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라구엘의 가장 위쪽 날개 한 쌍이 뜯어지자.
[큽! 크아아아!]
공동을 울리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파사사사-!
처용이 뜯어낸 날개가 빛으로 화하더니 몇 개의 하얀 깃털을 날리며 사그라졌다.
흩날리는 깃털을 잡아챈 처용은.
“일곱 개라…… 운이 좋네?”
그 깃털을 아공간에 넣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천사의 날개, 이것은 추후 활용할 부분이 아주 많은 재료였다.
[대천사의 날개 깃털 / 재료]
[강력한 빛 속성의 힘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확인 불가.]
게다가 라구엘은 일반 천사가 아닌 대천사.
처용은 이번 기회를 잡아 보물전 창고에 재고를 채울 생각이었다.
애초에 에덴의 대천사를…… 라구엘을 노린 이유 중 하나가 이 깃털 때문이었으니까.
감시의 대천사 라구엘.
평화와 나태에 찌든 오만한 대천사.
놈은 끽해봐야 안드라스와 비슷한 수준인 대천사였다.
그리고 애초에…… 에덴의 대천사들은 대악마들보다 약하다.
라구엘과 마찬가지로 평화와 나태에 찌들었으니까.
반면에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은 끊임없이 싸우며 서로를 잡아먹고 힘을 키운 이들.
회귀 전, 판데모니움과 에덴이 처음으로 격돌했을 때는, 악마들이 승리했다.
아니, 그냥 압도적으로 에덴이 밀려 버렸다.
대악마 마지막 서열인 안드로말리우스가 대천사 둘을 상대로 호각을 보였으니까.
대천사들 중에서도 ‘다섯 하늘’이라 불리는, 천사들에게 있어 삼천마와 같은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 전부가 힘을 합쳐야 바알 하나를 겨우 감당할 수 있었다.
-으드득!
처용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렸다.
에덴은 악마들과 직접 마주하기 전에는.
-악마들은 별 것 아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항상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처용의 경고를 무시했었다.
‘경고를 듣지 않는다면! 뼈에 새겨줄 수밖에!’
라구엘을 밟은 처용의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갔다.
[천상에서!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눈에 핏발이 선 라구엘이 고함을 지르자.
“어쩌라고?”
처용은 그런 라구엘을 비웃으며 다음 날개 한 쌍을 잡아챘다.
그 모습을 본 라구엘이 급하게 화신체를 해제하려 했다.
그러나.
[이! 무슨! 해제가!?]
화신체를 해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화신체 해제가 안 될 거야. 크크.”
처용이 그런 라구엘을 비웃었다.
화산의 오크인 쿠루타조차 이 아티팩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신을 묶는 묘를 처용이 강화까지 했으니, 라구엘이 벗어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특별히 공들여 직접 개조를 한 것이니까.
-우드드득!!
처용이 라구엘의 날개 한 쌍을 더 뜯어내었다.
[크아아!]
라구엘의 비명이 울렸고 처용은 흩날리는 깃털을 잡아채 보물전에 집어넣었다.
“이번엔 다섯 개인가? 쯧.”
처용은 혀를 차고는 마지막 남은 한 쌍의 날개를 잡아챘다.
“어이 대천사. 아니지, 이젠 하급 천사인가?”
[반드시! 내 반드시! 네놈을! 죽여 버릴 것이다!!]
라구엘이 발버둥 치며 발악하자.
“크크크.”
-우드득!
처용은 라구엘을 밟은 발에 힘을 더욱 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한 쌍의 날개를 뜯어내기 직전.
[당장! 멈춰라!]
라구엘이 펼친 결계가 해제되면서 여섯 명의 천사와 세 명의 대천사가 추가로 난입했다.
“아아.”
처용은 난입한 대천사들 중 가장 앞장서 있는 한 명을 알아보았다.
길게 흩날리는 청색의 장발과 라구엘보다 한 쌍 많은 네 쌍의 날개.
“라파엘…….”
세 명의 대천사 중 한 명은 ‘다섯 하늘’이라 불리는 천사 중 하나.
수호의 대천사 라파엘이었다.
[감히! 하계종 따위가 대천사의 존함을!]
[네놈을 심판하겠다!!]
