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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204화 (204/726)

#204화

백호가 솔저, 상급 마인들과 맞붙고 추기경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백호 아저씨……!”

빌딩 옥상에 숨은 샬럿이 백호가 걱정된다는 듯 읊조렸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고 해도 상대는 의회주에 상급 마인 여럿이었으니까.

게다가 상대는 이전에 백호와 커맨더를 노렸었던 전 WHU 출신 고레벨 헌터.

이제는 S급 마인이 되어 더욱 강력해진 적이었다.

아무리 백호가 처용의 수련을 통해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해도 걱정은 되었다.

샬럿이 백호를 생각할 때.

-피이이!!

날카롭게 쏘아진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샬럿이 고개를 틀어 화살을 피하자.

-콰쾅!!

화살이 건물 외벽을 뚫고 반대편 건물까지 부수고 들어갔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네…….”

그 모습을 본 샬럿이 침을 삼키고.

-철컥!

아티팩트를 장전하며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감히! 힐러 주제에!

조금 떨어진 빌딩 옥상에서 제니퍼의 목소리가 울렸다.

-숨는다고 내 화살을 피할 것 같아!?

제니퍼의 외침이 울림과 동시에.

-피이이!

또다시 화살 한 발이 날카롭게 쏘아졌다.

“칫! 클로킹 점퍼!”

위험하다고 판단한 샬럿이 스킬을 발동하자.

-스르륵!

샬럿의 몸이 투명하게 변하며 사라졌다.

-콰콰쾅!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그리고.

-스르르.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샬럿이 나타났다.

몸을 투명하게 숨기고 근처 가까운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스킬이었다.

화살을 피한 샬럿이 아티팩트를 들어 제니퍼를 조준했다.

“정밀 유도탄.”

-철컥!

조준한 상대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총알로 함선 기술자 로완이 제작해 준 것이었다.

탄을 장전한 샬럿이 방아쇠를 당겼다.

-퓩.

총을 쐈다기에는 너무나도 희미하게 울리는 소리였지만.

-쐐에에!

그 소리와 동시에 발사된 총알은 제니퍼를 꿰뚫을 듯 강렬한 파괴력을 머금고 있었다.

“어딜!”

날아오는 총알을 정확하게 응시한 제니퍼가 빠르게 활시위를 당겼다.

-피잉! 타탕!!

샬럿의 총탄과 제니퍼의 화살촉이 허공에서 충돌하며 날카로운 소음을 자아냈다.

“쥐새끼 같은 것!”

제니퍼가 눈을 이리저리 굴림과 동시에 화살을 한 발 더 장전했다.

‘모습을 보이는 순간 네년은 끝이다!’

제니퍼는 눈에 불을 켜고 샬럿이 어디 있는지 수색했다.

그녀를 찾아내고 ‘눈’에 담는 순간, 이 싸움을 빠르게 끝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샬럿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제니퍼의 눈에 절대로 모습을 포착당하지 마십시오.

처용이 단단히 경고를 해 줬으니까.

‘사냥 군주라…… 위험하네.’

샬럿이 제니퍼를 경계하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상대는 무려 군주 클래스.

심지어 추적과 저격, 암살에 특화된 클래스였다.

지금처럼 은폐, 엄폐물을 이용한 싸움에서는 그녀를 이기기 힘들었다.

이나마도 샬럿이 유니크 클래스가 아니었다면 시간조차 끌 수 없었다.

그녀의 클래스는 시크릿 메딕.

어쌔신 클래스의 은밀함과 기동력을 가진 힐러 클래스였다.

그리고 그녀의 클래스가 가진 또 다른 능력.

‘마나 교란탄!’

샬럿이 손을 들어 마나를 모으자.

-촤라라락!

마나가 허공에 모이며 작은 캡슐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가진 스킬은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 캡슐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회복약이 담긴 캡슐뿐 아니라 독, 화염 등 다양한 능력이 담긴 캡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만들어낸 캡슐을 저격총 형태의 아티팩트에 장전시키면.

-철컥!

즉시 총알로 개조되어 발사할 수 있게 된다.

-퓩. 퓨퓩.

아주 작은 소음과 동시에 마나 교란탄 여러 발이 제니퍼 근처로 발사되었다.

-푸화! 푸화아!

마나 교란탄이 터지며 옅은 안개를 뿜어내었다.

“같잖은 수를!”

제니퍼가 감지 능력을 방해하는 안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샬럿은.

-철컥!

재차 정밀 유도탄을 장전하고 제니퍼를 조준했다.

상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

저격수가 저격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샬럿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찾았다.”

