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이건…… 불가능해.]
세계수가 또 한 번 당황스러운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하루 만에……, 아니 네가 떠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잖아? 이게 어떻게?]
처용은 당황하는 세계수를 향해 웃음을 보이고는.
“제가 장담하지 않았습니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로 생명력이 가득한 땅이라니…… 게다가 네가 부어준 물! 그거 평범한 물이 아닌데?]
-부르르!
말을 하던 세계수가 몸을 한 번 떨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기운은…… 자비의 대신이구나?]
[후후, 또 보네요. 엘그드라실.]
보살이 세계수를 향해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쩌적.
처용과 보살 앞에 나무의 새싹이 자라듯 나무줄기가 자라나더니.
-쩌저적!
마치 나무가 자라나 여인으로 변한 듯한 모습의 형체가 되었다.
드라이어드와 비슷한 모습인 인간형의 세계수였다.
[어쩐지…… 내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없는 에너지들이 흘러들어온다 했어.]
세계수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생명력이 넘쳐 흐르는 신성한 땅.
처용이 열매 위에 뿌려준,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된 물.
추가로 보살의 신력까지.
모두 티끌 하나 흠잡을 게 없는 최고, 최상의 조건들이었다.
“여기서 더 커지겠죠?”
처용이 세계수를 향해 궁금한 듯 묻자.
[내 아이들의 보금자리보다 더 커질걸?]
인간형의 세계수가 뒤에 있는 자신의 육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 장소를 빌려줄 줄이야. 오히려 내가 보답을 받아 버렸네.]
세계수가 처용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계수 님이 여기에 육체를 두신 것으로 저 역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용이 사실이라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성지에 세계수가 자리 잡았습니다.]
[성지의 기운이 크게 증가합니다.]
[땅이 더욱 넓어집니다.]
[추가 전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성지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활력을 부여합니다.]
[세계수의 영향으로 성역 태룡전이 성장합니다.]
[성역 태룡전에 의료(醫療)전이 추가됩니다.]
성지에 세계수가 자리 잡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들이 그 증거였다.
세계수가 성지에 자리를 잡자, 성지의 기운이 크게 증폭되었다.
그리고 처용이 원했던,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었다.
세계수의 육체는 그 존재만으로도 성지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세계수가 처용의 성지에 자리 잡은 상황.
즉, 처용의 성지를 노리는 적들은 두 개의 성지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같았다.
성지의 방어 자체가 더욱 굳건해진 셈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지 주변의 땅이 안정화됩니다.]
-게이트 폭주율 감소
성지 주변의 게이트 억제 즉, 차원의 안정화가 이루어졌다.
처용의 성지와 세계수가 합쳐져 일어난 시너지였다.
‘이걸로…… 추후 재앙에 대한 대비는 할 수 있겠네.’
처용이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성지의 상태를 확인한 처용이 만족하고 있을 때.
[내 아이들 중 일부를 이곳으로 불러도 될까?]
세계수가 처용에게 묻자.
“좋습니다.”
처용이 흔쾌히 수락했다.
애초에 이 성지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종족들을 들이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니만큼, 엘프들도 배려를 해야 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타, 엘프들이 오면 성지에 대해 잘 알려줘.”
“알겠습니다. 용님.”
아타가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의심이 가는 던전을 찾았습니다.
태민에게서 ‘찾았다’라는 연락이 왔다.
“가 보겠습니다.”
처용은 보살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태민을 찾아갔다.
처용이 사라지자.
[……도대체, 여기에 신격이 얼마나 머무르고 있는 거야?]
세계수가 보살을 향해 궁금한 듯 물었다.
성지에 육체가 뿌리를 내리고 나자 명확하게 다른 신격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안내해 줄게요. 엘그드라실.]
보살은 세계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처용이 성지 내부에 세워진 협회 지부를 방문하자.
“오셨군요. 여기 있습니다.”
태민이 곧장 태블릿을 보여주며 말했다.
“조건에 맞는 던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만, 여기가 의심 1순위입니다.”
처용은 태민에게서 태블릿을 받고는.
“흐르는 수로 동굴 던전이라…….”
