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77화 (177/726)

#177화

처용이 화합의 장 내부에 있는 회의장을 빠져나온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성좌들을 향해 작금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하하하! 표정들이 아주 가관이더구나!]

미륵의 웃음소리와 함께 답변이 들려왔다.

처용이 지상의 길드들을 만날 때, 여래를 포함한 성좌들은 다른 성운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신격들이 엄청난 적대감을 드러냈을 텐데요?’

처용이 신계의 상황을 짐작하며 물었다.

오늘 일어난 사태만 해도 신계가 발칵 뒤집힐 일이었으니까.

이런 와중에 초대형 사고를 일으킨 처용의 성좌가 신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신계를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갔었던 신, 여래.

이에 성운들이 엄청난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몇몇 성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이들이 나를 적대했으니 말이다.]

여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무신전만큼은…… 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하! 그분들다운 모습입니다.’

처용이 여래의 말에 무신전의 성좌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회의장에서 처용이 날뛸 때도 처용을 응원하며 환호를 하던 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신전의 성좌들은 모두 각각의 신념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신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심지어 승리한 인간.

그들의 눈에는 처용의 싸움이 아주 흥미로운 투쟁으로 보였을 것이다.

[네가 사용한 기술들과 결전기에 관심이 많아 보이더구나. 제자야.]

‘그분들이 흥미를 가졌다니 다행입니다.’

처용은 여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성좌들 앞에서 결전기와 다양한 기술을 보인 이유가 있었다.

무(武)를 숭상하고 투쟁하는 무신전의 성좌들.

그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까.

[올림포스는 그렇다 치지만, 의외로 헬리오폴리스 역시도…….]

여래가 신계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말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성운이 좀 있더구나.]

여래는 자신이 신계에 발을 들일 때, 거의 모든 성운이 자신을 적대할 것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모두가 처용과 여래를 향해, 적대감을 비친 것은 아니었다.

태양신 라가 주신으로 있는 헬리오폴리스 등, 의외로 침착한 분위기를 보인 성운도 있었다.

그리고 협력을 약속한 올림포스 성운 역시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테나는 처용에게 존중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성운의 질타를 받기까지 했었지만.

-그 아이가 올림포스를 위해 해준 일들을 생각하면, 제가 그를 존중해주고 싶군요.

그녀는 자신에게 질타를 던지는 신격들을 태연하게 받아치며 처용을 두둔했다.

비단 아테나만이 아닌, 올림포스에 소속된 신격들 대부분이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처용이라는 존재 자체가 성운에 거대한 이득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신관을 크게 성장시키는 수련법을 공유해주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올림포스는 제우스가 사라지고 아테나가 새로 주신이 된, 세대교체가 된 성운이었다.

아테나를 중심으로 올림포스를 이끄는 이들은 여래에 대한 반감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다.

그 외 헬리오폴리스 등 소수의 성운들이 여래에게 큰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각각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의외였다.

반면에 오래된 대신들이 자리하고 있는 성운들은 여래와 처용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당장이라도 모든 신격들이 힘을 합쳐 둘을 죽여야 한다는 듯한 주장을 했다.

특히, 이번에 제대로 망신을 당한 에덴이 그러했다.

그러나.

[하하하! 네 스승님이 대놓고 성전을 선포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느니라.]

미륵이 신계에서 여래가 했던 말을 처용에게 해주었다.

‘……놈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뻔하군요.’

처용이 신격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훤히 보인다는 듯 말하자.

[닥치고 가만히 있어야지 뭐 어쩌겠느냐? 하하!]

미륵이 처용의 생각이 맞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에라도 성전을 거는 놈이 있으면…….’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전(聖戰).

성운과 길드가 성지를 놓고 싸우는 전쟁.

처용은 그 어떤 거대한 성운이 성전을 선포하더라도 다 박살 내 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선천적 신격들이 멍청하고 오만하다고 해도 당장 성전을 일으키지는 못하리라 판단했다.

