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검은 게이트를 빠져나온 거대한 덩치의 마수는 무려 3마리였다.
“스톤 고릴라, 매드 스콜피온, 퀸 맨티스 모두 B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들입니다.”
감지와 간파 스킬을 지닌 헌터 하나가 마수들을 관찰하며 말했다.
“마수가 되었으니 A급 보스 몬스터라고 보면 되겠네요.”
현아가 말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두 명씩 짝지어서 상대하고 남은 분들은 불청객을 대비하죠.”
“부탁하지.”
현아의 말에 여섯 명을 제외한 나머지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은 헌터들은 각각 두 명씩 짝을 지어 마수들과 마주했다.
-쿠워워워!
본래 온몸이 바위로 이루어진 고릴라 모습의 보스 몬스터, 스톤 고릴라.
마수가 된 영향으로 피부에 여기저기에 가시가 솟구쳐 있었고 시커먼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마수가 되어버린 스톤 고릴라를 마주한 현아는.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부탁해요.”
자신과 짝을 이룬 헌터를 향해 말했다.
“오케이.”
현아의 말에 대답한 마법사 클래스 헌터가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계를 펼쳤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결전기.”
-우우웅!
마치 용암의 기포처럼 끓어오르는 붉은 마나를 내뿜으며 스킬을 발현했다.
그녀가 발현한 스킬은 다름 아닌 헌터들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스킬.
지금 시기에는 백호를 포함한 극소수의 헌터들만이 익힌 결전기였다.
“용암 수호자 - 라바 가디언!”
현아가 결전기를 발동하자.
-쿠구구!
그녀의 앞에 마수와 비슷한 덩치를 지닌 무언가가 지면을 뚫고 솟구쳐 올라왔다.
마치 용암이 뭉쳐 만들어진 듯 이글거리는 골렘.
-으워어어!
현아가 소환한 결전기, 라바 가디언이 용암으로 방패와 검을 형성하고 마수에게 돌진했다.
-쿠쿠궁!!
거대한 덩치를 지닌 마수와 골렘이 서로 충돌했다.
마수는 현아의 결전기를 상대로 잘 싸우는 듯 보였지만.
-치이이!
화염이 이글거리는 라바 가디언을 상대로 점점 밀리고 있었다.
힘은 서로 엇비슷했지만, 상성의 문제였다.
현아의 결전기, 라바 가디언이 마수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을 때.
“또 나오려나 본데?”
결계를 펼치고 사방을 경계하며 현아를 보조하던 헌터가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우우웅!
그의 말대로 게이트가 일렁이며 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동료의 말을 들은 현아는.
“플레임 버스트!”
가진 스킬 중 가장 화력이 강한 스킬을 마수에게 사용했다.
-화르르륵!
4미터가 넘어가는 크기의 화염 구체 다섯 개가 만들어졌고.
-쿠콰과과쾅!!
라바 가디언에게 밀리고 있는 마수를 향해 폭격처럼 쏟아졌다.
숯덩이가 되어버린 채 마수 하나가 완전히 끝장났다.
그리고.
“쩝 늦었군.”
“우리도 결전기를 익히든지 해야지 원.”
각각 또 다른 마수를 상대했었던 협회의 정예 헌터들이 마수를 마무리하고 다가왔다.
“나옵니다.”
시커먼 게이트를 바라보며 경계하던 현아가 말하자 헌터들이 잡담을 그만두고 집중했다.
-크아아!
-크워어!
여러 마리의 마수들이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고.
-쿠워!
라바 가디언이 게이트 앞을 막아서며 마수들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골렘이 마수들의 공격을 막는 탱커 역할을 하는 동안.
“튀어나가지만 못하게 막아!”
“오른쪽은 내가 맡지!”
남은 헌터들이 마수가 이 장소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게이트 앞을 사수했다.
현아를 포함한 협회 정예 헌터들이 마수를 상대할 때.
“보이는 놈들을 다 죽여!”
“이단자들을 심판하라!”
마인들과 추기경을 따르는 교단의 배신자들이 현장에 난입했다.
그들의 목표는 한국의 헌터로 보이는 이들.
특히 시민들을 보호하며 인솔하고 있는 이들을 사살하는 것이 목표였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는 만큼, 싸움에 집중하기 어려웠으니까.
그 헌터를 죽이고 보호받던 이들도 모두 사살한다.
마인들은 살인을 통해 더욱 힘을 쌓을 수 있었고.
교단의 배신자들은 모두 추기경을 따르는 광신도.
