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강렬한 폭발의 여파가 걷히자.
“크윽!”
쓰러졌던 커맨더가 몸을 일으켰다.
심상치 않은 디아블로의 모습.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공격을 퍼붓는 처용.
커맨더는 상황을 눈치채고.
-모든 방법을 써서 저걸 방어하세요!!
성자에게 최대한의 방어 스킬을 전개할 것을 말했다.
동시에 자신 역시 소환수들을 추가로 소환하며 폭발을 대비했고.
마키나의 플라즈마 실드까지 정면으로 전개하며 사람들을 보호했다.
그러나 단단한 대비를 했음에도 폭발을 전부 막아낼 수 없었다.
그나마 처용이 정면에서 대부분의 폭발을 감당해주지 않았다면.
이 장소에 있는 모두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모두…… 무사합니까?”
성자 역시 몸을 일으키며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으윽!”
“서, 성자님!”
교단의 헌터들 역시 몸을 일으키며 성자의 말에 대답했다.
“렌도…… 안 돼!”
성수의 기사 중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은 헌터.
성기사 단장이 일어나지 못하는 동료를 붙들며 침음을 흘렸다.
“아…… 빛의 신이시여.”
성자가 고개를 숙이고 성호를 그리며 슬픈 목소리를 흘렸다.
방금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헌터들 중에는 성수의 기사와 성역의 사제가 있었다.
뒤에 있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전방에서 폭발에 맞선 결과였다.
“이런…….”
그 모습을 본 커맨더가 안타까운 침음을 흘렸다.
“……숭고한 희생이었습니다.”
성자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적도 아니고 무려 대악마와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이들이었다.
오히려 피해가 이정도로 적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성자는 사망한 교단의 헌터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죄를 했다.
이들을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성자라 불리는 자신이 이들을 보호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자신은 살아남고 보호받아야 할 이가 죽었다.
‘뭐가…… 뭐가 성자냐!’
성자가 주먹을 쥐며 자신을 탓했다.
“성자님.”
그 모습을 본 기사단장이 성자를 향해 말했다.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안드레아 님…… 저는.”
“이들도…… 성자님께서 자책하시는 걸 원하지 않을 겁니다.”
교단의 정예들을 이끄는 기사단장 중 한 명인 안드레아가 성자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의 아들뻘 되는 성자가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는 성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을 일부라도 나누고 싶었다.
“렌도, 알피오는 대악마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안드레아가 죽은 이들의 눈을 감겨 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성자가 조금은 편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대악마는 소멸한 겁니까? 한처용 헌터는?”
마음을 다잡은 성자가 정면을 바라보며 커맨더에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폭발의 여파인지 스캔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커맨더 역시 성자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폭발과 동시에 땅거죽이 뒤집히며 지각 변동에 가까운 재앙이 일어났다.
아직도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
게다가 폭발로 인해 퍼진 대악마의 마기로 인해 탐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윽고 폭발이 가라앉고 시야가 드러나자.
“이…… 미친…… 새끼가!”
절반 가까이 부수어진 항마의 화신과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처용이 나타났고.
[하하…… 크하하하하!! 이걸 막아낸 것이냐? 훌륭하도다!!]
화신체에 검붉은 균열들이 일어난 디아블로가 환희에 찬 웃음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니야, 그, 그럴…… 리가?”
그 모습을 확인한 성자의 입에서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한 떨림이 흘러나왔다.
“차원이…… 달라.”
최후의 공격, 자폭에 가까운 힘을 내뿜었음에도 디아블로는 건재해 보였다.
“정신 차려! 성자!!”
커맨더가 전의를 상실해 가는 성자를 향해 호통을 질렀다.
“마키나! 예비 병력을 전부 투입 시켜!”
동시에 성지를 향해 급하게 외쳤다.
“방금 공격으로 저놈도 온전치 못할 겁니다! 총공격을 해야 합니다!”
커맨더가 부수어진 슈트를 자가 수리하며 외쳤다.
그때.
[방해하지 마라!!]
-쾅! 화르르르륵!!
디아블로가 지면에 양날 도끼를 내려치자, 화염이 나선을 그리며 번져 나갔다.
나선을 그리며 번져 나간 화염이 처용과 디아블로를 중심으로 고리를 형성했다.
마치, 불길 속에 갇힌 검투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불타는 투기장!]
주변의 적들을 배제하고 강자와의 일기토를 위해 디아블로가 만든 권능이었다.
