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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66화 (166/726)

#166화

수련탑의 3층 타오르는 강줄기.

“후-.”

만신창이 상태의 처용이 짧은 숨을 내쉬며 괴수를 응시했다.

문제는…… 처용이 경계하듯 노려보는 괴수가.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로 갔냐!]

[넌 날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이젠 끝이다!]

세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처음 괴수와 1:1로 싸울 때는 그럭저럭 맞설 수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를 잡은 처용이.

-사각!

차륜격과 강기의 위력을 최대치로 높여 괴수가 휘둘러 오는 꼬리를 잘라내었다.

그것이 크루마의 의도인 줄도 모르고…….

괴수의 꼬리가 잘리는 순간.

-화르륵! 화륵!.

잘려나간 꼬리에 새하얀 불꽃이 일어나며 꿈틀거리더니, 몸집이 불어났다.

이윽고.

-스르르륵!

300미터 크기의 괴수가 되었다.

꼬리가 잘린 첫 번째 괴수 역시 절단면에 새하얀 불꽃을 피워내더니 꼬리를 재생했다.

처용은 괴수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꼬리를 잘라내었다.

괴수가 세 마리로 늘어났지만, 덕분에 그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죽어!]

-크아아아!

가장 앞에 있던 괴수가 처용을 한입에 삼킬 기세로 덮쳐들었다.

처용은 도끼를 움켜쥐고 잠시 타이밍을 본 후.

“뢰신보.”

-파지직!

빠르게 괴수의 이빨을 피해 목 옆에 자리했다.

-콰아아아아!!

거기에 차륜격과 강기를 도끼날에 둘러 응축시킨 후.

-촤아아아!!

그대로 괴수의 목을 양단했다.

[멍청한 놈!]

일부러 공격을 맞은 괴수가 처용을 비웃었다.

이제 곧 하나가 더 늘어날 테니까.

그때.

“빙결부.”

처용이 여덟 장의 빙결부를 불러내어 잘려나간 괴수의 머리에 던졌다.

괴수의 머리를 중심으로 빙결부가 팔괘(八卦)을 그린 순간!

“만년빙정(萬年氷精)!”

-쩌저저적!

극한의 냉기를 가진 만년빙의 힘이 괴수의 머리를 얼려버렸다.

동시에.

“뢰신보!”

처용이 도끼를 움켜쥐고 얼려 버린 괴수의 머리에 접근한 후.

“파쇄격! 차륜격!”

파괴력이 강력한 두 스킬을 동시에 발동한 후 강기까지 둘러 내리쳤다.

그러자.

-콰쾅! 파사사삭!!

얼음 동상이 된 괴수의 머리가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잘게 부수어진 괴수의 머리는.

-후두두둑!

살점 파편이 되어 비처럼 쏟아졌다.

처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뇌격부!”

뇌격부 여섯 장을 소환해 합장했다.

“갈라치는 낙뢰!”

-파지지직! 쿠릉! 쿠르릉!

처용의 손아귀에서 여러 갈래로 번져나가는 벼락이 내리쳤다.

-파삭! 파사사삭!!

그 벼락들이 얼음 파편이 되어버린 괴수의 머리 조각을 모두 태워버렸다.

그러자 이전처럼 하얀 불꽃이 일어나며 재생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머리를 잃은 괴수는.

-쿠쿵! 쿵! 쿵! 쾅!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치고 있었다.

[너!?]

자신의 능력을 파훼 당한 크루마가 분노와 놀람을 섞어 외쳤다.

“스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처용이 작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어떤 능력이든 ‘공략법’은 존재한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속성을 다루는 선인의 수련을 대성한다면.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 말했었다.

아무리 적이 강력하고 위험한 능력을 쓴다 해도 자연부의 힘으로 충분히 파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싸워온 적들 모두 이런 선인의 힘을 이용해 이겨왔다.

너무나도 거대하고 어두운, 단 하나의 존재만을 제외하고…….

처용이 봤을 때, 괴수의 능력은 ‘크타니드’의 초고속 재생 권능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방금 사용한 연속 공격 역시 크타니드의 재생을 막기 위해 사용했었던 방법.

지금 그 방법이 훌륭하게 먹힌 상황이었다.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머리가 멀쩡한 두 마리의 괴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쓰으으읍!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응축한 브레스.

[이젠 끝이다!]

-푸화화화화!!

닿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드는 화마가 처용에게 덮쳐들었다.

처용은 그런 화마를 바라보며 이젠 저항할 힘이 없다는 듯 도끼를 집어넣었다.

[내가 이겼어!]

그 모습을 본 크루마가 당당하게 외치자.

