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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21화 (221/726)

#221화

[투쟁을 증명한 자는 한처용이다!]

-쾅!

운장이 언월도를 들어 땅을 찍으며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자.

-우우웅!

언월도에 휘감긴 금빛 용이 밝은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약조는 이행될 것이다.]

운장이 금빛을 내뿜는 언월도의 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웃기지 마라!]

아마테라스가 자리를 박차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건 사기다! 애초부터 잘못된 약조였다!]

사전에 맺어진 약조를 격하게 거부하듯 외친 아마테라스가 신력을 내뿜자.

-파아아.

돌연 나타난 금빛의 기운이 아마테라스의 신력을 흩어버렸다.

동시에.

-쿠우우!

[크, 무, 무슨!?]

아마테라스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태초의 힘이 공증한 약조는 신성한 것이오. 어리석은 태양신이여.]

운장이 약조를 거부하는 아마테라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님은 이제 이자나기 성운의 주신이 아니오.]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의 앞에 서며 말하고는.

[책임을 짊어지고 물러난 전 주신의 망집에 아직도 따를 생각인가!?]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그러자.

[이만하면 되었군.]

괴력의 신 타지카라오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스사노오 옆에 섰다.

[타지카라오노! 네 이놈!]

그 모습을 본 아마테라스가 노성을 질렀지만.

[더 이상 성운이 망가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소.]

타지카라오노가 결단을 내린 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는 그대의 계획이 우리가 더 나아갈 길이라고도 생각했었소. 허나…….]

-그대들의 신명에 각각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들을 해 보시오!

이전 스사노오가 성지에서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에게 했었던 말.

타지카라오노는 그 말을 들은 이후 점차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었다.

대의를 위해서 소를 희생할 생각으로 아마테라스의 계획에 찬성하긴 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마테라스의 광기와 집착은 심해졌고 타지카라오노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셈이지만…… 더 이상은 아니 되오.]

[아니, 아직 늦은 건 아니오. 타지카라오노.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어 주어서 고맙소.]

스사노오가 타지카라오노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

[…….]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이 하나둘 스사노오 쪽으로 이동했다.

[주신의 자리를 차지할 셈인가?]

아직 아마테라스 곁에 있는 성좌 하나가 스사노오를 쏘아보며 묻자.

[아니오.]

스사노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주 잠시만 맡고 더 나은 이를 주신으로 추대할 것이오.]

잠시 눈을 돌린 스사노오가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우를 붙들고 있는 츠쿠요미가 들어왔다.

스사노오는 다시 눈을 돌려 아마테라스 곁에 있는 성좌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맺어진 약조조차 지키지 않을 정도로! 그대들의 고결함은 길가에 내던졌단 말인가!?]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 측에 붙어 있던 성좌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아마테라스 측에 있던 성좌들이 주춤할 때.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테라스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했다.

[내가…… 내가! 포기할 것 같으냐!]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마친 아마테라스는.

-파아아…….

화신체를 해제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리석은!]

그 모습을 본 스사노오 역시 화신체를 해제하며 사라졌다.

[더 성운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맙시다.]

타지카라오노가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을 향해 말할 때.

[미우! 정신 차리거라!]

츠쿠요미는 부상을 입고 쓰러진 자신의 신관, 미우를 붙들고 있었다.

[이건…… 힘들겠군.]

신의가 미우의 상태를 살펴보며 침음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투쟁의 장에 흐르는 ‘법칙’의 힘이 보호는 해주고 있지만…….]

투쟁의 장에서 싸우는 이들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태초의 힘이 깃든 신성한 ‘법칙’의 힘에 보호를 받기 때문이었다.

처용이 던진 투창에 복부를 뚫린 헌터들도.

태양 폭파에 화상을 입은 헌터들도 모두 즉사의 위험이 있었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마지막에 온갖 무기에 난자당한 요키라 역시 가까스로 목숨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미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무슨 개 같은 독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지독하군!]

신의가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말했다.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신의 님.”

“이대로면……!”

동방불패 소속 힐러 클래스 헌터들이 신의를 향해 말했다.

[빨리! 뭐라도 해 보란 말이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츠쿠요미가 닦달하듯 말했다.

[정신 사나우니 조용히 좀 하시오.]

신의는 츠쿠요미를 향해 방해된다는 듯 강하게 말하고는 독을 관찰했다.

그러나 아직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였다.

미우에게서 시선을 돌린 신의는.

-치이이.

바닥에 꽂혀 있는 불길함을 한껏 자아내는 새까만 칼.

