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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05화 (205/726)

#205화

테러가 일어난 왕십리역과 가까운 서울 그린벨트 숲.

나무로 가려진, 인적이 드문 장소에 누워있는 지푸라기 인형 하나.

-스르르.

돌연 지푸라기 인형이 제니퍼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젠장!!”

처용에게서 피신한 제니퍼가 몸을 일으키며 욕을 내뱉고는.

“빌어먹을 괴물 새끼.”

자신을 향해 칼을 내질러오는 처용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신전을 재건하고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았으면…….”

마치 목이 잘린 감각이 남아 있는 듯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제니퍼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발휘한 스킬은 바로 ‘사냥군주의 더미’라는 스킬이었다.

다수의 더미를 만들고 본체의 형상을 덧씌워 움직이는 스킬이었다.

여러 개의 목숨을 가진 듯 아주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단점이 있었다.

첫 번째가 바로 한 번에 하나의 더미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두 개의 더미를 번갈아 가며 조종하는 것까지 가능했지만, 말 그대로 두 개가 한계였다.

그리고 두 번째 약점.

‘이게 얼마나 비싼데……!’

더미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과 자본이 상당히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약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니퍼가 마치 누군가에게 감사를 전하듯 조용히 말했다.

“달의 여신이시여.”

그녀가 감사를 전한 이는 다름 아닌 아르테미스였다.

-상상 이상이구나.

아르테미스가 제니퍼의 말에 대답했다.

사냥군주의 더미, 마지막 약점.

이 스킬은 제니퍼 혼자서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지켜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겠어.

바로 성좌인 아르테미스가 도와주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마지막 약점이었다.

추가로 신전이 없어도 사용할 수 없었다.

아르테미스의 지원은 신전이라는 신호소를 통해서 받는 것이었으니까.

이것이 제니퍼가 급하게 신전을 재건한 이유였다.

-놈들의 작전은 망한 듯 보이니, 다 죽게 내버려 두고 도망쳐라.

“알겠습니다.”

아르테미스가 제니퍼에게 명령하듯 말하자 제니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오랜만이야. 제니퍼.”

제니퍼의 앞에 무장을 갖춘 누군가가 나타났다.

“제시카!? 어떻게!”

제니퍼가 눈앞에 나타난 불청객, 제시카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올림포스 길드장인 그녀가 왜 한국에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 장소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란 말인가?

“도망쳐도 내가 있는 장소로 먼저 올 줄이야.”

제시카는 경악을 표하는 자신의 사촌, 제니퍼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부로 너와의 악연을 끊어야겠다.”

제시카가 제니퍼를 향해 창을 겨누며 말하자.

-스르! 스르륵!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올림포스의 정예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니퍼를 둘러싼 십여 명의 헌터들은 전원 A급 헌터.

“이게 무슨……?”

아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제니퍼가 침음을 흘렸다.

“젠장!”

제니퍼는 우선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재빨리 활을 소환하고는.

“폭발하는 화살!”

새빨갛게 달구어진 화살을 걸어 제시카를 향해 쏘아 보냈다.

제니퍼의 화살을 응시한 제시카는.

“굳어라.”

은빛의 방패를 치켜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자.

-쩌저적!

제니퍼의 화살이 마치 돌이 되듯 굳더니.

-툭.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헌터로드…… 군주 클래스였다지 제니퍼?”

제니퍼의 공격을 가볍게 차단한 제시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군주’인 날 이길 수 있다고 보나?”

제시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전쟁군주의 영역? 어느 틈에?’

제니퍼가 주변 상황을 관찰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강렬한 신성력을 내뿜고 있는 제시카.

그리고 주변에서 자신을 포위한 A급 헌터들에게서도 제시카의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시카, 즉 전쟁군주의 스킬인 영역 선포였다.

전쟁군주는 자신과 함께 전장에 선 아군의 모든 능력치를 높여주는 능력이 있었다.

버퍼와 탱커, 지휘관 클래스의 능력을 발휘하는 복합적인 클래스가 바로 전쟁군주였다.

다만, 전쟁군주의 영역을 펼치려면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설마, 미리 예측하고!’

상황을 파악한 제니퍼가 이를 갈았다.

제니퍼가 이 상황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와중.

-척! 척!

주변을 포위한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이런 제기랄!”

제니퍼가 점점 다가오는 제시카와 헌터들을 보며 낭패감 가득한 목소리를 흘렸다.

사냥군주가 군주 클래스라고 해도 원거리 암살에 특화된 클래스였다.

