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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28화 (228/726)

#228화

“전부 죽여라!”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기계음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며 무지막지로 달려드는 섀도우 헌터들과.

“막아!”

“이 미친놈들이!”

발전소 내부에서 체류하고 있던 마인들과 달의 사냥꾼 길드원들이 튀어나와 충돌했다.

-쾅! 콰쾅!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한 발 물러서 지켜보는 처용.

‘……뭐지?’

처용의 시선은 상급 마인들도 의회주도 아닌 일반 섀도우 헌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섀도우 마네킹 - 맥스]

[등급 : B]

[특징 : 세심하게 제작된 인형에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생전의 능력을 최대 80%까지 발휘합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받을 시 자폭합니다.]

[스킬 : 그림자 은폐, 암습…….]

처용이 통찰의 눈으로 바라본 섀도우 헌터의 정보였다.

‘껍데기에 영혼이 깃들었다?’

처용이 의문을 품으며 다른 섀도우 헌터들도 살펴보았다.

[섀도우 마네킹 - 사라]

[등급 : C+]

[섀도우 마네킹 - 도슨]

[등급 : B]

.

.

거의 모든 이들이 ‘섀도우 마네킹’이라는 더미에 영혼이 깃든 이들이었다.

그러나 섀도우 헌터들 전부가 마네킹, 가짜는 아니었다.

[이름 : 장 토마스]

[레벨 : 85]

[칭호 : B급 헌터, 악몽 지배자의 가호.]

[클래스 : 시프]

[특징 : 빠른 속도로 적에게 접근하여 적의 무장을 해제할 수 있는 클래스입니다.]

[스킬 : 흘려보내기, 무장 해제……]

다른 섀도우 마네킹처럼 검은 복장과 가면을 쓴 헌터.

지금 처용이 바라보는 한 명은 인형이 아닌 진짜 사람이었다.

다만, 다른 인형들과 아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똑같이 목소리가 변조되는 가면을 쓰고 있기에 구분하기 힘들었다.

인형들 틈에 섞여 있는 소수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싸움 또한 인형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크헉!?”

처용이 계속 주시한 섀도우 헌터, 장 토마스가 A급 마인과 싸우다가 시커먼 광선에 심장이 꿰뚫렸다.

그 순간.

“그림자들이여 영원하라!”

-피이이!

다른 인형들처럼 그의 가면과 심장 부근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콰콰쾅!!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마인에게 달라붙으며 자폭했다.

“크학! 이런 미친!”

목숨을 버리고 달려드는 자폭 행위에 A급 마인 하나가 부상을 입고 물러났다.

‘미친 새끼들……!’

처용이 그 광경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

방금 자폭한 마인은 인형이 아닌 진짜 사람이었다.

다른 인형이 자폭한 것과는 다르게 피와 살점 조각이 튀었으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마인과 동귀어진을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 자폭한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행위.

하지만.

“살려두지 마라!”

“그림자들이여 영원-!”

인형들과 섞여 있는, 소수의 진짜 사람들.

그들 모두 방금 자폭한 장 토마스와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회심의 기회를 잡은 순간.

-콰콰쾅!!

-콰쾅!

망설임 없이 스스로를 자폭시켜 마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

‘말로만 들었지 이건 진짜 또라이들이 따로 없잖아?’

처용이 섀도우 헌터들의 싸움…… 아니 자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조커와 한두 명의 섀도우 헌터만 직접 마주쳤었지, 그들의 싸움을 직접 본 적은 처음이었다.

섀도우 헌터들이 마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수십 년 치열한 전쟁을 경험한 처용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로 무식한 전투였다.

그때.

-스르르.

전장을 지켜보는 처용의 눈에 검은 연기 같은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사람의 형태로 흐물거리는 검은 안개.

‘……영혼?’

그것들은 다름 아닌 인형 속에 깃들어 있던 영혼들이었다.

그 영혼들 중에는.

-스르르.

인형이 아닌, 자폭한 진짜 사람 중 하나, 장 토마스의 영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영혼들이 모두 한곳으로 향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 고생했다.”

조금 남다른 기운을 내뿜는 섀도우 헌터 하나가 나타났다.

복장이나 가면이 다른 섀도우 헌터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느낌이 달랐다.

남다른 분위기를 가진 섀도우 헌터.

‘……저 놈은.’

그는 처용이 조커와 더불어 본적이 있는 섀도우 헌터였다.

[이름 : 데커드 시모어]

[레벨 : 174]

[칭호 : A급 헌터, 악몽 지배자의 가호.]

[클래스 : 블래스터]

[특징 : 다양한 중화기와 폭발물을 다루는 강력한 화력의 유니크 클래스입니다.]

