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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56화 (156/726)

#156화

마인들이 불빛을 마주한 바퀴벌레처럼 재빠르게 흩어지며 사라졌다.

성자는 당장 그들을 추적하고 싶었지만.

[나는 삼천마(三天魔) 중 하나이자,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디아블로.]

눈앞의 대악마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나를 즐겁게 해 보거라, 야훼의 신관!]

디아블로가 공포에 몸을 떠는 성자를 바라보며 양날 도끼를 치켜들었다.

-화르륵!!

도끼날에서 검은 불길이 솟구치자 사방에 열기가 몰아쳤다.

“그, 그레이터 그랜드 크로스 실드!”

그 모습을 본 성자가 십자 문양이 빛나는 거대한 빛의 실드를 불러내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무려 세 장을 전방에 나열했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성자가 공포에 잠식된 헌터들을 향해 신성력을 담아 외치자.

“빛의 힘으로!”

빠르게 정신을 차린 성수의 기사들이 휘하 헌터들을 이끌고 성자에게 모여들며 방어에 가세했다.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는.

[나약하구나.]

마치, 재앙 앞에 발버둥 치는 개미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이윽고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성자가 있는 방향으로 내리그어졌다.

그러자.

-푸화화화화!

도끼날에서 검은 불길이 해일처럼 몰아쳤다.

그 불길이 성자가 발현한 실드에 닿자.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실드에 실금이 번지더니.

-파창창!!

거대한 실드가 유리처럼 깨져나갔다.

“디바인 생츄어리!”

강렬한 화마에 기겁한 성자가 빠르게 신성력을 퍼트리며 신성한 영역을 만들었다.

동시에.

“저지먼트 헤븐!!”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 중 하나를 사용하며 디아블로의 불길에 맞섰다.

-화아아!!

성자의 손에서 뻗어 나간 저지먼트 헤븐이 디아블로의 불길에 잠시 맞서나 싶었지만.

-파사사사.

강렬하게 퍼져 나간 빛은 검은 불길에 점점 잠식되더니, 이내 사그라져 갔다.

“아, 안돼…… 막을 수 없-.”

성자의 눈에 낭패감과 절망이 비칠 때.

“빙결부 - 설산의 해일!”

푸르게 빛나는 빙결부 여섯 장이 성자의 뒤편에서 날아왔다.

빙결부가 디아블로의 검은 불길에 닿은 순간.

-파아아아!!

강렬한 눈사태가 높이 솟구치며 검은 불길과 디아블로를 뒤덮어 버렸다.

눈사태가 검은 불길을 잘 막아냈나 싶었을 때.

-치이이! 화르륵!

순식간에 눈이 녹아버리며 다시 화마가 솟구쳤다.

동시에 성자의 앞에 처용이 나타났다.

“화류 태극권.”

양손에 두 장씩 화염부를 움켜쥔 처용이 팔을 뻗어 태극을 그렸다.

“나선 환류!”

처용의 손에서 피워진 화염이 태극을 그리며 검은 불길에 닿았다.

디아블로의 검은 불길이 처용의 불에 붙어 나선을 그리는 순간!

“하압!”

처용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검은 불길의 방향을 위로 유도했다.

그러자.

-화르르륵!

하늘 위로 검붉은 화염 기둥이 높게 솟구쳐 올라갔다.

검은 불길이 하늘 위로 모두 솟구치며 사라지자.

[오호?]

디아블로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처용을 보며 흥미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커맨더!”

처용이 커맨더의 이름을 부른 순간!

-지이잉! 피슈웅!!

하늘에서 강렬한 플라즈마 포가 디아블로를 향해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쇄도한 플라즈마 포가 디아블로에게 닿았고.

-쿠구구!!

땅거죽이 뒤집히며 지면을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났다.

“후배!”

전신에 기갑 슈트를 갖춰 입은 커맨더가 긴장한 표정으로 처용에게 다가왔다.

“플라즈마 포는 직격했어.”

“해치운 겁니까?”

커맨더의 말에 성자가 말하자.

“아뇨.”

처용이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성자는 처용을 보며 잠시 침묵하고는.

“……우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용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신을 포함한 교단의 헌터 전원이 죽을 뻔했으니까.

동시에 마인들과 싸우며 의문이 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풀렸다.

밑에서 마인들과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는 동안.

위의 층에서 이종족들을 대피시키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용을 마주한 순간, 이종족들을 구출한 이가 그라는 것을 알아챘다.

성자가 처용을 보며 생각할 때.

“긴장 늦추지 마세요. 성자.”

처용은 폭발이 일어나는 정면을 응시한 채 성자에게 경고를 담아 말했다.

“아마도…… 놈은 멀쩡할 테니까.”

“저 공격을 맞고 멀쩡할 리-.”

성자가 말도 안 된다며 처용의 말에 반박할 때.