이렇게 포위를 당한 상태에서는 재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제시카 혼자였거나, A급 헌터들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군주인 제시카가 직접 A급 헌터들을 지휘하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제시카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이 이전보다도 더욱 강해져 있었다.

“네가 빠져나갈 곳은 없어. 제니퍼.”

마치 발이 묶인 사냥감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듯 제시카가 다가오며 말하자.

“내가 쉽게 당할 것 같아!?”

제니퍼가 발악하듯 소리치며 재차 화살을 걸었다.

빠져나갈 수 없다면 최대한 피해를 입혀야 했다.

하지만.

“밀집해라. 포위해라.”

즉각적으로 내려지는 제시카의 지휘로 인해 피해는 거의 입히지 못했다.

결국.

“커헉!”

발악하던 제니퍼가 제시카의 아스트라페에 가슴이 꿰뚫렸다.

“크크큭, 멍청한 계집애.”

제니퍼가 제시카를 노려보며 비웃었다.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더미에 덧씌워진 상태, 죽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또 보게 될 거야.”

제시카가 그런 제니퍼를 마주 비웃고는.

-파지지직!

점점 지푸라기로 변해가는 제니퍼를 아스트라페의 뇌전으로 태워버렸다.

“메리, 다음 예측 장소는?”

제니퍼를 마무리한 제시카가 깃털 모양의 통신기에 대고 말하자.

-다음 예측 지점에는 리차드가 대기하고 있어.

메리가 대답을 했고, 그 대답을 들은 제시카는.

“우리도 이동하지.”

휘하 헌터들을 지휘하며 다른 장소로 은밀하게 이동했다.

***

처용이 성자를 구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무렵.

“왜? 뜻대로 잘 안 풀리나?”

몸 여기저기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백호가 눈앞의 적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회주에, 배신한 옛 동료에, 상급 마인들을 다수 상대했음에도 치명적인 상처는 없고.

“이게 전부였다면 너무 실망인데?”

-파지지직!

지치지 않는 듯 강렬한 전류를 뿜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전보다 강해졌군, 남조선 호랑이.”

백호와 맞붙던 솔저가 잠시 멀어지며 입을 열었다.

“레벨의 정체를 돌파한 건가?”

솔저가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한때 백호의 동료였던 라이언의 증언과 여러 루트에서 정보를 얻어 알아낸 사실.

커맨더에 이어 백호 역시 레벨의 정체를 맞이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했었다.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한계를 맞이한 헌터들.

반면에 마인들은 주기적으로 ‘마기’를 공급받는다면 레벨의 정체를 맞이하지 않는다.

때문에, 백호의 실력이 이전과 같다고 판단하고 그를 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백호는 레벨의 정체를 넘어서고 이전보다도 강해져 있었다.

“역천군주의 짓인가?”

솔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최근, 협회의 헌터들이 처용의 성지에 자주 출입한다고 하니.

아마도 처용이 백호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커맨더도?’

좋지 않은 생각이 든 솔저는.

“모두 철수한다.”

휘하 마인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은 속전속결이 생명이었다.

빠르게 협회의 주요 헌터들을 죽이고 빠지는 것.

그러나 예상외로 백호가 이전보다도 더욱 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솔저의 명령에 상급 마인들이 모여들며, 철수하기 위해 결계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결계가 완전히 걷힌 순간.

“나타났다.”

“포위해라!”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헌터들이 몰려와 둥글게 포위했다.

“무슨!?”

솔저를 포함한 상급 마인들이 당황할 때.

“나를 가둔 줄 알았지?”

지금껏 시간을 끌던 백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덫에 갇힌 건 너희들이었다.”

백호의 말에 솔저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 순간.

“결전기.”

포위망을 이룬 헌터들 사이로 두꺼운 방패와 갑옷을 갖춰 입은 남자.

올림포스의 방패라 불리는 스티븐이 앞으로 나서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어스 가디언!”

-쿠구구!!

그가 결전기를 발동하자 포위망을 이룬 헌터들 뒤로 흙과 바위가 솟구치더니.

-우워워!

10미터 크기를 지닌 기사의 모습으로 뭉치며 이십여 마리의 골렘이 나타났다.

데메테르의 신관만이 소환할 수 있는 땅의 수호자들이었다.

“올림포스가 어떻게?”

솔저가 스티븐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올림포스의 정예 헌터들과 데메테르의 신관이 왜 한국에 있는 것인가?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았다.

심지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이밍이 좋았네요.”

-파지직!

백호의 옆에 처용이 나타났다.

“역천군주! 제기랄!”

