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17화 (217/726)

#217화

아마테라스의 말이 울리자.

“이자나기의 주신께서 지시하신 일이라고요?”

커맨더가 아마테라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래, 모두 내가 지시한 일이다.]

아마테라스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성운이…… 아니,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터 데미갓 프로젝트를 준비했는지, 어째서 이런 계획을 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재앙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헌터들과 신관들도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진 병기가 필요했다.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이유였다.

[전 주신께서 연구하고 있었던 것을 내가 이어받은 것이다.]

아마테라스가 전 주신, 이자나기를 언급하며 말하자.

“고작 전 주신의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잡아다가 희생시키려 한 것입니까?”

커맨더가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감히! 고작이라고 말하느냐! 엄연히 세상을 위해서였다.]

아마테라스는 오히려 전 주신의 연구를 ‘고작’이라고 말하는 커맨더의 말에 분노를 표했다.

[나는 전 주신의 의지를 이을 것이다!]

동시에 아마테라스는 그 실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세상을 위해 이자나기가 준비한 거라고? 내가 아는 것하고는 많이 다른데?”

작은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혈선의 신관!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스승님을 혈선이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네가 망상에 잡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태양신.”

굳은 표정으로 아마테라스를 노려보며 처용이 말하자.

[신계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혈선이 재앙이 아니면 무엇이냐!]

[혈선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이 소리쳤다.

그리고.

[네놈의 스승은 성운의 주신을 살해했다.]

아마테라스가 처용을 노려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이자나기가 저지른 ‘범죄’는 정당하고?”

처용이 이자나기를 언급하며 말하자.

[감히! 신의 뜻을 죄라고 하는 것이냐!]

아마테라스가 분노한 듯 외쳤다.

“크. 크흐흐.”

처용이 그런 이자나기 성좌들을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감히-!]

“이봐, 이젠 네놈들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진실을 외면하는 건지 헷갈리거든?”

성좌들의 말을 자른 처용이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자나기가 금오도를 멸망시킨 이유는 그저 인간이 성장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였다.”

비단 이자나기 뿐만이 아니었다.

여래가 살해한 신격들 대부분이 그런 오만한 성향을 가진 신들이었다.

그리고.

“이자나기가 계획한 데미갓 프로젝트의 진실은 이거겠지.”

처용은 그런 오만한 성향을 가진 이자나기의 진짜 계획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특별한 수련을 받은 실험체들을 확보하여 병기로 만들고 성운의 힘을 키운다.”

야스라가 전해 준 데미갓 프로젝트 문서.

그리고…… 스사노오가 찾아낸 태초의 파편 등.

모든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처용이 세운 가설은 확실했다.

“이게 ‘범죄자’ 이자나기가 세운 ‘진짜’ 계획이다. 멍청한 놈들아.”

물론, 이 가설을 증명할 이자나기는 죽고 없다.

하지만, 굳이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라 해도 상관은 없었다.

“내 말이 틀린가?”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사실이었다.

[혈선의 신관……!]

아니나 다를까 아마테라스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경고하지! 함부로 전 주신을 모욕하지 마라!]

아마테라스가 처용을 죽일 듯이 분노를 담아 읊조렸다.

하지만.

“함부로는 지랄!”

처용에게는 씨알조차 먹히지 않을 협박이었다.

“이자나기가 뭐든 간에 내 입장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범죄자 새끼야!”

오히려 분노를 참는 것은 처용이었다.

이자나기를 포함한 오만한 신들이 벌인 짓거리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으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그 당시 사건을 일으킨 신격들을 모두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이자나기를 감싸는 신격들 역시 용서가 되질 않았다.

“뭐? 이자나기의 의지를 이어!?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오만한 이자나기의 의지를 잇는다는 말은 똑같은 짓을 저지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혈선의 신관! 더 이상 전 주신의 위엄을 모욕한다면-!]

아마테라스가 마지막 경고를 담아 말할 때.

“무책임하게 뒤져버린 새끼의 위엄 같은 소리도 지껄이지 마라!”

처용은 역으로 경고와 분노를 담아 외쳤다.

