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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19화 (219/726)

#219화

투쟁의 장의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자.

-우우웅!

회의장 중앙에 자리한 넓은 석판 외곽에 빛무리가 일렁였다.

작은 전쟁터가 활성화된 것이었다.

[서로가 건 약조는 이러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운장이 다시 한번 서로가 건 약조를 이야기했다.

이자나기 성운이 승리할 경우.

데미갓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일어난 일들을 모두 불문에 부친다.

추후, 다른 성운과 세력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허가한다.

반면에 패배할 경우.

데미갓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하고 이자나기 성운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아마테라스는 모든 책임을 지고 주신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곳에 모인 모든 성좌들과 병사들이 신성한 약조의 증인이 될 것이오.]

운장이 마지막 말을 마친 후.

[투쟁의 증명을 시작한다!]

-쾅!

언월도를 들어 땅을 강하게 찍었다.

-화아아!

회의장 중앙, 투쟁의 장 외곽에 빛무리가 솟구치더니 반투명한 돔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처용은.

‘오랜만이네…….’

회귀 전, 투쟁의 장에서 싸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역천군주가 신력을 쓰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처용과 마찬가지로 투쟁의 장 안으로 들어온 이자나기 측 헌터들.

요키라가 처용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처용이 손을 들어 올리고는 신력을 조금 끌어올려 보았다.

그러자.

-파지지직!

옅은 전류가 튀며 신력이 사그라졌다.

“이제 되었나 겁쟁이?”

처용이 요키라를 향해 도발하듯 말하자 요키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후회할 것이다. 역천군주!”

요키라가 일갈하며 일본도를 뽑아 들자, 다른 헌터들도 전투를 준비했다.

탱커로 보이는 헌터 일곱이 앞으로 나서며 방어 태세를 취했고.

그 뒤에 검을 든 근접 클래스 헌터들과 요키라와 미우.

또 그들 뒤에는 원거리 클래스 헌터들이 자리했다.

헌터들이 데스나이트 같은 인간형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해 펼치는 아주 일반적인 진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날 보스 몬스터로 생각하는 건가?”

헛웃음을 흘리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동시에 수련탑에서 협회의 헌터들과 했던 대련을 떠올렸다.

그들 역시 처음 처용을 상대할 때, 인간형 보스 몬스터로 취급하고 ‘정석적인’ 진형을 갖추었었다.

물론, 그것은 악수였고 그 결과 처용에게 처참하게 패배했다.

“놈을 강력한 데스나이트라고 생각해라! 진형을 갖추고 긴장을 늦추지 마!”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요키라는 처용을 인간형 몬스터, ‘데스나이트’로 취급하여 명령을 내렸다.

“데스나이트?”

요키라의 말에 처용이 싸늘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모든 무기를 다루는 데스나이트가 있을지 모르겠군.”

-쾅! 쾅! 쾅!

아공간을 열고 그동안 사용했었던 ‘모든 무기’를 꺼낸 처용은.

“결전기 – 팔괘 태극천체진.”

세계 헌터 회의에서 선보였던 결전기를 사용했다.

-우우웅!

총 열 개의 무기에 강기가 깃들며 허공에 떠올랐다.

본래 여덟 개가 한계였었지만, 그간 레벨을 많이 올린 덕에 두 개를 더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처용의 결전기를 본 요키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결전기 – 거울의 여신상.”

츠쿠요미의 신관, 미우가 결전기를 발동했다.

-쩌저저적!

허공에 거울 조각들이 생성되더니 미우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이윽고 거울로 만들어진 츠쿠요미의 화신체와 비슷한 형상으로 변했다.

“역천군주의 결전기는 제 결전기로 막아보겠습니다.”

결전기는 결전기로 막을 수 있다.

미우가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처용을 경계하자.

“결전기를 쓸 수 있는 건 고작 너 하난가?”

처용이 투창을 집어 들고는.

‘천마강림.’

-콰아아아!!

강기를 끌어올리며 천마의 의지를 불러내고 동시에 집어 든 투창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처용에게 덧씌워진 천마의 의지 역시 투창을 집어 들며 투척 자세를 취했다.

처용과 천마의 의지가 치켜든 투창에 마치 상어와 같은 악귀의 형상이 일렁였다.

이윽고.

‘천마신공 – 쌍귀맹진(雙鬼盲進)!’

-투! 콰앙! 콰앙!

처용과 천마의 의지가 헌터들을 향해 동시에 투창을 던졌다.

“거울 감옥!”

그 모습을 본 미우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쩌저저적!

빠르게 쇄도해오는 투창 근처에 거울 조각들이 형성되며 투창을 감싸기 시작했다.

-쩌적!