화면 속 던전의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며 읊조렸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소형 도시급 규모인 B급 던전, 흐르는 수로 동굴.
이 던전의 내부는 어두운 동굴 형태의 복잡한 미로였다.
그리고 다른 던전들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바로 던전 내부가 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헌터는 입장조차 불가능한 곳이었다.
오랜 시간 잠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잠수복 형태의 갑옷이나 아티팩트가 필요했다.
혹은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보조 마법 ‘수중 호흡’을 익힌 헌터가 동행해야 했다.
심지어 던전 내부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모두 물속을 자유롭게 다니는 수중 몬스터들.
이러한 이유로 던전의 난이도는 B급임에도 다소 높게 측정되었다.
C급 헌터는 아예 입장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흠…….”
처용이 태블릿의 자료를 유심히 관찰하며 살펴보았다.
출몰하는 몬스터의 종류.
던전의 형태와 생태.
인어가 말해준 증언과 대부분 일치하는 곳이었다.
“내일 제가 직접 가보죠.”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처용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성역 태룡전으로 향했다.
‘니모는 데려가야 할 것 같고…….’
마인들의 최고 중요 아지트 중 하나, 마수 실험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던전이었다.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했다.
처용이 고민을 거듭하며 보물전으로 향하자.
[너는 성역에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나 보네?]
보살과 함께 있는 세계수가 말을 걸어왔다.
“성역을 안내해주고 있으셨나 보네요.”
처용이 보살을 향해 말하자.
[친구와 풀 회포가 많더군요.]
보살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범상치 않은 인간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신격과 함께하고 있을 줄이야.]
세계수가 놀람을 섞어 처용에게 말했다.
그녀는 보살의 안내를 받아 태룡전에 거주하는 다른 신격들과 만났었다.
[태초의 마수까지 있을 줄은…….]
“카투라 님을 만나셨나 보네요?”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도 보물전에는 무슨 일인가요?]
“내일 마수 실험장으로 의심되는 곳을 가 볼 예정입니다.”
처용은 보살의 질문에 잠시 알아봤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 그러고 보니.”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은색의 상자가 배치된 곳으로 다가갔다.
“이것도 확인해 봐야겠군요.”
[그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준 선물이군요.]
보살이 상자를 알아보고는 말했다.
“그분의 도움도 컸습니다. 화신의 그릇이 그런 기능을 가진 신물이었을 줄은…….”
처용이 세계수에 강신한 보살을 생각하며 말했다.
[성좌가 스스로 깃드는 형태로 일정 시간 지상에 강림하게 해주는 신물이었습니다.]
보살이 화신의 그릇에 대해 말할 때.
[내가 막내의 작품에 손 좀 더 보태긴 했지.]
미륵이 나타나며 말했다.
[앞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제한은 더 없는 건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성좌를 지상에 강림시킬 수 있는 신물이었다.
분명, 제한이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평범한 하계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성지나 특수한 환경에서만 쓸 수 있더구나.]
예상대로 미륵이 신물의 제한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좌가 깃들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
한 번 사용하면 일주일 정도 충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성지처럼 특수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는 시스템의 영향이었다.
“흠, 알겠습니다.”
미륵의 말을 들은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젠 이걸 확인해 볼 차례군요.”
처용의 눈길이 들고 있는 은색 상자로 향했다.
[하하, 그 짠돌이 여신이 무얼 주었는지 궁금하구나.]
미륵이 기대하는 듯한 웃음으로 상자를 바라보았다.
처용이 잠금장치를 풀고 상자를 열자.
-화아아!
밝은 빛과 함께 상자가 사라졌고 내부에 있던 내용물들이 나타났다.
여러 기계 장치로 보이는 도구들과 열 개의 상자가 추가로 나타났다.
처용은 그중 한 손에 딱 잡히는 금속 막대를 들어 올렸다.
[플라즈마 빔소드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마나를 주입하면, 강력한 플라즈마가 응축된 검을 생성합니다.]
[사용자의 마력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위력이 증가합니다.]
통찰의 눈으로 관찰한 처용이 빔소드에 마나를 주입하자.
-키-잉!
