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88화 (188/726)

#188화

역천(逆天).

하늘의 뜻을 어기고 법칙을 거스른다는 의미.

신의 권위와 존엄에 거스르는 자를 뜻하기도 하는 말이었다.

신을 무력으로 진압해버린 인간.

신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그들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인간.

인간들 중 유일하게…… 신을 견제할 수 있는 인간.

게다가 처용의 성좌가 신법을 얻기 전에는 역천의 신이라는 신명을 가진 신이었다.

그런 신이 다루는 위험한 권능인 역천을 그의 신관인 처용이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오버로드(Overlord).

강력한 지배자, 군주 위에 자리한 군주, 천외천(天外天)을 뜻하는 의미였다.

군주 클래스를 가진 최상위 헌터들조차 성좌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처용은 성좌조차도 위협할 수 있는 무력을 가진 헌터였다.

처용의 클래스가 무엇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군주’ 클래스보다 상위의 클래스임은 분명했기에 그런 이명이 붙여진 것이었다.

역천군주, 오버로드라는 이명은 처용을 상징하는 딱 좋은 단어였다.

“하늘을 뒤집어 버리는 지배자…… 딱 좋네요.”

처용이 자신에게 생긴 이명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회귀 전 불렸었던 이명인 수호자보다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처용은 그 이명대로 하늘을 뒤집어엎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어떤 하늘부터 뒤집어엎어 버릴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늘들, 아니 성운들을 생각하며 처용이 중얼거리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커맨더가 불안한 눈빛으로 처용을 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일이 있습니다.”

처용은 커맨더에게 스사노오를 만난 일과 ‘데미갓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주었다.

혹시 커맨더는 무언가를 알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

커맨더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데미갓 프로젝트라는 말을 들으니까 그냥 떠오른 생각인데…….”

커맨더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중얼거리고는.

“네가 딱 떠오르는데?”

처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요?”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의문을 표했다.

“데미갓, 그대로 직역하자면 반신, 즉 신격을 지닌 인간.”

커맨더는 데미갓이라는 키워드로 연상되는 말들을 내뱉고는.

“지금 시기에 데미갓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잖아.”

처용을 응시하며 말했다.

“으음…….”

커맨더의 말을 듣고 처용이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음을 흘렸다.

‘설마…… 나 때문에 자극을 받아서?’

돌연, 처용의 머릿속에 아마테라스가 떠올랐다.

정황상, 회귀 전 이자나기 성운이 갑자기 몰락한 이유는 데미갓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위험한 프로젝트가 지금 시기에 언급된 이유.

데미갓에 가까운, 아니 데미갓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처용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도 있었다.

“인공적으로 반신을 만든다는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저지른다거나?”

처용이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설마…….”

커맨더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 설마가 사람을 잡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처용이 여러 성운의 성좌들과 대악마들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 추리에 불과하지만, 신격을 지닌 인간병기를 만드는 게 데미갓 프로젝트라고 가정하면…….”

“……신들이 만드는 인간병기.”

커맨더가 처용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비슷한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성녀?”

“맞습니다. 이미 전례가 있지요.”

처용 역시 성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성녀는 교단과 에덴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인간병기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이자나기 성운은 성녀와 같은 인간병기.

아니, 성녀보다 더 강력한 인간병기를 만드는 게 목적을 두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제시카가 빠른 시일 내에 여기로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커맨더가 세계 헌터 회의가 끝나고 찾아왔었던 제시카를 떠올리며 말했다.

“로스차일드의 핵심 인물이니 뭔가 아는 게 있지 않을까?”

“마침 저도 딱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처용이 커맨더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 세계 헌터 회의가 끝나도 정신이 없겠네.”

커멘더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성녀 때문에, 성자의 표정이 좋지 않던데…….”

“…….”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성녀의 병을 생각하며 침묵했다.

그리고.

“교단의 저력으로 성녀를 고칠 가능성은 적습니다.”

머릿속에서 나온 냉정한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 판테라움 가루인가 뭔가만 빼내면 되는 게 아닌가?”

“그게 쉽지 않을 겁니다.”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이미 성녀의 몸속에 장기처럼 자리 잡은 이상, 섣불리 적출하면 성녀가 죽을 겁니다.”

처용은 성녀의 상태를 가늠하며 말을 이었다.

“신성 마법만으로는 절대로 성녀를 고칠 수 없습니다.”

“안타깝군.”

커맨더가 성자를 생각하며 진심이라는 듯 말했다.

그 역시 성자의 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성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커맨더.”

처용은 그런 커맨더를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음?”

커맨더가 의문을 표하자.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쪽으로 올 수밖에 없겠죠.”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네게 고칠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 성좌가…….”

과연 야훼가 그것을 허락할 것인가?

