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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31화 (231/726)

#231화

갑작스럽게 에블린을 중심으로 발생한 블랙홀.

블랙홀은 점점 주변을 집어삼키며 몸집을 불려갔지만.

-슈르륵.

조커가 제 발로 블랙홀에 걸어 들어가 삼켜지는 순간.

-슈르르…….

거세게 회전하며 점점 커지던 블랙홀이 멈추더니 반대로 돌며 점점 사그라졌다.

이윽고 주변을 삼키던 블랙홀이 완전히 사라졌고.

-툭.

블랙홀의 중심에 떠 있던 에블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에블린!”

그 모습을 본 리더가 빠르게 다가와 에블린을 안았다.

“더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 여기서 나가지.”

릴이 에블린을 안고 있는 리더를 향해 말했다.

“지하에서 작업 중인 이들은 어찌합니까?”

리더가 아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르테미스 신전 밑에 있는 던전.

집행자와 마녀를 포함한 몇몇 마인들이 그 던전에서 중요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물론, 집행자와 마녀는 소란을 듣고 던전에서 나왔지만…….

아직 던전 밑에서 작업중인 이들이 있었다.

그 작업을 진행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닥터였다.

리더는 그간 닥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나름대로 그를 걱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던전이 사라졌다. 아까 그 블랙홀 때문에.”

릴이 땅밑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조금 전 생겨난 블랙홀.

그 블랙홀은 주변에 있던 이들만 빨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이 신전 지하에 있는 던전까지 집어삼켜 버렸다.

“그놈들까지 챙길 틈은 없어. 우리만이라도 나가지.”

[서둘러 여길 나간다.]

아마테라스가 릴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했다.

“공간 마법진은 완성되었다. 다들 빠져나간다!”

릴이 마인들을 지휘하며 완성된 대규모 공간 이동 마법진을 운영하려 했다.

그리고.

[젠장! 신전을 옮겨야겠군.]

아르테미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신전의 위치가 노출되어 버렸으니, 다시 옮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신전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옮기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제니퍼가 다행이라는 듯 아르테미스를 향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완전히 무너진 신전을 재건축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전 자체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지금 바로-!]

아르테미스가 권능을 발동하여 신전을 옮길 준비를 할 때.

-삑. 삑. 삑.

돌연 이상한 소음이 점점 커지며 울려오기 시작했다.

“뭔 소리야?”

제니퍼가 소리의 근원을 찾아 땅을 헤집자.

-삑. 삑.

정육면체 형태의 알 수 없는 기계장치가 나타났다.

반투명한 상자 속 중앙에는 검은 구체가 흔들리고 있었고 다양한 색상의 선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삑!

삑삑 울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짐과 동시에 상자 속에 있는 선들과 검은 구체가 더욱 빠르게 진동했다.

그리고.

-삐리릭! 뉴클리어 런치드 디텍티드.

상자 속에서 기계음의 메시지가 울려왔다.

“……뉴 클리어?”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은 제니퍼가 순간 표정을 굳혔다.

뉴클리어 런치드 디택티드(Nuclear Lunch Detected).

제니퍼는 시스템처럼 울리는 이 메시지를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소말리아에서…….

“다들 도망쳐라!”

경악한 제니퍼가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릴! 당장 공간 이동 시작해!! 당장!!”

제니퍼의 다급한 외침에 릴 또한 상황을 파악했고.

“당장 움직여라!”

마인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다급하게 마기를 움직여 공간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 이 장소에서 당장 벗어나지 못하면 전부 죽으니까.

[저까짓 게 도대체 뭐길-!]

아르테미스가 호들갑을 떠는 제니퍼를 향해 뭐라 말하자.

“커맨더의 결전기입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제니퍼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며 릴과 함께 공간 이동할 준비를 했다.

[신전을 버릴 순 없다!]

아르테미스가 제니퍼를 향해 일갈하듯 외쳤다.

“신전은 다시 건축할 수 있지만, 죽으면 다 끝입니다!”

제니퍼는 그런 아르테미스를 무시하고 서둘러 릴의 공간 이동 마법진을 타고 도주했다.

