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아무래도….”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 처용이 조금 전에 얻은 정보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직접 확인하려 가봐야겠는데?”
단서를 얻은 처용은 곧장 체르노빌로 가려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가는 건 좋지 않을 거야.”
메리가 처용의 말을 듣고는 그를 만류하듯 말했다.
“무라키 가와 제니퍼 측이 연결되어 있다고 했었지?”
“맞아.”
메리의 질문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거에 관해서 우리도 단서를 잡은 게 있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문제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처용이 메리의 말에 짐작하듯 말하자.
“맞아, 정확히 체르노빌 어디가 수상한지 알아낼 수 있을 거 같거든.”
메리가 처용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급하게 하기 보단 나름대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좋기도 하고.”
“흐음…….”
메리의 말에 처용이 고민하듯 침음을 흘렸다.
잠시 생각한 처용은.
“재정비할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우선, 잠시 휴식을 가지며 준비할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아직 놈들은 우리가 체르노빌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조심하면서 서둘러 볼게.”
“부탁하지.”
처용의 말과 동시에 메리가 올림포스로 돌아갔다.
“자, 이제…….”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처용이 생각할 때.
-저벅.
성지에 오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었던 연화가 처용에게 다가왔다.
“뭐 필요한 거라도?”
처용이 연화를 보며 말하자.
“정확히는 네 허락이 필요한 일이 생겼어.”
연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허락?”
처용이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자.
“가면서 설명할게.”
연화가 처용을 이끌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가는 방향은 성지 정상에 있는 거대한 못, 태룡담이었다.
“새로 생긴 스킬 중에 ‘주력함 소환’이라는 스킬이 생겼거든?”
연화는 왜 처용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 생겼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최근 많은 싸움으로 인해 레벨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
그로 인해 새로 생성된 스킬이 하나 있었다.
“주력함 소환?”
처용은 연화의 말에 해전무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유람선과 맞먹는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판옥선을 소환했었다.
아마 그와 비슷한 소환 스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예상해 봐도, 아주 유용하고 강력한 스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스킬을 쓰려면 주력함을 지정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연화는 스킬이 생성되었음에도 바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녀에게는 ‘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이윽고 태룡담에 도착했고 말을 하던 연화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저 녀석이 보이더라고?”
연화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우우우.
태룡담 위를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거북이였다.
‘아, 저 녀석은.’
처용이 거북이를 보며 기억났다는 듯 속으로 읊조렸다.
이전 보스 몬스터가 신수의 내단을 삼켜 문제가 발생한 던전을 처리할 때 데려왔던 녀석이었다.
신수의 격이라는 권능으로 처음 받아들인 권속이기도 한 녀석.
그간 신성한 장소에 머무르며 나름 에너지를 축적했는지 크기가 더 커진 상태였다.
처음 봤을 때는 대략 10미터 정도 크기였던 녀석이 지금은 20미터가 훌쩍 넘어갔으니까.
심지어.
[자이언트 스톤 터틀]
[등급 : B+]
본래 ‘스톤 터틀’이었던 녀석은 그간 많이 성장한 탓인지 이름이 변하고 등급이 올라 있었다.
-우우.
거북이, 자이언트 스톤 터틀이 반갑다는 듯 울음소리를 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우우우.
-우우.
자이언트 스톤 터틀보다 작은, 대략 5미터 정도 크기를 가진 거북이들도 추가로 나타났다.
“늘어났다고?”
뜬금없이 늘어난 거북이들을 보며 처용이 의아해할 때.
[갑자기 분열하면서 늘어나더군요.]
어느새 보살이 처용 옆에 나타나 말했다.
“분열했다고요?”
[에너지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는 방식인 것 같았습니다.]
보살이 자신이 직접 목격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아마도 이 몬스터만의 독특한 번식 방법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흥미롭네요?”
처용이 보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아무튼, 이 녀석이 그 스킬하고 무슨 상관인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연화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연화가 거북이에게 다가가 손을 대고는.
“이 녀석을 만지니까 ‘주력함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라는 시스템 문구가 뜨더라고.”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읽으며 말했다.
“네 권속이라서 네 허락이 필요하다는 말도 같이 떴어.”
연화의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문구.
그녀가 처용을 필요로 하는 이유였다.
“흐음…… 신기하네?”
처용이 거북이를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그때.
-우우.
거북이가 처용을 바라보며 옅은 울음을 토했다.
처용은 신수의 격을 통해 거북이가 말하고자 하는, 정확히는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해석하자면 편한 보금자리를 준 것에 대한 은혜를 갚겠다는 의미였다.
“싸우고 싶다면 좋다.”
처용이 허락한다는 듯 말하자.
[권속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중립 생명체 자이언트 스톤 터틀을 주력함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연화의 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떴다.
“수락한다.”
연화가 ‘주력함 지정’ 스킬을 활성화하며 수락한다고 말하자.
-스르르.
연화에게서 청색 신성력이 흘러나오더니 거북이 쪽으로 흘러갔다.
-화아아!
신성력을 받아들인 거북이가 푸른 빛을 내뿜더니.
-우드득! 쩌저적!
덩치가 더욱 커지며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태룡담에서 밝은 빛이 번지자.
“뭔데?”
“무슨 일이야?”
연아를 포함한 성지에 머무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거북이잖아? 왜 이러는 건데?”
“그게…….”
연아의 물음에 연화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때.
-파아아…….
푸른 빛이 걷어지고 거북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흠…… 뭔가 더 전투적으로 변한 느낌인데?”