거울 조각에 완전히 감싸인 투창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전 처용이 이자나기 성운의 성지를 습격했을 때.

츠쿠요미의 화신체가 처용의 투창을 막아낸 권능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스킬이었다.

‘……그런 능력인가?’

미우의 결전기가 어떤 능력인지 파악한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결전기인 거울의 여신상.

그 능력은 지속시간 동안 츠쿠요미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물론, 아무리 결전기라 해도 성좌의 권능을 100%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권능의 하위호환 격인 능력을 스킬로 구현할 뿐이었다.

하지만 하위호환이라 해도 성좌의 권능을 구현하는 것이니만큼, 강력한 결전기였다.

다만, 하위호환은 하위호환.

“츠쿠요미가 그걸 막았다 해서 너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처용이 미우의 결전기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

잘 막았다고 생각한 마우가 처용의 말을 듣고 이변을 느낀 순간.

-파창창!!

허공에 거울이 깨지듯 균열이 생기더니 사라졌던 투창이 날아왔다.

“막아!”

요키라의 명령에 A급 탱커 클래스 헌터들이 투창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콰아앙!!

강렬한 굉음과 동시에 투창을 막아섰던 헌터들이 뒤의 헌터들을 밀치며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크억……!?”

“으어억……!”

두 개의 투창을 정면으로 막아섰던 탱커 클래스 헌터 둘이 투창에 꿰뚫린 채 늘어졌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두 명의 헌터가 쓰러진 상황.

그때.

-화아아!

투창에 꿰뚫린 채 쓰러진 헌터들에게 금빛이 일렁이더니.

-파아아!

투쟁의 장 외부로 퇴출당하듯 날아갔다.

[네놈들은 패배했다.]

운장이 외부로 쫓겨난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투쟁의 장에서 싸우는 이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으면 자동으로 투쟁의 장 밖으로 퇴출된다.

[신의(神醫).]

운장이 근처에 있던 무신전 성좌 중 한 명을 바라보며 말하자.

[쯧쯧, 아주 시원하게 뚫렸구만.]

푸른색이 섞인 하얀 비단옷을 입은, 운장보다도 나이가 많은 인상의 성좌가 부상 당한 헌터들에게 다가갔다.

생전에 신(神)에 닿은 의술을 지녔다 하여 신의(神醫)라고 불렸던 이.

연옥의 인정을 받고 성좌가 되어서도 같은 이명을 받은 성좌였다.

잠시 부상자들을 살펴본 신의는.

[내가 지시하는 대로 이놈들을 고쳐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방불패 길드 소속 힐러 클래스 헌터들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힐러 클래스 헌터들의 신의의 지시를 받고 부상자들을 치료할 때.

“말도 안 돼…….”

미우가 처용을 보며 경악이 일렁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분명, 처용은 신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처용을 감싸는 저 악귀 같은 형상과 짙은 에너지는 모두 마나로 이루어졌다는 말이었다.

마나는…… 신의 힘, 즉 신성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일뿐더러 세상의 법칙과도 같았다.

비록 결전기는 예외라고 하지만 자신 역시 결전기를 쓰고 있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결전기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결전기.

명백하게 후자가 우위였다.

해서 신력을 쓰지 못하는 처용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마나만으로 신성력을?”

처용의 짙은 마나에 신성력이 닿은 순간, 신성력이 밀리는 것을 넘어서 부수어져 버렸다.

미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네놈들이 한 가지를 착각하고 있는데…….”

처용은 마치 미우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내 신력은 악을 멸하는 파마의 힘이지 ‘신살자’의 힘이 아니야.”

신격을 멸하는 신살자의 힘.

신살자는 처용의 신력과는 연관이 없는 힘이었다.

끊임없는 신격들과의 싸움 끝에 얻은 독자적인 힘이었다.

신살자의 힘에 이어 의지가 담긴 마나, 강기까지 더해졌다.

가공된 신의 힘인 신성력으로는 신살자의 힘이 일렁이는 처용의 강기에 맞설 수 없었다.

“네놈들의 성지를 묵사발 낼 때도 신력은 거의 쓰지도 않았어.”

처용의 말을 사실이었다.

마지막에 사용했었던 카투라의 초월기, 종말의 백야를 제외하고는 신력을 쓰지도 않았다.

“괴물 같은……!”

미우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침음을 흘렸다.

그때.

“모두! 태양의 보옥을 사용한다!”

요키라가 태양 빛이 일렁이는 구슬을 꺼내며 말했다.

그 말에 미우를 제외한 헌터들이 태양 빛이 일렁이는 구슬을 꺼내 삼켰다.

요키라 역시 구슬을 삼키자.

-콰아아아!!

헌터들의 몸에 태양 빛, 아마테라스의 신력과 같은 기운이 몰아쳤다.

