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92화 (192/726)

#192화

처용의 말이 울리자.

“…….”

[…….]

[…….]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했다.

성녀보고 반만 타락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성녀는 자신의 고막을 의심하고는.

“타, 타락이요?”

다시 한번 확인차 처용에게 물었다.

“네, 딱 반만 타락합시다.”

“…….”

처용의 확답을 들은 성녀가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자.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성자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 역시 제 여동생보고 타락하라는 처용의 말을 듣고 심히 당황스러웠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처용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처용은 성자를 향해 대답함과 동시에.

“명환부-빛의 꼭두각시.”

빛 속성 마나를 뭉쳐 작은 사람 형태를 만들어 보였다.

“이 빛나는 인형이 성녀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처용은 자신이 만든 빛의 인형 속에 어둠 속성 마나를 흘러 넣었다.

-슈루루.

그러자 빛으로만 가득했던 사람 형태의 인형에 마치 검은 물감이 떨어지듯 얼룩이 번졌다.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거미줄처럼 번져 나간 어둠 속성 마나.

새하얀 빛으로 빚어진 인형이라 그런지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이게 지금 성녀의 상태입니다.”

처용은 그런 인형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처용의 말과 동시에 인형 속에 자리 잡은 어둠이 점점 짙게 번지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점점 자라나는 판테라움으로 인해 마기가 새어 나올 것이고.”

-슈르륵.

인형 속에서 번지던 어둠이 윤곽을 뚫고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인형이 괴로워하듯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결국, 더 버티다 한계에 부딪힌 성녀의 육체가 사그라질 겁니다.”

처용의 말이 끝난 순간.

-푸화하!

빛의 인형이 새까만 어둠 속성 마나를 흩뿌리며 터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 특히 성녀와 성자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셨죠?”

“……네.”

처용의 말에 성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녀 몸속에 융합된 어둠을 분리할 방법은 없습니다.”

처용은 터트렸던 빛의 인형을 다시 어둠에 잠식 중인 상태로 되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참혹한 결과를 피할 방법을 이야기해 봅시다.”

성자와 당사자인 성녀를 포함, 모두가 처용의 말에 집중했다.

“성녀의 육체는 완전한 빛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 빛의 신과 에덴이 그렇게 만든 거지만.”

처용의 말에 성자와 성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성녀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이것입니다.”

“무엇입니까?”

성자가 처용의 말에 궁금한 듯 물었고 다른 이들 역시 궁금한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처용은.

“빛으로 너무 치우친 육체의 속성을 조금 바꾸는 것.”

진지하게 방법을 이야기했다.

“속성을…… 설마 어둠으로?”

성자가 그간 처용이 했었던 말들을 되짚어보며 놀란 듯 말했다.

처용이 성녀에게 타락하라고 했었던 말.

성녀는 빛, 그런 빛이 타락하면 어둠이다.

“제가 절반이라고 말했죠?”

처용은 성자를 향해 오해하지 말라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다행히 성녀의 육체는 어둠 속성에도 딱히 거부 반응이 없더군요.”

어둠 속성에 대한 거부 반응 테스트.

처용이 조금 전 성녀를 향해 어둠 속성 마나를 흘려보낸 이유였다.

“판테라움이 몸속에 자리 잡을 때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그…… 아직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성자가 처용이 중얼거리듯 한 말에 의문을 담아 물었다.

“이렇게 하자는 겁니다.”

처용은 어둠이 번지고 있는 빛의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빛의 인형이 두 손을 모으는 자세를 취했고.

-슈르르.

내부에 번지던 어둠이 가슴 중앙으로 모여들며 빛과 어둠으로 이루어진 태극을 형성했다.

그리고.

-화아아!

인형이 두 손을 펼치자 그 위에 빛과 어둠의 마나가 따로 뭉쳐 넘실거렸다.

마치, 마법사가 빛과 어둠 속성 마나를 동시에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빛과 어둠의 균형을 맞추는 것, 이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처용의 말에 성자와 성녀를 포함.

[…….]

[…….]

아테나를 비롯한 신격들도 침묵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서린 표정이었다.

“가능합니다.”

처용은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대답하듯 말하고는.

“눈앞에 예시도 있잖아요?”

-우웅!

빛 속성과 어둠 속성 마나를 동시에 내뿜었다.

서로 상극인 빛과 어둠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자.

그리고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

“확실한 겁니까?”

성자가 무언가 마음을 다잡은 듯한 표정으로 처용에게 물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제가 아직 반쪽짜리라 신명은 댈 수 없으니…… 역천군주의 명예를 걸고? 확실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나름 진지하게 대답했다.

처용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한 성자는.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결정을 내린 듯 진지하게 질문했다.

성자는 방법과 결과가 어쨌든, 유일한 가족인 성녀를 ‘살릴 수 있다’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저를 믿는 겁니까? 성자.”

처용이 다시 한번 확인차 묻자.

