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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65화 (165/726)

#165화

처용은 곧장 성역에 있는 수련탑으로 향했다.

“여, 왔어?”

잠시 쉬고 있었는지 식은땀을 닦아내고 있던 커맨더가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고.

“여기 새로운 게 생긴 것 같은데?”

연화가 이동 진법 앞에서 처용을 향해 말했다.

“3층은 원래 없었잖아?”

“이번에 새로 생겼다 그러더라고.”

처용은 연화의 말에 답하며 이동 진법 앞으로 다가갔다.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2층 이동 가능.

-3층 이동 가능.

이동 진법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3층이 추가되었다.

“혹시, 새로운……?”

카투라에 대해 알고 있는 연화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하자.

“짐작하는 게 맞아.”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거대 괴수를 보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데……, 또 있다고?”

커맨더 역시 수련탑 2층을 경험해 본 사람이었다.

그 괴수가 성역에 거주하는 손님이며 처용의 성좌들을 돕는 존재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런 괴수가 거주하는 층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하니,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확인하기 전까진, 3층은 막아두겠습니다.”

처용은 연화와 커맨더를 향해 말하고.

‘루나, 아타. 다른 사람들한테 수련탑 3층은 가지 말라 전해줘.’

루나와 아타에게 전음을 보냈다.

준비를 마친 처용은.

“그럼 한 번 다녀오죠.”

이동 진법에 올라선 후, 마나를 흘려보내 진법을 작동시켰다.

-후웅!

마치, 던전 게이트에 입장한 듯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다.

[3층 타오르는 강줄기에 입장했습니다.]

[제단에 올라서면 탑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환경이 바뀌자 후끈한 열기가 덮쳐들었다.

바뀐 장소는 앙상한 검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라나 있는 드넓은 강줄기 앞이었다.

문제는 이 곳의 강줄기가 평범한 강줄기가 아닌.

-화르르륵!

마치 용암처럼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화염이 흐르는 강줄기라는 점이었다.

군데군데 숯처럼 보일 정도로 검게 타오른 앙상한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마치 길처럼 드문드문 바위가 있었지만 그리 넓지는 않았다.

고작, 사람 열 명이 빽빽한 간격으로 겨우 서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흠.”

처용은 주변을 쭉 둘러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화르르륵! 치이이!

바위나 나무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흐르는 불길을 밟으며 나아갔다.

자연을 지배하고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힘인 자연신보.

또 최근 디아블로와의 싸움을 힘겹게 이겨낸 덕인지, 화 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늘었다.

처용이 불길의 강을 밟으며 쭉 나아가자, 2층의 폭포처럼 제단이 나타났다.

제단에 처용이 올라서자.

[3층 화염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고.

-쿠구구!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 지면이 울리며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아아! 쏴아아!!

처용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불길의 강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쿵! 쿵! 쿠쿵!!

“하하…….”

처용이 불길의 강 위로 나타난 초거대 괴수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대략 300미터는 넘어 보이는 크기.

끊임없이 흐르며 불꽃을 피워내는 용암으로 이루어진 외피.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도룡뇽과 두꺼비가 합쳐진 듯한 외형.

-슈르릅!

채찍과 같은 긴 혀를 날름거린 괴수가 눈을 뜨자, 여섯 개의 눈동자가 보랏빛을 빛내며 처용을 비췄다.

“그-.”

처용이 괴수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는 때.

[누님의 놀이를 이겨냈다면서?]

괴수의 입이 열리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카투라 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처용은 괴수가 말한 ‘누님’이 카투라라는 것을 눈치채고 말하자.

[그럼 귀찮은 과정은 필요 없겠네.]

괴수가 보랏빛으로 빛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러자.

[시험 과정이 생략됩니다.]

시스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최종 시험이 곧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은 30분입니다.]

[살아남으십시오.]

카투라 때처럼 단계별로 있던 시험이 사라지고 바로 최종 시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난 네가 싫어.]

괴수에게서 불만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처용이 궁금증을 담아 물었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태초의 마수와 접점이 없었으니까.

[넌 여래의 제자니까.]

괴수가 불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셨군요.”

괴수에 대답에 짧게 침묵한 처용이 별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래와 눈앞의 괴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투라 때처럼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누님의 부탁이 있었으니.]

-쿠구구!

괴수가 앞다리를 펴고 머리와 상반신을 들며 말했다.

[어디 한번 네 가치를 보여 봐!]

-쿠와와와!

괴수가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하듯 말하자.

“저 역시!”

처용이 괴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시에 아공간을 열어 거대한 도끼를 꺼냈다.

-스릉! 쿵!

얼마 전에 디아블로의 화신체를 잡고 얻은 유물, 공포의 차륜 도끼였다.

“직접 보여주는 게 편합니다.”

처용이 괴수에게 도끼를 겨누며 말하자.

[건방진 건 여래랑 똑같네!]

괴수가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길을 콧김처럼 뿜으며 말했다.

그리고.

[최종 시험을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알림이 울리자마자.

-흐읍!

괴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턱 아래를 크게 부풀렸다.

그러고 잠시 멈춘 후.