처용의 태도에 난입한 다른 천사들이 분노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당장, 그 손을 놔라!]
라파엘이 굳은 표정으로 처용을 향해 경고를 담아 다시 말했다.
처용은 그런 라파엘의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싫은데?”
그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
[여기서 더 죄를 늘리는 것인가! 혈선의 신관!!]
라파엘이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일갈했다.
“죄? 이 닭대가리 새끼들이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데…….”
라파엘의 일갈에 처용이 싸늘하게 읊조렸다.
“난 애초에 잘못한 게 없어.”
-우드득!
라구엘의 날갯죽지를 잡은 처용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네놈의 행동 자체가 죄악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 모습을 본 라파엘이 다시 한번 경고를 전했지만.
“크크크, 지랄!”
-우드드득!
처용은 라파엘을 비웃으며 라구엘의 남은 날개를 뜯어버렸다.
날개가 전부 사라지자 라구엘의 화신체가 사그라졌다.
라구엘의 화신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처용은 흩날리는 깃털들을 잡아 보물전에 챙겼다.
[네놈!!]
라파엘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노성을 내질렀고.
[놈을 처단한다.]
[죽여라!]
천사들이 처용을 둘러싸며 창을 겨누었다.
“병신들.”
처용은 가까이 접근한 천사들을 비웃었다.
동시에.
-탁!
손가락을 튕기며 미리 준비해 두었던 함정을 발동했다.
그러자.
-쿠우우!
신을 묶는 묘에서 붉은 기류가 뿜어져 나와 천사들을 덮쳤다.
뿜어져 나온 붉은 기류는 바로 징벌자의 권능, 압제였다.
[이런!]
라파엘과 천사들이 압제의 힘에 저항하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명옥(明獄)의 사슬.”
-촤르르르!
신을 묶는 묘에서 빛을 구속하는 시커먼 사슬이 튀어나와 천사들을 구속했다.
그때.
[내게로 오라!]
라파엘이 권능을 발현했다.
-촤르르! 촤르르륵!
천사들을 구속했던 모든 사슬이 풀리고 라파엘에게 향했다.
동료들에게 향하는 공격을 해제하고 자신에게 유도하는 ‘수호의 대천사’가 가진 권능이었다.
그리고.
-화아아!
라파엘이 강렬한 빛을 내뿜자.
-파사사-!
신을 묶는 묘에서 튀어나온 사슬들이 사그라졌다.
“과연 다섯 하늘 중 하나야…… 그런데 말이야?”
처용은 간단하게 공격을 막아낸 라파엘을 보며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이미 늦었어.”
사슬은 시간을 끄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었으니까.
처용의 손에는 라구엘이 쥐고 있던, 대천사들만이 다룰 수 있는 무구.
양산형 롱기누스의 창이 쥐어져 있었다.
“이렇게 쓰는 건가?”
처용이 바닥에 창을 꽂자.
-화아아!
빛이 퍼져 나가며 처용을 중심으로 일정 영역에 결계를 만들어냈다.
라구엘이 사용했었던 대천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 천상의 결계였다.
문제는 온전한 천상의 결계가 아닌.
-우우웅!
처용의 신력이 섞여 황금빛과 붉은 기류가 넘실거리는 결계였다.
마치 천상의 결계를 변질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라파엘이 변질된 천상의 결계를 보며 경악할 때.
“더 신기한 걸 보여줄까?”
처용이 조금 전 뜯어낸 라구엘의 날개 깃털을 하나 꺼내고는.
-으드득!
입으로 가져가 씹어 먹었다.
[선인의 육체가 대천사의 날개 깃털을 흡수했습니다.]
[명 속성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최대 마나가 200 증가합니다.]
[명 속성에 신성(神聖) 속성이 추가됩니다.]
영약을 흡수했을 때처럼 시스템이 울렸다.
그리고.
‘명환부-대천사의 날개.’
처용의 등 뒤에 빛이 뭉치더니.
-화아아!
밝게 번져나가며 새하얀 날개를 형성했다.
마치, 대천사들과 같은 세 쌍의 날개였다.
[……!!]
그 모습을 본 라파엘의 눈이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불가능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 중 몇몇 신들이 경악을 담아 소리쳤다.
[설마…….]
