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젠장.”
닥터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혀를 찼다.
어떻게든 놈들이 도주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백호가 텔레포트를 준비하는 상급 마인들도 처치해 버렸기에 닥터만 막으면 되었었다.
하지만, 닥터의 병실 문을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스킬.
그 스킬을 막을 수가 없었다.
[통찰이 불가능합니다.]
강기를 되찾고 레벨이 상당히 올랐음에도 닥터의 스테이터스를 통찰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때문에 닥터의 병실 문을 여는 스킬에 ‘차단’ 또한 사용할 수 없었다.
어떤 스킬인지를 알 수 없었으니 차단 또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집행자나 솔저보다 강해 보이는데…….’
게다가 더 짜증이 나는 상황은.
‘그 꼬마를 죽였어야 했는데.’
뒤늦게 정체를 파악한, 어린 소녀로 보이는 상급 마인을 죽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처용조차도 뒤늦게 그 소녀의 정체를 파악한 이유가 있었다.
그 소녀는 처용이 알기로 상급 마인이 아니었다.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성장하는 검은 나무뿌리.
그것은 S급 마수이자 재앙의 나무라 불리는 존재였다.
재앙의 나무 티그라무트.
회귀 전, 일본 열도 전체를 단번에 쓸어버린, 말 그대로 재앙 같은 존재였다.
몇 번이고 헌터들이 힘을 모아 일본 열도를 탈환하려 시도했었지만.
이미 한 국가 전체를 덮어버린 재앙의 나무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회귀 전, 처용조차도 포기했었으니까.
그런데 재앙의 나무가 지금 시기에는 상급 마인이었다?
이 사실을 알아챈 처용은 다른 이들은 무시하고 그 소녀부터 죽이려 했었던 것이었다.
‘일본의 멸망, 데미갓 프로젝트, 재앙의 나무…….’
돌연 처용의 머릿속이 번뜩이며 어떤 생각이 지나갔다.
일본을 멸망시킨 재앙의 나무가 지금 시기에는 상급 마인.
이자나기 성운의 멸망과 데미갓 프로젝트.
혹시…… 이것들이 무언가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용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라이언이 마인이 되어버렸을 줄이야…….”
백호가 처용에게 다가오며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게다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소녀는…….”
심지어 처용이 재앙의 나무로 알고 있는 소녀를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우선 나중에 알아보고 지금 일부터 처리하죠.”
처용은 이 일을 마무리하고 나중에 자세히 묻기로 했다.
“맞아, 지금 할 일부터 해야겠지.”
백호 역시 처용의 말에 동의하며 씁쓸한 표정을 다잡았다.
“그랜드 실더 전원! 포위 섬멸을 시작한다!”
스티븐 역시 자신의 길드원들을 이끌며 다음 작전을 속행했다.
이제 남은 순서는 하나뿐!
남아 있는 잔당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이 일의 원흉을 처치하는 것이었다.
***
처용이 샬럿을 위협하는 제니퍼를 막 처치했을 무렵.
“모두…… 나를 믿는가!?”
목걸이를 움켜쥔 추기경이 살아남은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는 추기경님을 따릅니다!”
“교리를 위해!”
추기경의 말에 휘하 사제들이 광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추기경은.
“해방한다.”
목걸이를 거세게 쥐며 부수었다.
한번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힘이다.
그랬기에 끝까지 사용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러나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젠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오라! 가장 ‘강력한 대악마’의 어둠이여!”
추기경의 말과 동시에.
-슈아아아!
부수어진 목걸이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추, 추기경님!”
“그건!?”
갑작스럽게 짙은 마기가 나타나자 성기사와 사제들이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본 추기경은.
“받아들여라!”
뭐가 문제냐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강하게 말했다.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성기사와 사제 쪽으로 움직이고는.
“우리는 어둠으로 타락하는 것이 아니다! 어둠을 정복하는 것이다!”
광기 어린 표정으로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더 강해진 힘으로 저 이단들을 정화하라!”
추기경의 말에 주춤하던 성기사와 사제들이 마기를 받아들였다.
-스르르!
마기가 완전히 스며들자.
“크아아!”
“으아아!”
성기사와 사제들의 눈이 붉게 물들며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우드득! 우득!
몸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살이 점점 쪼그라들고 머리카락이 빠지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변한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언데드와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화르륵!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리며 붉은 귀화가 피어올랐다.
“데스나이트!?”
연화가 마기를 내뿜으며 변해버린 성기사들을 보고 침음을 흘렸다.
갑작스럽게 추기경이 내뿜은 강력한 마기.