“네, 당신과 싸워서 이길 순 없었네요.”

처용이 팔짱을 끼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제가 이겼습니다. 하하.”

크루마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품고 화염이 처용을 태워버리기 직전!

[30분 경과!]

[최종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시간이 지났다는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본래 처용을 잿더미로 만들었어야 할 화염의 해일은.

-화르르르륵!

처용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너! 너?]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눈치챈 크루마가 분노와 당황스러움이 섞인 음성을 토했다.

처용이 진심으로 이겨볼 기세로 호기롭게 덤빈 이유.

그건 바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크루마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처용을 탈락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마는 호기롭게 덤벼드는 처용을 보며 건방지다 생각했고.

자신의 강함과 능력을 과시하며 처용을 짓누르려 했었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시간을 끈 처용이 승리하게 되었다.

[난 네가 싫어!]

처용에게 당한 것이 분한 듯.

-쿠와아아!

괴수가 울분을 토하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3층에서 강제로 퇴장합니다.]

시스템이 울림과 동시에 처용에게 강제력이 가해졌다.

“하아…….”

처용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가길 기다렸다.

그때.

[약속은 지켜야지, 크루마.]

처용 옆에 인간형의 카투라가 나타났다.

동시에 처용에게 나타난 강제로 퇴장된다는 시스템의 문구가 사라졌다.

[누, 누님……?]

카투라가 난입할 줄은 몰랐는지, 크루마가 당황한 듯한 음성을 흘렸다.

[크루마, 약속은?]

다시 한번 카투라가 미소를 지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칫.]

크루마가 짧은 불만을 내뱉고는.

-화르르륵!!

사방을 불길로 휘감았다.

그리고.

[크루마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사방에 퍼진 화염들이 처용과 카투라에게로 모여들었다.

덮쳐드는 불길로 인해 시야가 붉게 물들었고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파아아…….

이윽고 불길이 걷어지며 새로운 환경이 나타났다.

“우주……?”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처용은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우주를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우주를 밝히고 있는.

-화르르륵!

마치 태양처럼 밝게 타오르는 소행성이 하나 있었다.

카투라의 본체보다는 작았지만, 충분히 거대한, 거의 달과 맞먹는 크기인 카투라의 대략 1/5 크기.

정체 모를 밝은 무언가는 가히 소행성이라고 할 수 있는 크기였다.

붉게 타오르며 빛을 내는 태양이 처용과 카투라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그 태양의 정확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처용은 새로 마주한 태초의 마수의 본체를 보며 놀란 듯한 음성을 흘렸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것은 용암이 흐르는 피부를 가진 드래곤이었다.

그러나, 딱 집어서 드래곤이라기엔 다른 점이 많았다.

그것은 날개가 한 쌍인 드래곤과는 달리 세 쌍, 총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보랏빛으로 빛나는 두 눈 옆으로는 작은 세 개의 눈동자가 나열되어 빛나고 있었다.

마치 거미의 눈과 비슷한 형태.

머리 위에는 앞으로 꺾어진 날카로운 두 개의 뿔이 보였다.

세 갈래로 나뉜 꼬리에, 드래곤보다는 짧고 굵은 목까지.

유려하고 늘씬한 느낌의 드래곤과는 달리, 보다 굵고 두툼한 느낌을 가진 공룡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관찰한 처용이 카투라 때처럼 통찰의 눈을 사용하자 그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크루마-크타니드]

[등급 : ■■…….]

[칭호 : 태초의 마수]

[특징 : 태초신의 파편 ‘불의 근원’을 품고 태어난, 최초의 생명체 중 하나.]

[실패한 태양, 프로토타입 드래곤, 태초■…….]

[태■신 ■■가…….]

[스킬 : ■■■…….]

새로 마주한 태초의 마수, 크루마를 본 처용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드래곤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이유.

그의 보금자리가 우주와 비슷한 모습인 이유가 이해되었다.

“태양……, 프로토타입 드래곤…….”

처용이 넌지시 중얼거리자.

[맞아.]

크루마가 여덟 개의 눈으로 처용을 응시하며 말했다.

[누님에게서 들었을 텐데?]

처용을 바라보며 전하는 화난 듯한 목소리에는 작은 구슬픔도 섞여 있었다.

[우리는…… 실패작이라고.]

태초의 마수는 태초신이 만든 최초의 생명체.

태초신의 입장에서 카투라가 물의 생명체들을 탄생시키기 위한 복합적인 생명체라 치면.

크루마는 드래곤과 태양을 만들기 위한 시제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완성품이 탄생하면 버려지게 되는…….

크루마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표현한, 실패작이라는 말은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가 카투라 님께 이런 말을 했었죠.”