이미 에덴의 다섯 하늘 중 하나가 처용에게 패배한 이상, 그 누가 처용을 상대하려 할까?

성운의 병사들이 모인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껏 키운 병사들을 모두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성전을 선포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누구 하나가 용감하게 나선다면 묻어가려는 놈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누가 처용에게, 여래에게 성전을 선포할까?

‘손해를 보기 싫으면 찌그러져 있어야죠.’

처용이 신계의 신격들을 상상하며 그들을 비웃었다.

‘아무튼 내일 있을 회의가 기대되는군요.’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한 처용이 내일을 기대하며 미소를 지었다.

***

파란만장한 하루가 지나가고 2일차 회의가 진행되는 날.

회의장 내부는 어수선했던 첫째 날과는 다르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1층에 자리한 사람들 모두가 한 명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까.

“…….”

정작 이런 분위기를 만든 처용은 편안하게 앉아 팔짱을 끼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쿵!

한가득 쌓인 서류를 짊어진 WHU 총장 존 스미스가 나타났다.

하루 안에 많은 준비를 하며 정보를 확인한 듯, 피곤한 모습이었다.

“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스미스가 긴장을 몰아내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쉰 후 회의 시작을 선언했다.

-화아아!

천장이 별하늘로 변하고 성좌들이 2층에 강림했다.

“2일차 세계 헌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미스가 회의 시작을 선언했고.

“어제의 안건을 간단하게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어제 주로 다뤘던 회의 내용을 한 번 요약하여 설명했다.

“금일 주로 다룰 주제는 마인들의 진압 및 섬멸에 관해, 그리고…….”

스미스가 침을 한 번 삼키고 2층의 성좌들의 눈치를 잠시 보았다.

“소말리아 사건 당시 마인들에게 협력한 성운에 대해서입니다.”

본래 ‘책임’이라는 말까지 해야 했지만, 차마 거기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할 말을 마친 스미스가 커맨더를 응시하자.

“에덴의 성좌님들께 묻겠습니다.”

커맨더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사들이 자리한 2층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녀를 조종한 것이 누구이며, 왜 그녀를 조종해 이종족들을 공격했습니까?”

그의 말에 천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인간이 신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

커맨더가 있는 좌석에서 흉흉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처용으로 인해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난 내 제자를 말릴 생각이 없습니다.

처용의 성좌, 여래는 처용이 어떤 짓을 저지르던 말릴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어제처럼 처용이 날뛴다면, 그냥 지켜보겠다는 뜻.

에덴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다른 성운에 협력을 요청해 보았지만.

-우리는 끌어들이지 마시오!

-딱히, 저 아이를 자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혈선 또한 자극해봐야 좋을 것이 없소.

모두가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몇몇 성운은 아예 처용 측에 붙은 분위기를 보였다.

-난 저 아이가 마음에 드오! 하하!

-우리는 역천의 신과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특히, 무신전과 올림포스.

그들은 아예 대놓고 ‘동맹’임을 드러내는 듯했다.

[……윽!]

[……큭!]

상황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은 에덴 측 성좌들에게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때.

“……그 당시 성녀님을 조종한 분은 감시의 대천사 라구엘 님입니다.”

천사들이 자리한 1층, 저스티스 길드 쪽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범인을 언급한 이는 바로 저스티스 길드장 라리네였다.

“어떻게 알아낸 정보입니까?”

커맨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라리네를 응시하고는 의심을 섞어 말했다.

“하늘의 서기관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라리네가 커맨더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커맨더는 라리네를 응시하며 잠시 생각하고는.

“왜…… 성녀를 조종해서 이종족들을 공격한 겁니까?”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당시에는! 에덴 또한 교단과 마찬가지로 이종족들을 건들지 않겠다 약속했었습니다!”

결국, 목소리가 점점 커진 커맨더가 분노를 쏟아냈다.

