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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26화 (226/726)

#226화

태룡사로 찾아온 제시카가 처용에게 정보를 전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를 들은 처용이 묻자.

“응, 옛날에 사고가 일어났던 그 원자력 발전소.”

메리가 상황판을 소환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거기 분위기가 아주 복잡한 것 같아.”

그녀가 소환한 상황판에 지도가 그려졌고 그 중앙에 발전소 그림이 그려졌다.

“천교에 러시아 정부, 로스차일드…….”

발전소를 중심으로 여러 선들이 그려지며 다양한 세력을 가리켰다.

그리고.

“섀도우 헌터들도 이곳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아.”

메리는 다양한 세력들 중 가장 신경 쓰이는 이들을 언급했다.

“섀도우 헌터라…….”

메리의 말을 들은 처용이 읊조리며 잠시 생각하고는.

“조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거 같은데?”

짐작한 바를 이야기했다.

회귀 전, 그 누구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존재가 바로 조커였다.

그리고 잠적한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3년 후였다.

그 시기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맞아. 조커의 움직임은 없어. 장담할 순 없지만…….”

메리가 처용의 물음에 말을 흐렸다.

그녀 역시 조커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지만, 말 그대로 장담할 순 없었다.

아직, 체르노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래도 한 가지 알아낸 건 있어.”

메리가 자신감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교가 러시아 정부와 거래해서 받아낸 건, 우라늄 원료 같아.”

“우라늄 원료…… 방사능 덩어리?”

“응. 정확히는 발전소 지하에 퇴적된 것들.”

처용의 말에 메리가 상황판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그곳에 던전이 생겼는데, 마나와 퇴적된 방사능이 합쳐져서 이상한 에너지가 흘러나온다고 하더라고.”

“방사능과 마나가 합쳐진 에너지…….”

메리의 말에 처용이 무언가를 생각하듯 작게 읊조렸다.

‘혹시……?’

그리고 곧장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천교에서 누가 체르노빌로 갔는지는 아나?”

가장 중요한 질문을 건넸다.

“S급 헌터 두 명.”

메리가 처용의 질문에 대답했다.

“누구.”

“한 명은 나타의 신관, 다른 한 명은 누구인지 모르겠어.”

재차 물은 처용의 말에 메리가 대답하고는.

“이렇게 생겼던데…….”

-슥. 슥슥.

상황판에 어떤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열함과 날카로움이 섞인 인상의 어려 보이는 남자가 그려졌다.

메리의 그림을 본 처용은.

‘옥황상제의 신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내가 직접 체르노빌로 가 보지.”

생각을 마친 처용이 자리를 박차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체르노빌에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목표가 최소 둘은 모여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신관 제니퍼 로스차일드.

그리고 추후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옥황상제의 신관.

게다가 짐작한 부분이 맞다면, 조금 더 서둘러야 했다.

방사능과 마나가 합쳐진 정체불명의 에너지.

아직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에너지는 정말 위험한 힘이었다.

옥황상제의 신관이 그 에너지를 완벽하게 차지하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아르테미스의 신관과 옥황상제의 신관.

이번에는 무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둘을 죽여야 했다.

***

이야기를 마친 처용은 곧장 체르노빌로 향했다.

물론, 공항 수속이나 입국 절차를 밟고 향한 것이 아니었다.

“도착했어.”

커맨더가 성지, 마키나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처용을 향해 말했다.

지금 마키나가 떠 있는 곳은 체르노빌의 하늘 상공 위였다.

“지금도 옵저버를 보내 확인해 보고 있긴 한데, 발전소 가까이 가면 송신이 끊겨.”

커맨더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과거 재앙이 일어났었던 장소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하필이면 그 지하에 던전이 생겨버렸다.

그 때문에 방사능 에너지와 마나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기묘한 환경이 형성된 상태였다.

녹색과 붉은색이 섞인 듯 불길한 분위기를 내뿜는 안개.

그 안개가 원자력 발전소를 중심으로 퍼져 있었다.

커맨더가 옵저버를 보내 내부 정찰을 시도했지만.

-치이이!

안개 안쪽으로 옵저버가 접근하는 순간, 통신이 끊겨 버렸다.