그들은 한국 자체를 ‘이단’으로 규정했기에 손속에 거리낌이 없었다.
“젠장!”
“이 미친놈들이!”
시민들을 대피시키던 헌터들이 낭패감 어린 표정으로 외쳤다.
이곳은 도심 속, 게다가 시민들을 대피하고 보호하는 와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인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좋지 못했다.
그때.
“모두 가세요!”
정훈이 헌터들 앞에 나타나며 외쳤다.
동시에 헌터들과 시민들을 노리는 이들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어서!”
정훈이 한 번 더 헌터들을 향해 외치자.
“부탁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헌터 하나가 빠르게 대답하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대피했다.
“큭, 고작 C급 헌터 나부랭이가!”
마인 중 하나가 정훈을 알아보고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협회 헌터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길을 막아선 헌터는 각성한지 얼마 안 된, 고작 C급 헌터.
이쪽은 무려 B급 다섯이었다.
그러나.
“하, C급 헌터?”
정훈이 마인의 말을 역으로 비웃고는.
“결전기 - 군용창병!”
얼마 전에 완성한 자신만의 결전기를 사용했다.
-스르르!
정훈의 몸에서 솟구친 마나가 옆으로 늘어나더니 정훈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자 창을 겨누며 마인들을 막아선 정훈이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마치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는 분신술처럼 보였다.
“결전기!?”
“……A급 헌터라고?”
정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마나를 감지한 마인들이 주춤거리며 중얼거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저 새끼는 각성한지 1년이 조금 넘었다고!”
탐지와 감지에 특화된 마인 중 하나가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듯 외쳤다.
게이트 사건이 발생하고 10년.
최초로 각성한 이들 중에는 아직도 99레벨을 돌파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각성한지 고작 1년 조금 넘은 애송이가 A급 헌터가 되었다?
게다가 A급, S급 헌터들 중 극소수만 가지고 있다는 결전기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너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다!”
당황하는 마인들을 향해 흉흉한 눈빛을 빛낸 정훈이 싸늘하게 말했다.
협회의 정예 헌터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A급에 도달한 막내.
그리고 현아보다도 먼저 결전기를 완성해낸 천재이자 신동.
“이 앞으로는 그 누구도 보낼 수 없다!”
정훈이 오른쪽 발을 뒤로 빼고 창끝을 적들의 ‘머리’를 향해 겨누며 외치자.
-척!
양옆에 나열된 분신들이 같은 자세를 취했다.
마인들이 경계를 취하며 주춤거리고 있을 때.
“고작 이단자 한 명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라!”
“저 간악한 이단자를 죽여라!”
추기경을 따르는 교단의 배신자들이 나타나 정훈에게 달려들었다.
전부 일곱 명의 B급 헌터들.
게다가.
-우우웅!
그들 중 두 명은 마인들처럼 불쾌한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여섯 명의 적들이 정훈과 거리를 점점 좁혀오는 순간.
-삐이이!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고.
-후욱!
시커먼 무언가가 교단의 배신자들 중 두 명을 잡아채 하늘로 솟아올랐다.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두 명이 순식간에 하늘로 잡혀 올라가자.
“뭐?”
“무슨?”
남은 네 명의 헌터들이 당황한 듯 하늘을 응시했다.
정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쐐에에엑!
빠르게 돌진하여 창을 내질렀다.
“무슨?”
“빠, 빠른-!”
예상을 웃도는 정훈의 속도에 교단의 배신자들이 당황했고.
-푸푸푹! 푸욱!
그 소리가 교단의 배신자들 대부분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소리가 되어버렸다.
다섯 명의 정훈에게 교단의 배신자들이 각각 급소가 꿰뚫렸을 때.
-쿵! 쿠쿵!!
하늘로 잡혀 올라갔던 두 명의 헌터가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지상으로 추락해 떨어졌다.
동시에 정훈의 위로 날개를 크게 펼친 독수리 형태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하얀색과 짙은 밤색이 섞인 날개.
무엇이든지 잡아챌 수 있을 것 같은 튼튼하고 날카로운 맹금류의 발톱.
독수리 형태의 날카로운 선과 눈매를 자랑하는 외형의 이종족.
“감사합니다. 차루스 님.”
정훈이 자신을 도와준 이종족, 조인족들의 대장인 차루스 호크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이 더러운 괴물이 신성한 사제들을! 감히!”
정훈과 차루스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헌터가 이를 갈며 외칠 때.
“말이 많아.”
