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스사노오가 만남을 요청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자나기 성운의 주신인 아마테라스가 이를 모르길 원하는 눈치였다.
아마테라스는 이자나기 성운의 주신.
그런 주신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여래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확실히…… 이곳이라면 아마테라스의 ‘태양 빛’이 닿지 않습니다.”
처용이 신법재판소 내부를 둘러보며 여래를 향해 말했다.
태양신 아마테라스.
그녀는 라와 같은 태양을 상징하는 대신이었지만, 둘은 차이점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라는 태양‘열’ 즉 태양을 구성하는 불과 열을 상징했고.
아마테라스는 태양 ‘빛’,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상징했다.
그런 아마테라스의 권능 중 하나인 태양 빛의 눈동자.
일정 영역, 그녀가 내뿜는 태양 빛에 닿는 장소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게다가 주신의 권한으로 거리에 상관없이 휘하 성좌의 주변까지 감시할 수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권능, ‘달빛의 감시자’의 상위라고 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세계 헌터 회의, 호주에 머무를 때에도 그녀의 빛이 감시해 오는 것을 느꼈지만.
처용을 경계한 탓인지, 가까이 오지는 않고 멀리서 일렁이기만 했었다.
강력한 ‘감시’의 권능을 지닌 아마테라스.
그러나.
[아마테라스의 빛은 이 장소를 절대로 침범할 수 없다.]
미륵이 확신을 담아 강하게 말했다.
신법재판소는 ‘신법’의 대신이 다스리는 고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장소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여래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니까.
신법재판소 안에서 잠시 기다리자.
-우우웅!
[만남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법의 대신.]
황금빛의 포탈이 열리며 초대받은 손님이 등장했다.
짙은 청색과 옅은 푸른색이 섞인, 거칠고 긴 머리.
남색 계열의 비단옷을 입고 옆구리에 태도를 찬 모습.
마치 명문 가문에서 출타한 젊은 가주처럼,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저희 역시 당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입장인데도…….]
스사노오가 침울한 표정으로 여래를 향해 말했다.
이자나기 성운의 전 주신인 이자나기.
그는 여래가 일으킨 피바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신이었다.
금오도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멸망시킨 성운 중 하나가 바로 이자나기 성운이었으니까.
‘그때 스승님이 죽인 대신 중 하나가 이자나기였나?’
처용은 회귀 전 지식들을 떠올리며 작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신법재판소 안에서 피를 뒤집어 쓴 채 나타난 여래.
그런 그가 다른 신격들 앞에 내던진 성좌들의 머리.
그 머리들은 금오도를 공격했었던 이들로 모두 여래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여래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 중에는 이자나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네놈은 성운의 주신을 살해했다!
회귀 전, 아마테라스는 항상 분노 서린 눈빛으로 여래를 노려보며 노성을 내뱉었었다.
“저희가 진실을 밝혔음에도 아마테라스는 스승님을 증오합니까?”
처용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스사노오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테나처럼 성운에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성좌도 있었다.
하지만, 회의장에는 그런 그녀를 향해 ‘신들의 위엄’을 들먹이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이들과 끝까지 변하지 않는 멍청이들.
그 당시 아마테라스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처용이 볼 때, 아마테라스는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의 위엄보다는 성운의 주신이자 아버지를 죽게 만든 여래에게 증오를 품고 있을 것이란 추측 때문이었다.
[…….]
처용의 질문을 받은 스사노오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침묵하고는.
[누님은 전 주신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후계자였으니까.]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랑이고 나발이고 당신들의 전 주신이 저지른 짓거리는 용서받을 수 있는 짓이 아니었습니다.”
처용이 굳은 목소리로 말하자.
[나도 알고 있다.]
스사노오가 참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처용을 향해 쓰게 웃으며 이곳에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우선,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내 신관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더군.]
스사노오가 녹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처용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자나기 성운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섣불리 건들지 않은 것뿐입니다.”
처용은 스사노오의 말에 가볍게 답하고는.
“저희를……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실 생각인가 봅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
질문을 받은 스사노오는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잠시 침묵했다.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처용은 스사노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고는.