그 마기에 감염된 성수의 기사들과 사제들이 모두 언데드로 변해 버렸다.
게다가.
“크흐흐흐, 진작 이걸 사용할 걸 그랬나?”
마기에 휩싸인 추기경이 음침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흘리더니.
-푸화화!
마기가 걷어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미라처럼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모습.
푹 파인 안구에서 번뜩이는 검붉은 안광.
검고 불길한 마기를 내뿜는 해골이 화려한 사제복은 입은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리치(Lich)잖아?”
루나가 추기경의 변한 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하자.
“리치라고!?”
연화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데드의 일종인 리치(Lich).
보통 알려진 바로는 마법사가 어둠에 타락하여 추악하게 변한 이들을 뜻했다.
문제는 리치라는 언데드의 위험성이었다.
이집트에 나타난 세계 최악의 던전 중 하나, 심연 속의 미궁.
그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바로 리치였다.
강력한 어둠의 마법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강력한 언데드.
심지어 데스나이트를 소환하고 지휘하기까지 하는 위험한 존재.
수많은 고레벨 헌터들이 달려들어 겨우 공략한 몬스터가 바로 리치였다.
그런 강력한 보스 몬스터인 리치가 나타난 것도 모자라…….
일반적인 리치도 아닌 추기경이라는 고레벨 헌터가 마기에 타락하여 리치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크크, 크하하하! 엄청난 힘이다아아!!”
추기경이 리치가 되어버린 스스로가 마음에 든다는 듯 광소를 내뿜자.
-콰아아!!
사방으로 강렬한 어둠이 번져나갔다.
그리고.
“으으으!”
“으아아!”
추기경이 내뿜은 어둠에 영향을 받은 듯, 언데드로 변한 사제와 성기사들이 괴성을 질렀다.
“추기경…… 님을…… 따르라!”
성수의 기사, 아니 데스나이트들이 안광을 번뜩이며 일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데스 블레이드!”
데스나이트들이 일제히 검을 내지르자.
-콰아아!
시커먼 마기가 뭉쳐 들더니 가장 가까이 있던 연화에게 반달처럼 쏘아졌다.
“파도의 검 – 세 번째 장!”
그 모습을 본 연화가 환도를 치켜들며 긴장했다.
“솟구치는 파도!”
연화가 환도를 살짝 내리며 밑에서 위로 베어 올리자.
-쏴아아아!
파도가 들썩이더니 마치 벽처럼 솟아올랐다.
-쿠쿵!
데스나이트들이 쏘아 보낸 마기가 파도의 벽에 막히는 듯 보였으나.
-푸화화!
이내 파도를 뚫고 연화를 향해 나아갔다.
“이런!”
연화가 환도를 움켜쥐며 대비하려 했지만 조금 늦은 상황.
그때.
“디펜드 팬텀!”
연아가 연화의 앞에 나타나 데스나이트들의 공격을 대신 맞았다.
-푸화아아!
공격을 대신 맞은 연아가 물처럼 터져나갔고 곧장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아오! 뭐가 이렇게 질척거려!”
마기에 닿은 탓인지, 연아의 몸 여기저기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너 괜찮아?”
연화가 걱정된 듯 묻자.
“문제없어.”
연아가 정말 문제가 없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촤아아!
마치, 손을 털어내듯 강하게 한 번 팔을 휘두르자.
-촤악! 주르륵!
검게 오염된 물들이 연아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마기에 오염된 부분을 분리해 털어낸 것이었다.
그때.
“신룡의 축복!”
뒤에서 보조하고 있던 윤아가 손을 뻗어 스킬을 발동하자 연화와 연아의 몸에 짙푸른 오오라가 일렁였다.
대상의 스테이터스와 방어력, 저항력을 높여주는 버프 스킬이었다.
“마기에 어느 정도 버틸 순 있을 거야.”
“땡큐.”
연아가 윤아의 말에 대답한 순간.
“예고합니다.”
윤아가 추기경과 언데드들을 노려보며 재차 일기예고를 발동했다.
“곧 다수의 천둥 벼락이 내리칠 예정입니다.”
일기예고가 끝난 순간.
-콰르르르릉!!
하늘에서 다수의 벼락 줄기가 지상으로 내리쳤다.
목표는 언데드로 변한 추기경과 사제들.
그 모습을 본 추기경은.
“소용없다.”
하늘로 손을 뻗어 마기를 분출했다.
“다크니스 베리어.”
추기경의 손아귀에서 뻗어 나간 마기가 반투명한 베리어를 형성했다.
-쿠궁! 파지지.
윤아가 소환한 벼락이 베리어에 내리꽂혔지만, 추기경이 만들어낸 베리어는 굳건했다.
