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71화 (171/726)

#171화

세계 헌터 회의 당일.

호주 시드니에 체류하는 모든 이들이 한 장소로 이동했다.

WHU 사무국 뒤편에 있는 거대한 돔 형태의 건물.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건축물 중 하나이자, 성좌와 인간이 힘을 합쳐 만든 건축물이기도 했다.

이 건물 내부는 하나의 ‘공용 성지’로 취급되는 곳.

그렇기에 신과 인간이 모두 모여 중대사를 논할 수 있는 장소였다.

‘오랜만이네…….’

건물 앞에 자리한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추억에 잠긴 듯 생각했다.

회귀 전에는 WHU에서 정식으로 한국의 두 번째 S급 헌터로 인정받기 위해 왔던 장소였다.

그 당시에는 여래를 증오하는 다른 성운의 신들을 설득하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때 역시, 처용을 여래의 신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공공의 적으로 취급했었으니까.

처용은 여래를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며 신들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했었다.

헛된 노력에 불과했고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처용은 회귀 전처럼 신들을 설득하기 위해 굽신거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처용이 일행들과 함께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중앙이 비어 있는 아주 넓은 야구장 형태의 공동.

많은 사람들이 착석할 수 있는, 외곽에 원형으로 둘러진 좌석들과 단상.

그리고 같은 형태의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는 좌석들이 위층에 하나 더 있었다.

처용과 커맨더 등, 같이 온 일행들은 모두 1층에 자리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용과 커맨더가 자리하자 내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참, 시작하기도 전에 관심이 폭발하네. 하하.”

커맨더가 팔짱을 끼고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날을 위해 그간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많은 준비를 했죠. 협회장님.”

커맨더가 협회장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계 헌터 회의에 참석한 성운들과 길드들은 각각 참석 목적이 따로 있을 테지만.

애초에 WHU에 대악마가 나타난 사실을 밝히고 이 회의를 유도한 것은 커맨더였다.

모두가 마인들과 악마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목적이었다.

그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래도 커맨더는 세계를 위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었다.

참석의사를 밝힌 모두가 모이고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층 좌석에 앉아 있던, 협회장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50대 미국인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는 미국 헌터 협회장이자 WHU 총장, 존 스미스였다.

고레벨의 A급 헌터기도 한 그가 오른손을 하늘로 뻗으며 말했다.

“승인.”

그의 검지, WHU 총장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반지 아티팩트에서 마나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뻗어 나간 빛이 공동 중앙의 천장에 닿자.

-화아아!

공동 천장이 우주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아! 화아아!

하늘에서 빛과 함께 여러 화신체들이 강림했다.

올림포스 길드원들이 자리한 곳 2층에는 올림포스 성운 성좌들의 화신체들이.

아스가르드 길드원들이 자리한 곳 2층에는 아스가르드 성운 성좌들의 화신체가 강림했다.

대부분의 성좌들이 모두 강림하고.

-화아아!

처용과 커맨더의 위에는 여래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 해전무신이 자리했다.

[혈선……!]

[역시나…….]

여래를 본 몇몇 성좌들이 인상을 구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에 여래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은 채 주변을 관찰했다.

성좌들이 웅성거릴 때.

[뭐가 이렇게 잡음이 많나?]

-화아아!

미륵의 화신체가 뒷짐을 지며 나타났다.

[관리자?]

[소문이 사실이었군.]

여래를 보고 웅성거리던 성좌들의 관심이 미륵에게로 옮겨졌다.

성운들 사이에서 들리는, 미륵이 여래와 함께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화아아!

밝은 빛과 함께 연분홍빛으로 빛나는 보살의 화신체가 나타났고 세계수와 청룡도 뒤이어 나타났다.

[자비의 대신…….]

[보현…… 관리자와 함께하고 있었나?]

이번엔 각 성운에 속한 대신급 성좌들이 반응을 보였다.

과거, 여래가 신계에 일으킨 피바람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대신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

처용은 속으로 적대감을 억누르며 반응을 보인 신격들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특히.

[…….]

[……!]

자기들끼리 조용히 쑥덕이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 천교를 주시했다.

모든 성좌들의 강림이 끝나자.

“크흠! 그럼 본격적으로 세계 헌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WHU 총장, 존 스미스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우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성좌님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지상에 대악마가 강림했었습니다.”

스미스는 왜 세계 헌터 의회가 소집되었는지.

어떤 일이 발생했었는지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커맨더.”

설명을 마친 스미스가 커맨더를 부르자, 커맨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보시죠.”

커맨더가 손짓하며 말하자.

-위이잉!

다섯 대의 드론이 회의장 중앙을 향해 오각형을 그렸다.

-피이이!

오각형 중앙에 빛이 모이더니 그 위로 거대한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그 화면 속에서는.

-나는 삼천마(三天魔) 중 하나이자,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커맨더가 마키나와 옵저버로 촬영한 디아블로의 모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나를 즐겁게 해 보거라!

갑작스럽게 나타난 디아블로와의 전투.

