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99화 (199/726)

#199화

“방해하지 마라! 역천군주!”

가토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이자나기 성운을 적으로 돌릴 셈인가!?”

거대 길드와 성운의 이름을 들먹여 봤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흉흉한 눈빛을 빛내는 처용에게 통할 리가 만무했다.

아니, 처용은 통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나를 적으로 돌릴 생각인가? 머저리들?”

역으로 협박을 가해왔다.

싸늘하게 읊조리는 처용의 말에 교단의 배신자들과 시노비들이 주춤거렸다.

상대는 에덴의 대천사 여럿을 힘으로 압도한 괴물이었다.

아직…… 성자를 잡기 위해 준비한 카드가 더 있었지만…….

“보여줄 게 있으면 다 꺼내는 게 좋을 거야.”

눈앞의 괴물에게 과연 그것이 통할지가 의문이었다.

“젠장! 천라진(天羅鎭)을 펼쳐라!”

가토의 말에 시노비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서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물러선 시노비들이 일제히 땅을 짚었다.

“비술-천라진!”

“비술-천라진!”

시노비들이 일제히 외치자.

-후우우!

주변에 깔린 안개가 더욱 짙어짐과 동시에 사방을 짓누르는 압력이 가해졌다.

“크-!”

“이런…….”

시노비들을 경계하던 야스라와 성자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거기 죽어가는 양반이나 좀 돌보십시오. 성자.”

처용은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성자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천라진…… 시노비들의 비술(祕術)인가?”

마치, 전시실을 감상하는 관객처럼 평온한 분위기로 진법을 관찰하며 말했다.

“아무리 역천군주라 해도! 이건 쉽지 않을 거다!”

가토가 처용을 향한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다음 수를 준비하며 외쳤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피식 웃어 보이고는.

“압제.”

징벌자의 권능 중 하나를 사용했다.

-우우웅!

처용에게서 붉은 파동이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주변의 적을 무력화시키고 버프 스킬을 해제하는 권능인 압제.

그간 신력을 많이 회복하고 강기를 되찾은 지금, 이 권능 역시 이전보다 강해져 있었다.

[징벌의 압제]

[주변의 적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모든 능력을 해제하고 무력화시킵니다.]

[대상과의 격차가 클수록 압제의 능력이 약해집니다.]

본래 압제의 능력은 징벌자인 처용이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의 능력치를 감소시키고 버프를 해제하는 능력이었다.

모건을 죽이는 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권능.

이제는 버프 해제와 능력치 감소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적’이라고 인식한 상대의 ‘이로운 능력’ 전부를 해제하고 무력화시키는 것.

버프형 스킬과 포션 뿐만이 아닌, 진법이나 결계 또한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우웅!

검붉은 파동이 처용을 중심으로 넓게 퍼진 순간.

-쿠궁! 쩌저적!

마치 지진이 울리듯 주변이 크게 한 번 진동했다.

그러자.

“크윽!?”

“이게! 무슨?”

진법을 펼치던 시노비들이 자세를 무너뜨리며 침음을 흘렸다.

그중 몇몇은 진법이 흔들린 영향으로 옅은 피를 토해내기까지 했다.

‘그저 힘을 내뿜기만 했는데도…… 천라진이 흔들렸다고?’

가토가 경악한 표정으로 처용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무려 자신을 포함해 이십 명이 넘는 시노비가 펼친 궁극의 진법이었다.

성자라 해도, 아니 커맨더라 해도 이 진법에 제대로 걸리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

하지만.

“오? 버텼네? 역시 이자나기의 정예 병사들다워.”

처용은 천라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처용의 공격은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버티나 볼까?”

-쿠우웅!

다시 한번 처용에게서 붉은 파동, 압제가 뿜어져 나왔고.

-파창창!

시노비들이 펼친 천라진과 안개의 진법이 완전히 무너졌다.

“커헉!”

“크흑!”

이를 악물고 진법을 유지하며 버티던 시노비들이 비틀거리며 자세가 무너졌다.

“이 이단자가!”

“네놈은 존재해서는 안 될 괴물이다!”