“호네아를 ‘성령’으로 대우하자는 미친 소리를 하는 이들보다는 낫습니다.”

성자가 악에 받친 듯 분노가 일렁이는 감정을 곱씹으며 대답했다.

성녀를 ‘성령’으로 대우하고 교단의 역사에 기록하겠다.

성녀를 치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교단의 고위 사제들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즉, 성녀가 죽으면 그녀를 성령으로 취급하여 신성시하고 차기 성녀를 찾겠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모두 추기경 측의 사제들이었다.

처용은 성자의 말을 듣고 상황을 파악했다.

성자를 향해 잠시 측은한 시선을 보낸 처용은.

“한 달.”

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안에 차도를 보이게 만들죠.”

처용과 잠시 눈을 마주한 성자의 입에서 안도감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믿겠습니다. 오버로드.”

“뭐, 성자께서 믿어 주시면 고맙지만.”

처용은 성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성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의 여동생이 적어도 한 달 동안 여기에 있어야 할 텐데, 문제는 없는 겁니까?”

성녀는 교단에게 있어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한 달 동안 다른 신의 성지에 체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과연 교단에서 가만히 있을 것인가?

“교단의 고위 사제들이 제 여동생을 강제할 권한은 없습니다.”

처용의 말에 성자가 분노가 일렁이는 분위기로 말했다.

“하긴 성녀의 목숨보다 제 이득이 먼저인 놈들이니…… 쯧쯧.”

성자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처용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리고.

“하지만, 저 역시 공짜로는-.”

처용 역시 무보수로 봉사하는 이가 아니었다.

이를 언급하려 할 때.

“샤이닝 스톤을 드리겠습니다.”

성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제시카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성자가 언급한 ‘샤이닝 스톤’은 강력한 빛 속성이 응축된 광석이었다.

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물품 중 하나.

성수의 기사의 갑옷 등, 고위 사제들의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데 쓰는 광물이었다.

그 어떤 길드와도 거래한 적이 없는 광물로, 성사된다면 이번이 최초의 거래였다.

“흐음…….”

성자의 말을 들은 처용이 곰곰이 생각하듯 침음을 흘리더니.

“통 크게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십시오.”

추가적인 요구를 말했다.

“교단이 보유한 각기 다른 스킬석 다섯 개.”

“스킬석이요?”

“최하급이여도 상관없습니다. 각각 다르기만 하면 됩니다.”

처용은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본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전 루나에게 강철의 힘을 전해 주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제가 직접 엄중히 선별하겠습니다.”

성자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처용의 추가적인 요구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한 달 동안 여기에 있으라고요?”

성녀가 성자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짐은 따로 보내 주마.”

“아니, 그것보다는…… 하아.”

갑작스럽게 결정된 탓인 듯, 성녀가 당황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우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용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다른 이들 모두가 자신의 치료를 포기했었다.

유일한 가족인 성자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봤지만, 신의 힘으로도 성녀를 고칠 수 없었다.

화신체로 강림한 야훼조차도 고개를 저었으니까.

성녀는 자신이 아픈 것보다, 가족인 성자가 절망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런 성자를 고통에서 해방해 준 처용에게 전하는 감사는 진심이었다.

“구체적으로 제가 여기서 뭘 하면 될까요?”

성녀는 처용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처용이 자세히 설명해 준 덕분에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절반만 어둠 속성으로 ‘타락’한다는 말 때문인지 작은 걱정이 들었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우선시해야 할 일은?”

성녀가 침을 삼키며 궁금한 듯 묻자.

“잘 먹고 잘 쉬고 운동을 하는 겁니다.”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성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말 그대로입니다.”

처용이 성녀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제 눈에 지금 당신은 말라서 부러지기 일보 직전처럼 보입니다.”

처용의 말대로 가녀린 성녀는 마른 체형인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바짝 말라 있었다.

성인 여성이 가져야 할 평균 몸무게조차 한참 뒤처지는 정도.

“교단에서 밥 굶겼습니까?”

처용이 한쪽 눈썹을 크게 올리며 반쯤 농담 삼아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농담이 아닌, 확신을 담아 말한 것이었다.

회귀 전, 그녀가 성녀로서 교단 내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당사자에게 직접 들었으니까.

“신성력을 맑게 유지하려면 육류를 피하고 소식(小食)을 해야…….”

아니나 다를까 회귀 전과 같은 말이 지금의 성녀에게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성녀로서 가녀리고 신비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육체 내부에 자리 잡은 신성력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 등등.

성녀의 이미지를 지키는 동시에, 신들의 병기로서 엄중한 관리를 받아 온 것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하아!”

처용의 입에서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흘러나왔고.

“당신은 이걸 보고만 있었습니까?”

성자를 향해 질책하듯 말했다.

“…….”

성자는 할 말이 많은 듯 복잡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하긴, 아픈 여동생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 뭐 이런 개소리들을 지껄였겠지.”

처용은 그런 성자를 보며 측은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리고.