솔저가 처용을 확인하자 표정이 확 일그러지며 낭패감을 드러냈다.

“역시, 세계 헌터 회의에 숨어든 녀석이 네놈이었구나. 북한의 생존자.”

처용이 솔저를 알아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

스티븐이 손을 뻗으며 말하자.

-쿠구구!

어스 가디언들이 마치 좁혀오는 벽처럼 점점 다가왔다.

빠져나가기 힘든 포위망을 본 솔저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머리를 세차게 굴릴 때.

“어쩔 수 없군.”

리더가 백호와 처용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에블린.”

옆에 자리한 로브를 뒤집어쓴 키 작은 소녀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와다오.”

리더의 말이 끝나자.

“…….”

소녀가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쩌저저적! 촤아아!

돌연, 소녀의 손아귀와 로브 밑에서 시커먼 나무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어딜!”

그 모습을 본 스티븐이 어스 가디언들을 앞으로 보내 벽을 세웠다.

-쿵! 쿠쿠쿵!

검은 나무뿌리들이 어스 가디언들과 충돌했다.

그때.

“휘감아라”

검은 나무뿌리를 소환한 상급 마인, 소녀의 입에서 옅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촤르륵! 우드득!

검은 나무 뿌리들이 어스 가디언들을 휘감았다.

“흡수해라.”

다시 한번 소녀의 목소리가 울리자.

-우우웅!

나무뿌리들이 검은 오오라를 뿜어댔고.

-쩌저적!

어스 가디언들의 몸에 여기저기 금이 가더니 그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스티븐이 어스 가디언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검은 나무뿌리들이 어스 가디언에 응축된 신성력을 빨아들이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조심해라! 저 나무는 마나를 흡수한다!”

백호가 스티븐과 헌터들을 향해 경고했다.

저 나무뿌리에 뇌호의 앞다리가 휘감겼을 때, 결전기가 무너질 뻔했었다.

다만, 자신과 싸울 때는 저 작은 소녀로 보이는 마인이 뻗어대는 나무뿌리는 두 갈래가 한계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광범위하게 뻗어대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리더가 그녀를 향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분도 무언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검은 나무뿌리…… 익숙한데?’

처용이 검은 나무뿌리를 관찰하며 생각했다.

상급 마인으로 보이는 작은 소녀가 소환한 검은 나무뿌리.

뿌리의 모습과 느껴지는 기운, 능력을 보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흩어져라!”

상황을 빠르게 판단한 스티븐이 어스 가디언들을 향해 명령하자.

-파사사.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어스 가디언들이 흙과 바위 조각으로 변하며 무너져 내렸다.

목표를 잃은 나무뿌리들이 허공을 휘적일 때.

“어스 나이츠!”

스티븐이 재차 명령을 내렸다.

-촤자자자!

무너져 내렸던 바위와 흙 조각들이 다시 뭉치더니 3미터 크기를 가진 기사들로 변했다.

스티븐은 어스 가디언의 덩치를 줄여 파괴력을 낮추는 대신.

더 몸놀림이 빠르고 개체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었다.

“이 불길한 뿌리들을 치워라!”

스티븐이 명령함과 동시에 검을 뽑아 앞으로 달렸다.

그러자 덩치가 작아진 어스 가디언들과 올림포스의 정예들이 함께 나아갔다.

“오지 마…….”

검은 나무뿌리를 소환한 소녀가 옅은 소리로 말하며 다시 손을 뻗자.

-촤자자자!!

더욱 많은 나무뿌리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텔레포트는 아직인가!?”

다가오는 헌터들을 경계하며 솔저가 휘하 마인들에게 말하자.

“거의 다 됐습니다!”

상급 마인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

“목림부-수림강타(樹林强打)!”

처용이 다섯 장의 목림부를 소환하여 합장하고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쩌저저적!

처용의 발밑에서 금빛으로 일렁이는 나무뿌리들이 뻗어 나갔고.

-촤라라라!

검은 나무뿌리들을 휘감으며 바닥으로 끌어당겼다.

“아악!”

소녀로 보이는 마인이 무언가 영향을 받은 듯 비명을 질렀다.

목림부로 소환한 나무뿌리 덕분에 아주 잠시 길이 열렸고.

-파지직!

처용이 차륜 도끼를 꺼냄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목표는 나무뿌리를 소환하는 소녀로 보이는 마인.

처용의 모습을 확인한 리더가 기겁한 표정으로 처용을 가로막았다.

“그랜드 라이거!”

-크어어어!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자가 입을 크게 벌리며 처용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도끼를 굳게 쥐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천마신공-태산 쪼개기!’