-푸화화화화화!!

처용을 향해 강렬한 화염의 브레스를 토했다.

‘피할 수 없다!’

해일처럼 들이닥쳐 오는 화염은 피할 수 없었다.

속도도 속도지만, 넓이가 너무 넓었다.

괴수의 머리가 바라보는 장소 전체가 브레스의 범위였다.

뢰신보를 최대치로 발휘한다 해도 벗어날 가능성이 적었다.

처용은 차륜 도끼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화 속성 마나를 끌어 올렸다.

-화르륵!

도끼날에 화염이 타오름과 동시에.

“차륜격!”

-푸화화화!

화염이 도끼날을 따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디아블로의 기술인 차륜격이었다.

처용은 차륜격에 그치지 않고.

-우우웅!

도끼날에 강기를 둘러 더욱 위력을 높였다.

그리고 자세를 살짝 낮추고 도끼를 오른쪽으로 크게 휘두르며 태극을 그렸다.

속성 마나를 이용한 태극권은 본래 맨손으로 사용하는 격투술이지만.

“화류태극부(火流太極斧)!”

강기를 되찾은 처용은 그 묘리를 무기에 담아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괴수가 뿜어낸 화염 브레스가 처용에게 닿기 직전!

“차륜환류(車輪還流)!”

처용이 오른쪽 어깨 위로 치켜올린 차륜 도끼를 부드럽게 내리그었다.

화염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도끼날이 태산처럼 밀려오는 화염의 해일을 막아섰다.

본래라면 압도적인 화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처용이 쓸려 내려가야 했지만…….

-콰아아아아!!

처용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화염의 벽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

-화르르르!

괴수가 뿜어낸 브레스는 처용이 내지른 도끼날에 반으로 갈리며 빗겨가고 있었다.

화염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파괴력을 높이는 차륜격.

거기에 상대의 속성 공격을 속성 공격으로 받아쳐 무효화시키는 환류의 묘리.

지금 처용이 사용하는 기술은 차륜격과 나선 환류를 합쳐 즉석으로 만들어낸 기술이었다.

-파아아-!

이윽고 끝없이 몰려오던 화염의 해일이 그치자, 아무런 상처도 없는 처용이 드러났다.

[……누님이 칭찬할 만 하네.]

괴수의 입에서 놀람이 섞인 듯한 말이 흘러나왔다.

크루마는 방금의 브레스 한 방으로 처용을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처용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은 채 굳건하게 버텨내었다.

심지어 그 강렬한 화마 속에 있었음에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제가 좀 능력이 좋습니다.”

처용이 놀라워하는 괴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디아블로 못지않은 화력이다.’

속으로는 눈앞의 상대의 강함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동시에 자신이 이전보다 더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디아블로와 마주하기 전이었으면, 항마의 화신을 쓰지 않는 이상 브레스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아블로의 검은 화염을 이겨내고 강기를 되찾은 상태.

처용이 브레스를 막아내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이유가 바로 강기 때문이었다.

처용의 강기는 차륜 도끼에만 둘러진 것이 아니었다.

-우우웅!

황금빛으로 빛나는 강기가 처용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바로 강기를 활용하는 방어 기술.

호신강기(護身罡氣)였다.

금강불괴에 이어 호신강기까지 처용의 몸을 더 굳건하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이마저도 뚫고 들어온 자잘한 피해들은 세포재생으로 빠르게 치유된다.

처용은 자신이 한 층 더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쿠구구!

더욱 강기와 신력의 위력을 끌어올렸다.

눈앞의 상대는 디아블로와 비슷한, 화염을 다루는 강자.

그만큼 새로워진 자신을 시험해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콰아아아!!

처용은 차륜 도끼에 피워 오른 화염의 위력을 높임과 동시에.

-쩌저적!

왼손으로 빙결부를 불러내었다.

“이번엔 제가 갑니다!”

도끼와 빙결부를 움켜쥔 처용은.

“뢰신보!”

-파지직!

괴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돌진했다.

[건방진 녀석!]

-쿠와아아아!!

크루마 역시 호기롭게 덤비는 처용을 보며 크게 포효했다.

***

처용이 수련탑 3층에 도달해 괴수와 싸울 무렵.

[어휴, 크루마 녀석…….]

태룡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투라가 고개를 저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려들면 어쩌자는 거냐?]

[저 불같은 성격은 바꿀 수 없으니까. 카투라.]

카투라의 말에 여래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제자가 이겼군.]

확신을 담아 선언하는 말에 보살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저 아이가 불리한 거 아냐?]

보살 옆에 있던 세계수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담아 물었다.

힘의 격차로 따지면 처용보다 크루마라는 태초의 마수가 압도적으로 강했으니까.

세계수가 다시 시선을 돌려 처용이 나오는 화면을 바라봤다.

처용은 태초의 마수를 상대로 잘 싸우고는 있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크루마의 힘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하지만.

‘웃고 있다고?’

처용은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계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침음을 흘릴 때.

[상대보다 가진 힘이 약하다 하여,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처용의 전투를 흥미롭게 관찰하는 해전무신이 입을 열어 말했다.