[크흐흐, 좋구나! 아주 즐겁구나!]

솟구친 흙먼지가 가라앉고 멀쩡한 모습의 디아블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

디아블로의 모습을 확인한 성자의 입에서 두려움이 섞인 침음이 흘러나왔다.

커맨더의 성지, 마키나에서 발사된 플라즈마 포는 한 지역을 날려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S급 몬스터도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위력.

그 위력을 고스란히 받아냈음에도 디아블로는 멀쩡해 보였다.

[기계 장치의 여신인가?]

디아블로가 하늘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동시에 왼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쥐듯, 주먹을 쥐며 뒤로 뻗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기겁했다.

“커맨더!”

“플라즈마 실드를 최대치로 전개해!”

커맨더는 처용의 말을 알아듣고 함선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상공에 떠 있는 함선, 마키나에서 녹색의 에너지가 퍼졌다.

-파지지직!

녹색의 에너지가 구형의 실드를 전개하며 함선 전체를 감쌌다.

그 순간, 디아블로가 뒤로 뻗었던 왼손을 앞으로 크게 휘둘렀다.

-촤아아악!!

디아블로의 손에서 샛노랗게 타오르는 채찍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 나갔다.

채찍이 뻗어 나간 곳은 바로 커맨더의 함선, 마키나였다.

끝없이 늘어나는 채찍이 마키나를 반으로 갈라 버릴 기세로 내리그어졌다.

-스가아악!!

채찍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마키나를 가르고 지나갔고.

-사악! 쿠콰콰!!

지면을 반으로 가르며 지진을 일으켰다.

채찍의 공격을 받은 마키나는 무사한 듯 보였지만, 외부에 펼쳐진 실드에 붉고 굵은 흔적이 생겼다.

[호? 반 토막을 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단단하군.]

디아블로가 흥미로운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커맨더의 성지는 굳건하게 막아낸 듯 보였다.

그러나.

-함선 방어막의 30%가 통째로 날아갔어! 저거 도대체 뭐야!

커맨더의 통신기로 함선 기술자 로완의 기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키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S급 몬스터들이 몸으로 들이받아도 멀쩡했었다.

그런 마키나의 방어막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30%나 소실시켰다.

[이것도 버티는지 볼까?]

디아블로가 마키나를 응시하며 양날 도끼를 치켜들었다.

-화르륵! 쿠우우!!

검은 화염이 도끼날을 따라 원형으로 회전하며 점점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도끼날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검은 불길에 점점 속도가 붙자.

-콰콰콰!!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며 크기를 부풀렸다.

그리고 그 크기가 10미터를 넘어가는 순간.

[차륜격(車輪格)]

디아블로가 양날 도끼를 휘둘러 빠르게 회전하는 검은 불길을 쏘아 보냈다.

“저걸 맞으면 끝장입니다!!”

처용은 디아블로가 어떤 기술을 썼는지 알아보고 커맨더에게 빠르게 외쳤다.

“회피 도약!”

커맨더는 처용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않고 함선에 명령을 내렸다.

-피이이!

마키나가 작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며 사라지고는 다른 장소에 나타났다.

동시에 디아블로가 쏘아 보낸 화염이 본래 마키나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고.

-콰콰콰콰콰!!

하늘 위에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으!”

“이런!”

하늘을 불태우며 뻗어 나오는 열기에 성자와 커맨더가 침음을 흘렸다.

[오? 피했느냐?]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가 재차 도끼날에 회전하는 검은 화염을 불러내었다.

“저런 기술을 연속으로!”

커맨더가 디아블로를 보며 기겁했다.

방금 허공에서 터진 화염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마키나가 직격당했다면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강력한 기술을 눈앞의 대악마는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듯 보였다.

그때.

“뢰신보!”

-스릉!

처용이 화염의 절을 꺼내 들고 디아블로의 오른쪽에 나타났다.

검기가 일렁이는 처용의 검이 디아블로의 목을 그었다.

기습에 성공한 듯 보였지만.

-차각-각!

목을 부드럽게 그으며 절단할 때의 소리가 아닌 단단한 무언가에 긁는 소리가 울렸다.

[오오! 제법 날카롭구나!]

‘일부러’ 공격을 맞은 디아블로가 감탄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화염이 일렁이는 양날 도끼를 들어 올리며 처용을 공격했다.

“풍신보!”

허공에서 반으로 갈릴 뻔한 처용은 다리에 바람을 휘감아 가까스로 도끼를 피했다.

그리고.

-촤아아!!

미리 알고 있었던, 디아블로의 오른손에서 뻗어 오는 화염 채찍을 경계했다.

“뢰신보!”

-파지직!

처용이 번개처럼 사라졌다.

-촤아악! 콰쾅!

디아블로의 채찍은 아슬아슬하게 처용을 스쳐 지나가며 지면을 때렸다.