크루마의 말을 들은 처용은 옆에 있는 카투라를 잠시 눈짓하며 말했다.

“스스로를 실패작이라 말하지 말라고…….”

처용의 진지한 목소리에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당신들은 마수가 아닌 신수라고.”

[하하…….]

크루마가 처용의 말에 체념과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우주를 지배하는 선천적 신격들에 이어 아버지까지!]

그리고 분노와 울분을 담아 외쳤다.

[아버지의 실패작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실패작일 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처용은.

“버러지 같은 선천적 신격들이 뭐라고 지껄여도!”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제 눈엔 당신들이 신수로 보입니다. 그리고.”

처용은 크루마의 말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자꾸 아버지 아버지 하시는데, 이미 뒤지고 없는 태초신을 왜 그리 신경 쓰는 겁니까?”

[……뭐?]

처용의 말을 곧장 이해하지 못한 크루마가 짧게 침묵하고는 의문을 내뱉었고.

[하하하하!]

카투라는 처용의 말이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처용은 태초의 마수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안 그래도 뜬금없이 소멸한 태초신 때문에, 이런 개 같은 사단이 일어났는데…….”

할 말을 계속했다.

처용은 자신을 배신했었던 선천적 신격들을 증오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아버지인 태초신에게도 유감이 아주 많았다.

“자기가 만든 세상 하나 똑바로 관리하지도 못하고!”

애초에 차원이 붕괴하게 된 원인은 태초신 때문이었다.

“자기가 만든 자식들을 차별 대우를 하지 않나!”

선천적 신격들과 야훼는 성공작이라며 예뻐해 주고.

가장 처음 탄생시킨 태초의 마수들은 실패작으로 낙인을 찍어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초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뒤질거면 그냥 곱게 뒤질 것이지, 조크-크타니드는 왜 만들고 뒤졌답니까!”

태초신에 의해 탄생한 존재 중에는 악의 종주가 있다.

“보살님께서 모욕을 당한 것도 참기 힘든데 스승님까지-.”

처용은 그간 속에 쌓아 둔, 태초신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한껏 터트렸다.

[…….]

그런 처용을 보며 크루마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우주와 신격들을 창조한 이 세계의 절대자인 태초신.

그런 절대자가 한낱 인간에게 욕을 먹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하하! 아버지가 직접 이 말들을 들었어야 했는데.]

카투라가 처용의 말이 즐겁다는 듯 말하자.

“혹시라도 태초신을 마주할 기회가 생기면, 한 대 후려치고 볼 겁니다.”

처용은 본 적도 없는 태초신을 상상하며 분노를 담아 말했다.

사실 처용이 태초신을 향해 온갖 불만과 욕을 내뱉은 건, 크루마의 영향도 있었다.

신수의 격이 많이 성장한 영향인지, 크루마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크루마에게서는 아버지인 태초신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우리는 버려진 자식이야!

자신과 형제들을 버리고 실패작으로 낙인찍은, 태초신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전해졌다.

마치, 부모에게서 매정하게 버림받은 어린아이가 이런 심정이지 않을까?

처용은 크루마에게서 전해지는 이런 감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실패작으로 낙인을 찍고 조롱을 받게 만들어도?

‘개소리지!’

처용은 절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크루마는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보고는.

[……우선 약속부터 지켜야겠지.]

처용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스르르르.

화염이 일렁이는 듯한 밝고 붉은 신력이 흘러나와 처용에게 향했다.

[크루마-크타니드의 능력을 계승합니다.]

[신수의 격이 성장합니다.]

[선인의 육체가 성장합니다.]

[체력, 마력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최대 마나와 생명력이 200 증가합니다.]

[화 속성 마나의 힘이 크게 상승합니다.]

[크루마의 초월기 ‘자생(自生)의 백염(白炎)’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부에 백염(白炎)부가 추가되었습니다.]

[‘소환 : 크루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투라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그중 화 속성의 힘이 크게 증가했고, 자생의 백염이라는 능력이 추가되었다.

예상으로는 크루마가 보여준 육체 분열 능력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처용이 시스템을 확인했을 때.

[……혼자 있고 싶어.]

크루마가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자.

-화르르륵!

주변에 화염이 일어나더니 처용과 카투라를 감쌌다.

처용은 이 장소에서 나가기 직전.

“종종 3층에 놀러 오겠습니다.”

작은 미소를 지으며 크루마에게 말을 전했다.

이윽고 처용과 카투라가 사라지자.

[건방진 인간…….]

크루마는 마치 잠을 청하듯 몸을 둥글게 말며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건방진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네.’

처용이 다시금 떠오른 크루마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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