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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82화 (182/726)

#182화

처용은 정체가 훤히 드러난 이랑진군을 보며 회귀 전 그가 배신했을 때가 떠올랐다.

옥황상제가 보살을 기습하고 그의 배신이 들통난 순간!

이랑진군은 보살을 향해 달려오는 처용을 뒤에서 기습했다.

-어, 어째서? 도대체 언제……?

상처를 입은 처용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었다.

도대체 왜 배신한 것인지.

언제부터 배신자였던 것인지를.

-크하하! 멍청한 하계종 녀석! 이 몸은 첫 번째 세례를 받은 몸이니라!

그 당시 이랑진군은 자신이 ‘첫 번째’ 세례를 받은 자라고 했었다.

즉, 그는 천교에서 가장 처음으로 악신이 된 자였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몰랐기에 여러 준비를 해 두고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격을 걸고 결백함을 말하는 순간 눈치챘다.

그는 이미 악신이 된 상태라고.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오긴 했지만,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천교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사냥개를 미리 죽여 버릴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랑진군……!]

옥황상제가 노기가 일렁이는 표정으로 이랑진군을 노려봤다.

[감히! 천교에 숨어들어 나를 능멸한 것이냐!?]

[사, 상제…… 시여.]

이랑진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옥황상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악마 같은 새끼.’

분노한 것처럼 ‘연기’를 하는 옥황상제를 보며 치를 떨었다.

신법재판소를 보였음에도 그가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대세에 따른 이유.

그는 증인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할 때부터 충신인 이랑진군을 버린 것이었다.

설마했지만, 처용은 진짜로 옥황상제가 스스로 충신을 내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었다.

이왕 들킨 마당에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도주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옥황상제는 이랑진군을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천교에 있는 그 망나니 새끼가 완성이 덜 되었기 때문인가?’

처용은 옥황상제를 보며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천교의 길드장.

옥황상제의 신관을 떠올렸다.

비열함과 잔혹함으로 따지면 모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쓰레기.

옥황상제의 신관 역시, 본성을 드러내기 전에 죽여야 하는 이였다.

아마도 옥황상제는 준비한 계획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랑진군을 버리기로 판단을 내린 듯 보였다.

[어찌 그 긴 세월 동안 천교를, 이 옥황상제를 속일 수 있느냐!?]

옥황상제는 슬픔과 분노가 섞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함을 질렀다.

다른 이들에게는 측근의 배신으로 인해 분노와 슬픔을 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

이랑진군은 옥황상제의 눈빛을 받고 짧게 침묵하더니.

[어쩔 수 없군!]

-콰아아!

사방으로 시커먼 ‘마기’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스스.

신법재판소의 영향으로 금빛으로 일렁이던 주변이 검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마기 잠식인가?]

여래가 미륵의 옆으로 다가와 이랑진군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네놈들 전부! ‘그분’을 위한 제물이 되어 줘야겠다!!]

이랑진군이 괴성을 지름과 동시에.

-우드드득!

그의 겉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늑대인간의 모습을 한 몬스터, 웨어울프와 비슷한 모습.

그러나 부드러워야 할 털은 바늘처럼 날카로운 가시들이 나열된 채 섬뜩한 예기를 빛냈고.

-우우웅.

그 위로 새까만 오오라가 흐르며 불길함을 자아냈다.

그 모습을 본 성좌들이 경악했다.

[본신으로 강림했다고?]

[아니! 불가능하다!]

화신체를 해제하며 본 모습을 드러낸 이랑진군은 본신으로 강림한 상태였다.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본래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분명 성좌들이 봤을 때 이랑진군은 본신의 모습이었다.

[전부 잠식되어라!]

이랑진군이 핏빛처럼 붉은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내며 팔을 위로 뻗자.

-쿠구구!

주변이 흔들리며 점점 더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화신체가!?]

[시스템의 제약? 아니다! 이건 도대체!?]

성좌들의 화신체가 개입하려 했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당황한 음성을 내뱉었다.

이 자리에 있는 성좌들의 화신체가 마치 홀로그램처럼 점점 옅어지며 흔들리고 있었다.

[전부! 판데모니움의 양식으로 만들어 주마!!]

성좌들이 당황할 때, 이랑진군이 마기를 더욱 분출하며 하던 일을 서둘렀다.

그가 준비해둔 ‘보험’은 주변을 악마들의 영역, 판데모니움으로 완전히 바꿔 버리는 권능이었다.

이 일대가 판데모니움으로 완전히 바뀌는 순간!

응축되어 있던 강력한 마기가 해일처럼 덮쳐 이 주변을 모조리 파괴해 버릴 것이다.

판데모니움에 자리 잡은 ‘절대적인 존재’에게서 하사받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권능.