그 치열했던 전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희가 이 대악마를 막아낸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커맨더가 화면을 재생하고 잠시 멈추는 것을 반복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키나의 플라즈마 포를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놈은 멀쩡했습니다.”

판데모니움의 대악마들 중 정점이라 일컫는 삼천마.

그 중 하나인 디아블로가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 적이었는지가 설명의 중점이었다.

그리고.

-이…… 미친…… 새끼가!

-하하…… 크하하하하!! 이걸 막아낸 것이냐? 훌륭하도다!!

그런 디아블로와 가장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던 헌터.

처용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처용 헌터가 전방에서 저 대악마를 상대하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겁니다.”

“……동의합니다. 커맨더.”

커맨더의 말에 성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수의 기사들과 성역의 사제들, 모두가 힘을 모아 신성력을 퍼부었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더군요.”

마기를 지닌 마인들에게 있어 교단의 신성력은 천적과 같았다.

그 힘은 강한 마기를 지닌 상급 마인들에게도 유효하게 먹혔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대악마 중 하나인 삼천마는 차원이 달랐다.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존재가…… 둘이나 더 있으니까요.”

성자의 말에 헌터들 뿐 아니라 성좌들까지 술렁이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리고 저런 존재를 지상에 소환한 마인들도 모조리 잡아내야 합니다.”

커맨더가 성자의 말을 이었다.

그러자.

“마인들이 무슨 상관입니까?”

천교 측 헌터들이 자리한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 악마를 소환한 것이 마인들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천교의 헌터들이 자리한 곳의 중앙, 왼쪽 볼에 큰 점이 있는 40대로 보이는 남성.

그는 천교의 S급 헌터이자, 중국의 고위 관료 중 하나.

그리고 천교의 상위 신격, 태상노군의 신관 타친핑이였다.

커맨더는 타친핑을 노려보며 짧게 이를 갈고는.

“증거가 있습니다.”

중앙에 떠오른 홀로그램 화면에 다른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였다.

“그 당시의 현장 ‘마수 실험장’을 정리하며 발견한 것들입니다.”

커맨더가 보인 자료들은 마수 실험장 지하에 있던 악마 소환진으로 보이는 공간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마수와 그 시설들, 헌터들과 이종족들을 납치하고 가둔 장소 등.

그간 협회장, 태민과 같이 정리한 자료들이었다.

그러자.

“저희 역시 미국에서 비슷한, 아니 동일한 마인들의 시설을 발견했습니다.”

제시카가 커맨더의 발언에 힘을 실었고.

“동방불패 길드 역시 던전에서 수상한 몬스터들을 다수 잡았습니다.”

하오찬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간 마인들에 대해 조사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해서, 마인들과 ‘협력’하는 천교의 입장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시카가 타친핑을 노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협력은 무슨! 누가 협력했다는 거냐!”

타친핑이 고함을 지르며 제시카의 말을 부정했다.

“미국에 자리 잡은 마인들을 들쑤실 때 나온 겁니다.”

제시카의 말이 끝나자 커맨더가 기다렸다는 듯,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했다.

“왜 마인들의 아지트에 ‘백년한철(百年寒鐵)’이 대량으로 나왔을까요?”

홀로그램 화면에 비치는 동영상 속에는 검푸른 빛을 내는 주괴가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옅은 푸른빛을 내는 검은 광석인 백년한철.

마나 전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인 주괴로 천교의 특산품과 같은 물건이었다.

그런 천교만이 만들 수 있는 백년한철이 가득 쌓여 있었다.

천교와 주기적으로 거래하는 거대 성운조차 확보하기 힘든 물량.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지 않는 한, 마인들은 절대로 확보할 수 없는 양이었다.

“디아블로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는 악마 소환진도 백년한철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커맨더가 타친핑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제시카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설마, 천교가 마인들한테 저만한 백년한철을 도난당했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커맨더의 말이 끝나자, 다른 길드의 헌터들, 성좌들까지 천교 측을 보며 웅성거렸다.

그러자.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천교 측에 강림한 성좌, 태상노군이 고함을 질러 부정했다.

[그럼 천교의 제작 비법을 마인들에게 유출 당했다는 말입니까? 태상노군?]

태상노군의 말에 동방불패 길드 측, 무신전의 성좌 천문이 부채를 탁 피며 말했다.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는 중이었다!]

[알아보는 중?]

아테나가 태상노군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렇다면 천교는 계획이 있어 마인들과 손을 잡은 것이니 방해하지 말라 말한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태상노군을 노려보던 아테나가 시선을 돌리고는.

[당신이 말해 보십시오.]

그 위, 가장 높은 단상에 있는 백발 노인에게 향했다.

[옥황상제.]

질문을 받은 천교의 주신, 옥황상제의 눈가가 한순간 조금 일그러졌다.

[허허…….]

빠르게 표정을 감춘 옥황상제는.

[그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놈들에게 접근한 것이었소.]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나름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랬던 거라오.]

[백년한철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테나가 묻자.