벼락을 손쉽게 막아낸 추기경은.
“벼락은 이렇게 쏘는 것이다!”
윤아를 향해 검지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우웅!
추기경의 검지 끝에 불길한 마기가 뭉쳐 들더니.
“다크니스 라이트닝!”
-파지지직!!
윤아를 향해 검은 번개 줄기를 쏘아 보냈다.
“신룡의 가호!”
“워터 베리어!”
검은 번개를 본 윤아와 허공에 떠 있는 니모가 방어막을 펼쳤다.
-쿠궁! 파지직!
둘이 동시에 실드를 펼쳤는데도 실드에 금이 가며 부수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박살 나기 직전!
“블러드 실드!”
-촤아아아!
루나가 혈기를 뿜어 두꺼운 실드를 형성하고는 검은 번개를 막아내었다.
-파지지직!
혈기로 이루어진 방패에 검은 번개가 닿았고 그것마저 부수어지기 시작할 때.
“블러드 샷.”
-콰콰쾅!
루나가 혈기로 만들어진 방패를 자폭시켜 검은 번개를 날려 버렸다.
“아무래도…… 결계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네?”
“도와줘서 고마워요. 루나.”
연아가 루나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그때.
“다크 플레임 버스트.”
“다크 플레임 버스트.”
성역의 사제, 아니 이제는 데스 프리스트가 되어버린 언데드들이 일제히 마법을 영창했다.
-화르르륵!
허공에 마기가 섞여 검붉게 타오르는 불덩이들이 다수 만들어졌고.
-콰아아!!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며 폭격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 공격이 집중된 곳이 학교 사람들이 대피해 있는 중앙이라는 점이었다.
“젠장!”
연화가 재빠르게 환도를 치켜들고는.
“들이치는 밀물!”
파도를 쏘아 보내며 사람들에게 향하는 불덩이를 격추했다.
“블레이드 팬텀!”
윤아 역시 물이 뭉쳐진 듯 흐물거리는 악령들을 쏘아 보내며 불덩이들을 막아내었다.
데스 프리스트들이 쏟아내는 폭격을 잘 막아내나 싶을 때.
“크아아!”
“교리-를…… 위해!”
데스나이트들이 검을 치켜들고 파도를 뚫으며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표정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크크, 크하하하!”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다급해전 이단자들을 보며 추기경이 광소를 터트렸다.
“네놈들을 전부 잡아먹고 나의 에너지로 써 주마!”
추기경이 광기를 드러내며 외쳤다.
“커맨더도! 역천군주도! 전부 잡아먹고 내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재앙급 몬스터, 리치가 된 추기경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대악마의 마기를 받아들이고 어둠의 힘이 끝없이 솟구치는 지금이라면.
‘전부 찢어 죽여 주마!’
처용도, 커맨더도, 성자도 모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구의 헌터들을 모두 처치하고 힘이 더욱 강해진다면!
성좌도 능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크하하하하하!!”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상상에 추기경이 광소를 뿜을 때.
“모두 모여!”
루나가 결계를 맡던 뱀파이어 전부를 불러들이고 윤아 앞에 섰다.
동시에.
‘지금 상황이 좀 급해졌는데, 아직이야?’
피의 서약자인 처용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체크메이트.
처용의 대답이 곧장 들려왔다.
대답을 들은 루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체크메이트.”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처용이 했었던 말을 따라 말하자.
“……!”
옆에 있던 윤아 그리고 연화와 연아까지 그 말을 알아듣고 미소를 지었다.
“감히! 나를 앞에 두고 쳐 웃는 것이냐!?”
돌연 이단자들이 보이는 미소에 추기경이 일갈하며 외쳤다.
그때.
-파아아…….
학교를 고립시키던 외부의 결계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추기경은.
“크크, 크하하하! 어서 오너라! 나를 따르는 이들이여!”
자신의 세력이 드디어 합류했다고 생각하고 광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외부에 있는 이들까지 마기에 감염시켜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면!
능히 한국을 쓸어버리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결계가 풀렸다!
결계 밖에서 넓게 포진한 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추기경의 세력, 그리고 마인들이 아니었고.
-추기경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해라!
한국의 헌터들과 올림포스 세력들이었다.
게다가.
“추기경……!”
성자가 추기경을 바라보고는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다.
“성자? 네놈이 어떻게 한국에!”
추기경이 성자를 보며 당황했다.
분명, 계획대로 되었다면 그는 시노비들에게 잡혀갔을 테니까.
게다가 자신을 따르는 성수의 기사들에게 일이 잘못되면 성자를 죽이라 지시까지 해놨었다.