검은 오오라를 내뿜고 있는 요키라가 사용했던 칼을 관찰했다.

[독 같지 않은 독…… 아니, 저주 같은 독인가?]

도저히 미우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지 못할 때.

“바질리스크의 독입니다.”

처용이 미우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바질리스크?]

신의가 궁금한 듯 묻자.

“네, 그것도 원액에 가까운 고농축의 독이네요.”

처용이 신의의 말에 대답함과 동시에 검은 오오라를 풍기는 칼 쪽으로 다가갔다.

[그건 만지지 않는 것이 좋-!]

신의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스릉.

처용이 칼을 뽑아 집어 들었다.

[바질리스크 베놈 소드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판데모니움의 강력한 맹독 생명체, 바질리스크의 송곳니로 제작되었습니다.]

[강력한 맹독이 발려져 있습니다.]

-모든 무기 스킬에 맹독 데미지 추가.

“바질리스크의 송곳니로 만들어진 칼이라……?”

칼을 잠시 관찰하며 중얼거린 처용은.

“이 새끼 단순히 마인들한테 협력한 정도가 아니라, 대악마하고 거래를 했네?”

기절한 요키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커맨더가 처용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바질리스크는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의 권속들입니다.”

처용이 바질리스크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판데모니움에 사는 독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자네는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나?]

이야기를 듣던 신의가 처용에게 물었다.

지금도 미우에게 붙은 힐러들이 독을 조금씩 빼내고는 있었다.

하지만 독이 그녀의 육체를 잠식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대로면 츠쿠요미의 신관이 죽을 것이다.

“해독이라고 하기 보단 없앨 수 있습니다.”

처용이 신의의 물음에 확신을 담아 강하게 말했다.

[그럼 도와주지 않고 뭐 하는-!]

츠쿠요미가 그런 처용에게 다급하게 말하려는 때.

“난 ‘적’을 함부로 치료해줄 만큼 자비롭지 않아서 말이야.”

처용이 츠쿠요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필요하신 게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야스라가 처용에게 다가오며 부탁하듯 입을 열었다.

“같은 비극이 두 번 반복되는 일은 막고 싶습니다.”

야스라와 요키라 측이 서로 권력다툼을 할 때, 희생되었던 미우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부탁입니다.”

야스라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으음…….”

잠시 고민하듯 침음을 흘린 처용은 야스라가 아닌 츠쿠요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월영석(月影石) 주괴 삼십 장.”

월영석은 음기가 가득 응축된 달빛으로 빛나는 광석이었다.

츠쿠요미가 머무르는 신계의 거처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광석.

미우를 고쳐주는 대가로 처용이 생각한 것이었다.

“선택해라, 지금의 신관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소모품처럼 갈아치울 것인지.”

처용은 츠쿠요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망집과 집착에 빠져 광기를 보였었던 아마테라스.

그녀는 아주 전형적인 오만한 성향의 선천적 신격이었다.

반면에 츠쿠요미는 그런 아마테라스의 옆에서 나름 침착한 성향을 보인 신이었다.

처용은 그런 츠쿠요미가 어떤 신인지, 이번 선택을 통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츠쿠요미에게 있어서 순수한 월영석 주괴 삼십 개 정도면 나름 큰 재물이었다.

과연 그녀가 신관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인 재물을 사용할 것인가?

그녀가 형제인 아마테라스와 같은 오만한 신격이라면 미우를 가차 없이 버릴 것이다.

하지만 다른 형제인 스사노오의 성향을 볼 때,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다.

선택권을 내민 처용이 츠쿠요미의 대답을 기다리자.

[월영석 주괴 오십 장을 주마.]

츠쿠요미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아이를 살려다오.]

“……진심이시군요?”

츠쿠요미를 대하는 말투가 변한 처용이 확인차 다시 묻자.

[달빛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이 아이를 고쳐다오.]

츠쿠요미가 진심이라는 듯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처용은.

“거래는 성사되었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미우에게 다가갔다.

[어찌할 생각인가?]

신의가 궁금한 듯 묻자.

“조금 무식한 방법을 쓰면 됩니다.”

처용이 오른손 검지를 세워 미우의 명치 부근에 가져다 대었다.

동시에.

“백염부-생령(生靈)의 빛”

크루마에게서 계승 받은 힘, 백염을 왼손에 피워내었다.

“바질리스크의 독은 생명을 갉아먹고 성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처용이 바질리스크의 독에 대해 말하며 백염의 불꽃을 더 크게 키웠다.

그러자.

-꾸르르!