[허…… 우리도 당황스러웠소. 우리 병사들이 가진 백년한철 재고는 그대로였소.]

옥황상제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히 이야기했다.

[성운과 길드의 자존심이 있어, 이 사실을 숨기고 따로 조사했던 것이었소. 그리고…….]

옥황상제의 담담한 변명이 계속될 때.

‘개소리.’

처용은 그런 옥황상제를 보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 시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용은 잘 아는 사실이 있었다.

백년한철은 다른 성운들의 특산품에 비해,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

천교는 그 사실을 숨기고 이용하는 중이었다.

[올림포스에서 수거한 백년한철을 당장 요구하지는 않겠소. 정당한 조사로 천교의 오해가 풀린다면야.]

옥황상제는 너그러운 웃음을 보이며 말을 마쳤다.

그러자.

“한 가지, 마인들과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이 더 있습니다.”

커맨더가 모두가 잘 들으라는 듯 강하게 말했다.

“천교만이 아닌, 교단, 에덴까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당 성운들을 바라보며 커맨더가 말하자.

“적당히 해라! 커맨더!”

태상노군의 신관 타친핑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감히 교단을!”

“어디서 우리를 지목하는가!”

교단 측 헌터들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분개했다.

그리고.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신관!]

에덴의 대천사 중 하나가 커맨더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만한 표정으로 커맨더를 내려다보는 세 쌍의 날개를 가진 대천사.

그는 ‘감시의 대천사’ 라구엘의 화신체였다.

“책임?”

커맨더는 분노가 일렁이는 표정으로 라구엘을 바라보고는.

“그 말 돌려드리죠.”

작은 원기둥 형태의 아티팩트를 꺼내며 말했다.

커맨더가 아티팩트를 작동시키자.

-하얀 번개를 쓰는 검은 가면의 강자와 싸웠었어요.

아티팩트에서 녹음된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다시 말해봐, 교단의 성녀가 공격한 게 확실한 거야?

-나도…… 믿고 싶지 않았어.

-하얀 사제복을 입은 인간들과 성기사들을 봤어.

커맨더가 꺼낸 것은 이전 성자와 성녀에게 보여주었던 증거, 피해자 이종족들의 증언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성녀의 몸에서 튄 신성력은 저 위에 있는 양반들이 강제로 몸을 빼앗으려 한 건가?

-어떻게 안 것이냐.

바티칸에서 커맨더가 성녀를 몰아붙였을 때, 그녀의 몸을 빼앗았던 대천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답해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신관!

커맨더가 음성 장치를 끄고는.

“지금 듣고 보니…….”

라구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같군요?”

[하계종 따위가 감히……!]

라구엘이 표정을 구기며 커맨더를 향해 읊조렸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커맨더.”

에덴의 대천사들 바로 아래, 1층에 자리한 곳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금색 문자가 나열된 하얀 천으로 눈을 가린, 긴 은발의 여성.

머리 위를 부유하고 있는 천사의 고리.

그녀는 에덴의 수장 메타트론의 신관이자 저스티스 길드의 길드장, 라리네였다.

“소말리아 사건 당시…….”

커맨더가 라리네의 말에 굳은 목소리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해서 묻겠습니다. 성녀를 조종해서 이종족들을 공격한 게 누굽니까?”

교단과 에덴 측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성녀를 조종해서! 마인들을 도운 게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다시 한 번 커맨더가 강하게 묻자.

[이 건방진 하계종 놈이! 감히 신에게 대답을 요구하느냐!]

라구엘이 커맨더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내 신관한테 소리치지 마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싸늘한 음성이 울렸다.

[기계 장치의 여신…….]

라구엘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향해 읊조리고는.

[감히 신의 뜻을 헤아리려 하지 마라! 건방진 놈!]

커맨더를 향해 그의 질문을 무시하듯 말했다.

“대답을 피하시겠다?”

싸늘한 눈빛으로 커맨더가 다시 묻자.

[이 건방진 하계종이! 네놈의 성좌를 믿고 나대는 것이냐!!]

라구엘이 분노를 담아 고함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서려는 때, 옆에 있는 여래가 그녀를 말렸다.

그리고.

[어디서 미천한 하계종 따위가 대천사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냐! 당장 내 앞에-.]

라구엘이 커맨더를 향해 계속 윽박지를 때.

“어이, 비둘기.”

누군가가 라구엘을 향해 낮고 싸늘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

한순간 회의장 내부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방금 들은 말이 환청인지 귀를 후비는 사람도 있었고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비단 1층에 자리한 이들뿐 아니라 2층에 자리한 성좌들 쪽에서도 당황스러움이 일렁였다.

[……어떤 놈이냐.]

당사자인 라구엘이 믿기지가 않는 듯 놀람과 경악, 그리고.

[감히! 어떤 놈이-!]

분노를 담아 범인을 찾을 때.

“나다 이 비둘기 새끼야.”

어느새 회의장 정중앙에 나타난 처용이 라구엘을 비웃으며 말했다.

붉게 일렁이며 라구엘을 노려보는 처용의 눈동자는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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