두 명의 정훈이 양옆에서 나타나 살아남은 교단의 배신자를 마무리했다.
“커헉!”
가슴과 옆구리를 꿰뚫린 헌터가 단말마를 내뱉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정훈이 사용한 결전기, 군용창병의 능력은 간단했다.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분신을 다수 생성하는 것.
그 분신들과 함께 창병 특유의 합격기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하는 이의 능력과 센스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스킬이었다.
순식간에 일곱에 달하는 B급 헌터가 쓰러지는 걸 본 마인들은.
“……철수한다.”
정훈과 맞설 생각을 하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려 도주했다.
“다른 놈들에게도 알려! ‘예외’가 발생했다고!”
마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명령하듯 말하자, 마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을 지키게, 추적은 내가 맡지.”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을 본 차루스가 정훈에게 말하자 정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젠 내가 네놈들을 ‘사냥’해 주마!”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냥감들을 바라본 차루스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추적을 시작했다.
‘……문제는 없겠지.’
정훈이 그 모습을 보고 사방을 경계하며 생각했다.
차루스 역시 마수 실험장에 붙잡혀 있었던 이종족이었다.
그는 동족들을 학살하고 생체 실험에 쓴 마인들에게 엄청난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런 차루스는 조인족들이 처용의 성지에 머무르는 대가로.
-내 날개와 발톱이 그놈들을 찢어발길 것이다.
앞으로의 싸움에서, 특히 마인들과의 싸움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게다가 차루스의 무력은 헌터로 비교하자면 150레벨 수준.
심지어 빠르게 하늘을 날 수 있으니, 지금처럼 하늘이 탁 트인 환경에서는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했다.
그런 차루스가 마인들을 직접 추적하는 이상, 놈들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리고 한국 헌터들을 돕는 이종족은 차루스만이 아니었다.
협회의 라이센스를 받은 ‘전투에 특화’된 몇몇 이종족들이 헌터들을 돕고 있었다.
정훈이 주변 상황을 살피며 생각할 때.
“감사합니다. 이쪽 구역은 끝났습니다.”
시민들을 대피시키던 협회의 헌터들이 정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직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곳을 지원합시다.”
“알겠습니다.”
주변을 살피던 정훈이 협회 헌터들에게 말하자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한국 헌터 협회의 헌터들이 테러를 수습하고 습격자들을 막을 때.
-파지직!
백호는 자신을 피해 도망치는 저격수를 추적하고 있었다.
‘제니퍼가 확실하군.’
아슬아슬하게 감지될 듯 말 듯 흐릿한 기척을 가진 궁수.
심지어 최고 속도로 자신이 추적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잡히질 않는 상대.
처용이 사전에 말해주었던 정보대로 상대는 배신한 올림포스 성좌의 신관.
제니퍼가 확실해 보였다.
추적을 계속하던 백호가 근처 공원 잔디밭에 발을 디딘 순간!
-우우웅!
주변의 환경이 우거진 숲속으로 뒤바뀌었다.
“흠?”
백호가 결계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사악!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살기가 느껴졌다.
“흡!”
백호가 머리를 틀어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파지직!
굳게 쥔 오른손 주먹에 벼락을 응축시켜 위로 내질렀다.
-타악!
습격한 상대가 백호의 주먹을 가볍게 막고 거리를 벌리며 나타났다.
“오랜만이구만.”
양손에 마치 톱날 같은 단검을 쥔 습격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솔저…… 아니.”
백호가 자신을 기습한 S급 마인, 솔저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강철민.”
전 WHU 소속이었던 고레벨의 헌터.
그러나 WHU의 고위 임원을 살해하고 마인들에게 투신하여 의회주가 된 배신자.
“네가 추기경을 도울 줄이야.”
백호가 솔저, 아니 강철민을 향해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크크.”
철민은 그런 백호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내 그때는 남조선의 태권도를 너무 물로 봤어.”
-스릉!
단도를 움켜쥐고 칼날을 교차하며 말했다.
그러자.
-스르르.
철민의 옆에 네 명의 상급 마인들이 추가로 자리했다.
“겨우 물로 보는 정도로 그치면 안 될 텐데?”
백호가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대답하고는.
“결전기-뇌호!”
-파지지직!
강렬한 전류를 내뿜으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상대는 S급 마인에 상급 마인 네 명.
절대로 가볍게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벽력권!”
백호는 가진 스킬 중 가장 파괴력이 강력한 스킬을 발동했다.
이 일대를 뒤집어 놓음과 동시에 결계를 부술 생각이었으니까.