처용의 힘을 마주한 교단의 배신자들이 뭉치며 소리쳤다.

그러자.

“배신자 새끼들이 말이 많아.”

처용이 교단의 배신자들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발도 자세를 취했다.

-우우웅!

처용에게서 강기가 일렁이며 뿜어져 나오자.

“전부 뭉쳐라!”

“홀리 가드!”

성수의 기사들이 뭉치며 방패를 내세우고 B급 헌터들이 그 뒤를 보조했다.

처용은 검을 내지르기 전.

“압제.”

다시 한번 압제를 발동했다.

-우우웅!

처용에게서 검붉은 파동이 뿜어져 나와 교단의 배신자들을 휩쓸자.

-파사사…….

그들을 보호하고 힘을 더해주던 성수와 빛의 마나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스킬이 강제로 해제된 성수의 기사들과 헌터들이 당황할 때.

“검의 비명.”

처용이 역천의 절을 내질렀다.

상대가 준비한 방어가 완전히 무너진 순간을 노린 공격이었다.

-스가가가각!!

역천의 절에서 흘러나온 무수한 강기의 파편들이 교단의 배신자들을 덮쳐들었다.

“젠장!”

“라이트 무브!”

성수의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발을 박차 몸을 뒤로 빼냈지만.

“컥!”

“크어!”

B급 헌터들 중 대부분은 단말마만 내뱉은 채 조각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피신한 성수의 기사들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이봐!? 젠장!”

다섯 명이었던 성수의 기수 중 두 명이 버티지 못하고 즉사했다.

살아남은 이들조차 치명적인 검상을 입거나, 팔다리가 잘려나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악마 같은 이단자 놈이!”

동료의 죽음에 격분한 성수의 기사가 처용을 향해 분노하듯 소리치자.

“유언은 그게 끝이냐?”

처용이 역천의 절을 어깨에 걸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때.

“태양문의 진법!”

성수의 기사들이 잠깐의 시간을 끈 사이, 시노비들이 준비를 마친 듯 또 다른 진법을 그려내었다.

동시에 조금 전 야훼를 쫓아낼 때 사용했던 붉은 돌조각들을 움켜쥐고 땅에 꽂았다.

-파아아!

지면에서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태양 빛이 새어 나왔고.

-화아아.

가토의 옆에 빛무리가 뭉치더니 여인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화신체는 아니고…… 분신인가?”

처용이 가토 옆에 붉은빛으로 만들어진 여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히! 하계종 따위가 태양을 똑바로 마주 보느냐!]

시노비들이 진법을 그려내어 소환한 여인, 아마테라스의 분신이 처용을 향해 소리쳤다.

“꼬우면 어쩔 건데?”

-스릉.

처용이 아마테라스의 분신을 향해 역천의 절을 겨누며 말했다.

“성지에 강림한 화신체도 아니고 임시로 소환한 분신 따위로 날 막겠다? 크크크.”

무려 한 성운의 대신을 향해 인간이 비웃음을 던지자.

“미친놈이…….”

가토가 인상을 구기며 읊조렸다.

본래, 아마테라스의 분신을 소환하고 그녀가 처용을 막아주는 사이 도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처용은 아마테라스를 마주하고도 전혀 물러서질 않았다.

처용이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한 성운의 주신을 향해 칼을 겨눌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성자를 공격하는 미친 짓거리는 아마테라스 당신의 작품인가?”

심지어, 처용은 아마테라스를 향해 살기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 건방진 하계종이!]

아마테라스의 분신이 신력을 분출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나 처용은 대신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앞에서 오만 떨지 마라, ‘범죄자’의 자녀.”

오히려 역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아마테라스의 역린을 자극했다.

처용이 말하는 범죄자.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지칭하는 범죄자의 자녀라는 말.

처용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마테라스가 모를 리가 없었다.

[감히!!]

결국, 화가 폭발한 아마테라스가 처용을 향해 손을 뻗으며 분노를 내뱉었다.

-키이이이!!

그녀가 뻗은 손에 강렬한 태양 빛이 일렁였고.

-지이잉!

처용을 향해 발사되었다.