“도대체 이자나기의 주신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겁니까?”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신관이 ‘데미갓 프로젝트’라는 요상한 말까지 했었습니다만…….”
야스라가 이야기한 데미갓 프로젝트.
처용이 회귀 전에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혹시…… 이자나기 성운이 무너진 것과 연관이 있나?’
회귀 전, 이자나기 성운이 일본의 멸망과 동시에 무너졌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그 당시 이자나기 성운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는 저항군에 합류했었던 스사노오와 소수의 성좌들 뿐.
나머지는 모두 소멸, 즉 전멸에 가까웠다.
심지어 스사노오조차 왜 갑자기 이자나기 성운의 성좌들이 소멸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외부에 있을 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회귀 전 이자나기 성운이 전멸한 것은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의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즉,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뒤에 일어날 일.
그런 뒤늦은 미래에 일어나야 할 일이 지금 시기에 조짐을 보인다?
이것은 엄청난 변수였다.
자칫 이자나기 성운과 일본만 멸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처용이 회귀 전 일들을 생각하며 머릿속에 정보를 정리할 때.
[데미갓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스사노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신관의 가문이 꾸미는 일이라 내가 직접 알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성좌라 해도 인간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파악할 순 없었다.
게다가 무라키 가문이 꾸미는 일은 아마테라스가 비밀스럽게 지원하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성운의 성좌들, 스사노오에게조차 정보를 숨기고 있었다.
“흐음…….”
처용이 팔짱을 끼고는 고민이 섞인 침음을 흘렸다.
그때.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이 있지 않느냐?]
여래가 고민하는 처용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일에요?”
처용이 의문을 담아 물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한 국가의 명문 가문의 일원들이다.
그런 그들의 여러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들?
[아테나의 신관.]
“……아!”
여래의 말에 처용이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테나의 신관 제시카 ‘로스차일드’.
미국의 명문 가문인 로스차일드는 처용이 볼 때, 일본의 무라키 가문보다 우위였다.
혹시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면 무라키 가문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것이 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마침, 제시카는 아테나와 같이 성지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올림포스를 성장시키는 대가로 작은 부탁을 할 생각이었지만.
말 그대로 ‘작은’ 부탁이었기에 이번 일도 겸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부탁합니다. 누님을 막는 데 힘을 보태주십시오.]
스사노오가 여래와 처용, 미륵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처용은 회귀 전 같이 전장에서 싸웠던 전우를 향해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아무리 자신의 성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먼저 숙이고 들어올 필요는 없었다.
“우리 말고도 도움을 요청할 성운은 많았을 겁니다.”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스사노오 역시 ‘대신’급 성좌였다.
그가 그와 친한 다른 성운에 부탁한다면 더욱 수월하게 이 일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왜 우리를 선택한 겁니까?”
처용의 질문에 스사노오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하고는.
[네가 정의의 대천사를 향해 스스로가 악이냐고 물었었지.]
세계 헌터 회의에서 처용이 보였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신들의 오만함과 잘못됨을 지적하고 정의를 관철한 것이 악이냐고.]
그 당시 처용이 내질렀던 외침은 비단 미카엘에게만 묻는 것이 아니었다.
[신들이 내세우는 오만과 편견이 정말로 정의가 맞는지를 물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신격들에게 물은 말이었다.
“폭풍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용이 눈을 좁히며 스사노오를 향해 물었다.
솔직히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회귀 전 그가 저항군에 합류해 처용을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평소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몰랐으니까.
게다가 지금의 처용은 신들에게 있어 ‘이단’이자 ‘특이점’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마냥 좋다고 볼 수는 없는 시선.
과연 스사노오는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지가 궁금했다.
처용의 질문을 받은 스사노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어리석은 짓이 되풀이되어서는 아니 된다.]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과거의 잘못을 덮는다고 하여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고여서 썩을 뿐이지…….]
신들이 덮으려 했던 치부도 결국, 인간들에게까지 드러나 버렸으니까.
[그 점에서는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군.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
“스승님도 그렇고 그 당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도 풀어야 했으니까요.”