-화악! 화아악!

제니퍼를 시작으로 에블린을 안아 든 리더와 다른 마인들이 서둘러 도망쳤다.

-화르륵!

아마테라스는 리더와 에블린이 무사히 빠져나간 것을 보고 화신체를 해제하며 사라졌다.

[고작 하계종의 결전기 따위가! 감히 내 신전을-!]

아르테미스는 신전을 포기하지 못하고 거세게 진동하는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달빛의 성역!]

-피이잉!

달빛의 신력이 진동하는 상자를 감싸며 결계를 형성했다.

그때.

-쩌적!

상자에 금이 일렁이더니.

-피이이이이!!

새하얀 빛과 화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신전이 두 번 무너지는 꼴은 볼 수-!]

아르테미스가 어떻게든 신력을 분출하며 폭발을 막으려 했지만.

-!!

달빛의 결계가 완전히 부수어지며 주변이 백색으로 휩싸였다.

[안-!]

아르테미스의 화신체 역시 새하얀 섬광에 삼켜지며 사그라졌다.

이윽고.

-쿠구구!

체르노빌 발전소가 자리했던 장소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워 올라갔다.

동시에.

-콰콰콰콰콰쾅!!

강렬한 열기 폭풍이 밀려오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잿더미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자리한 커맨더의 성지.

“이야, 장관이네.”

마키나 안의 함실, 외부 유리창에서 버섯구름을 관찰하는 이진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도대체 언제 결전기를 쓰신 겁니까?”

제시카가 황당한 표정으로 버섯구름을 바라보고는 옆에 있던 커맨더를 향해 말했다.

커맨더의 결전기는 헌터들의 결전기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결전기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가장 강력한 결전기이니만큼, 함부로 막 쓰지는 못했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만큼 페널티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페널티 중 하나가 바로 시전 시간이 매우 길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제시카는 커맨더가 결전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제가 쓴 거 아닙니다.”

커맨더는 제시카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버섯구름은 아무리 봐도 당신의 결전기입니다만?”

제시카가 커맨더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자.

“후배한테 프로토타입 뉴 클리어가 있었을 줄은…….”

커맨더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프로토타입?”

제시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일 때.

[내가 만든 거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화신체가 나타나며 말했다.

그녀는 프로토타입 뉴클리어가 무엇인지 짧게 말하고는.

[어쩐지, 언제부터 보이지 않더니……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그걸 가져간 거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녀가 만든 작품들은 모두 기계 장치의 여신만이 드나들 수 있는 성역에 전시되어 있었다.

즉 그녀의 허락이 없으면 드나들 수도 물건을 빼낼 수도 없었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신이 만든 작품답게 시스템의 제약을 받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물건 중 하나가 처용의 손에 있었던 상황.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던 중.

[……설마 랜덤 박스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관리자랑 여래를 좀 만나 봐야겠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 일을 알아보기 위해 처용의 성좌를 떠올리고는.

-화아아.

화신체를 해제하며 사라졌다.

제시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고는.

“역천군주는 무사할까요?”

커맨더를 향해 물었다.

돌연, 갑자기 나타난 블랙홀.

처용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 상황이었다.

“무사할 겁니다.”

커맨더는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처용을 지켜본 결과, 그는 쉽게 죽을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후배가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 할 일을 하죠.”

“하아, 그게 좋겠군요.”

제시카가 커맨더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지금 처용을 걱정만 해봐야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니, 돌아올 처용을 위해서라도 지금 할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흐음?”

처용은 그 어둠 속에서 마치 유영을 하듯 떠 있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이후 펼쳐진 공간.

마치, 별 하나 없는 캄캄한 우주 속을 홀로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도 길이 보이지 않자 태룡전의 열쇠를 써 돌아가려고 해 봤지만.

[게이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태룡전의 열쇠의 능력이 일부 제한됩니다.]

게이트를 열 수 없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왔다.

더 큰 문제는.

[무사- 것- 냐?]

성좌들과의 연결이 희미해져 여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일단은 무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처용이 성좌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자.

[일단- 알- 다.]