[저 아이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해전무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용은 크루마를 상대로 고전하는 듯 보였지만, 아주 잘 ‘버티고’ 있었다.

이것만 따져도 충분히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병사였다면, 크루마가 내뿜는 작은 숨결조차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처용은 아주 효율적인 움직임과 힘의 배분, 적절한 기술을 사용해 잘 싸우고 있었다.

지금 시기에 저런 ‘투쟁’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해전무신은 그런 처용을 보며 무신전의 성좌들이 생각났다.

한 명 한 명이 일당백의 능력을 자랑하는 뛰어난 영웅들.

처용이 보여주는 투쟁에서 무신전의 성좌들이 보여주는 투쟁과 비슷한 느낌이 전해졌다.

[계승자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군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비의 대신님.]

보살이 미소를 지으며 전한 말에 해전무신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지금 이 자리, 태룡전 안에는 성역에 거주하는 ‘모든 신격’들이 모여 있었다.

그때.

[저희가 이곳에 모두 모였다는 것은…… 계승자에 대해 알리시려는 겁니까?]

3미터 길이로 몸을 축소시킨 청룡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운사.]

여래가 청룡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 성역이 만들어진 목적이 무엇인지, 여러분들께는 알려야 한다 판단했으니까요.]

[하지만…….]

여래의 대답에 청룡이 시선을 돌려 처용을 바라보고는 말을 흐리며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계승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처용을 바라보는 청룡의 눈빛이 복잡한 감정을 담은 듯 일렁였다.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 모습을 본 카투라가 넌지시 말하자.

[허허, 따지고 보면 저 역시 그분에게서 파생된, 태초의 신수와 비슷한 존재이니까요.]

청룡이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환인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실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슬픈 목소리를 흘렸다.

[천찰(天察)의 대신이 소멸한 일은 비극이었지요.]

미륵이 하늘을 보살피는 자, 천찰의 대신 환인을 언급하며 말했다.

그는 태초신에게 아주 중요한 일을 위임받은 대신이니만큼, 미륵이 잘 알고 있는 신이었다.

[누가 그를 그리 만들었는지는 이제 알법합니다만…….]

미륵이 분노가 일렁이는 눈빛으로 낮게 읊조렸다.

[저 아이가 아니었으면, 나조차도 모를 뻔했습니다.]

미륵의 시선이 잠시 처용을 향했다.

그리고.

[그놈의 만악(萬惡)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군.]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전하는 듯 낮게 말했다.

아주 오래전, 천찰의 대신을 함정에 빠뜨리고 살해한 범인.

[옥황상제.]

그 진범의 정체가 미륵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우우웅!

미륵이 손을 뻗어 황금빛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마치…… 깨진 구슬 조각처럼 보이는 무언가.

[본래 이것을 지키고 관리하는 임무는 환인의 역할이었습니다.]

[태초의 파편…….]

미륵이 보여준 깨진 무언가, ‘태초의 파편’을 본 청룡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그가 느낌이 좋지 않다며 나에게 이것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미륵은 과거, 천찰의 대신이 태초의 파편을 전해주며 한 말이 떠올랐다.

-혹, 제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이것과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천찰의 대신, 환인이 말한 ‘아이들’은 청룡과 같은 환인의 신수들이었다.

그 당시 미륵은 그저 조심성 많은 환인이 예민한 것이라 판단했었다.

게다가 환인은 중요한 임무를 배정받은 대신이니만큼, 무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천찰의 대신이 돌연 실종되었다.

동시에 미륵은 그가 맡긴 태초의 파편에 걸어놓은 보호용 신력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신의 신력이 사그라지는 현상.

그 신의 소멸을 의미했다.

뒤늦게 환인의 흔적을 찾음과 동시에 환인의 신수들을 수색했지만…….

모두 환인처럼 실종되었다.

[운사만이라도 남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미륵이 청룡을 보며 말하자.

[전대 청룡께서 제게 수계를 준비하며 소멸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로군요.]

청룡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운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청룡의 말에 여래가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준비해야 할 일들도 많습니다.]

여래의 시선이 처용을 향했다.

그 시선에는 무거운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제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래의 말이 끝나자.

[동향의 후인들이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구경만 할 수는 없지요.]

-철컥!

해전무신이 환도의 손잡이 끝을 만지며 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연옥에서 맹세한 스스로의 다짐을 지킬 것이오!]

[저 역시 환인께서 남기신 의지를 따르겠습니다.]

해전무신의 말에 청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도와줄게, 보현.]

세계수가 보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엘그드라실.]

[내 아이들을 도와주었으니까.]

세계수를 마지막으로 성역에 거주하는 모든 신격들이 도움을 약속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카투라의 형제들을 찾는 것입니다.]

여래가 중요한 본론을 이야기했다.

[더 이상 태초의 힘이 놈들에게 넘어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태초의 마수들은 모두 태초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탄생한 생명체들.

그들 하나하나가 ‘태초의 파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그들을 사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작은 단서라도 좋습니다. 서둘러 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여래의 말에 모든 신격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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