신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위선과 거짓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으니까.

에덴의 천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윽박지르는 하계종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방진 인간을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했지만…….

“…….”

에덴 측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처용에 이어.

[깔끔하게 인정해라! 머저리 녀석들!]

미륵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일갈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

[…….]

날카롭게 노려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여래로 인해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성녀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커맨더의 물음에 답한 목소리는 에덴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신관.]

그의 질문에 답한 것은 바로 빛의 신, 야훼였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커맨더가 자신의 질문에 답해준 야훼를 향해 말하자.

[성녀의 몸은 망가지고 있었다.]

야훼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온몸에서 여러 빛깔을 뿜는 새하얀 실루엣과 같은 모습이기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런…… 성녀의 육체를 고칠 필요가 있었다.]

말투에서 짜증이 섞인 듯한 감정이 보였다.

야훼의 말이 끝나자.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성자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네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고 우리끼리 해결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 방법도 여럿 구해 놓았었고.]

“그렇다고 마인들과 거래하다니요……. 적어도 신관인 제겐 알려 주셨어야 했습니다.”

야훼의 말에 성자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하자.

[나는 마인들과 거래하라 지시한 적이 없다!]

야훼가 큰 목소리로 성자의 말을 부정했다.

“정말입니까?”

[‘빛의 신명’을 걸고 나는 결코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재확인 차 물은 성자의 질문에 야훼가 신명을 걸고 결백을 주장했다.

애초에 그는 어둠을 혐오하고 악마들과 일말의 협상조차 하지 않는 빛의 신이었다.

그런 그가 절대로 마인들, 악마들과 거래할 리가 없었다.

[내가 다른 방법을 찾았을 때는 이미 에덴에서 손을 쓴 후였다.]

야훼가 에덴 쪽을 잠시 노려보며 말을 마쳤다.

“흠…….”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유심히 관찰한 처용은.

“정리하자면, 에덴과 교단은 각각 성녀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했었고.”

작금의 상황과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정보들을 규합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마인들에게서 방법을 찾은 에덴 쪽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맞습니다. 한처용 헌터.”

라리네가 처용이 정리한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러자.

“‘육체 붕괴’는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닐 텐데요?”

성녀의 특성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처용이 성녀의 병을 언급했다.

육체 붕괴.

말 그대로 육체가 가루처럼 부수어지며 사그라지는 병.

아니, 병이라기보다는 육체에 저장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한 몸이 깨지는 현상이었다.

아무리 병기로 개조되었다고 해도 성녀는 연약한 육체를 지닌 여성이었다.

그런 성녀의 몸에 대신과 그에 준하는 신격들의 신력을 우겨넣었으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처용은 육체를 단련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였기에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그걸 어떻게?]

에덴 측 천사들에게서 당황한 듯한 음성이 울렸다.

처용은 그들의 반응은 무시하고.

“마인들과 무엇을 거래했고 어떻게 고친 겁니까?”

라리네와 에덴 측 성좌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것은 ‘판테라움’이라는 ‘약’이었습니다.”

라리네가 메타트론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말했다.

마인들이 성녀를 고치기 위한 ‘약’이라고 소개를 한 검은 광석.

심지어 마인들은 그 약의 효과를 직접 입증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당시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았던 성녀가 마인들이 소개한 약을 먹고 안정되었으니까.

에덴은 성녀를 고치기 위해 그들과 거래하기로 한 것이었다.

더 늦으면 성녀를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처용은 라리네의 말에 눈을 살짝 키우고는.

“설마…… 그걸 갈아서 먹였습니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물었다.

회귀 전, 성녀가 보인 모습들을 보고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걸 갈아서 마셨더니-.”

“좋아졌겠지, 그 순간은!”

라리네의 말을 끊고 처용이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아, 씨발.”

이마를 부여잡으며 욕을 내뱉고는.

