다.

처용과 죄악의 파편, 양쪽 다 고통을 받는 방법이었지만, 나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네가 전에 말했었지? 내가 죽으면 곤란하다고…….”

처용은 디아블로와 싸울 때, 죄악의 파편이 내뱉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처용이 죽으면 죄악의 파편도 죽는다는 것.

처용이 볼 때, 놈은 함부로 막 나갈 입장이 못 되었다.

“누가 더 고통을 잘 버티나 한 번 해볼까?”

무엇보다 처용은 고통에 매우 익숙한 편이었다.

죄악의 파편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너!]

처용이 강하게 나오자 죄악의 파편이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그때.

“이야~ 브라더. 만만치 않은 Bro를 숙주로 고른 것 같은데? 크크.”

조커가 사방에 퍼진 어둠을 갈무리하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크크크. 꼴이 말이 아니야? 주도권 하나 잡지도 못하고?”

[닥쳐!]

조커의 말에 죄악의 파편에게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너도 죄악의 파편이냐. 조커?”

조커를 향해 물었다.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붉은 신력의 집합체.

조커는 그를 향해 ‘형제’라고 불렀으니까.

“우리를 ‘죄악’이라고 단정 짓는 건 어감이 좋지 않은데. Bro?”

“그럼 뭐냐?”

“크크크,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줬으니 서비스로 알려주지, 이렇게 말하는 게 정확하려나……?”

조커는 처용의 말에 웃음기를 지우고는.

“우리는 ‘크타니드’의 파편이다.”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크 크타니드?”

처용이 악의 종주를 떠올리며 말하자.

“노! 노!”

조커가 검지를 흔들며 부정했다.

그리고 흔들던 검지를 멈추고는.

“야드 크타니드.”

마치 더 위를 가리키는 듯, 아니면 숫자 하나를 가리키는 듯한 제스처로 말했다.

그러자.

-쿠구구!

돌연 세상이 잠시 흔들리는 듯 진동하더니.

[■■■…….]

[■■……!]

시스템 창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나열되며 떠올랐다.

“아 거 참! 이름도 많은 파더가 그거 하나 불렀다고 지랄하네!”

조커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을 바라보며 짜증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Father)라고?’

처용은 조커의 행동과 방금 벌어졌던 상황, 그리고 그가 방금 한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고는.

“……태초신?”

조커가 말하는 크타니드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오? 그 많은 이름 중 하나만 말했는데도 바로 알아듣다니, Bro는 똑똑하군?”

처용의 말에 조커가 정답이라는 듯 박수를 치며 말했다.

“네놈들이 태초의 마수들이랑 같은 존재라고?”

처용은 조커의 말에 그들과 같은 태초의 파편, 태초의 마수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니, 아니, 왜 잘 가다가 헛다리야. Bro?”

조커는 처용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태초의 파편은 ‘원소’의 파편만 있는 게 아니야.”

“원소…….”

처용은 조커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태룡전에 거주하고 있는 두 크타니드가 바로 떠올랐으니까.

카투라 크타니드는 물, 즉 수 속성.

크루마 크타니드는 불, 즉 화 속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바로 조커가 말하는 ‘원소’의 파편이었다.

“우리는-.”

조커가 뭐라고 말하려는 때.

[시끄럽게 나불대지 마라!]

-콰아아!

처용에게서 빠져나온 죄악의 파편이 조커를 향해 붉은 신력을 내뿜으며 말을 끊었다.

“참나.”

조커는 다리를 박차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공격을 피하고는.

“어지간히도 빡치는 일이 많았나 봐. Bro? 저 성질머리 더러운 브라더가 붙은 거 보니. 크크.”

처용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니 잠깐, 생각해 보니 근원에 가장 먼저 처박힌 브라더가 왜 밖에-.”

조커가 처용에게서 튀어나온 파편을 향해 뭐라 말하려는 순간.

-쿠구구!!

돌연, 아무것도 없는 시커먼 공간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작되었나?”

조커가 하던 말을 끊고 주변을 둘러보며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다음에 또 보자고 Bro.”

-스르르.

처용을 향해 손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거기 서-!”

사라지는 조커를 잡기 위해 처용이 움직이려 했지만.