커맨더는 그간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통해서 야훼에 대해 들은 말들이 있었기에 한 말이었다.

처용은 커맨더의 걱정 어린 말을 듣고는.

“큭.”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쯤 야훼는 선임과 1:1 면담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야훼는 미륵님께서 직접 나서신다고 하시더구나.

처용이 자리를 비운 미륵을 보며 의문을 표할 때.

여래가 처용에게 해주었던 말이었다.

“……?”

커맨더가 처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관리자가 나섰구나.

상황을 눈치챈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커맨더에게 이야기했다.

“아무튼, 야훼는 당분간 쓸데없는 짓을 하지 못할 겁니다.”

처용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는 제 손으로 동맹인 에덴까지 손절해 버린 상황.

게다가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야훼가 다른 성운에게 도와달라 요청할 가능성도 적었다.

“우선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정보부터 얻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처용의 말에 커맨더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삐릭.

처용의 라이센스가 울렸다.

-완성되었다고!

혁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마침 좋은 소식이네요.”

메시지를 확인한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루돌프님이 여기에서 작업하고 있는 거?”

커맨더가 대충 눈치를 챘다는 듯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혁수와 백호를 통해서 소식을 들었으니까.

게다가 세계 헌터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함선 기술자인 로완이 혁수가 있는 곳으로 뛰쳐나가기도 했었다.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인 그의 말로는 엄청난 녀석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함선을 강화할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도대체 뭐길래?”

“같이 가시죠.”

커맨더의 의문에 대답한 처용이 그와 함께 보물전으로 향했다.

보물전 안으로 처용과 커맨더가 들어서자.

“왔군.”

“기다렸다고.”

마침 처용을 기다리고 있던 드워프들과 혁수, 로완이 반가운 듯 말했다.

“후, 왔는가?”

루돌프 역시 안도감이 섞인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처용을 반겼다.

“지쳐 보이십니다만?”

처용이 의문을 섞어 말했다.

회귀 전 루돌프는 어떤 무구를 만들어도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그가 지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의문이었다.

“딱히 만드는 게 힘든 건 아니었네, 오히려 제작 환경은 최고였다랄까?”

루돌프가 손을 휘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물전 내부 선반 중 하나에는 빈 치킨 박스와 맥주캔이 가득 쌓여 있었다.

처용이 자신의 무구를 만들어주는 이들을 위해 건네준 작은 성의였다.

그러나 처용의 의도와는 다르게 드워프들에게는 작은 성의가 아니었다.

“저것 때문이라도 여기에 계속 있고 싶구만…….”

루돌프가 미련이 담긴 눈빛으로 치킨과 맥주를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그는 진심으로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크흠! 아무튼, 결과부터 보겠나?”

헛기침을 내뱉은 루돌프가 발걸음을 옮겨 선반 하나를 끌고 왔다.

그 선반 위에는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훅!

루돌프가 천을 걷자.

“호오?”

그 위에 놓인 무구를 본 처용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형태는 기존 화염의 절과 같았다.

하지만, 도신의 날 부분은 붉은색으로 일렁였고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도신에 새겨진 절(切)이라는 문자가 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게다가.

-우우우.

날카로운 예기를 빛내는 도신에서 섬뜩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문제는 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의 정체.

“……신살자?”

처용의 입에서 감탄 어린 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로 강화된 화염의 절에서는 신살자의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용이 의문을 담아 루돌프를 바라보자.

“내가 전사의 경험을 녹여내려다가 화를 입을 뻔한 적은 처음이야.”

루돌프가 팔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래서…….”

처용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말을 흐렸다.

루돌프는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었다.

드워프들 중 최고라 일컫는 최고 장인.

그런 최고 장인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

그랜드 스미스 드워프인 루돌프.

그는 누군가의 손에 익은 무기를 살필 때, 그 무기에 서린 사념을 볼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기가 기억하고 있는, 주인과 함께 전투를 치른 경험들을 느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루돌프는 그런 무기에 서린 사념을 모아 무기의 성능을 더 뛰어나게 만들 수 있었다.

화염의 절은 처용과 많은 전투를 치러 온 무구.

그런 화염의 절 안에는 처용과 함께 싸워 온 투쟁의 기억들이 서려 있었다.

루돌프는 처용에게 제대로 된 명작(名作)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화염의 절을 강화하면서 무기에 깃든 사념을 극한으로 녹여내면서.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위험한 녀석이 만들어질 줄이야…….”

무기를 강화한 당사자인 루돌프조차 감당이 안 되는 무기가 만들어졌다.

루돌프가 강화된 화염의 절을 경계하듯 바라보고는.

“저거 보이지?”

보물전의 벽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이 만들어지자마자 저지른 짓이야.”

모두의 시선이 루돌프가 가리킨 곳으로 따라갔다.