-크허허어!
강렬한 전류가 응축된 백호의 주먹과 뇌호의 앞발이 철민을 향할 때.
“결전기-그랜드 라이거.”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쿠구구!
지면에 솟구치며 나타난 것은,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자였다.
-콰콰쾅!!
벼락을 내뿜는 호랑이의 앞발과 바위로 이루어진 사자의 앞발이 충돌했고.
백호의 주먹과 상급 마인의 주먹이 서로 충돌했다.
동시에 상급 마인의 로브가 뒤로 넘어가며 얼굴이 드러났다.
“너, 넌!?”
백호가 자신과 맞서는 상급 마인의 얼굴과 그가 사용한 결전기를 알아보고는 경악을 내뱉었다.
“라이언! 네가 왜!?”
백호의 입에서 경악이 퍼지자.
“오랜만이야. 권백호.”
백호를 막아선 리더, 아니 라이언이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도대체 왜!?”
아주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 백호에게서 울리자.
“저격을 막은 샬럿도 처리해야 합니다.”
라이언은 그 말을 무시하고 솔저, 철민을 향해 말했다.
“이미 제니퍼가 추적 중이다.”
솔저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눈앞의 백호를 마주했다.
“옛 동료를 마주한 기분이 어떤가? 남조선 호랑이.”
“어째서!?”
그 말에 백호가 리더, 옛 동료였던 라이언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붙잡아라. 라이거!”
리더는 백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결전기를 다루며 백호를 공격했다.
-크르르!
바위 사자가 백호의 결전기 뇌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르!
-크허허!
벼락을 내뿜는 호랑이와 바위로 이루어진 사자가 재차 충돌했고.
“스톤 프리즌!”
리더가 마기를 내뿜으며 백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백호 역시 마주 주먹을 뻗어 막았지만.
-쿵! 쩌저적!
리더의 손과 백호의 주먹이 충돌한 순간 주변에서 돌조각들이 튀어나와 마치 백호를 구속하듯 달라붙었다.
“하압!”
백호가 기합을 내지르며 마나를 내뿜자.
-파지지직!
구속하듯 달라붙어 오던 돌조각들이 재가 되며 사그라졌다.
그 순간.
-쐐에에엑!
솔저를 포함한 남은 세 명의 상급 마인들이 백호를 사방에서 기습했다.
피할 곳도 전부 막을 수도 없는 상황.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백호는 왼손을 뒤로 뻗고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을 폈다.
동시에.
“뇌류 반탄장!”
몸을 뒤로 빼내며 오른손과 왼손을 펴고 마치 태극을 그리듯 회전했다.
솔저의 칼날과 백호의 손바닥이 맞붙은 순간!
-팅!
마치 단단한 강철을 두드린 듯 둔탁한 소음이 울리며 공격이 튕겨 나갔다.
다른 상급 마인들의 공격 또한 마찬가지.
“뭐지?”
솔저가 처음 보는 백호의 스킬에 의문을 내뱉었다.
“새로운 스킬을 익혔군…….”
정면에서 백호를 막아서던 리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마인들의 기습을 막아낸 백호는.
“직접 써보니 정말 체감되네.”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아주 개사기구만.”
백호가 마인들의 공격을 막은 스킬.
그 스킬은 다름 아닌 수련탑의 금강역사, 반야의 반탄장이었다.
백호는 그간 반야와 수십, 수백 번을 대련하며 반야의 기술을 관찰했고.
반복된 수련 끝에 반야의 반탄장을 따라하고 연습하여 스킬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위기를 벗어난 백호가 옛 동료였던 헌터, 이제는 마인이 된 리더를 응시했다.
“그 일 때문에 마인이 된 거냐? 라이언.”
백호가 진지하게 묻자.
“…….”
리더는 무표정을 구사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고 달라질 건 없다.”
솔저가 백호를 경계하듯 응시하며 말했다.
“남조선 호랑이,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과연 그럴까?”
백호는 그런 솔저의 말을 역으로 비웃었다.
옛 동료 라이언이 마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예상 못 했지만.
지금 자신이 유인당한 이 상황 자체가 이미 ‘계획대로’였다.
“이전에 싸웠던 나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네놈이 죽을 거다!”
-파지지직!
백호가 강렬한 전류를 내뿜으며 본격적으로 싸울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본심은 역으로 이들을 잡아두는 ‘시간 끌기’ 역할.
백호는 확실하게 마인들을 이곳에 묶어 둘 생각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