[스킬 : 중장비 무기고, 무장 변환……]

다른 섀도우 헌터들에 비해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섀도우 헌터.

확실하지는 않지만, 처용이 기억하기로 데커드는 조커의 부관 같은 이로 기억하는 인물이었다.

그 증거로 데커드는 조커의 명령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이가 이 장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조커가 이곳에 와 있다?’

처용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무장 변환 - 파이어 뱃.”

데커드가 마나를 모아 스킬을 발현하자.

-철컥!

그의 손에 화염 방사기가 소환되었다.

무언가 신호를 주고받은 것인지 마인들과 전투를 벌이던 섀도우 헌터들이 모두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플레임 샷!”

-푸화아아아!!

데커드가 마인들을 향해 화염 방사기를 조준하고는 강렬한 화염을 발사했다.

“으아!”

“마, 막-!”

데커드와 가장 가까이 있던 마인들이 화염에 휩싸이며 비명을 질렀다.

그때.

“자이언트 포스!”

-쿠구구!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스킬을 발동하며 데커드 앞을 막아섰다.

몸집이 6미터 크기로 커진 오거가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화염을 방어했다.

-화아아!!

데커드의 화염 방사기가 뿜은 화염이 오거를 뒤덮는 듯 보였지만.

“으아!”

-푸화아아!

오거가 기합을 지르며 마기를 내뿜자 화염이 흩어지며 사그라졌다.

“자이언트 스매쉬!”

오거가 더욱 덩치를 불리며 주먹을 쥐고는 데커드를 향해 내질렀다.

데커드는 침착하게 오거를 응시하며 공격에 대비했다.

“무장 변환.”

빠르게 화염 방사기를 집어넣고는.

“대전차 라이플.”

총구가 넓고 긴 저격총 형태의 무기를 꺼냈다.

오거가 데커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직전!

“대전차 철갑탄!”

총구를 오거의 가슴을 향해 조준한 데커드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앙!!

귀를 울리는 맹렬한 소음과 함께 총구에서 크고 긴 총알이 발사되었고.

-콰앙!!

오거의 가슴에 데커드가 발사한 철갑탄이 닿았다.

“소용없다!”

오거가 마기를 더욱 끌어 올리며 육체의 방어력을 높였다.

철갑탄이 오거의 가슴을 꿰뚫기 위해 드릴처럼 맹렬하게 회전하며 불꽃을 일으켰지만.

-끼기기…….

오거의 가슴을 약간 뚫어내고는 곧 힘이 다한 듯, 회전이 약해졌다.

“죽-!”

데커드의 철갑탄이 막혔다고 생각한 오거가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콰아앙!!

가슴에 박힌 철갑탄이 폭발하며 맹렬한 화염을 일으켰다.

“이런 젠-!”

-슈우- 콰앙!

폭발하는 화염의 힘에 밀린 오거가 데커드를 공격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며 땅에 처박혔다.

오거가 뒤로 밀려난 순간, 세 명의 상급 마인들이 데커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장 변환.”

그 모습을 데커드는 빠르게 다른 무기를 꺼내며 대비했다.

“다연발 로켓 런처.”

-철컥! 철컥!

이번에 나온 무기는 50센티미터 크기의 로켓 10발이었다.

-치이이! 피잉!!

데커드가 꺼낸 로켓들에 자동으로 불이 붙더니, 접근해오는 상급 마인들을 요격했다.

“칫!”

“이런!”

미사일에 요격된 상급 마인들이 급하게 보호막을 두르며 물러났다.

“무장 변환.”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뒤로 밀어낸 데커드는.

“대전차 로켓포.”

로켓이 장전된 포를 소환해 어깨에 멨다.

흔히, RPG-7이라고도 알려진 로켓 추진 미사일 발사기와 비슷한 형태의 무기였다.

-철컥!

데커드가 로켓포를 조준한 대상은 다름 아닌, 릴의 보호 아래 실험을 진행 중이던 에블린이었다.

“죽어라.”

에블린을 눈에 담은 데커드가 로켓 런처의 방아쇠를 당겼다.

-피슈우우!

폭발력이 담긴 로켓포가 에블린을 향해 나아가자.

[어딜! 감히!]

아마테라스가 날아오는 로켓을 막아섰다.

[흡수해라!]

-화아아!

환하게 빛나는 태양빛 신력이 로켓을 감싸고는.

-콰아아아!!

강제로 폭발시켰다.

폭발의 화마가 사방으로 번지려는 때.

-슈화아아!

사방으로 퍼지려던 화마가 아마테라스의 신력에 눌려 한 점으로 압축되었다.

-슈우우…….