[옳은 말이다. 다른 신격들이 그들을 억울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스사노오가 처용의 폭로에 윽박지르던 몇몇 신들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끝까지 반성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법의 대신과 네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스사노오는 처용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너는 악이 아니니까.]
처용이 미카엘에게 던졌던 질문.
[성운의 이득과 얼빠진 권위에만 집착하는 신들보다.]
스사노오는 그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여 나온 대답을 이야기했다.
[세계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네가 그 누구보다 정의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처용에 대해 위험하고 좋지 않은 생각할 할 때.
스사노오는 처용이 이룬, 모두를 위한 ‘공공의 이득’을 생각했었다.
대악마, 그것도 가장 강력한 삼천마 중 하나를 막은 것도 처용.
신들 사이에 숨어있는 대악마를 잡아낸 것도 처용.
그 대악마가 모두를 죽이기 위해 발동한 권능에서 모두를 구해낸 것도 처용이었다.
비록 세계 헌터 회의에서 성좌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다소 폭력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그 역시 스스로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스사노오가 한 번 더 정중하게 부탁했다.
[도와주십시오.]
여래는 그런 스사노오를 보며 잠시 침묵하더니.
[알겠습니다. 폭풍의 대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신법의 대신.]
스사노오가 여래의 대답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모든 신들이 당신들을 적대한다고 해도! 나 하나만큼은 당신들을 지지하겠습니다.]
무려 대신급의 성좌 중 하나가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추후, 야스라와 같이 성지에 찾아오시죠.”
[알았다. 지금도 내 신관이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으니, 일을 마치는 대로 찾아가겠다.]
처용의 말에 스사노오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신법재판소 밖으로 빠져나갔다.
스사노오가 사라지자.
[내가 너무 섣불리 결정한 것이냐?]
여래가 처용을 향해 말했다.
“그럴 리가요? 오히려 좋습니다.”
처용이 여래의 말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신의 검객 길드를 직접 찾아가 깽판을 놓고 싶었다.
데미갓 프로젝트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이냐고 직접 묻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주적인 마인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을 지금, 섣부른 행동을 했다간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추기경과 천교가 자신의 주변인을 노릴 가능성이 큰 상황.
대비는 충분히 해 두었다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신급 성좌인 스사노오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 왔다.
처용은 작금의 상황을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사노오와 그의 신관인 야스라가 전해 주는 정보를 얻고 조용히 준비할 생각이었다.
***
처용이 스사노오를 만나고 성지로 돌아가자.
“오랜만이여!”
반가운 손님, 성지에 미리 찾아와 기다리고 있던 혁수가 처용을 반겼다.
“내가 드워프 양반들과 작업을 하는 동안, 아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셨어? 하하!”
혁수가 세계 헌터 회의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크게 웃었다.
“벌써 일이 그렇게 퍼졌나요?”
처용이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이제 막 성지로 돌아온 참이니, 세계에 어떤 소식이 퍼졌는지 잘 몰랐으니까.
“난리도 아닙니다…….”
혁수 옆에 있던 태민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저도 처음 기사를 봤을 때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태민이 태블릿을 조작하여 처용에게 기사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한국의 두 번째 S급 헌터, 대천사 폭행?
“제가 미리 캡처해 둔 겁니다. 저스티스 길드에서 제재를 걸었는지 지금은 없어진 기사입니다.”
태민이 이야기하며 화면을 차차 넘기며 설명했다.
처음 기사를 시작으로…….
-신에게 맞서는 인간, 한처용에 대해…….
-한처용의 성좌, 신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신?
처용을 주제로 다룬 각종 기사들이 지나갔다.
기사가 퍼지자 당연히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헌터는 성좌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존재.
인간은 신에게 거스를 수 없는 존재였다.
신은 ‘절대적인 존재’이니까.
그런데, 단 한 명의 헌터가 그런 절대적인 법칙을 부숴버린 상황.
“처음 기사를 봤을 땐, 저도 믿지 않았습니다.”
태민이 얼굴을 쓸며 말했다.