이미 죄를 짓고 죽어 버린 이자나기를 왜 따르는 것인지, 처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자나기의 의지? 네놈들이 받들어 모시는 빌어먹을 이자나기의 의지한테 내 말 똑똑히 전해!”

전 주신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 사실임에도 아마테라스는 끝까지 부정했다.

“한심한 새끼라고!”

처용이 볼 때, 이자나기 성운을 망가뜨린 주범은 다름 아닌 이자나기였다.

[죽여 버리겠다.]

-쿠구구!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한 아마테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태양 빛을 내뿜었다.

“할 수는 있고?”

-콰콰콰!!

처용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신살자의 힘이 섞인 신력을 내뿜었다.

“나한테 두 번이나 깨진 주제에 또 깨져 볼 텐가?”

처용이 아마테라스를 향해 덤비라는 듯 손을 까닥거리자.

-콰아아!!

아마테라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 빛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불길을 내뿜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일어나기 직전.

-쾅!

상황을 지켜보던 운장이 언월도를 들어 땅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아마테라스와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신력이 사라졌다.

[이곳은 투쟁의 장! 서로 ‘약조’ 없는 싸움은 허가할 수 없소.]

운장의 말이 울리자 아마테라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흐음……?’

처용은 운장을 보며 무언가를 짐작한 듯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후, 감사합니다. 태무신 님.”

스미스가 싸움을 중재한 태무신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무려 한 성운을 다스리는 주신급 성좌의 신력과 신살자의 힘을 지닌 인간의 신력이 마찰을 일으키는 상황.

그 상황을 떠올려 보니 다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친 스미스는.

“상황은 대충 알겠습니다.”

짧은 시간 들었던 말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데미갓 프로젝트를 계속 고집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과 신의 검객 길드를 바라보며 스미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상황을 끝낼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들이 무모하게 저지르려는 실험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테라스의 분위기로 봐서는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무모한 실험의 진행은 즉각 중단하는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스미스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위험한 실험을 멈추는 것을 제의했지만.

[감히! 하계종 따위가 신의 뜻을 거스르려 하지 마라!!]

아마테라스가 스미스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최후통첩을 이야기했다.

“네놈들이 무모한 짓을 계속한다면.”

[계속한다면?]

아마테라스가 처용의 말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하자.

“지구에서 이자나기 성운의 역사와 이름의 흔적을 전부 지우고 영원히 없애 버릴 것이다.”

처용은 성운, 즉 신에게 있어서 가장 공격적인 수를 두었다.

[……!]

[……네놈이!]

처용의 말에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뿐 아니라,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신들도 반응을 보였다.

성운의 역사와 흔적을 하계에서 영원히 지워지게 된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 성운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게 된다.

아니, 발전할 수 없는 것을 넘어서 점점 ‘쇠퇴’하게 된다.

처용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을 한 것이었다.

우주의 법칙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신을 기억하고 기리는 ‘기도’와 ‘기억’의 힘은 신, 즉 성좌의 힘과 연관되어 있었다.

회귀 전, 병사를 전부 잃은 성운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을 보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선천적 신격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인간들의 믿음은 신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다.

그 광경을 본 미륵이 처용에게 넌지시 이야기해 준 적도 있었다.

생각을 마친 처용이 아마테라스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젠 네놈들의 성지를 반파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완전히 밀어 버릴 거야.”

처용의 말이 끝나자.

“우리가 그것을 두고 볼 것 같으냐!!”

요키라를 시작으로 신의 검객 길드 헌터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안 두고 보면 어쩔 건데?”

처용은 그런 신의 검객 길드, 특히 요키라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후지산 꼭대기를 들어다가 도쿄에 처박아 버릴 생각인데, 무슨 수로 막을 텐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인 후지산.

처용은 진심으로 그 산을 떼어다가 도쿄에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나는 즉시 네놈들의 성지를 박살 내기 시작할 거야.”

“아, 잠시만 그 전에.”

커맨더가 처용을 부르며 말했다.

처용을 말리려는가 싶었지만.

“내가 뉴클리어부터 한 발 쏘고.”