막대의 끝이 빛나더니.
-지이잉!!
1미터가 조금 넘는 크기의 광선검이 생성되었다.
“이렇게 좋은 걸 주실 줄이야.”
광선검을 유심히 관찰하던 처용이 감탄을 표했다.
회귀 전, 커맨더가 가끔 사용하는 것을 봤기에 알고 있는 아티팩트였다.
성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처용은 보물전 한쪽에 쌓인 카투라의 작은 허물 조각 하나를 집어 들고 광선검에 대 보았다.
그러자.
-치지지지!!
마치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공업용 절단기에 닿은 것처럼 허물에 불똥이 거칠게 튀었다.
동시에 허물이 조금씩 잘리기 시작했다.
파쇄격으로 내리쳐도 금조차 가지 않던 카투라의 허물이었다.
광선검은 그런 허물을 조금씩 잘라낼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다 좋은데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네요.”
잠깐 사용했는데도 마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방대한 마나량과 마나 회복량을 가진 처용마저 10분 정도 사용하면 마나가 바닥을 보일 정도.
평범한 헌터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 고갈로 허덕였을 것이다.
이런 광선검이 총 세 개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내가 보조 무기로 쓰면 되고…….’
처용은 광선검을 누가 사용하면 좋을지 딱 떠올렸다.
확인을 끝낸 광선검을 다시 놓아둔 처용은 다른 것들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준 물건들은 다양했다.
“이것도 쓸만하네요.”
처용이 집어 든 것은 야구공 크기의 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수류탄.
일정 범위의 마나를 증발시키는 EMP 폭탄이었다.
모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든 소소한 발명품들이었다.
대부분 확인이 끝났고 이제 단 하나만 남았다.
[이 박스는 뭘까요. 계승자?]
보살이 남은 열 개의 검은 박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랜덤 박스일 겁니다.”
처용이 보살에게 말함과 동시에 박스를 응시했다.
[랜덤 박스]
[등급 : ?]
[열기 전까지는 무엇이 나올지 모릅니다.]
[기계 장치의 여신의 창고에서 랜덤으로 하나의 물품이 소환됩니다.]
처용이 통찰의 눈으로 확인한 상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장난삼아 만든 물건이었다.
그녀의 신관인 커맨더에게도 보상으로 가끔 내리는 상자.
회귀 전, 처용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몇 번 이것을 받은 적이 있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창고에서 랜덤으로 소환하는 것이니만큼 좋은 것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좋은 게 나올 확률은 극악입니다.”
처용이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마도 그녀가 준 메인 선물은 광선검과 유용한 소모품들.
랜덤 박스는 덤으로 얹어준 것일 터다.
“하나 열어보죠.”
처용이 박스 하나를 집어 들고 입구를 열자.
-화아아!
밝은 빛과 동시에 박스가 사라지고 가스버너와 비슷한 형태의 물품이 나타났다.
[휴대용 마나 버너 / 아티팩트]
[등급 : 노말]
[마나를 주입해 불꽃을 피워냅니다.]
“그나마 아티팩트가 나왔네요.”
처용은 다행이라는 듯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상자를 하나를 더 열자.
[강철 주괴 / 재료]
[등급 : 노말]
[순도 높은 단단한 강철입니다.]
30센티미터 크기의 강철 주괴가 나타났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런 게 대부분일 겁니다.”
[참 재밌는 것도 만들어 냈구나.]
처용의 말에 미륵이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나도 하나 열어봐도 되겠느냐? 제자야.]
어느새 나타난 여래가 처용에게 말했다.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여래가 상자를 유심히 관찰하며 열었다.
빛과 함께 상자가 사라지고.
[흠…….]
여래의 손에 처용이 좀 전에 뽑았던 강철 주괴가 나타났다.
[원리는 대략 알겠지만…….]
[애초에 같은 격을 지닌 신격이어도 간섭이 불가능하지요. 하하.]
중얼거리듯이 여래가 흘린 말에 미륵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후 네 개의 상자를 더 열어 봤지만, 모두 잡동사니들만이 나왔다.
“하나쯤은 좋은 게 나올법한데…….”