-쿠구구!!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더 거세게 공간이 진동하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했다.

동시에.

-파아아!

처용의 몸에 방마진이 부수어지며 사그라졌다.

-스르르.

그 틈에 외부로 빠져나왔던 붉은 신력.

죄악의 파편의 형상이 처용에게로 돌아왔다.

처용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신력의 일부를 손으로 움켜쥐고는.

“넌, 나중에 보자.”

죄악의 파편을 향해 읊조리듯 말했다.

-스르륵.

죄악의 파편은 그런 처용의 말을 무시하고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처용에게 붉은 신력, 죄악의 파편이 되돌아왔을 때.

-쿠과과과!!

주변이 부수어지며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왔다.

동시에.

-후욱!

허공을 부유하던 처용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던전이 시작되려는 건가?’

처용이 회귀 전, 나이트메어 던전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이트메어 던전이 곧 활성화됩니다.]

처용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던전을 공략할 이들은 총 27명입니다.]

[악몽 속에서 살아남으십시오.]

“스물일곱 명이라……….”

시스템 창에 떠오른 문구를 바라본 처용이 마치 예상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때.

-후욱! 쿵.

아래로 추락하던 처용의 몸이 잠시 느려지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여전히 어두웠지만, 발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점점 시야가 밝아졌다.

처용이 점점 밝아지는 주변을 둘러볼 때.

-철크렁!

“음?”

돌연 왼쪽 손목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에 의문을 표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철컹!

손목에 휘감긴 것은 다름 아닌 여러 개의 고리가 X자 형태로 엮인 팔찌였다.

팔찌 외부에는 룬 문자까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처용이 팔찌를 자세히 관찰하며 바라보자.

[우정의 증명 / 아티팩트]

[등급 : ?]

[동료임을 증명하는 표식입니다.]

-같은 아티팩트를 착용한 사람끼리는 공격해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처용의 눈에 팔찌에 대한 정보가 드러났다.

같은 팔찌를 차고 있는 ‘아군’끼리는 피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아티팩트였다.

팔찌를 관찰하며 처용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여기가 어디야?

-젠장! 어디로 떨어진 거야?

조금씩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가는 출구처럼 하얗게 빛이 들어오는 입구도 보였다.

동시에.

-다들 긴장하고 주변부터 파악해라!

처용의 귓가에 아주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설마?’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린 처용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저벅.

빛이 새어 나오는 출구를 향해 발을 들였다.

방금 들은 여성의 목소리 덕분에 밖에 있는 이들 모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렇군,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이들 전부가 악몽에 말려들었군.’

대충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처용이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걸어 나가자.

“생존자가 더 있었나?”

“누군가가 옵니다!”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는지 입구와 가까이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이윽고.

“내가 네놈들이 기대한 생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처용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여, 역천군주!”

“이런 미친-!”

밖으로 나와 있었던 ‘마인’들이 크게 뒤로 물러나며 경악했다.

처용의 예상대로 밖에 있었던 이들의 정체는 전부 마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한처용!”

마녀가 포함되어 있었다.

“팬텀 웹!”

마녀는 처용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악령을 날리며 마법을 발동했다.

-캬아아아!

악령들이 서로 엮이고 엮이며 마치 그물과 같은 형상을 취하고는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슈와아악!

시커먼 그물이 처용을 뒤덮은 순간.

“악령 감옥!”

마녀가 마기를 끌어 올리며 추가적으로 마법을 발동했다.

-철컥! 철컥! 철컥!

처용의 발밑에서 시커먼 쇠창살이 솟구치며 사지를 구속했다.

[팬텀 위치의 저주를 받습니다.]

[받는 모든 피해가 증폭됩니다.]

[저주로 인해…….]

처용은 마녀가 발휘한 흑마법의 영향을 확인했음에도.

“…….”

마녀를 노려보며 옅게 미소만 지을 뿐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마녀는.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저 새끼 죽여!”

처용이 효과적으로 저주에 당했다 판단하고 공격 마법을 준비하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다크니스 레이져.”

“비산하는 어둠!”

마녀의 명령에 곧장 마인들이 처용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처용을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우우웅! 콰콰콰!!

마기로 이루어진 온갖 스킬들이 처용에게 폭격처럼 쏟아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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