그 권능을 이용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모두 묻어버릴 생각이었다.

성좌들은 화신체만을 잃고 끝난다지만, 이 자리에는 최상위 헌터들도 함께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한꺼번에 죽는다면?

계획이 훨씬 앞당겨 지리라!

그리고…….

[…….]

이랑진군이 분노한 표정을 드러내 보이는 옥황상제를 바라봤다.

그는 모시는 주군인 옥황상제의 눈빛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옥황상제가 내린 무언의 명령을 알아차렸기에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상제시여.’

이랑진군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에게 속으로 사죄를 올렸다.

어차피 이 권능이 발동되면 자신은 죽으니까.

‘야망을 이루소서!’

각오를 다진 이랑진군이 권능을 완성하려는 순간!

[팔괘봉마진-억압(抑壓)!]

“팔괘봉마진-억류(抑留)!”

처용과 여래가 동시에 땅을 짚고는 ‘미리 준비해 둔’ 진법을 발동했다.

-키이잉!

처용과 여래를 중심으로 금빛으로 빛나는 팔괘의 문양이 어둠을 뚫고 나타났고.

-슈루루루!

처용의 바로 옆에 있던, 미리 꽂아둔 신을 묶는 묘가 주변의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준비해 둔 진법을 이용해 여래가 마기를 억압하여 날뛰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처용은 억압된 마기를 한 곳으로 유도했다.

-후우우!

처용은 신을 묶는 묘가 마기를 흡수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마신공-흡성대법(吸星大法)!’

어둠의 찬가를 꺼내 바닥에 꽂았다.

-쾅!

그러자.

-슈화아아!

바닥에 꽂힌 어둠의 찬가가 추가적으로 주변의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처용이 주변에 퍼진 마기를 끌어들이고 있을 때.

[광명부(光明符).]

여래가 두 손을 합장하자 그의 앞에 밝게 빛나는 한 장의 부적이 나타났고.

[파마의 물소리.]

합장한 두 손이 떨어지며 술법을 발동되었다.

그러자.

-우웅! 우우웅!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돌이 떨어진 듯.

여래를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파문이 퍼져 나갔다.

파문이 넓게 퍼져 나가자.

[……!]

[……풀렸다!]

성좌들의 화신체가 보이지 않는 억압에서 풀린 듯, 고개를 들었다.

[이! 도대체 무슨 짓을!?]

이랑진군이 자신이 준비한 최후의 일격을 저지한 처용과 여래를 보며 당황했다.

이 권능은 즉석에서 막을 수 있는 권능이 아니었다.

발동되는 즉시 마기와 저주가 신력을 억누르니까.

성좌들이라 해도 본신이 아닌 화신체로는 저항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용과 여래는 권능을 쓴 것인가?

“넌 파마의 힘을 너무 물로 봤어.”

처용이 당황하는 이랑진군을 향해 말했다.

동시에.

“빨리 저 배신자를-!”

처용이 주변을 향해 외친 순간!

[내리쳐라!]

천둥의 신 토르가 묠니르를 움켜쥔 채 이랑진군의 위에서 나타났다.

-콰쾅!

토르가 움켜쥔 묠니르가 이랑진군의 머리를 내리찍었고.

-콰르르릉!

강렬한 벼락이 이랑진군을 태워버릴 듯 몰아쳤다.

[크허어어억!?]

묠니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이랑진군이 괴성을 토해냈다.

공격을 받은 순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권능을 발동하는 동안은 움직일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방법을 찾으려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내게 승리를 바쳐라! 궁니르여.]

아스가르드의 주신이 투창을 움켜쥔 채 이랑진군을 겨누고 있었다.

마치 괴수의 뼈를 깎아 만든 듯 날카롭게 각이 진 창날.

그 창날을 마치 검은 나뭇가지가 휘감아 올린 듯한 형태의 투창.

오딘이 꺼낸 신물은 아스가르드의 주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구, ‘궁니르’였다.

어떤 표적이든 반드시 ‘명중’시키는 투창.

-투! 콰앙!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오딘의 궁니르가 이랑진군에게 쇄도했다.

-콰쾅!!

[커허어억!!]

궁니르가 이랑진군의 복부를 꿰뚫고 바닥에 틀어박혔다.

마치 공성용 발리스타에 꿰뚫려 매달린 병사와 같은 모습.

즉시 행동을 개시한 토르와 오딘을 시작으로.

[놈을 잡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대비해!]

성좌들이 이랑진군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퍼억!!

헤라클레스의 몽둥이가 이랑진군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강타했고.

[하늘의 봉인검.]

에덴의 수장, 메타트론이 새하얀 책을 펼치며 권능을 발동했다.

-푸북! 푸부부북!!