처용이 변화한 거북이를 관찰하며 중얼거렸다.
이전 모습은 바위로 만들어진 둥글둥글하고 온순한 인상의 거북이였다.
반면에 변화한 지금은.
-쿠우우!
덩치가 30미터가 넘어갈 정도로 더욱 커지고 등껍질이 각지고 뾰족한 느낌으로 변했다.
머리 또한 온순한 인상에서 거칠고 전투적인 인상으로 변했다.
마치 동글동글한 애완용 거북이에서 거친 느낌이 물씬 나는 야생 늑대거북으로 변화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크루저 터틀(Cruiser Turtle)]
[등급 : A급]
[특징 : 신성한 장소에서 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한 스톤 터틀이 신성력을 받아 진화한 개체.]
[강력한 방어 능력과 수 속성 마나를 이용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등껍질 내부에 빈 공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함장이 성장함에 따라, 크기가 더욱 커지고 강해집니다.]
[스킬 : 굳건한 성벽, 자가복구, 해류탄…….]
-현재 해전무신 한연화가 함장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B급이었던 녀석이 단번에 A급 개체로 성장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것은 당연지사.
“이 정도면 대충 물결이하고 비슷한 정도인데?”
변화한 거북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낀 처용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타의 거대 개미 중 가장 강한 개체인 물결이.
눈앞의 거북이는 대충 봐도 물결이와 비슷한 급이었다.
그리고.
-우우.
-우우우!
어미(?)가 변한 영향인지 작은 거북이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벙커 터틀(Bunker Turtle)]
[등급 : B]
[특징 : 스톤 터틀이 독특한 형태로 진화한 모습.]
[껍질 내부에 빈 수용 공간이 있습니다.]
[스킬 : 환경 적응, 위장 껍질, 자가 수복…….]
남은 거북이들 모두 덩치가 커지고 껍질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어미의 모습을 따라가듯 크루저 터틀과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다.
“활용도가 많겠는데?”
처용이 거북이들의 특징을 관찰하며 중얼거리자.
“던전 공략, 특히 장기적인 임무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정 스킬로 거북이들을 관찰한 태민이 처용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벙커 터틀의 능력을 간단히 말하자면 이동하는 튼튼한 막사와 같았으니까.
‘이 참에 그걸 활용해 볼까?’
눈을 돌려 크루저 터틀을 바라본 처용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우우웅.
아공간에서 손에 탁 쥐어지는 크기의 작은 돌을 꺼냈다.
그 돌은 다름 아닌 성자에게서 성녀를 치료하는 대가로 받은 스킬석 중 하나였다.
[플라이 / 스킬석]
[등급 : 노말]
[제한 : 바람 속성 마나 보유자]
[마나를 소모해 공중을 부양합니다.]
“기왕 전력을 늘리려면 제대로 하는 게 좋겠지.”
크루저 터틀 앞으로 다가간 처용이 스킬석을 쥐며 말했다.
이전 루나에게 스킬석의 힘을 줬을 때처럼, 손에 쥔 스킬석을 크루저 터틀에게 대고 사용했다.
-파삭! 화아아!
스킬석이 깨지며 나온 마나가 처용을 휘감더니 크루저 터틀에게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크루저 터틀에게 바람 속성 마나가 추가됩니다.]
[크루저 터틀에게 ‘하늘 요새’ 특성이 추가됩니다.]
크루저 터틀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스킬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풍운부의 바람 속성 위력이 강해집니다.]
[선인의 육체가 조금 성장합니다.]
[민첩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루나 때처럼 처용 역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네가 모실 함장님을 잘 도와줘.”
처용이 크루저 터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쿠우우!
크루저 터틀이 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처용의 말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한번 잘 키워봐, 이젠 이 녀석의 주인이 되었으니까.”
처용이 연화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연화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하고는 거북이의 덩치를 확인하듯 올려다보았다.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크루저 터틀은 지금도 만만치 않게 큰 덩치를 자랑했다.
연화는 거북이가 더 성장하면 정말 유람선 급으로 커지는 것인가? 하는 상상을 했다.
그때.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꽤 좋은 파트너를 얻었구나.]
-화아아.
연화의 옆에 해전무신이 강림하며 말했다.
뱃사람에게 있어 배는 동반자이자 언제나 함께 하는 존재였다.
해전무신이 연화의 주력함, 크루저 터틀을 보며 파트너라고 말한 이유였다.
[내일부터 바로 시작해도 되겠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화가 해전무신의 말에 강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그녀가 ‘배’를 서둘러 찾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해전무신에게 해류와 해풍을 읽고 배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해전무신의 진짜 힘은 그가 바다 위에서 함선을 다룰 때 진가가 나타났으니까.
‘잘 되었네.’
연화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은 처용이 뒤를 돌아 내려갔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아주 유용한 전력을 얻었고 자신이 할 일은 끝났으니까.
일을 마친 처용은 우선 보물전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빠른 시일 내에 체르노빌로 가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질 확률은 아주 높았다.
때문에 가진 무구들을 점검하고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루돌프가 보물전에 남아 있었다.
왜 그가 아직 돌아가지 않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기 전까지만 이라도 처용은 최대한 그의 기술과 지식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처용이 보물전 앞에 다가가자.
“이, 이건? 이건!”
대략 20미터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검은 송곳을 보며 경악을 지르고 있는 루돌프가 보였다.
그리고.
[그래서, 할 수 있어? 아님 못 해?]
그런 루돌프를 보며 쏘아붙이듯 말하는 1미터 크기의 도마뱀.
크루마가 처용의 눈에 보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