“비둘기 놈들이나, 야훼나, 오래된 선천적 신격이라는 양반들이 도움은 못 될망정…….”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 사달을 낸 신격들을 향해 분노를 내뱉었다.

거침없이 신들을 비난하는 처용을 보며, 모두가 복잡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동안 신실한 믿음을 지켜온 성녀의 경우, 크게 놀랐을 정도였다.

반면에.

[큭…….]

헤르메스는 그런 처용을 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 꼰대들이 인간한테 욕먹는 걸 볼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네. 크크.]

“욕먹을 짓을 하지 않습니까.”

처용은 웃음을 흘리는 헤르메스의 말에 진지하게 답하고는.

“후, 성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성녀를 불렀다.

“네? 네.”

성녀가 놀란 듯 대답했다.

“지금부터, 교단에서 배운 모든 가르침을 잊으십시오. 아니! 버리십시오.”

“하, 하지만, 신의 말씀을 거스를 수는-.”

처용이 강하게 내뱉은 말에 성녀가 당황스러운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그녀에게 있어 신에게 거스른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으니까.

그러자.

“그 잘난 신들 말을 믿고 당신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처용이 작은 분노를 담아 강하게 말했다.

“…….”

성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처용은.

“하아, 성녀.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십시오.”

우선 성녀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신들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

“신은 전지전능하고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닙니다.”

“신(神)이잖아요. 신인데…….”

처용의 말에 성녀가 혼란스럽다는 듯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그럼 그 잘난 신 중 하나인 에덴의 천사들이 나한테 박살난 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세계 헌터 회의에서 스스로가 낸 사고를 언급했다.

“다, 당신은 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성녀가 처용에 대해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자.

“그럼 저는 완전무결한 존재입니까? 단순히 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처용이 즉시 반박하며 말했다.

“심지어 신명도 없는 반쪽짜리 신격인데도?”

“…….”

말을 잇지 못하는 성녀를 잠시 응시한 처용은.

“신은 우주를 구성하는 구성원이지,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절대자가 아닙니다.”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신의 개념을 부정했다.

“신의 명령이라 하여 당신이 무조건 복종할 필요도, 당신이 그들로 인해 고통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

성녀는 처용의 말에 많은 생각이 드는 듯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호네아.”

성자가 성녀의 이름을 부르자.

“알았어요. 오라버니.”

성녀가 마치 다 하지도 않은 성자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자, 그럼 성녀님을 위해서라도 식사라도 하러 가시죠.”

일행들을 안식전 옆이 지어진 현대식 빌딩, 통칭 종합 식당으로 이끌었다.

윤아의 아버지, 제석의 기업이 운영하는 요식업 프랜차이즈가 모두 모여 있는 식당이었다.

“성녀님의 살을 찌울 필요가 있으니, 치킨도 나쁘지 않겠네.”

“저는 찬성입니다.”

처용의 말에 제시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성녀는 치료를 받기로 마음먹은 이상 처용의 말에 따랐지만.

“……괜찮은 걸까요?”

작은 걱정을 담아 중얼거리듯 말을 흐렸다.

“맛은 보장하죠.”

처용은 그런 성녀를 향해 자신감을 담아 말했다.

***

-쾅!

고급스러움을 뽐내듯, 화려한 문양이 각인된 새하얀 문이 거칠게 열렸고.

“젠장!”

그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추기경이 분노한 듯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걸어 나왔다.

“결국, 성녀를 그 더러운 이단자들의 땅으로 보낸 건가? 성자.”

추기경이 분노를 씹듯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하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성녀님을 그런 이단자의 땅으로 보내다니!”

추기경을 따라 나온 이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하듯 외쳤다.

분개하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교단의 고위 사제들.

모두 추기경을 따르는 이들이었다.

“빛의 신께서는 제재하지 않으신 겁니까?”

성역의 사제 중 하나가 추기경에게 묻자.

“성녀를 고치기 위해서 허락했다고 하시더군.”

추기경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우리조차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 이단자들이 무슨 방법으로!”

추기경의 말에 성역의 사제가 단정 짓듯 말했다.

“이것은 신성 모독입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분개하듯 말하자.

“모두…… 나를 믿는가?”

추기경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며 휘하 사제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단의 무리에게 성녀님을 넘길 수 없습니다!”

“성자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모두 맹목적인 눈빛으로 추기경을 향해 외쳤다.

“우리만이 지금의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

추기경은 그런 그들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삼키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나를 따르겠는가?”

각오 어린 추기경의 말이 울리자.

“따르겠습니다!”

“교단을 위하여!”

모두 그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듯 강하게 외쳤다.

“조만간…… 기회가 생길 것이다.”

추기경이 휘하의 몇몇 사제들을 눈짓하며 말하자.

“…….”

“…….”

시선을 받은 이들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

이전 성자와 함께 처용을 찾아갔었던, 한국인 출신 성역의 사제가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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