[신격에 다다른 인간! 스퀴테! 게다가 신살의 힘까지!]
디아블로가 처용을 바라보며 양날 도끼를 치켜들었다.
[너 같은 인간은 본 적이 없구나! 크하하!!]
처용과 디아블로를 중심으로 불타는 투기장이 만들어지자.
“화염이…… 걷어지지 않습니다!”
화염의 벽을 향해 신성 마법을 퍼붓던 성자가 낭패감이 일렁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을!”
커맨더 역시 화염의 벽을 바라보며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콰콰콰콰!!
공성용 메카닉의 포격과 마키나의 함포까지 때려 박고 있음에도 화염의 벽은 견고했다.
“쉬지 말고 계속 공격해!”
그럼에도 처용이 버티길 바라며 화염의 벽에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외부에 있는 이들이 화염의 벽을 뚫으려 고군분투할 때.
[가벼운 여흥이라 생각했거늘, 내 직접 오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구나!]
디아블로가 처용을 향해 양날 도끼를 겨누며 말했다.
처용은 디아블로가 권능을 발휘한 순간.
-꿀꺽.
최상급 회복 포션과 공청석유를 빠르게 들이켰다.
-스스스.
처용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최근 크게 성장한 선인의 육체의 회복 능력 덕분이었다.
반면에 거대한 힘을 소진한 디아블로의 화신체는 균열이 더 짙어진 상태였다.
본래 그의 힘이라면 화신체를 빠르게 자가 복구할 수 있었겠지만.
‘스퀴테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스퀴테의 권능, 시간의 상처의 또 다른 능력은 공격 대상의 상처를 고정시키는 것.
즉, 재생력을 대폭 낮추는 힘이었다.
컨디션을 되찾은 처용과 부상을 입은 디아블로.
언뜻 보면 처용이 유리해 보였지만.
‘젠장…….’
처용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무리 스퀴테라고 해도 신물이 아닌 성물.
디아블로가 가진 마기로 인해 스퀴테의 권능이 약해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화신체의 육체가 아무는 것이 보였다.
이 상황에서 처용이 선택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뢰신보!”
디아블로가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공격하는 것.
동시에 놈의 소환 시간이 빨리 끝나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이었다.
처용이 디아블로의 앞으로 다가와 화염의 절을 내지를 때.
-콰아아!
돌연, 디아블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마기로 인해 처용이 뒤로 밀려났다.
“설마?”
그 모습을 본 처용이 기겁한 목소리를 내었다.
‘설마!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강림했는데도!’
디아블로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후우우!
강렬하게 뻗어 나가던 마기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다시 디아블로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우드득! 우드득!
무언가가 압축되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마기가 걷어졌고.
-화르륵!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변한 디아블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변한 모습은 6미터가 넘어가는 육중한 몸집의 드레이크가 아니었다.
절반으로 줄어든 3미터의 키.
드레이크의 형태였던 날개와 꼬리, 거대한 두 개의 뿔은 남아 있었지만,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젠장!’
처용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렁였다.
디아블로의 덩치가 작아졌다고 해서 그가 악해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디아블로가 지금 보인 모습은…….
그가 ‘진심으로 싸우고자 마음먹을 때’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드레이크의 모습을 취할 때보다 훨씬 강해진 상황.
[나 디아블로가 하계에서 이 모습을 보일 줄이야.]
-우드득! 우득!
변신한 디아블로가 몸을 풀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양날 도끼를 어깨에 얹었다.
-쿵!
그가 가진 양날 도끼, ‘공포의 집행자’ 역시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의 형태는 둥근 도끼날을 가진 거대한 양날 도끼였다면.
지금의 형태는 도끼날이 더욱 길어지고 날 끝에 흉측한 칼날이 솟구쳐 있었다.
[자! 한 번 제대로 붙어 보자꾸나! 인간!]
-부웅!
디아블로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도끼를 내질렀다.
“이!”
기겁한 처용이 뢰신보를 최대치로 발현하여 가까스로 피하자.
-콰콰콰콰!!
도끼날이 가르고 지나간 부분, 지면과 허공이 자연재해를 맞은 듯 무너져갔다.
디아블로의 도끼를 피했음에도.
-화르륵!
항마의 화신과 처용의 몸에 검은 불길이 붙어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빠르게 불꽃을 없앤 처용이 긴장감 가득한 침음을 삼키며 냉정하게 디아블로를 바라봤다.
‘항마의 화신이라도 직격당하면 끝장이다!’