아마테라스의 공격을 응시한 처용이 역천의 절을 들어 올려 막으려는 순간.

[흩어져라!]

-파아아!

처용의 앞에 나타난 야스라가 태도를 휘둘러 아마테라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번엔 도를 넘었소…… 누님.]

야스라, 아니 그의 몸에 강림한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를 향해 말했다.

[스사노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감히 나를 방해해!?]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를 향해 일갈하자.

[정녕!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거요!?]

스사노오 역시 자신의 누이를 향해 분노하듯 소리쳤다.

[언제까지 과거의 망집(妄執)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오…….]

슬픔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스사노오가 말할 때.

“전부 철수해라!”

가토가 휘하 시노비들에게 명령하며 재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그러나.

“난 보내준다고 한 적이 없는데?”

처용이 시노비들을 향해 싸늘하게 읊조리고는 발을 들어 올렸다.

‘천마신공-천마군림보!’

처용이 땅을 거세게 밟자.

-콰콰콰쾅!!

거대한 지진이 들이친 것처럼 지면이 흔들렸고.

-쿠구구!

마치 지각변동이 일어난 듯 지면이 갈라지고 부서지며 들썩였다.

“모두! 살아남아라!”

지진으로 무너진 자세를 수습한 가토가 재차 발을 돌려 도주하며 소리쳤다.

[태양 빛의 가호!]

아마테라스의 분신이 퇴각하는 시노비들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보호 권능을 걸어 주었다.

시노비들은 전원 이자나기 성운의 정예 병사들.

하나하나가 죽기엔 아까운 이들이었다.

[감히 내 병사들을-!]

아마테라스가 처용을 향해 뭐라 말할 때.

‘천마신공-천마강림!’

-쿠구구!

천마의 의지를 불러낸 처용이 역천의 절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그건!?]

아마테라스가 처용이 사용하려는 기술을 알아보고는 긴장한 듯 침음을 흘렸다.

세계 헌터 회의에서 라구엘을 찢어발겼던 기술.

“그렇게 병사들을 아끼면 필사적으로 한 번 막아 봐.”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아마테라스를 향해 말했다.

“오의-백귀야행!”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위로 들어 올렸던 역천의 절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쿠아아!

-쿠헤헤!

칼날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강기들이 백귀의 형상으로 변하며 시노비들을 향했다.

[혈선의 신관! 네 이놈!]

그 모습을 본 아마테라스가 분노를 내뿜으며 백귀들을 막기 위해 태양 빛을 흩뿌렸다.

그때.

-스르릉!

천마의 의지를 두른 처용이 아마테라스 앞에 나타나며 역천의 절을 휘둘렀다.

[건방진 하계종 놈이!]

-까강!

아마테라스가 태양 빛을 뭉쳐 만들어낸 검으로 역천의 절을 막았다.

“분신 따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거 같나? 아마테라스.”

처용이 아마테라스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보이며 말하고는.

“갉아먹어라, 역천.”

새로 태어난 자신의 무구, 역천의 절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쿠구구!

역천의 절에서 신살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콰드드득!

신살자의 기운이 아마테라스의 신력을 갉아먹으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혈선! 네놈이 재앙을 만들어 냈구나!]

아마테라스가 신살자의 기운에 버티며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크크, 재앙? 재앙은 지금 네가 저지르고 있는 짓을 말하는 거겠지.”

처용이 아마테라스를 밀어붙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자나기 그 멍청이가 과거에 저지른 짓 역시 마찬가지였고.”

처용이 이자나기 성운의 전 주신을 계속 언급하며 아마테라스의 멘탈을 긁었다.

[네놈이 감히!]

아마테라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와중에도.

“크크크.”

[이-!]

그 원인인 처용을 당장 처리할 수가 없어 미칠 거 같은 기분이었다.

원래는 이곳에서 처용을 제압하고 그를 ‘재료’로 쓰려고 했었다.

자신은 대천사들과 다르게 대신이었고 상대는 강하다고 해 봐야 하계종이었으니까.

그러나 처용의 무력은 화신체도 아닌 분신만으로는 압도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은……!’

처용이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직접 맞붙어 보니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길드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의 분신을 상대할 순 없었으니까.