“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면 되니까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용이 커맨더를 향해 감사를 전하며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정말 괜찮겠어?”

그런 처용을 향해 커맨더가 작은 걱정을 담아 물었다.

체르노빌로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처용 혼자였으니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니까요.”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진지하게 대답했다.

처용이 체르노빌 발전소를 향해 혼자 가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이들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처용조차 체르노빌 발전소에 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소에 대한 정보의 부재.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사전 조사는 필수였다.

“제가 먼저 안쪽을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처용이 체르노빌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짐작해 보며 말했다.

비록 처용 혼자 잠입하는 것이었지만, 급하게나마 나름 준비는 갖춘 상태였다.

“신호를 주시면 저희도 곧장 내려가겠습니다.”

마키나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시카가 처용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지금 마키나 안에는 커맨더와 그의 파티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시카를 포함한 올림포스의 정예 헌터 20명이 함께 자리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성지에서도 올림포스 소속 헌터들이 일부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니퍼를 잡아야 합니다.”

올림포스의 목표는 다름 아닌 제니퍼의 사살.

체르노빌에는 아르테미스의 신전이 있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당연히 아르테미스의 신관인 제니퍼가 있을 가능성도 매우 컸다.

“……커맨더.”

제시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처용이 커맨더를 바라보며 말하자.

“알았어.”

커맨더가 처용의 말에 대답하면서 패널을 조작했다.

-띠리릭. 위이잉!

그러자 바닥의 해치가 열렸다.

-휘이이이!

열린 해치 사이로 거친 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동시에 점처럼 작게 보이는 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함만이 느껴지는 높이였지만.

-탁!

처용은 망설임 없이 열린 해치로 뛰어내렸다.

발전소를 향해 낙하하는 처용은.

“클로킹 아머.”

-촤라라락!

곧장 몸을 투명하게 가리고는 자연신보를 이용해 바람을 밟으며 신속하게 내려갔다.

이윽고 발전소 인근에 발을 들이는 순간.

-콰지직!

클로킹 아머에 금이 가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흠?”

처용이 부서지는 클로킹 아머를 관찰하며 의문을 표했다.

곧 클로킹 아머가 완전히 부서지고.

-치이이.

마치 불에 지지듯 피부가 따끔하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선인의 육체가 저항합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라…….’

시스템을 확인한 처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녹색과 붉은색이 섞인 안개를 관찰했다.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처용에게 달라붙어 공격해 오고 있었다.

독이나 진법류의 마법이라기보다는 마치 박테리아나 미생물 덩어리에 가까워 보였다.

-화르륵!

처용은 화염 속성 마나를 불러일으켜 피부에 붙은 안개를 태워버렸다.

동시에.

-스르르.

동화경을 사용해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화아아…….

처용이 주변 환경과 동화하자 득달같이 달려들던 안개가 공격을 멈추었다.

안개를 해결한 처용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발전소로 향했다.

‘누군가 있다.’

발전소로 향하던 처용은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이윽고.

“이 안개는 해결이 불가능한 거야?”

“땅 밑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거라 없앨 수 없다고 하더라.”

전신에 방호복을 단단히 갖춰 입은 두 명의 남자가 보였다.

그들의 어깨에는 러시아 정부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2인 1조로 짝을 지어 발전소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더 보였다.

처용이 러시아 정부 소속 헌터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돌아다닐 때.

“정말로 이 거지 같은 안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아주 특별한 스킬을 지닌 분을 모시고 왔으니.”

러시아 정부 측 사람과 천교의 사람으로 보이는 이의 대화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였다.

“뭐, 우리 입장에서야 이런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니 좋다만…….”

러시아 정부 측 헌터가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 안개를 흘겨보고는 읊조렸다.

“그분의 스킬이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지요.”

천교 측 헌터로 보이는 이가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갈 때.

-드르르륵! 철컹!

그들 근처에 있던 셔터가 올라가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젠장…… 젠장!”

인상을 팍 구긴 채 발전소 안에서 남자가 걸어 나오자.

“뤼장첸 님!”

천교 측 헌터가 발전소 안에서 나온 남자, 뤼장첸을 향해 다가갔다.

“어떻게 되었-!”