라파엘이 입을 열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타 신격의 권능을 변질시켜 이용하는 모습.
대천사의 날개를 먹은 처용이 등 뒤에 형성한 날개.
그 모습을 본 라파엘은 아주 오래전, 여래와 맞서 싸울 때가 떠올랐다.
[……역천(逆天)?]
처용은 마치 그 말이 맞다는 듯 씨익 웃자.
[그럴-! 그럴 리가 없다!]
라파엘은 머릿속에 떠오른 가정을 온몸으로 부정하듯 소리쳤다.
여래가 신계에 불러왔었던 재앙을 직접 겪은 신격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힘.
그런 재앙의 힘이 고작 인간의 손에 구현될 리가 없었으니까.
심지어 역천은 태초신이 직접 여래와 거래하여 봉인까지 했었다.
태초신이 직접 건 제약이 풀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 ‘빛의 길’은 이렇게 쓰는 거로군.”
처용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 말하면서.
-번쩍!
섬광처럼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라파엘의 근처로 다가왔다.
번개를 두르고 빠르게 이동하는 뢰신보와는 확연히 달랐다.
라구엘이 사용하던, 빛이 있는 곳이라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권능.
빛의 길을 따라 한 것이었으니까.
-화르르륵!!
빠르게 차륜 도끼를 꺼내 든 처용이 도끼날에 화염을 두르고 라파엘을 향해 후려쳤다.
라파엘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는.
[사라져라.]
날아오는 도끼날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자.
-푸쉬시…….
차륜 도끼에서 맹렬히 회전하던 화염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까깡!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라파엘의 손에 둘러진 듯 도끼날이 허공을 타격하며 튕겨 나왔다.
‘절대 속성 방어…….’
라파엘의 권능을 확인한 처용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호의 대천사 라파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권능.
절대 속성 방어.
상대가 발현하는 속성을 강제로 지워버릴 수 있는 권능이었다.
[역천을 보인 이상, 네놈을 살려둘 수 없다.]
“큭, 크크. 애초에 살려줄 생각은 있었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라파엘의 말에 처용이 비웃으며 말하자.
[내가 놈을 잡아두는 동안! 녀석을 죽여라!]
라파엘은 처용의 말은 무시하고 휘하 천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래…… 수호의 대천사다운 권능이야.”
처용은 그런 라파엘을 향해 싸늘하게 미소를 보였다.
동시에.
-우우웅!
강기를 끌어올렸다.
[소용없다!]
그 모습을 본 라파엘이 처용을 경계하며 외쳤다.
[어떤 속성을 사용하든! 통하지 않을 것이다!]
화신체 상태에서 한 번에 지울 수 있는 속성은 최대 세 개.
라파엘은 지금까지 처용이 보인 속성을 다시금 떠올리고는.
‘놈도 한 번에 여러 개의 속성은 다루기 힘들 터!’
충분히 처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판단했다.
자신이 처용을 잡아두는 동안 휘하 천사들이 집중공격을 한다면 충분히 처용을 죽일 수 있었다.
심지어 처용은 다른 이들이 개입하지 못하게 천상의 결계를 사용한 상황.
스스로를 가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라파엘, 너 역시 라구엘과 다를 바가 없어.”
처용은 이 상황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듯 말했다.
“평화와 오만에 찌든 네놈들은! 내가 어떤 단련을 했는지 상상조차 못 할 거다!”
-우우우웅!!
강기를 끌어올린 처용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연부를 소환했다.
-화르륵! 파지직! 쿠구구!
불, 번개, 바람, 빛, 어둠 등 처용이 다루는 모든 종류의 속성이 서로 뭉쳐 들었다.
여러 색으로 빛나는 속성의 구체가 처용 주변을 밝혀주는 듯 허공으로 부유했다.
마치, 처용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하나의 우주처럼 보였다.
[말도 안……! 이건 불가능하다!]
방어 준비를 하던 라파엘의 표정에 경악이 일렁였다.
설마…… 인간이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
처용이 손을 들어 올리자.
-쿠구구구!!
주변을 떠다니던 속성의 구체들이 세차게 진동하며 처용에게 모여들었다.
검(劍)의 지존이라 불리던 검성.
무(武)의 지존이라 불리던 천마.
그리고.