-화르르륵!

맹렬하게 회전하는 화염과 함께 도끼날이 바위 사자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콰쾅!! 쩌저적!

도끼날에 정통으로 맞은 바위 사자, 그랜드 라이거가 반으로 쪼개지며 무너져 내렸다.

“크허헉!”

결전기가 무너진 영향으로 리더가 피를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지척에 다가온 처용이 도끼를 집어넣고 역천의 절을 꺼내 들었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소녀 마인이 소리를 지르며 처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촤라라라!

재차 검은 나무뿌리들이 처용에게 뻗어 나갔다.

그러나.

-사각! 사가각!

처용이 휘두른 역천의 절에 나무뿌리들이 단칼에 베여나갔다.

이윽고 처용의 칼날이 소녀의 목으로 향하는 순간.

“안 돼!”

리더가 소녀의 멱살을 잡아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몸을 틀었다.

-촤아아!

처용의 공격을 대신 받은 영향으로 리더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동시에.

“그랜드 라이거!”

-크허허!

반으로 쪼개진 바위 사자가 옆으로 돌진해오며 처용을 밀어냈다.

“새크리파이스 프리즌!”

리더가 남은 오른팔로 처용에게 손을 뻗으며 말하자.

-쩌저적!

그랜드 라이거가 돌조각으로 변하더니, 처용에게 뭉쳐 들었다.

결전기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구속 스킬이었다.

처용이 바위 더미에 갇혔을 때.

-커헉!

-크헉!

텔레포트를 준비하던 상급 마인들이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끝났다. 강철민, 라이언.”

마인들이 처용과 검은 나무뿌리를 제거하며 다가오는 헌터들에게 정신이 팔릴 때.

백호가 도망칠 준비를 하는 상급 마인들을 우선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제기랄!”

스티븐과 헌터들을 상대하던 솔저가 낭패감 어린 표정으로 외쳤다.

게다가.

-쩌저적! 콰쾅!

바위에 잠시 갇혔던 처용이 바위더미를 부수며 걸어 나왔다.

남은 것은 리더와 소녀, 솔저뿐.

진퇴양난이었다.

그 순간.

“메스!”

하늘 위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마인이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리섹션!”

1미터 크기를 가진 백여 개의 메스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대지의 수호!”

새로 나타난 적을 확인한 스티븐이 스킬을 발동하자.

-쏴아아!

어스 가디언들이 흙더미로 분해되며 마치 헌터들을 보호하듯 돔을 형성했다.

-파바바박!

흙더미에 메스들이 꽂혀들 때.

“팬텀 월!”

마녀가 리더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콰아아!!

시커먼 악령들이 땅 밑에서 솟구치더니 마치 리더와 소녀, 솔저를 보호하듯 벽을 형성했다.

“이런!”

거센 폭풍처럼 몰아치는 악령들로 인해 백호는 잠시 물러났지만.

‘천마신공-천마강림!’

천마의 의지를 불러낸 처용은 물러서지 않고 악령의 벽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오의-백귀야행!”

처용이 천마신공의 오의를 발동해 백귀를 소환하자.

-꺄아아아!

-크아아!

악령과 백귀들이 서로를 잡아 뜯고 할퀴며 난전이 일어났다.

그 틈에 처용이 악령의 벽을 뚫고 들어오자.

“또 보는군요.”

열 개의 메스를 허공에 띄운 닥터가 처용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처용은 닥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아공간에서 투창을 꺼내 들었다.

‘천마신공-투귀맹진!’

처용이 왼손에 움켜쥔 투창이 상어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고.

-투! 콰앙!!

리더의 옆에 있던 ‘소녀’를 향해 투척했다.

그 모습을 본 닥터는.

“다중 에이드 실드!”

소녀의 앞에 새하얀 벽 열 개를 세웠다.

-쾅! 쾅! 쾅! 콰콰쾅!!

처용의 투창에 새하얀 벽들이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지만, 마지막 두 장을 남기고 처용의 공격을 버텨내었다.

“어린 여자애한테 너무한 거 아닙니까?”

처용은 이번에도 닥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두 개의 투창을 더 꺼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눈앞의 ‘소녀’는 반드시 죽여야 했으니까.

그러나.

“클라우드 팬텀!”

마녀가 처용에게 악령들을 쏘아 보내며 방해했다.

처용의 주변에 검은 안개가 들어차며 시야를 막은 순간.

“또 보게 될 겁니다. 오버로드.”

-끼이이!

병실 문을 소환한 닥터가 남은 이들을 모두 구출하고는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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