헌터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빠악!

뤼장첸이 다가오는 헌터의 머리를 후려쳤다.

“으억!”

머리를 얻어맞은 헌터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고.

“아무 문제 없다며! 이 새끼야!”

그런 헌터를 향해 뤼장첸이 발길질을 하며 윽박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찾았다……!’

윽박지르고 있는 뤼장첸을 살기가 일렁이는 눈빛으로 응시했다.

기억보다 조금 어려 보이긴 하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으니까.

[이름 : 뤼장첸]

[레벨 : 179]

[칭호 : S급 헌터, 하늘신의 신관]

[클래스 : 포식군주]

[특징 : 살해한 적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빼앗아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스킬 : 에너지 이터, 악식, 마나 역류……]

지나가는 무고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 것 같은 비열함이 가득한 눈매를 가진 남자.

처용이 바라보는 뤼장첸이 바로 옥황상제의 신관이자 반드시 죽여야 하는 목표였다.

“이 쓸모없는 새끼!”

발길질을 멈춘 뤼장첸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는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쓰러진 헌터의 목을 틀어쥐었다.

“쓸모가 없으니 그냥 포션이나 되어라.”

뤼장첸이 헌터를 향해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함부로 병사들을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스릉!

붉게 일렁이는 창날이 뤼장첸의 목에 겨누어졌다.

뤼장첸이 자신의 목에 창을 겨눈, 민머리에 붉은 도복을 갖춰 입은 남자.

“양천, 너 이 새끼가 감히……!”

나타의 신관, 양천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뒤지고 싶냐?”

뤼장첸이 양천을 노려보며 시비를 걸듯 비열하게 웃으며 말하자.

“……상제님의 말씀을 잊지 마라.”

양천이 천교의 주신을 언급했다.

그렇게 잠시 기 싸움이 오간 후.

“칫.”

뤼장첸이 목을 틀어쥔 헌터를 거칠게 내던졌다.

그런 뤼장첸을 못마땅하게 바라본 양천이 창을 거두고는.

“왜 실패한 건가? 아니, 왜 못 한 건가?”

뤼장첸을 향해 중요한 질문을 건넸다.

본래라면 이곳에 도착한 뤼장첸이 순조롭게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야 했으니까.

그런데 뤼장첸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발전소 내부에서 그냥 나와 버린 듯 보였다.

“이 안을 우리 친구들께서 먼저 점거하고 계시더라고?”

뤼장첸이 인상을 거칠게 구기며 말을 이었다.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은 거냐?”

“……젠장, 그랬던 건가?”

양천이 뤼장첸의 말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뭐야? 너도 몰랐었냐?”

“…….”

뤼장첸이 건들거리는 태도로 말하자 양천이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번엔 나도 같이 가지.”

발전소 입구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당신도 따라오시오. 이 일에 대해 러시아 정부 입장도 들어 봐야겠으니까.”

양천이 뒤로 물러나 있던 러시아 정부 측 헌터를 향해 말했다.

“아, 안에 들어가면 피폭될 텐-.”

러시아 정부 측 헌터가 목소리를 작게 떨며 말하자.

“그건 문제없으니 그냥 따라오시오.”

-쾅!

양천이 창을 들어 땅을 내려찍었다.

-화르륵!

양천에게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며 옅은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그러자.

-피시…… 피시시시……!

주변에 퍼진 안개가 양천을 중심으로 외부로 밀려났다.

그는 그가 가진 고유의 스킬 덕분에 안개에 공격받지 않고 있었다.

양천이 그 스킬의 힘을 외부로 발현하자, 안개가 일정 영역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다.

이윽고.

-드르륵! 쿠궁!

체르노빌 발전소 내부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뤼장첸과 양천, 러시아 정보 측 헌터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들의 뒤를.

-스르르.

그림자 속에 숨은 처용이 은밀하게 뒤쫓았다.

뤼장첸과 양천, 러시아 정부 소속 헌터들 몇몇.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처용이 발전소 내부로 들어갔다.

-콰쾅!

사람들이 들어가자 발전소 입구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후 발전소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을 때.

-스륵! 스르륵!

이 상황을 지켜보던, 검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이들이 발전소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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