그곳에는 마치 벽에 검기를 날린 듯 사선으로 길게 그어진 흔적이 있었다.

“완성되긴 했는데…… 이걸 자네가 감당할 수 있-.”

루돌프가 처용을 향해 뭐라 말할 때.

-저벅.

처용이 화염의 절이 진열된 선반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화아아!

화염의 절에서 거친 기류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우웅.

날카로운 예기를 빛내며 화염의 절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치, 당장이라도 처용을 공격할 듯 보였다.

“이, 이봐! 위험-!”

그 광경을 본 루돌프가 불안한 듯 외칠 때.

“내 사념을 받고 태어난 주제에 너무 건방진데?”

처용이 자신의 무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쿠우우!

도신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기운이 흉폭함을 자랑하듯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신살자의 기운에 강기까지 섞이기 시작했다.

“신살자에 강기에…….”

처용이 그 모습을 보며 넌지시 중얼거리고는.

“마음에 드네!”

-콰아아!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거친 기운에 맞서 강기와 신력을 드러냈다.

-파지직!

처용과 화염의 절 사이에서 기운과 기운이 충돌하는 듯 거친 마찰음이 울렸다.

서로가 잠시 대치하는 듯 보이더니.

-스릉! 쿵!

화염의 절이 땅으로 떨어지며 지면에 박혀 들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처용은 화염의 절이 자신을 주인으로 인정했음을 알아차리며 말했다.

-스릉.

땅에 박힌 화염의 절을 처용이 집어 들었다.

“그렇게 거창한 건 바라지 않았는데, 거의 에고 소드에 가까운 걸 만들어내셨네요?”

처용이 루돌프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저런 녀석이 태어날 줄은…… 그보다도 그 녀석을 제압해 버릴 줄이야.”

루돌프는 손으로 얼굴을 쓸며 처용을 향해 말했다.

처용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무구를 다시 관찰했다.

[???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강력한 전사의 사념이 깃들어 있습니다.]

[신살의 힘과 강기를 품고 있습니다.]

[싸움을 겪고 투쟁의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강해집니다.]

처용이 강화된 자신의 무구를 확인하자.

-우우웅.

마치 의지를 전하듯, 도신이 옅게 떨려왔다.

“이름을 지어 달라는 건가?”

처용이 무구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하자, 그 말이 맞다는 듯 한 번 더 울림이 전해졌다.

잠시 생각한 처용은.

“역천(逆天)의 절(切).”

마침 떠오른 자신의 이명을 붙였다.

역천의 절이 자신의 이름을 받아들였는지 다시 한번 옅은 떨림을 전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처용은 새로 태어난 자신의 무구를 챙기고는 보물전 밖으로 나왔다.

커맨더는 로완, 혁수와 할 말이 있는지 보물전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련탑 3층이나 다시 찾아가 볼까?’

처용이 새로 생긴 파트너의 성능을 시험해 볼 생각을 할 때.

[여기 있었군.]

성역에 체류하고 있던 손님, 언문이 처용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처용이 의문을 담아 묻자.

[세계 헌터 회의도 끝났으니, 나도 이제 돌아가야지.]

언문이 아쉬운 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무신전으로 돌아가기 전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오는 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구만.]

“사람들이 아쉬워할 겁니다. 특히 윤아는 더더욱요.”

처용이 언문의 말에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그가 성지에 체류하는 동안,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며 정을 나누었으니까.

과거 위대한 대왕이었던 사람의 위엄 서린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웃고 떠들며 편하게 지냈었다.

마치, 성좌가 되면서 왕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유로움을 찾은 듯 보였다.

[후인들의 싸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쉬움은 잠시 접어야겠지.]

언문이 처용의 말에 진지하게 답하고는.

[허허, 태무신께서 이곳에 방문하실 때, 같이 와야겠어.]

아쉬움이 담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언문께서 방문하시는 건 언제든 환영합니다.”

처용은 그런 언문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그냥 빈손으로 보내드리기에는 좀 그렇네요.”

보물전 정지장 안에 보관되어 있던 것 중 하나를 꺼내 언문에게 건넸다.

처용이 건넨 것은 따로 잘 포장된 떡갈비와 냉면 세트였다.

[허허, 내가 국수와 고기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언문이 처용의 선물에 웃음을 지으며 묻자.

“한반도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시니까요.”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정말 고맙구만. 근래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이야.]

언문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사라졌다.

처용은 언문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음속으로는 더 값진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무신전의 성좌들은 큰 욕심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는 오히려 큰 선물은 실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이었다.

다행히 언문은 처용의 작은 성의에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 보였다.

‘가능하면 저분도 성지에 계셨으면 좋겠지만…….’

처용이 아쉬움을 뒤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언문에게 건넨 작은 성의.

그것이 그를 이곳에 눌러앉게 만들 것이라고는 이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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