마법(魔法)의 지존, ‘엘리멘탈 마스터’라 불리던 또 하나의 동료.
-너도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다면서?
지금 처용이 사용하는 기술은 바로 대마도사에게 배운 마법을 선술에 맞춰 개량한 것이었다.
“엘리멘탈 미티어 버스트.”
준비를 끝낸 처용이 기술을 발동하자.
-콰콰콰콰콰!!
뭉치고 압축되었던 속성의 구체들이, 마치 포탄 세례처럼 천사들에게 쏟아졌다.
[모두! 내 뒤로!]
급하게 명령을 내린 라파엘이 전방에서 쏟아지는 포격 세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떻게든 권능을 발현하여 쇄도해오는 속성 구체들을 없애 봤지만.
-콰콰콰쾅!!
[크윽!]
없애버리는 공격보다 쏟아지는 공격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
라파엘의 몸 여기저기에는 미처 막지 못한 공격으로 인해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흐아압!]
라파엘은 수호의 대천사라는 이름답게 처용의 공격을 버텨내었다.
[막았-.]
막았다. 라는 말이 라파엘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쿵! 쿠궁! 쾅!
천사들 주변으로 여러 종류의 병장기가 떨어져 내렸고.
-콰쾅!!
마지막으로 신을 묶는 묘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박혀 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내린 무구들은 마치 천사들을 중심으로 팔괘를 그린 듯 보였다.
그리고.
“결전기(決戰技)!”
-스르릉!
떨어진 무구 중 하나, 화염의 절을 집어 든 처용이 발도 자세를 취하고는.
“팔괘(八卦)-태극천체진(太極天體陳)!”
처용이 ‘헌터’로서 완성한 ‘최강’의 기술, 결전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총 여덟 개의 무구가 황금빛을 내뿜었다.
동시에 발도 자세를 취한 처용이 화염의 절을 뽑아 내지르며 돌진했다.
‘검성류 – 검의 비명!’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검성의 검술 중 하나, 검의 비명이었다.
강기를 되찾고 검성의 검술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 처용이었다.
이전 검의 비명이 검기의 조각들을 쏟아내었다면.
-촤자자자!!
지금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강기를 퍼부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라파엘이 새하얀 신력을 분출해 마치 갑옷처럼 몸에 둘렀다.
그 갑옷에 처용이 쏘아낸 강기의 파편들이 날아들었다.
-촤악! 촤자자작!!
날카로운 강기의 파편들이 라파엘의 신력을 깎아내며 지나갔다.
[무슨!?]
그 광경에 라파엘의 표정에 경악이 일렁였다.
인간의 마나는 절대로 신의 신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처용이 사용하는 마나, 강기는 라파엘의 신력을 베며 지나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파엘이 현실을 부정하며 더욱 신력을 끌어 올려 주변을 보호했다.
이미 방금의 공격으로 천사 둘의 화신체가 조각 조각나며 흩어졌으니까.
라파엘이 다음 공격을 대비할 때.
차륜 도끼를 양손으로 집어 든 처용이 라파엘의 오른쪽에서 나타났다.
‘천마신공 - 만근(萬斤)격!’
처용은 마치 거대한 나무를 벨 준비를 하는 나무꾼처럼 허리를 최대한 틀고는.
-콰쾅!!
있는 힘을 다해 라파엘을 도끼로 후려쳤다.
라파엘은 급하게 팔을 엑스자로 들어 올리며 막았지만.
[크허억!]
힘을 버티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버티지 못한 라파엘의 자세가 무너진 순간!
처용은 어느새 도끼가 아닌 ‘어둠의 찬가’를 오른손에 쥐고 천사들의 뒤편에 서 있었다.
자세를 낮추고 마치 검으로 상대를 찌르는 듯한 자세를 취한 처용은.
‘검성류 – 검의 소나기!’
어둠의 찬가 끝을 천사들에게 겨누고 강하게 찔렀다.
-피이! 피이이!!
날카롭게 다듬어 만들어진 강기의 바늘들이 천사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두 명의 대천사 중 한 명이 몸을 날려 신력을 내뿜고 방어를 해 보았지만.
-푸부북! 푸부부북!!
전신에 검은 강기의 바늘들이 고슴도치처럼 꽂혔다.