미우의 몸을 잠식하고 있던 바질리스크의 독이 꿈틀대듯 튀어나왔다.

-슈르르륵!

처용이 미우의 명치에 댄 검지를 통해 독들이 물결처럼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더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듯, 기존에 먹던 먹이를 팽개친 야수와 같았다.

[……너는 괜찮은 것이냐?]

신의가 독을 빨아들이는 처용을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껏 많은 독을 치료도 해 보고 치료하는 것도 봐 왔지만, 처용처럼 무식(?)한 방법은 처음 보았으니까.

그런 신의의 질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처용은 정말 문제가 없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오히려.

[선인의 육체가 바질리스크의 독을 흡수합니다.]

[선인의 육체의 맹독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나쁘지 않군.’

날뛰는 바질리스크의 독을 선인의 육체를 통해 역으로 잡아먹고 있었다.

그때.

‘흐음?’

처용의 감각에 바질리스크의 독과는 다른, 미우의 몸을 잠식하고 있던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츠쿠요미의 신관인 미우가 가진 기운과는 다른 태양 빛 신성력과 마기가 섞인 이질적인 기운.

‘혹시?’

처용은 혹시나 싶은 생각에 독과 함께 그 기운도 수거했다.

이윽고.

-스르륵.

미우의 몸을 잠식하여 생명을 갉아먹고 있던 독이 모두 처용에게 흡수되었다.

[골치 아픈 걸 처리해 줬으니 나머지는 맡기게나.]

신의의 말과 동시에 동방불패 길드의 힐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야스라가 처용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대가를 받았으니까요.”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거래는 확실하게, 받은 만큼 한다.

처용은 맺어진 약속만큼은 확실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야스라의 말에 대답한 처용은.

“계속 아마테라스를 따를 생각입니까?”

안도한 듯 보이는 츠쿠요미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그녀는 아마테라스의 최측근이었던 성좌.

비록, 오만한 아마테라스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해도 확인은 필요했으니까.

[……더 이상 주신이 아닌 자를 따를 이유는 없다.]

잠시 생각한 듯 침묵한 츠쿠요미가 입을 열었다.

[형제를 믿었건만, 내 신관에게 ‘강제의 낙인’까지 찍었을 줄이야…….]

“흐음?”

츠쿠요미의 말에 처용이 투쟁의 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내 앞에 서라.

요키라를 끝장내기 직전 그가 중얼거리듯 뱉은 말.

그 말과 동시에 미우가 처용 앞에 나타나 요키라 대신 공격을 받았다.

“혹시 이걸 말하는 것인지?”

처용이 말함과 동시에 손을 들어 보이자.

-우우웅!

태양 빛과 어둠이 일렁이는 글자 같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조금 전 미우에게서 독을 뽑아낼 때, 같이 뽑아내었던 이질적인 무언가였다.

[흠? 그건 고독 같은 건가?]

신의가 처용이 꺼낸 낙인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말하자.

“비슷하겠네요.”

고독에 대해 떠올린 처용이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아주 악독한 저주로 만들어진 벌레, 고독(蠱毒) 또는 무고(巫蠱)라고도 불리는 주술의 일종.

사악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벌레를 상대에게 기생시켜 조종하는 악독한 저주였다.

처용이 미우에게서 뽑아낸 낙인도 고독과 같은 저주의 일종이었다.

[그, 그걸 어떻게?]

츠쿠요미가 처용이 보인 낙인을 알아보고 놀란 듯 말했다.

무려 주신급 성좌가 만들어낸 낙인, 쉽게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마테라스의 신성력도 지배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처용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사실은 바질리스크의 독 덕분에 쉽게 떼어낸 것이었다.

강력한 독으로 인해 낙인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으니까.

‘쓸 데가 있으려나?’

처용이 낙인을 보며 잠시 생각하고는.

“암영부-해를 먹는 밤.”

-슈화아아!

암영부로 어둠을 불러낸 후 낙인을 감싸 봉인했다.

“월영석 주괴 이십 장을 더 얹어 준 서비스라고 치죠.”

[……고맙구나.]

처용이 츠쿠요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츠쿠요미가 감사를 전했다.

그때.

[문제가 생겼구나.]

여래가 미륵의 옆에 나타나며 말했다.

[이런……!]

이미 상황을 전해 들은 듯, 미륵이 작게 인상을 쓰며 침음을 흘렸다.

“무슨 일입니까?”

처용이 여래에게 묻자.

[아마테라스가 태초의 조각을 들고 사라졌다.]

여래가 스사노오에게서 전해 들은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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