‘거리를 벌리면…… 죽는다!’

식은땀을 흘린 처용이 머릿속으로 경고를 되새겼다.

동시에.

“커맨더!”

커맨더를 향해 외쳤다.

“젠장! 성자!”

처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챈 커맨더가 성자를 불렀다.

“절대로 접근하지 말고 한처용 헌터를 보조합니다!”

처용이 디아블로에게 돌진하기 전, 전음으로 전달했던 말이었다.

디아블로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말고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으라고.

커맨더는 처용이 걱정되었지만, 지금 어설픈 이가 접근하면 오히려 처용을 방해하는 꼴이었다.

“샬롯! 후배에게 버프를 걸어주고 위험하면 즉시 지원해!”

-라져.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 자리를 잡은 샬롯이 커맨더의 말에 대답했다.

그 후 빠르게 자신의 군단을 소환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거리를 유지하고 포위망을 형성해!”

추가 오더를 내렸다.

“진호는-!”

“알고 있어!”

-피잉!!

지상에 착지한 이진호가 처용과 디아블로를 향해 재빠르게 돌진했다.

무려 170이 넘는 레벨을 가진 근접 클래스 헌터.

그는 지금 처용이 디아블로를 상대로 발휘하는 회피를 따라 할 수 있는 유일한 헌터였다.

이진호가 처용에게 합류할 때.

“디바인 생츄어리! 빛의 은혜!”

성자가 빠르게 광역 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그리고.

“교단의 헌터 전원은 방어에 집중하고 전위를 맡은 두 분을 보조합니다!”

휘하 헌터들을 지휘하며 힘을 보탰다.

“빛의 이름으로!”

성자의 명령을 받은 교단의 헌터들이 성자를 중심으로 일렬로 나열했다.

동시에.

-빛의 세례!

-샤인 플래시!

어둠 속성을 약화시키는 스킬을 사용했다.

정예 병사들인 성수의 기사들은.

-홀리 레인!

서로 힘을 모아 성수의 비를 내리는 스킬을 발동했다.

지면을 태우던 디아블로의 검은 불길이 서서히 약해졌다.

현장에 있는 모든 헌터가 힘을 합치고 있었지만.

“이 상태로는…… 저희가 먼저 힘이 빠질 겁니다.”

성자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입니다.”

커맨더는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성자에게 말했다.

“저 대악마는 지금 시스템의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지상에 계속 있을 수 없습니다.”

커맨더가 하는 말은 처용이 전음으로 전해준 말이었다.

악마 소환 의식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일정 시간이 지나면 디아블로가 사라진다는 것.

“그렇군요.”

성자가 버프 스킬을 추가로 발동하며 커맨더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다면 전력을 다해 버텨야겠군요.”

성자의 말이 끝나자.

-우우웅!

그의 몸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야훼의 신력’이 불타올랐다.

“빛의 강림.”

S급 헌터, 신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성좌의 화신체를 받아들이는 스킬이었다.

그 모습을 본 커맨더는.

“여신님!”

마키나를 바라보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불렀다.

그러자.

-우우웅!

커맨더 역시 화신체를 받아들이며 회색빛 신력을 내뿜었다.

“포위망을 형성해라!”

커맨더가 추가적으로 군단을 불러냈고.

-철컥!

디아블로를 향해 권총 형태의 아티팩트를 겨누며 긴장했다.

-콰쾅!! 콰콰!!

지금 정면에서는 이진호와 처용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디아블로의 발을 묶고 있었다.

대악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고 방어하며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하는 상황.

‘젠장!’

커맨더는 이 이상 처용과 진호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자신의 능력은 군단 지휘와 광역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

지금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한 명의 대악마를 상대하기에는 좋지 못했다.

아니…… 지금까지는 상성이 좋지 않다고 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이 가능했었다.

싸우는 상대가 S급 마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대하는 이는 그냥 대악마도 아닌 삼천마 디아블로였다.

처용의 말로는 판데모니움에서 가장 강력한 대악마 중 하나라고 했다.

지금까지 마주한 상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심지어 강력한 힘을 내뿜는 저 디아블로의 화신체는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제기랄!’

커맨더는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난 것에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꼈고.

‘뭐가! 뭐가! 최강의 헌터냐!’

그간 너무 안일했다며 스스로를 비판했다.

커맨더가 자책하고 있을 때.

[자책하지 마.]

머릿속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껏 잘해 왔잖아,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여신님…….’

[저건 애초에 인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재앙이 아니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해야…….’

커맨더가 침음을 흘렸다.

그러자.

[나는 내 신관이 이번 위기를 잘 헤쳐나갈 거라 믿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자신의 신관을 위로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한처용도 믿고 있어.]

신뢰가 담긴 목소리로 처용을 언급했다.

[아무리 거대한 재앙이 가로막아도 그는 쉽게 당하지 않을 거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으로서의 감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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