도저히 제 눈으로 보이는 기사를 믿지 못한 태민은 곧장 백호에게 연락했었다.
그 당시 화합의 장 내부에서 연락을 받은 백호는.
-지금도 깽판치고 있는데?
헛웃음을 담아 답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당시 백호의 말을 다시 상기한 태민이 이마를 잡으며 말했다.
커맨더가 일으킨 소말리아 사건도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처용이 일으킨 성좌 폭행 사건은…….
소말리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 세계가 뒤집힐 만한 대사건이었다.
백호에게 사정을 들은 태민은 처용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는 신.
설마 그런 신을 상대로 무력을 써서 진압해 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사소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
처용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자.
“그 사소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태민이 진심을 담아 대답하고 머릿속으로 여러 대책을 생각할 때.
“그보다 센터장님이 여기에 계신다는 건, 혹시……?”
혁수를 바라본 처용이 의문과 기대감을 담아 물었다.
그는 처용이 맡긴 카투라의 허물을 가공하기 위해 드워프를 찾아갔었으니까.
그런 그가 여기에 있다는 건?
“흐흐, 나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고.”
아니나 다를까 혁수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각고의 뻘짓 끝에 그걸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네. 하하하!”
혁수는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아 카투라의 허물을 가공할 방법을 찾았다.
“지금 성지에 센터장님과 같이 온 드워프들이 있습니다.”
태민이 처용이 없는 동안, 성지에 찾아온 새로운 손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용이 성지에 세운 보물전 안에 몇 명의 드워프가 와 있다는 것.
“어떻게?”
의문이 섞인 물음의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혁수야 협회의 간부였고 성지 입구에서 출입을 승인받으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드워프들은 달랐다.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영역에서 나왔으며 이곳까지는 어떻게 찾아온 것이란 말인가?
처용이 의문을 가질 때.
“엘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태민이 처용의 의문에 대답했다.
드워프들이 거주하는 세계에도 엘프들의 보금자리, 세계수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여신님께서 허락을 해 주셔서…….”
태민이 말하는 ‘여신님’은 보살이었다.
드워프들이 성지에 방문하려 할 때.
-제가 허락했다고 하면 납득할 겁니다.
처용에게 연락을 취하려던 태민에게 보살이 한 말이었다.
“보살님께서 허락하셨다면, 문제는 없네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처용이 혁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바로 만나러 가 보죠.”
“안 그래도 그 양반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네.”
처용의 말에 대답한 혁수가 처용과 함께 성지에 세워진 보물전으로 향했다.
혁수가 보물전의 문을 열고는.
“이보게들! 이 성지의 주인이 왔다고!”
큰 목소리로 말하며 처용과 함께 들어섰다.
그러자 서로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다섯 명의 드워프가 고개를 돌렸다.
연아보다 작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키와 반대로 근육이 잡힌 튼튼한 몸체.
덥수룩한 수염을 자랑하는 그들은 장인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이었다.
그런 그들 중 하나가 처용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역시! 은인이셨군요! 저 다다돌프입니다!”
“아.”
처용 역시 인사를 건네는, 스스로를 다다돌프라 소개하는 드워프가 낯이 익었다.
그는 저주를 받아 세계수의 아래에 누워 있던 드워프 중 하나였다.
다다돌프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할 때.
“이 못난 제자 녀석을 구해주신 분이로군요.”
연륜이 있어 보이는 드워프가 처용을 향해 말했다.
“이렇게 젊은 인간일 줄이야.”
그는 처용을 보며 짧은 감탄을 하고는.
“제자 녀석과 우리 가족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처용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하는 드워프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는.
“한처용이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루돌프라고 합니다.”
인사를 받은 드워프, 루돌프가 악수를 받자.
“반갑습니다. 장로님.”
처용이 루돌프의 직위를 말하며 인사를 건네고.
‘오랜만입니다. 그랜드 스미스.’
속으로 그리움이 섞인 반가움을 한 번 더 전달했다.
처용은 눈앞의 드워프가 누구인지 처용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그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회귀 전 동료였던 이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