심지어 온전하지 못한 강림에 그간 받은 데미지까지 누적된 상태임에도 이 정도 위력!
과연 대악마 중 정점에 오른 삼천마다웠다.
처용이 무자비하게 가해지는 디아블로의 공격을 피할 때.
“이런!”
화염의 벽에 가로막혀 코너에 몰린 처용이 낭패감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차륜격!]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디아블로가 도끼를 치켜들며 파괴력이 강한 공격을 내리쳤다.
강렬한 검은 화염이 휘몰아치는 도끼날이 처용을 향해 쇄도하자.
“반탄신장!”
처용은 피할 수 없다 판단하고 반격을 준비했다.
디아블로의 도끼와 항마의 화신의 손바닥이 맞붙은 순간!
-콰콰쾅!!
강렬한 폭음이 울리며 땅이 갈라졌다.
“으으윽!!”
디아블로의 공격을 막아내는 처용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힘겨워 보여도 처용이 잘 버티나 싶었지만.
-쩌저적!
돌연, 항마의 화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하하!]
디아블로가 크게 웃으며 화염의 위력을 높이자.
-쩌적! 파창창!
결국, 항마의 화신의 양팔이 부수어져 버렸다.
처용의 반탄신장을 뚫어낸 도끼가.
-사각! 콰콰콰!
항마의 화신의 가슴을 가름과 동시에 처용 역시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러나.
[또 가짜인 것-!]
디아블로가 검은 액체로 녹아내리는 처용을 바라보며 말을 할 때.
“항마의 화신.”
디아블로와 조금 떨어진 뒤편에서 처용이 나타났다.
동시에.
-쿠웅! 꽈아악!
항마의 화신이 부러진 팔로 디아블로를 꽉 붙들었다.
“희생(犧牲).”
처용의 말이 끝나자.
-피이이이!!
항마의 화신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고.
-화아아! 콰콰콰콰쾅!!
강력한 파마의 신력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자폭했다.
처용이 수호신으로서 가졌던 가장 강력한 권능이자 마지막 권능.
최후의 희생.
그 권능의 묘리를 항마의 화신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항마의 화신을 자폭시킨 처용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두 손을 모아 앞으로 뻗은 채 긴장했다.
그러자.
[이걸로 끝인 줄 알았더냐!!]
화신체에 균열이 더 짙어진 디아블로가 폭발을 뚫고 처용에게 돌진했다.
그 모습을 침착하게 본 처용은 때를 기다렸고.
처용이 뻗은 손이 디아블로의 머리를 향한 순간!
“종말의 백야!”
태초의 마수, 카투라의 초월기.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백색의 섬광이 디아블로의 얼굴로 향했다.
-!!
귀를 울리는 격렬한 이명이 울려 퍼졌고.
-키이이!!
종말의 백야가 디아블로의 얼굴에 직격하며 그를 뒤로 밀어냈다.
그때.
-쾅!!
디아블로가 땅을 거세게 밟으며 그 자리에서 버텨내었다.
동시에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피이이이!!
디아블로가 앞으로 뻗은 왼손으로 처용이 발사한 종말의 백야를 밀어내며 다가왔다.
[제법이다! 아주 훌륭하구나!!]
종말의 백야를 직격당한 탓인지 얼굴에 균열이 추가로 생긴 디아블로가 큰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
처용이 마나와 신력을 더 쏟아부어 종말의 백야의 위력을 높였지만.
-쿵! 쿵! 쿵쿵쿵쿵-!
왼손으로 종말의 백야를 걷어내며 점점 다가오던 디아블로가 빠르게 돌진해왔다.
결국, 종말의 백야를 정면으로 뚫어낸 디아블로가 순식간에 처용 앞으로 다가왔고.
-콰콰쾅!!
내뻗은 왼손의 주먹을 그대로 내질러 처용을 가격했다.
“커어-!”
디아블로의 주먹에 맞은 처용이 피를 토하며 뒤로 크게 날아갔다.
지면을 여러 번 튕기며 날아간 처용이 가까스로 자세를 다잡았지만.
‘그나마…… 다리는 멀쩡하군…….’
단 한 번의 공격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장 양팔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뼈가 부러졌다.
뿐만, 아니라 갈비뼈, 늑골 심지어 척추뼈에 내장 파열까지, 부상이 심각했다.
선인의 육체 덕분에 가까스로 자세를 낮추며 서 있을 정도…….
다른 헌터였으면 방금 디아블로가 내지른 그 한 방에 즉사였다.