그런 성자가 살아있는 것도 모자라, 왜 지금 이 자리에 있단 말인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다니…….”
성자가 분노에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
“빛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언데드로 전락하기까지 한 것이냐!!”
추악하게 변해버린 추기경을 본 성자가 분노를 가득 담아 외쳤다.
언데드, 그것도 S급 몬스터인 리치로 변해버린 추기경.
성자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추악해 보였다.
끝없는 욕망을 갈망하는 악의적인 인간의 말로처럼 보였으니까.
“크, 크흐흐!”
추기경은 그런 성자를 보며 비웃음을 끌어올렸다.
“그래…… 감히 내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건방 떠는 네놈을 내 손으로 죽이는 것이 낫겠구나!”
자신은 지금 대악마의 마기를 받고 리치가 된 상태.
아무라 상대가 성자라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때.
“꿈 깨 이 새끼야.”
추기경의 옆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팔괘봉마진-대영멸(大永滅)!”
처용이 땅에 손을 짚으며 미리 준비해 둔 진법을 발동시켰다.
-파아아!
바닥에 학교 전체를 감싸는 진법이 나타나며 밝은 빛을 뿜어대었다.
-크아아!
-크헤에엑!
진법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마의 신력을 견디지 못한 데스나이트와 데스 프리스트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변의 헌터들이 달려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이이!”
추기경 역시 파마의 신력에 짓눌리며 침음을 토해냈다.
“혹시 몰라서 진법을 빡세게 깔았는데, 정답이었네.”
처용이 발버둥 치는 추기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마인으로 변모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리치로까지 변할 줄은 몰랐어.”
“이이……! 이, 이단자 놈이!!”
“큭, 크크! 생긴 꼬라지를 봐서는 네놈이 이단자인데? 추기경.”
추기경의 말에 처용이 그를 비웃었다.
“왜? 리치가 되면 세상을 지배할 줄이라도 알았나?”
“죽여 주마! 이단자 놈!”
처용의 말에 추기경이 분노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동시에.
-쿠구구!
짙은 마기를 세차게 뿜어대며 파마의 신력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평범한 마기가 아니라…… 대악마의 마기인가? 그것도…….’
처용이 추기경의 마기를 관찰하며 역천의 절을 들어 올리고.
“돕겠습니다!”
성자를 포함한 여럿 헌터들이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전투준비를 했다.
그 순간!
-콰아아아!!
추기경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마치 악마의 손처럼 변하더니.
-콰드드득!
추기경의 목덜미를 잡아채 들어 올렸다.
“커-커헉!? 이게…… 무슨?”
자신이 다루는 마기가 통제에 따르지 않고 되려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에 추기경이 당황했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나의 신물을 깨뜨리다니.]
마기가 더욱 증폭되며 거대한 뿔이 달린 해골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마기로 이루어진 5미터 크기의 해골이 나타나자.
-푸화아아아!
사방에 짙은 마기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헌터들을 밀어냈다.
“이 기운은…… 설마?”
마기에 밀리지 않고 버티던 처용이 갑작스레 나타난 해골을 바라보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익숙한, 회귀 전 끊임없이 싸워왔던 대악마의 마기!
[감히! 나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의 신물을 깨뜨린 대가를 받아가겠노라!]
마기를 통해 나타난 대악마의 분신은 다름 아닌 거대한 어둠이라 불리는 대악마.
판데모니움 서열 1위, 삼천마 중 하나인 바알이었다.
[네놈의 혼을 소멸시키고 육체를 받아가겠다!]
-콰아아아!
바알이 거센 마기를 내뿜으며 추기경의 입에 손을 집어넣고는.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사람 형체의 무언가를 뽑아내었다.
바알이 뽑아낸 것은 다름 아닌 추기경의 영혼이었다.
[사라져라! 벌레 같은 것!]
뽑아낸 추기경은 영혼을 강하게 쥐자.
-안 돼!!
추기경의 영혼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푸화아아아!
영혼이 터져나가며 추기경이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추기경을 단번에 처리해버린 바알의 분신이 고개를 돌리고는.
[크흐흐! 네놈이 디아블로의 난동을 막아낸 하계종인가?]
불길함 가득한 붉은 안광을 빛내며 처용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알……!”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과연,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건가?]
바알이 처용을 향해 입이 찢어질 듯,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하찮은 벌레들이여, 다가오는 종말에 어디 발버둥 쳐보거라.]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크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그 모습을 즐겁게 관람해주마…….]
-슈화아아아!
마지막 말을 마친 거대한 해골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뭉치며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