-파사사…….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린 대천사의 화신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이!]
라파엘이 기합을 지르며 잠시 비틀거렸던 몸을 바로 세울 때.
처용은 투창을 굳게 쥐고 라파엘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천마신공.’
창끝에 일렁이는 강기가 마치 상어의 머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일렁였다.
‘투귀맹진(投鬼盲進)!’
처용이 창을 강하게 던지자.
-투! 콰앙!!
마치, 대포가 발사된 듯한 굉음이 울렸다.
[흐으아압!!]
-콰아앙!!
라파엘이 날아오는 투창을 양손으로 잡아채며 막아섰지만.
-까드득! 콰드드득!!
투창에 서려 있는 강기가 라파엘의 신력을 깎음과 동시에.
-치이이!
라파엘을 점점 뒤로 밀어내었다.
[이! 하계종이!!]
괴성을 지르며 라파엘이 버티고 있을 때.
-후웅!
그런 라파엘의 뒤편에서 마치 야구를 하는 듯한 자세로 해머를 움켜쥔 처용이 나타났다.
‘천마신공 – 혜성반타(彗星反打)!’
떨어지는 혜성을 받아쳐 다시 하늘의 별로 만들어 버린다는 의미를 지닌 초식.
-콰콰쾅!!
강기가 서린 해머의 머리가 뭉쳐 있는 천사들을 강타했다.
[크학!]
[커헉!]
마치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들처럼 천사들이 흩어지며 진영이 무너졌다.
전방에서 투창을 막던 라파엘도 해머의 충격에 영향을 받았고.
[크하악!!]
결국, 투창을 막아내지 못하며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어 버렸다.
천사들의 진영이 완전히 무너지자.
‘검성류.’
이번엔 대검을 쥔 처용이 마치 검도를 하듯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처용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라파엘을 보조하던, 마지막 남은 대천사가 있는 곳이었다.
‘봉우리 베기!’
-쐐애엑!!
대검에서 쏘아진 강기가 대천사를 반으로 가를 듯 정수리 위에서 덮쳐들었다.
[안-!]
대천사는 미쳐 말을 다 내뱉지도 못하고.
-서거걱!
세로로 줄이 그어지며 반으로 갈려 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대천사의 화신체가 사그라지며 소멸하자.
-스르릉!
이번엔 대낫을 움켜쥔 처용이 자세를 낮추며 남은 천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천마신공 - 만월가르기!’
처용이 대낫을 크게 휘두르며 천사들을 지나치자.
-사각!
날카로운 절삭음이 울렸다.
-파사사!
라파엘을 제외한 남은 천사들이 조각 조각나며 사그라졌다.
그리고 처용은 마지막 남은 라파엘을 향해, 신을 묶는 묘를 내던졌다.
-쿠쿵!
라파엘은 거대한 검은 기둥, 신을 묶는 묘를 두 손으로 받아내며 버텼다.
[나 수호의 대천사는 쓰러지지 않는다!!]
라파엘이 기를 쓰고 버틸 때.
라파엘의 위, 그가 받아내고 있는 신을 묶는 묘 위에 처용이 나타났다.
‘천마신공.’
처용은 오른쪽 발을 하늘을 향해 치켜올리고는.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라파엘을 짓누르고 있는 신을 묶는 묘를 내리찍었다.
-콰콰쾅!!
강렬한 충격음이 울렸고.
[커-!]
양손으로 충격을 버티지 못한 라파엘이 손을 놓쳐 버렸다.
-쿠쿵!!
신을 묶는 묘가 라파엘의 머리를 강타하며 땅에 박혔다.
[……!]
마치 전봇대에 깔린 사람처럼 팔과 다리만 내놓은 채 땅에 박힌 라파엘이 꿈틀거리더니.
[…….]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천사들의 화신체가 사라진 영향으로 새하얀 깃털들이 흩날리고.
다섯 하늘이라 불리던 수호의 대천사가 검은 기둥에 깔린 채 쓰러졌다.
천사들이 모두 쓰러진 이런 처참하고도 비현실적인 현장에서.
-탁.
신을 묶는 묘 위의 처용만이 유일하게 서 있었다.
신이 인간의 손에 쓰러지고.
인간이 신을 굴복시킨 지구 최초로 발생한 대사건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