커맨더는 오히려 처용의 테러에 동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 정돈 양보하죠.”

처용이 커맨더의 말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커맨더!”

“정녕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건가!?”

신의 검객 길드의 헌터들이 난리가 났다.

“실험을 멈추지 않겠다며?”

커맨더가 그런 신의 검객 헌터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이 애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이 애들을 납치하겠다는 말이잖아?”

데미갓 프로젝트의 강력한 실험 후보인 윤아와 연아.

커맨더가 두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그걸 두고 볼 것 같아?”

처용에 이어 커맨더까지 공격적으로 나오자, 회의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하계종들이 감히 신의 뜻에-!]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이 뭐라 말할 때.

[아주, 듣자 듣자 하니까 열 받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태양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신의 뜻이라고? 네놈들 논리대로 한번 해 볼까?]

아마테라스를 노려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신의 검객 길드 헌터들을 노려보고는.

[너희들 ‘대신’인 내 명령에 따라 전부 자결해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뭐 하자는 짓인가!]

[기계 장치의 여신! 미쳤는가!]

당연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에게서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신의 명령인데 안 들을 생각이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자나기 성운 성좌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기계 장치의 여신! 이게 뭐 하는-!]

아마테라스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분노를 표할 때.

[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싸늘하게 식은 은빛 눈동자를 일렁이며 아마테라스의 말을 끊었다.

그 모습을 본 커맨더는.

“화가 많이 나셨네…….”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성좌가 분노한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작게 말했다.

[대신이라고 다 같은 줄 아나 본데, 난 네년의 아비인 이자나기와 같은 격의 신격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자나기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녀는 태초신에게서 마지막으로 탄생한 1세대 선천적 신격.

반면에 아마테라스는 대신이라 해도 이자나기의 후손인 2세대 신격이었다.

서열 매기기를 좋아하는 신격들의 기준으로 따지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우위의 신격인 것이 맞았다.

[왜? 기분 나빠? 네놈들이 하는 짓거리를 그대로 당하니까 거지 같지? 이 머저리들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이 점점 빨라지며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속으로 작은 웃음을 지었다.

평소 나긋나긋한 성격과는 다르게 빠르고 거친 말들을 내뱉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녀가 진심으로 화가 났을 때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때.

[그쯤 하시오. 막내 공주님.]

미륵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타이르듯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왔군.]

무언가를 느낀 미륵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휘이이.

옅은 바람 소리와 함께 야스라와 스사노오가 나타났다.

[결국, 그 엇나간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오? 누님.]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하자.

[스사노오! 이 배신자가!]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를 보며 격한 감정을 내뿜었다.

스사노오는 그런 아마테라스를 잠시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내가 했었던 말은 잘 생각해 보았는가?]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을 응시하며 스사노오가 말하자.

[…….]

[…….]

스사노오의 시선을 받은 성좌들은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그 모습을 본 스사노오는.

[당신은 더 이상 주신의 자격이 없소.]

다시 아마테라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주신이 그릇된 욕망을 추구해서!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는가!]

[정녕…… 나와 적대하겠다는 것이냐?]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일 뿐이오.]

아마테라스의 말에 스사노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정말 적이 되겠다는 것.

두 남매가 서로 적대감을 비칠 때.

[이런 시기에 대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건가?]

미륵이 입을 열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 굳이 원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만…….]

“저희는…… 원하지 않습니다.”

스미스가 빠르게 미륵의 말에 대답했다.

스미스는 미륵, 관리자라 불리는 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간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대신들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신으로 파악되었다.

혹시 그라면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말한 것이었다.

미륵은 눈치 빠른 스미스의 대답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운장.]

운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 투쟁의 장을 이용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이곳의 ‘법칙’을 이용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미륵의 말에 운장이 잠시 생각하는 듯 짧게 침묵하고는.

[좋습니다.]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설마…… 이걸 노리신 겁니까?’

미륵을 향해 작은 웃음을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처용의 전음에 그 말이 맞다는 듯 미륵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미륵의 반응을 본 처용은 마치 그의 말을 들었다는 듯 대답했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