샬럿의 옆에서 제니퍼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스가악!

쿠크리 형태의 나이프를 굳게 쥔 제니퍼가 샬럿을 향해 칼날을 내질렀다.

-사각!

총을 겨누고 있는 자세인 샬럿의 머리와 팔, 아티팩트가 동강 나며 바닥에 쓰러졌다.

누가 봐도 샬럿이 당한 듯 보였지만.

-파지직! 파직!

“홀로그램? 이런 장난질을!”

제니퍼가 푸르게 흔들리는 샬럿의 시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후-, 정말 위험했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홀로그램이 순식간에 당하는 모습을 본 샬럿이 식은땀을 훔쳤다.

동시에 두 명의 제니퍼를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더미…… 아니, 분신인가?’

마나 교란탄으로 인해 인상을 찌푸리고 가만히 서 있는 제니퍼.

그리고 순식간에 나타나 쿠크리 나이프를 쥐고 홀로그램을 반 토막 내버린, 총 두 명의 제니퍼가 있었다.

샬럿이 제니퍼의 스킬을 파악하기 위해 자세히 지켜볼 때.

“홀로그램을 놓고 도망쳤어야지. 멍청아.”

쿠크리 나이프를 쥔 제니퍼가 정확히 샬럿이 있는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런.”

샬럿이 은밀하게 이동하는 스킬을 쓰며 즉시 도망쳤다.

그러나.

“내 ‘눈’에 모습을 보인 이상 끝이다.”

-피이잉!

활을 치켜든 제니퍼가 정확히 샬럿이 이동한 방향을 향해 여러 발의 화살을 쏘아 보냈다.

“이!”

샬럿이 급하게 몸을 틀고 앞으로 구르며 화살들을 피해냈다.

‘그동안 훈련을 소홀히 했으면…… 죽었겠어.’

화살에 허벅지와 등이 조금 스치긴 했지만, 빠르게 회피한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본래 힐러이자 저격수인 그녀가 체력 훈련, 그것도 근접 격투와 회피를 훈련할 이유는 없었지만.

-저격수라고 잡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련 당시 작정하고 숨은 샬럿을 단번에 찾아냈던 처용이 경고를 담아 권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육체를 단련했었다.

덕분에 샬럿이 제니퍼의 공격을 무사히 피하기는 했지만.

-피이! 피이이!

곧장 여러 발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었다.

“클로킹 점퍼!”

-스르르!

샬럿의 몸이 투명해짐과 동시에 근처 엄폐물로 빠르게 이동했다.

안전하게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어딜 도망가!”

-피이! 피이잉!

또다시 여러 발의 화살이 정확하게 샬럿이 있는 방향으로 쏘아졌다.

“젠장!”

기겁한 샬럿이 재차 이동 스킬을 발동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녀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을 때.

“잡았다.”

바로 옆에서 제니퍼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쿠크리 나이프를 쥔 제니퍼가 칼을 들어 올리고는 곧장 내리치고 있었다.

샬럿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고 미리 이동해 기다리다가, 그녀가 나타난 순간 가해지는 공격.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

샬럿이 낭패감 어린 단말마를 내뱉고 당하려는 순간!

-탁!

누군가가 순식간에 나타나 제니퍼의 쿠크리 나이프를 맨손으로 잡아챘다.

“잡았다.”

쿠크리 나이프를 맨손으로 잡은 처용이 제니퍼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여, 역천군-!”

처용을 보고 기겁한 제니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아악!

처용이 쥔 역천의 절이 제니퍼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졌다.

쿠크리 나이프는 이미 처용의 손아귀에 잡힌 상황.

처용의 칼날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사각!

제니퍼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그러나 반으로 갈린 시체임에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고.

-스르르.

곧 반으로 갈라진 지푸라기 인형으로 변했다.

‘사냥군주의 더미…….’

제니퍼의 스킬을 알고 있는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뢰신보.”

-파지직!

곧장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제니퍼를 추적했다.

“저 새끼가 왜 여기에 있어!”

이미 제니퍼는 처용을 확인하자마자 전력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샬럿을 추적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지만.

-파지지직!

처용이 순식간에 지척으로 다가왔다.

“네 여동생이 추기경한테 뒤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추기경한테 꺼져!”

제니퍼는 처용을 향해 외치며 도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아무리 역천군주라 해도 자신의 여동생이 위험한데 이 말을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갈 거야. 너부터 죽이고.”

처용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 싸늘하게 말하며 제니퍼를 계속 추적했다.

결국, 제니퍼는 처용을 떨궈놓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았다.

“학살의 소나기!”