게다가.

“크악!”

“아 안-! 크아!”

몇몇 시노비들이 처용이 쏘아 보낸 백귀들에게 잡혀 죽어가고 있었다.

결국, 더 보다 못한 아마테라스는.

[모두 소멸하라.]

남은 힘을 전부 끌어모아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시노비들은 아직도 백귀에게 쫓기고 있었지만, 거리가 꽤 멀어졌다.

눈앞의 처용을 죽인다면 시노비들을 위협하는 백귀들은 모두 사라질 터.

-우우웅!

아마테라스를 향해 빛무리가 모이며 마치 당장이라도 터질 듯 일렁였다.

‘태양 폭파인가?’

처용은 아마테라스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채고는 얼굴에 긴장을 담았다.

태양열을 모아 폭발시켜 이 일대를 날려버리고 태양 폭풍을 일으키는 권능.

“어째 하는 짓이 대악마와 다를 바가 없어.”

처용이 아마테라스를 향해 비웃었다.

그 말대로 그녀가 하는 짓은 디아블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으니까.

그때.

[끝났소. 누님.]

스사노오가 지면에 태도를 꽂고 옅은 파동을 내뿜으며 말했다.

[스사노오…… 너!?]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정녕! 나를 방해하는-!]

[하계에서 그 권능을 쓰는 것을 내가 두고 볼 것 같았소?]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의 말을 자르며 슬픈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돌아가서 머리를 식히시오. 누님.]

[이! 당장 터져-!]

아마테라스가 급하게 권능을 발동하려는 때.

[닫혀라.]

스사노오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그러자.

-휘리리릭!

지면 위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가토와 시노비들이 아마테라스의 분신을 소환하기 위해 만들었던 진법.

그 진법 위에 바람이 몰아치며 순식간에 진법을 지워내었다.

[스! 사! 노! 오!!]

소환 진법이 사라지자 아마테라스의 분신이 격노를 내뱉으며 사라졌다.

아마테라스가 사라지자.

“쯧, 몇 놈은 놓쳤군.”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혀를 찼다.

전부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시노비 중 몇 명은 살아 돌아갔으니까.

[내가 괜히 나선 건가?]

스사노오가 아마테라스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처용을 향해 말했다.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용은 스사노오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처용이 교단의 배신자들, 시노비들, 아마테라스의 분신과 맞서는 동안.

야스라에게 강림한 스사노오는 시노비들에게 노려지는 성자와 안드레아를 지켜주었다.

처용이 온전하게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었다.

게다가 아마테라스의 마지막 발악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처용 역시 막을 자신은 있었지만, 스사노오가 대신 막아준 덕분에 힘을 아낄 수 있었다.

-화아아.

스사노오의 강림이 풀리고.

“무사히 막아서 다행입니다.”

야스라가 처용과 성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자가 야스라와 처용을 향해 감사를 전했고.

“……감사합니다.”

뒤늦게 성자의 회복을 스킬을 받고 정신을 차린 안드레아도 감사를 전했다.

“아직, 추기경의 테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용은 그런 그들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 말대로 성자의 습격은 테러의 일부에 불과했으니까.

“도대체…… 추기경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겁니까?”

성자가 주먹을 쥐어 보이며 분노를 담아 말했다.

아직도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배신자들의 얼굴이 일렁였으니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리 추악하게 만든 것일까?

추기경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짓을 저지르든! 반드시 막아야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야스라가 성자를 향해 강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두 분 다 같이 가시죠.”

태룡전의 열쇠로 게이트를 열며 말을 이었다.

“추기경은 성녀도 노리고 있습니다.”

“……!!”

처용의 말에 성자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지며 분노가 일렁였다.

자신을 노린 것도 모자라 치료를 받는 성녀까지 노린다?

“선을 넘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미쳤군!”

야스라도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성자.”

“알겠습니다. 같이 가죠.”

성자는 야스라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처용은 그런 야스라와 성자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야스라가 성자를 보호하기 위해 난입한 것은 예상외였지만.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군.’

처용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야스라와 스사노오의 개입으로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볼 것 같았으니까.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