조금씩 끊기는 목소리로 ‘일단은 알았다.’라는 여래의 답을 들었다.

그 이후, 처용은 가장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우선 게이트의 사용은 불가능했지만.

“다행인 건 보물전은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우우웅!

처용이 아공간 속에 있는 역천의 절을 꺼내며 말했다.

보물전의 무기고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사실 처용은 보물전을 쓸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

회귀 전, 대악마들에 의해 격리된 공간에 갇힌 적이 있었다.

그때 역시 공간이 단절된 탓에 게이트를 만들지 못했었다.

그러나 보물전 만큼은 사용할 수 있었다.

비록,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우우웅!

처용이 역천의 절에 마나를 응축시켜 가볍게 검기를 날려 보았다.

-쏴아아!

푸르게 일렁이는 반달 형태의 검기가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슈르르.

어느 정도 쏘아져 나가다 마치 어둠에 삼켜지듯 사라졌다.

“흠…….”

처용이 다시 주변을 살펴보며 고민할 때.

-우우웅!

돌연, 처용이 검기를 날린 방향 부근의 어둠이 일렁였다.

그리고.

“이거. 이거.”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웃는 하회탈 반가면이 드러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부터 만나 버렸네? 크흐흐.”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조커였다.

“조커…….”

처용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만남에 눈을 가늘게 뜨며 읊조렸다.

“나를 아주 완벽하게 흉내 냈던데, 오버로드 Bro? 아주 흥미로웠다고? 크흐흐.”

조커가 그간 처용이 자신을 사칭하여 저지른 일을 언급하며 미소를 짓자.

“무슨 소리냐?”

처용은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이거 연기 수준이 엄청난데 Bro? 내가 한 수 배워야겠어? 흐흐.”

조커는 그런 처용을 보며 재밌다는 듯 금이빨을 번쩍이며 웃어 보였다.

처용은 그런 조커를 보며 잠시 생각하듯 침묵하고는.

“왜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거냐?”

조커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분명 조커는 블랙홀의 영향 범위 외에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

그렇다는 건, 조커가 제 발로 블랙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는 소리였다.

처용의 질문이 울리자.

“이 ‘악몽’ 속에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조커가 주변을 둘러보는 듯,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악몽?”

처용은 조커가 내뱉은 말 중 ‘악몽’이라는 말에 집중했다.

동시에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설마…… 나이트메어(Nightmare) 던전?”

나이트메어 던전.

또 다른 말로는 악몽의 미궁이라고도 불리는 던전이었다.

“오우? 악몽에 대해 알 줄이야?”

조커가 처용의 말에 놀라움을 표하자.

“……젠장!”

처용이 세차게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하필이면 악몽의 미궁이라니!’

회귀 전 기억을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린 처용이 표정을 굳혔다.

다름 아닌 나이트메어 던전의 난이도 때문이었다.

이 던전의 난이도는 A급도, S급도 아니었다.

난이도는 다름아닌 D.

하지만, 여기서 표현하는 D는 가장 낮은 난이도의 D가 아니었다.

나이트메어 던전의 난이도를 표현하는 D는 ‘죽음(Death)’의 D였다.

죽음(Death), 즉 데스급 던전.

S급 헌터가 백 명이 도전한다고 해도 반드시 누군가는 죽는 던전.

그런 죽음의 던전 중 하나였던 악몽의 미궁.

나이트메어는 처용조차도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던전이었다.

“왜 하필 나이트메어 던전이……!”

처용이 인상을 크게 구기며 나지막하게 읊조리자.

“오우? Bro가 그걸 어떻게 알지?”

조커가 작은 당황스러움을 표하며 말했다.

“아무리 오버로드 Bro가 대악마들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악몽을 알 리가 없을 텐데…… 흠?”

턱을 쓸며 말하던 조커가 돌연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처용을 잠시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하? 하하하…….”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잠시 웃던 조커가 웃음을 멈추고는.

“이거, 이거 지금 보니…….”

웃는 가면의 눈 부분이 보랏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Bro가 아니라, ‘Brother’였잖아? 하하하!”

처용을 향해 큰 웃음을 지어보며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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