‘재생은 하고 있지만!’
재빠르게 자비의 손길과 자가회복 능력으로 다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구경할 디아블로가 아니었다.
[재밌었구나! 허나! 이젠 끝이니라!]
도끼를 치켜든 디아블로가 처용에게 빠르게 쇄도했다.
“스-.”
처용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불! 카아아르으으!!”
디아블로의 오른쪽에서 거대한 검은 기둥을 옆구리에 끼고 두 팔로 움켜쥔 쿠루타가 돌진해왔다.
-부우웅!!
쿠루타가 휘두른 검은 기둥이 육중한 소음을 내며 디아블로의 앞을 가격하자.
-콰아아앙!!
강렬한 굉음이 울리며 디아블로가 뒤로 밀려났다.
[호오?]
갑자기 난입한 쿠루타를 보며 디아블로가 흥미로운 미소를 지을 때.
“불카르으으!!”
-콰아아아아!!
쿠루타가 마치 화산과 같은, 격렬하고도 검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디아블로에게 돌진했다.
-콰아앙!!
디아블로의 도끼와 쿠루타가 두 팔로 움켜쥔 검은 기둥이 거세게 충돌했다.
“……쿠루타? 어떻게?”
처용의 쿠루타의 뒷모습을 보며 의문을 토했다.
어떻게 그가 디아블로의 투기장에 난입한 것인가?
그러나 쿠루타의 모습을 확인하자 의문이 풀렸다.
쿠루타의 피부에는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이 달라붙어 그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디아블로의 화염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무, 무모한-!”
처용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쿠루타를 향해 말했다.
아무리 쿠루타라고 해도 지금의 디아블로와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위험했다.
그러나.
“전사는!”
디아블로와 맞서고 있는 쿠루타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다!!”
큰 목소리로 함성을 토했다.
동시에 화산의 기운을 더욱 격렬하게 내뿜으며.
“불카르으으!!”
디아블로와의 힘 싸움에 박차를 가했다.
원래의 디아블로라면 쿠루타를 손쉽게 밀어냈겠지만, 그는 여러 제약이 걸린 채 수많은 부상을 당한 상태.
반대로 쿠루타는 피부에 화상만 입었을 뿐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그리고 디아블로가 다루는 검은 화염은 화 속성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힘.
이에 맞서는 쿠루타의 화산의 기운 역시 화 속성 계열에서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었다.
서로 비슷한 성질을 지닌 힘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유효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쇄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쿠루타가 들고 있는 검은 기둥.
그것은 조금 전까지 그를 구속하던 ‘신을 묶는 묘’였다.
통짜 판테라움으로 만들어진 최상위 레전더리 등급 아티팩트.
그것은 디아블로의 도끼와 맞붙었음에도 부수어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네놈도 아주…… 훌륭하구나!!]
-화르르륵!!
디아블로가 검은 화염을 격렬하게 내뿜으며 도끼에 힘을 주었다.
“크으아아아!!”
쿠루타가 함성을 지르며 이에 맞섰지만.
-칙! 치이이!!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쿠루타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함성을 질렀고.
-쾅!
땅을 거세게 밟으며 밀려나던 몸을 멈춰 세웠다.
동시에.
“화산의 격노!!”
-치이이!
그가 들고 있는 신을 묶는 묘가 용암에 달구어진 듯 새빨갛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콰쾅!
디아블로와 쿠루타가 서로 짧게 물러나고.
“덤벼라! 이 괴물 자식!!”
쿠루타가 용암처럼 달아오른 기둥을 휘두르며 디아블로에게 돌진했다.
육중한 질량을 가진 두 무기가 격렬하게 맞붙자 사방에 검은 화염과 용암이 튀었다.
쿠루타는 디아블로를 상대로 잘 싸우는 듯 보였지만.
‘오래 버틸 수 없다!’
처용은 쿠루타를 잘 아는 만큼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아무리 통짜 판테라움으로 만들어진 기둥이라 해도 디아블로의 도끼질을 계속 받아낼 순 없었다.
쿠루타 역시 전력을 다하며 무리한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에서 쿠루타를 잃을 순 없다!’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한 처용은.
‘스승님.’
쿠루타가 나타나기 전, 위험한 순간에 말하려다 만 말을 꺼냈다.
[알았다.]
처용의 말을 알아들은 여래가 즉시 대답했다.
그러자.
-콰아아아!!
처용에게서 푸른 신력이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여래의 화신체를 받아들인 처용의 눈동자가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