일곱 개의 상자 모두 ‘노말’ 등급의 물품이 나오자 처용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덤으로 얹어 준 보상이라지만, 확률이 너무 극악이었다.
그때.
[계승자. 제가 하나 열어봐도 될까요?]
보살이 상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하나 열어보세요.”
처용은 보살에게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안 좋은 게 나와도 너무 실망하지 마십-.”
기대감을 완전히 버린 듯 처용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함과 동시에 보살이 상자를 열었다.
-화아아아!!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아주 밝은 빛’이 퍼졌다.
“……?”
확 달라진 분위기에 처용의 말이 끊겼다.
이윽고 빛이 사라지며 무언가가 드러났다.
“……이건!?”
처용이 눈앞에 나타난 물건을 집어 들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둠의 찬가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전설 속 광석, 암천귀석(暗天鬼石)으로 만들어진 무구.]
[주변의 속성 마나를 빨아들여 암 속성 마나로 전환합니다.]
[공격 대상이 빛에 가까운 존재일수록 더 치명적인 피해를 가합니다.]
[흡수한 에너지를 폭발시켜 공격할 수 있습니다.]
1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의 목도와 비슷한 형태.
약간의 빛조차 허용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두운 색상.
겉보기에는 검술 연습에나 쓸 법한, 투박한 형태를 가진 목도였다.
그러나 실상은 엄청난 성능을 가진,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아티팩트였다.
“…….”
[……]
[……]
아티팩트를 들고 있는 처용도.
상자를 열었던 보살도.
지켜보는 다른 신격들도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열어주십시오.”
처용이 남은 상자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행운의 여신님.”
보살에게 내밀었다.
[…….]
상자를 응시하며 잠시 침묵한 보살은.
[……우연입니다. 두 번의 요행은 기대하지 마세요.]
처용이 내민 상자를 받아들고는 조심이 열어젖혔다.
그러자.
-화아아아!!
강렬한 빛이 쏟아지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엘리멘탈 윕프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기계 장치의 여신이 심혈을 기울여 공들인 작품.]
[속성 마나를 주입하면, 해당 속성이 부여된 긴 채찍을 생성합니다.]
[마력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더 성능이 강해집니다.]
손에 착 감기는 줄넘기 손잡이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아티팩트.
그러나 이 역시 강력한 성능을 가진 레전더리 등급의 아티팩트였다.
“…….”
[…….]
이 기가 막힌 상황에 처용과 다른 신격들이 침묵했다.
[……우연입니다. 우연일 겁니다.]
보살이 우연이라고 말하며 남은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푸화아아아!!
앞선 두 번 보다 더 강렬한 빛이 퍼졌고.
1미터 크기의 반투명한 정육면체가 나타났다.
[프로토타입 뉴 클리어 / 아티팩트]
[등급 : 레전더리+]
[기계 장치의 여신이 심혈을 기울여 공들인 작품.]
[폭발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폭탄입니다.]
[폭발 시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킵니다.]
투명한 상자 안에서 빛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중앙에는 농구공 크기의 검은 구체가 자리해 있었다.
커맨더의 결전기인 뉴 클리어.
보살이 마지막으로 뽑은 건, 뉴 클리어를 모방한 기계 장치의 여신의 작품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핵폭탄을 뽑아 버린 셈이었다.
“…….”
[…….]
상자를 연 당사자인 보살을 포함, 모두가 침묵에 잠길 때.
[아무래도 티케는…….]
여래가 얼굴을 쓸고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행운의 여신 자리를 보살님에게 넘겨야 할 것 같구나.]
“동의합니다. 스승님.”
여래의 말에 처용이 강하게 말하며 동의했다.
그리고.
“후, 이럴 줄 알았으면…….”
처용이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스스로가 상자를 연 결과물들을 바라봤다.
모두 노말 등급의 잡동사니들…….
그러다 보살이 뽑은 휘황찬란한(?) 물건들을 보자, 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가 아닌 행운의 여신님이 상자를 전부 열었어야 했는데.”
처용은 처음으로 다시 시간이 되돌려졌으면 좋겠다고 농담 삼아 생각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