“야이! 정신 나간 새끼들아!!”

신력을 담아 분노를 내질렀다.

-쿠구구!

거대한 경기장과 다를 바 없는 회의장이 크게 진동했다.

“이 답도 없는……! 그게 뭔 줄 알-! 후…….”

분노하던 처용이 진정하려는 듯 한숨을 내쉬자.

“……왜? 그게 도대체 뭔데?”

커맨더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처용의 반응을 볼 때, 에덴이 성녀에게 행한 ‘치료’는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아니, 처용이 분노한 것으로 봐서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맨더의 질문을 듣고 이마를 잡으며 잠시 침묵한 처용은.

-파지직!

뢰신보를 사용해 모두가 보이는, 모두를 볼 수 있는 중앙으로 향했다.

동시에.

-쿵!

아공간에서 ‘신을 묶는 묘’를 꺼내 보였다.

“이게 통짜 ‘판테라움’으로 만들어진 아티팩트입니다.”

-탁! 탁!

처용이 신을 묶는 묘를 검지로 탁탁 치며 말했다.

“이거에 당해 본 양반들을 잘 알 테지! 이게 무슨 힘을 지니고 있는지!”

[…….]

[…….]

처용의 말에 에덴을 포함, 모든 신격들이 침묵했다.

[그것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느냐?]

아테나가 처용에게 묻자.

“하아, 판테라움은…… 판데모니움 가장 깊은 곳에서 채굴되는 광석입니다.”

한숨을 내쉰 처용이 아테나의 말에 대답했다.

“그걸 먹었으니…… 성녀가 무사할 리가 없죠.”

회귀 전,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던 성녀.

전쟁 당시 성녀의 온몸에는 검붉은 빛을 내뿜는 균열이 번져가고 있었다.

심지어 신성력으로 충만했어야 할 성녀의 몸에서 마기가 섞여 새어 나오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야훼는 그런 그녀를…….

-쓸 만한 도구였거늘…… 쯧!

끝까지 도구로 취급하며 전쟁 도중 자폭시켜 버렸다.

그 결과, 대악마 하나를 소멸시켰다며 좋은 결과라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으드득!

처용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때.

[함부로 말하지 마라! 혈선의 신관!]

에덴의 다섯 하늘 중 하나, 성화의 대천사 우리엘이 처용을 향해 분노를 섞어 말했다.

[라구엘이 제시한 방법은 틀리지 않았었다! 성녀는 지금 멀쩡하지 않은가!]

“하…….”

처용은 그런 우리엘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진짜…… 이젠 화도 안 나네…….”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우리엘이 뭐라 말하기 전에.

“에덴의 성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오리할콘.”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오리할콘을 인간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

신격들이 처용의 말에 침묵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처용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감도 안 잡히지?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

확신이 담긴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리할콘을 먹은 인간은…… 죽어!”

그러자.

“호네아는…… 지금은 멀쩡하지 않습니까?”

성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약’을 먹을 때는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진시황도 불사약이라는 ‘수은’을 먹고 ‘잠깐’은 확 좋아졌었지.”

처용은 성자의 말에 과거 지구에서 ‘불사’에 집착했었던 한 왕을 언급하며 말했다.

지구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처용은 눈빛이 흔들리는 성자를 잠시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천사들은 성녀에게 ‘약’을 준 게 아니라!”

그에게 현실을 인지시키기 위해 강하게 말했다.

“네 여동생! 호네아에게 ‘수은’을 처먹인 거라고! 그걸 몇 년 동안 계속 먹였으니……!”

처용은 뒷말을 잠시 끊고 고민하다가.

“성녀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단 말이다!”

성자를 향해 마지막 말을 이었다.

처용은 아무것도 모른 채 절망적인 미래를 맞이하는 것보다.

미리 현실을 깨닫고 절망을 예방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회귀 전, 자신을 도와준 성자와 성녀, 모두를 위해서라도.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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