아마테라스는 한 점으로 응축된 화염을 손에 쥐고는 흩어버렸다.

“역시, 이 아이를 노렸던 건가? 블래스터……!”

릴이 로켓 런처를 발사한 섀도우 헌터, 데커드의 이명을 부르며 말했다.

“네놈이 여기 있는 걸 보면…… 아니, 조커는 없을 가능성이 높겠군.”

릴이 고혹적인 미소를 띠며 떠보듯 말했지만.

“……무장 변환.”

데커드는 그런 릴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재차 공격을 준비했다.

“전부, 저놈부터 막아.”

릴은 상급 마인들에게 데커드를 막으라 지시하고는.

“아무래도 이 꼬마부터 대피시켜야겠네요?”

아마테라스의 화신체를 향해 말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 중단하면 기운이 불안정해진다.]

아마테라스의 화신체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쯧, 지하에 내려간 놈들을 불러야 하나…….”

릴이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필요 없다. 저놈들을 모두 죽이면 끝날 일이니라!]

아마테라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섀도우 헌터들이 마인들을 향해 거센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점차 수가 줄고 있었다.

데커드를 포함한 레벨이 높은 몇몇 섀도우 헌터들이 활약하고 있다 해도.

[이 쓰레기 같은 것들이! 감히 내 신전에서 난동을 피우다니!]

[모조리 태워 죽여주마!]

아르테미스와 아마테라스, 두 명의 화신체와 상급 마인들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쓰레기 같은 것들은 흡수가 안 되잖아!?”

“우선 이 시커먼 놈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합시다.”

옥황상제의 신관, 뤼장첸과 나타의 신관, 양천까지 마인들을 돕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섀도우 헌터들이 전멸할 것은 뻔했다.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한 처용은.

‘루나, 커맨더와 제시카에게 동쪽과 남쪽에서 오라고 전해.

루나에게 전음을 보내며 커맨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구멍이 뚫린 천장을 통해 확인해 보니, 이미 외부에 퍼졌던 안개는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도 데커드가 화력을 쏟아부어 발전소를 무너뜨리고 겉에 퍼진 안개를 날려버린 듯 보였다.

-남은 장소는?

루나가 처용의 말에 물었다.

동쪽과 남쪽이 아닌 장소는 왜 제외하는지 궁금했으니까.

‘섀도우 헌터들이 난입했다. 그리고…….’

처용은 루나의 질문에 현재 상황을 빠르고 간략하게 전했다.

그리고.

-스르르.

아주 은밀하게 마인들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모두가 방심한 찰나.

‘기회다.’

-스릉!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처용이 역천의 절을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웅!

역천의 절의 칼날이 아래로 그어지며 반월 모양의 강기를 쏘아 보냈다.

강기가 쏘아지는 목표는 다름 아닌 에블린이었다.

섀도우 헌터들이 에블린을 노리는 것으로 봐서, 이번 마인들의 계획의 핵심은 그녀였다.

게다가 아마테라스 역시 에블린이 필요한 듯 보였다.

추가로 에블린은 회귀 전, 재앙의 나무가 되었던 존재.

에블린을 우선적으로 없애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역천군-!?”

[네 이놈!!]

갑작스럽게 나타난 처용을 보며 당황한 릴과 아마테라스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방심하고 있던 터라 처용의 공격에 대비할 틈이 없었다.

에블린에게 처용이 강기가 도달하기 직전.

“집행한다!”

-화르르륵!

검게 불타오르는 도끼가 처용의 강기를 막아섰다.

-콰쾅!!

강기와 검은 불꽃이 충돌하며 굉음이 울렸다.

“시끄러워서 올라와 봤더니…….”

처용의 강기를 막아선 이는 릴과 같은 의회주, 집행자였다.

“아주 난장판이 되어있군?”

집행자가 처용을 노려보며 말함과 동시에.

-샥! 샤샥!

집행자와 같이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던 마인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한처용……!”

처용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마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망할 그림자 놈들부터 정리해라! 역천군주는 내가 맡고 있겠다.”

집행자가 도끼를 치켜들고 검은 불꽃을 피워내며 말했다.

“혼자서 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처용이 역천의 절을 치켜들며 강기를 끌어올렸다.

강기를 제법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경지를 되찾은 이상.

아무리 의회주라고 해도 혼자서 자신을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화르르륵!

집행자의 도끼에 붙은 검은 화염이 커지더니.

[크하하! 오랜만이구나!]

균열이 일어나듯 붉은색의 눈과 길게 찢어진 입이 만들어지며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디아블로……!”

처용이 집행자의 도끼에 서린 불꽃, 그곳에서 울리는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며 표정을 굳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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