제니퍼가 붉게 일렁이는 화살을 장전하여 하늘로 쏘아 보냈다.

그러자.

-촤자자자자!!

하늘에서 다수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나 지켜 멍청한 새끼야! 하하하!”

지금 추적전을 벌이는 장소는 도심 속.

즉, 이 빌딩 밑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를 요격하는 화살이 쏟아지니 헌터라면 사람들부터 지킬 터.

그 틈에 안전하게 도망치면 되었다.

“소용없어.”

처용은 그런 제니퍼의 속셈을 알아차리고는 역천의 절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검성류.’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화살들을 정확히 하나하나 응시한 후.

‘검의 비명!’

강기를 응축한 역천의 절을 빠르게 발도했다.

-촤자자자!!

역천의 절에서 뿜어져 나온 날카로운 강기의 조각들이 하늘로 쏘아졌고.

-파사사사!!

곧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들을 전부 격추해 버렸다.

“이 미친 괴물 새끼가!”

그 모습을 지켜본 제니퍼가 기겁했다.

설마,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십 발의 화살을 전부 격추해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이걸 처맞아도 무사하나 한번 보자!”

안 되겠다 싶은 제니퍼는 가진 스킬 중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스킬을 사용했다.

“결전기.”

제니퍼가 도주하던 몸을 빠르게 돌려 활을 장전하고 처용을 겨냥했다.

“심장을 꿰뚫는 화살!”

눈으로 조준한 상대의 심장을 목표로 쏘아지는 화살.

이 스킬은 조준한 상대의 심장에 닿을 때까지 자동으로 추적하기에 피할 수 없다.

심지어 모든 방어 스킬을 관통해 버리기에 막을 수도 없었다.

단 한 발, 필사(必死)의 위력이 담긴 화살.

-우우웅!

활시위에 건 화살이 검게 일렁이며 불길함을 자아냈다.

“뒤져!!”

제니퍼의 외침과 동시에 필사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쿠화아아!!

마치 검은 유성처럼 불길함을 자아내는 화살이 처용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제니퍼의 결전기를 본 처용은.

“크흐흐.”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런 방어 시도도, 들고 있는 칼로 쳐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제니퍼의 결전기가 처용의 심장에 닿은 순간!

-티팅!! 파사사…….

필사의 힘이 응축된 검은 화살이 허무하게 바스러지며 사라졌다.

“무…… 슨?”

제니퍼의 입에서 허무함 가득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상대가 처용이니만큼, 즉사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치명상을 입히며 자신이 도망칠 기회는 만들어 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전기를 맞은 처용은 아무런 피해도, 심지어 뒤로 밀리지도 않았다.

“이 괴물 새-.”

지척에 다가온 처용을 보며 제니퍼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각!

처용이 역천의 절을 휘둘러 제니퍼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후둑! 투두둑!

잘려나간 제니퍼의 머리와 몸이 떨어져 내렸다.

처용이 시체 옆으로 내려앉은 순간.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 마라.”

잘린 제니퍼의 머리가 처용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처용은 그런 제니퍼의 머리로 다가갔다.

“크크크, 과연 이게 전부일까? 아르테미스의 신관.”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보이며 제니퍼의 머리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사각!

역천의 절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반으로 쪼개 버렸다.

그러자.

-스르르.

머리가 분리된 제니퍼의 시체가 지푸라기 인형으로 변했다.

제니퍼를 놓쳤다고 볼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 더미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신전을 재건하긴 했나 보군.’

처용은 지푸라기에 남아 있는 달빛의 신성력을 감지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한 모습.

그리고 품속, 정확히는 심장이 있던 부근에 붙여져 있던 검고 납작한 돌을 꺼냈다.

중앙에 작은 스크래치가 나 있는 검은 돌은 다름 아닌 카투라의 허물 조각이었다.

‘지금의 제니퍼는 이 정도 수준인가?’

조금 전, 제니퍼가 쏘아 보낸 결전기인 심장을 꿰뚫는 화살.

처용은 제니퍼가 최후의 발악으로 결전기를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했다.

카투라의 허물은 강기를 되찾은 지금의 자신조차 부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한 물건.

거기에 처용이 호신강기와 금강불괴의 힘까지 더해 이중으로 대비했다.

아무리 제니퍼의 결전기라도 이 정도로 준비한 방어를 단번에 뚫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제니퍼의 결전기가 허무하게 막힌 결과 그녀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제니퍼는 이탈시켰다. 준비는?”

처용이 누군가를 향해 통신을 보내듯 입을 열었다.

-준비 오케이야!

-시작하면 되겠군요.

처용의 말에 응답하듯 메리와 제시카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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