부작용이 심하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아마테라스의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크아아아!”

“으아아!”

태양 빛 신성력을 내뿜는 헌터들의 몸 위로 핏줄이 불거지며 헌터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이게 비장의 수였나?”

아마테라스를 향해 싸늘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태양 빛이 일렁이는 구슬을 삼킨 헌터들이 어떤 방법으로 신성력을 공급받는지 눈치챘으니까.

지금 아마테라스의 몸 위로는 옅게 신력이 분출되고 있었다.

헌터들은 단순히 구슬에 저장된 아마테라스 신성력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 구슬은 간단히 말하자면 ‘전송 장치’였다.

아마테라스의 신력을 일시적으로 가공하여 공급해 주는 전송 장치.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공급받는 만큼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네 병사들이 반병신이 되거나 죽을 수도 있는데?”

처용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아마테라스를 향해 말했다.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그 부작용은 심각할 테니까.

그러나.

[…….]

아마테라스는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침묵으로 일관하며 계속 신력을 뿜었다.

그녀 역시 오만한 선천적 신격, 승리를 위해 병사들을 소모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서로가 ‘동등해야 한다’라는 균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오?]

부채를 부치며 싸움을 지켜보는 천문이 운장을 향해 말하자.

[허허, 그래서 말하지 않았소? 힘의 총량으로 따지면 저 아이가 불리하다고.]

운장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저 아이 역시 잘 알고 있었소.]

천문이 운장의 말에 처용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하듯 바라보자.

[흐음……?]

처용이 옅게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상대는 무려 주신의 힘을 공급받고 강력해진 병사들이었다.

처용은 그런 그들을 상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저 아이가 어떤 싸움을 보여줄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오.]

운장이 그런 처용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렇군요.]

천문이 앞으로 벌어질 투쟁을 기대하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강렬한 태양신의 힘에 취한 요키라가 광소를 터트렸다.

“진형은 필요 없다! 당장 저놈을 죽여라!”

요키라의 명령에 그처럼 힘에 취한 헌터들이 마구잡이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명환부-섬광.”

처용은 돌진해오는 헌터들을 보며 빛 속성 마나를 모아 섬광탄을 터트렸다.

-피이이!

눈을 가리는 강렬한 섬광이 터졌지만.

“소용없다! 역천군주!”

요키라가 섬광탄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두 눈을 치켜뜨며 외쳤다.

무려 태양 ‘빛’을 상징하는 주신태양 빛의 힘을 공급받고 있었다.

처용이 터트린 섬광탄에 눈이 가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빛을 등진 처용이 선명하게 보였다.

“죽어라!”

요키라를 포함한 헌터들이 처용에게 검과 창을 내지르며 공격했다.

-푹! 퍼버버벅!

수십 개의 무기가 처용에게 박혀 들자 요키라의 얼굴에 환희가 피어올랐다.

그때.

“가짜에요!”

뒤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던 미우가 다급하게 외쳤다.

처용이 섬광을 터트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올 때.

그 찰나의 순간, 미우의 눈에 처용이 두 개로 분리되는 듯한 모습이 보였으니까.

게다가 역천군주가 헌터들에게 당하는 순간.

그가 던진 두 개의 투창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개의 무기들이 모두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역천군주가 당한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역천군주가 저리 허무하게 당할 리가 없었다.

“모두 조심해요!”

미우의 외침이 울리는 순간.

“늦었어.”

헌터들의 가장 뒤편에 있었던, 활을 치켜든 원거리 클래스 헌터의 뒤에 처용이 나타났다.

동시에.

-콰직!

마치 찌르려는 듯 오른손의 날을 세워 뒤를 잡은 헌터의 등을 꿰뚫었다.

그리고.

-푸화아!

헌터의 몸에서 무언가를 뽑아내고는 투쟁의 장 밖으로 헌터를 던져버렸다.

처용이 헌터의 몸에서 뽑아낸 것은 피가 얼룩져 있는 작은 구슬.

태양 빛이 일렁이며 뿜어져 나오고 있는, 신의 검객 길드 헌터들이 삼킨 구슬이었다.

[태양옥(太陽玉)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아티팩트를 삼킬 시 태양신의 신성력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참 재밌는 물건을 만들어냈어.”

구슬을 관찰한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자.

[네놈! 설마?]

아마테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악을 내질렀다.

아직 혹시나? 하는 생각일 뿐이었지만…….

“지금부터 신기한 걸 보여줄까?”

아마테라스의 머릿속에 스치듯 떠오른 불길한 생각이 맞았다는 듯.

-꿀꺽.

처용이 태양 빛이 일렁이는 구슬을 삼켜 버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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