허공에서 빛의 검들이 생성되더니 이랑진군의 팔다리를 꿰뚫고 바닥에 박혀들었다.

그 외 다른 몇몇 성좌들도 이랑진군을 공격했다.

일부 성좌들은 주변에 퍼진 마기를 정리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성화를 일으켜 주변의 마기를 태워버리는 헤스티아.

마찬가지로 화염을 일으켜 헌터들을 보호하고 마기를 태우는 태양신 라.

그리고.

[감히! 이런 지저분한 짓거리를 저지르다니!]

야훼가 인상을 세차게 구기며 일갈하듯 외치고는.

-피이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

-화아아!

야훼의 손아귀에서 빛이 퍼지며 주변에 넘실거리던 마기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이윽고.

-파창창!!

판데모니움으로 점점 바뀌어 가던 환경이 유리가 깨지듯 깨져 나갔다.

이랑진군이 준비한 권능이 완전히 무너졌다.

[커…….]

순식간에 집중 공격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이랑진군이 옅은 신음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본 메타트론은.

[놈을 묶어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천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대천사들이 밝은 빛을 내는 구속구로 이랑진군을 묶었다.

[이제 권능은커녕 마기조차도 쓸 수 없을 겁니다.]

이랑진군의 목에 형구를 건 미카엘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태가 조금 진정되었을 때.

“미리 대비해 두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처용이 신을 묶는 묘와 어둠의 찬가를 회수하며 말했다.

[설마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이런 대범한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구나. 제자야.]

여래가 처용의 말에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야 화신체이니 상관없다만, 네 대비책이 아니었으면 인간들은 모두 사이좋게 죽었겠구나.]

미륵이 미소를 지으며 모두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

[…….]

사람들도 성좌들도.

미륵의 말에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었던 것이냐?]

아테나가 처용을 향해 궁금한 듯 물었다.

방금 사방에 마기가 퍼지며 주변의 환경을 바꾸었던 권능.

그 권능은 ‘대신’급의 성좌들조차 순간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했다.

처용은 그런 권능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준비를 갖추고 대비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랑진군이 ‘배신자’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 미리 준비했습니다.”

사실은 이번 세계 헌터 회의가 있기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지만.

굳이 거기까지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고맙구나, 네 덕분에 올림포스의 일원들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아테나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하고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법의 대신’.]

여래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제자가 준비한 일에 손만 거들었을 뿐입니다.]

아테나의 감사에 여래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헬리오폴리스 역시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 역시, 도와주어서 감사하오.]

여러 성좌들이 처용과 여래에게 감사를 전했다.

만약 이 자리에 처용과 여래가 없었고 이랑진군이 일으킨 재앙이 완성되었다면?

기껏 구축한 성운의 길드가 모조리 무너지고 핵심 병사들과 신관들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그것은 복구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였다.

심각한 상황이 지나가고 모두가 안도할 때.

[…….]

단 하나의 성운, 아니 한 명의 주신만은 안도하는 분위기를 낼 수 없었다.

[왜 그런 것이냐?]

슬픈 눈빛으로 이랑진군을 내려다보던 옥황상제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젠 내가 네 주군이 아니니 내 말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냐?]

[커허…….]

고통 섞인 쇳소리를 내쉰 이랑진군이 힘겹게 눈동자를 올려 옥황상제를 마주했다.

다른 성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랑진군은 아주 오랫동안 옥황상제를 따른 이였지.]

[……그런 그가 왜?]

[상심이 크겠군.]

옥황상제를 향해 측은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더러운 위선자 새끼!’

옥황상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처용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동시에.

‘멍청한 사냥개.’

이랑진군을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옥황상제가 자신을 버렸음을 이미 알아차렸음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이랑진군만이 배신자가 아닌 ‘천교 전체’가 배신자였으니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랑진군은 자신을 희생한 것이었다.

그건 옥황상제 역시 배신감이 일렁이는 분위기를 계속 연기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때.

[우선 이놈을 끌고 신계로 가야겠습니다.]

아테나가 이랑진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일어난 일도 일이니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소.]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도 해야 하고 말이오.]

다른 성좌들이 아테나의 말에 동의했다.

[천교 역시 동의하오…….]

옥황상제가 이랑진군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본 아테나는.

[별들의 의회에서 다시 봅시다.]

성좌들을 향해 말하고는 다른 올림포스 신들과 함께 사라졌다.

[이 악랄한 놈은 우리가 직접 끌고 가지요.]

메타트론 역시 휘하 대천사들에게 이랑진군을 끌고 가라 명하며 사라졌다.

모든 성좌들이 사라지고.

“……모두 내일 보는 걸로 하죠.”

스미스가 기운이 쫙 빠진 목소리로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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