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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46화 (146/726)

#146화

수월하게 치료가 끝난 리카를 시작으로 나머지 환자들의 치료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나중엔 요령이 붙어 한 명씩 진행되던 치료가 두 명, 세 명씩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백 명이 넘는 환자의 치료가 모두 끝났다.

“마지막 환자까지 무사히 끝났네요.”

처용이 치료 종료를 선언하자.

“아, 정말 감사합니다.”

엘프 여왕이 처용에게 고개를 숙이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세계수의 일족은 이 도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부탁받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처용은 엘프 여왕을 향해 겸손하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잘못된 이들 없이 모두 무사히 치료가 끝났다.

항상 이종족들과 어떻게 접선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처용이었으나 이번 일로 이종족들과 아주 좋은 관계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처용에게 있어서도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음,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보살이 처용에게 말함과 동시에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조금씩 옅어졌다.

아마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신물이 보장한 강신의 유지 시간이 끝난 듯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보살님.”

[후후, 계승자야말로 고생했어요.]

보살은 처용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황금빛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보살이 사라지자 세계수의 화신체가 처용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나랑, 얘기 좀.]

세계수가 처용에게 말함과 동시에.

-화아아!

밝은 형광빛이 처용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빛이 사라지고 시야가 점점 돌아오자.

“여긴?”

주변을 둘러보던 처용이 살짝 커진 눈으로 말했다.

반투명한 나뭇가지들에 의해 겹겹이 쌓인 듯 보이는 공간.

그 반투명한 나뭇가지들 안으로 녹색의 에너지들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흐르는 에너지가 모이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안녕.]

마치 나무가 자라나 여인으로 변한 듯한 모습의 무언가가 처용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화신체로 딱딱 끊어지게 전하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또렷한 목소리였다.

겉모습은 나무에 붙어사는 정령, 드라이어드와 비슷했지만…….

“안녕하세요. 세계수 님.”

처용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인, 세계수의 본체를 알아보았다.

동시에 이 장소가 어디인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세계수가 직접 데려오지 않는 이상 하이엘프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세계수의 심장부였다.

하지만.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이 장소로 이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처용이 세계수를 향해 질문하자.

[계승자……, 자비의 대신이 분명 너에게 그렇게 말했어.]

처용의 질문에 세계수가 직접 몸을 이끌고 처용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쩌저적. 쩌적!

나뭇가지들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세계수가 처용의 앞에 다가왔다.

[계승자가 뭐야?]

세계수의 질문에 처용이 잠시 고민하더니.

“그분들께서 후계자인 저를 지칭하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적당하게 아는 정도만 이야기했다.

어차피 자신조차 ‘계승자’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니까.

처용의 말에 잠시 침묵한 세계수는.

[……꿈을 꿨어.]

자신이 왜 처용을 따로 만나고자 이 장소로 데려왔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불타 죽고…… 내 아이들이 학살당하는 꿈.]

“세계수 님이 죽는다고요?”

처용은 세계수의 말을 듣고 놀란 듯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불타는 세계수.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프들.

하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마인들에게 학살당하는 엘프들.

세계수가 이야기한 ‘꿈’은 회귀 전 그녀가 죽는 모습과 같았다.

처용은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세계수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내가 죽고 내 아이들이 죽는 와중에 우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간이 있었어.]

세계수가 처용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계승자라고 불리는 인간, 너.]

“……예언인가요?”

처용은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모른 척 진지하게 물었다.

세계수가 예언의 능력이 있다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시간이 되돌려진 지금 세계수가 말하는 것은 ‘과거’이기도 했다.

바로 ‘처용의 과거’.

세계수가 회귀 전 일을 이야기하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용이 속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난 예언의 능력은 없어.]

세계수가 확실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신으로서의 감각 같은 겁니까?”

[나도 잘 몰라, 내가 본 게 무엇인지, 그런데 너도 모른다고 하니…….]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흠…….”

그 말을 들은 처용이 잠시 침묵하고는.

“저는 종말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수에게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일부 말해주었다.

“꿈속에서 보신 적들은 판데모니움의 악마들 같습니다. 마인들은 그 악마들에게 힘을 받은 이들이고요.”

자신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이들을 적으로 두고 싸우고 있는지.

“문제는…… 무너지는 세계를 지탱해야 하는 성좌들 모두가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되는 존재들.

회귀 전 배신자였던 이들에 대해 경고했다.

“그놈들과 싸우는 입장으로서 저는 세계수 님의 꿈을 그냥 흘려듣기가 힘듭니다.”

[……내가 뭘 하면 될까?]

처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은 세계수가 질문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하나.

자신의 아이들, 엘프들의 생존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처용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세계수가 회귀 전의 꿈을 꾸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었지만.

이 상황을 보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열매를 내어주십시오.”

[내 열매를? 여기서 더 강해지려고?]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세계수의 과실은 공청석유와 마찬가지로 최상급에 속하는 영약이었다.

하지만.

“아닙니다.”

처용은 세계수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열매를 먹으면 당장 강해질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 끝.

처용은 자신이 강해지는 것보다 유용하게 열매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제 성지에 세계수 님의 열매를 심을 생각입니다.”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보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놀란 듯 묻자 처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무를 육체로 둔 거대한 정신체였다.

정령, 신수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성좌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보살님께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구나.]

처용의 말에 세계수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열매는 줄 수 있지만, 내가 자라날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을 텐데?]

세계수가 작은 걱정을 비치며 말했지만.

“장담하죠. 마음에 드실 겁니다.”

처용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계수는 처용의 미소를 보고는.

[좋아.]

처용의 부탁을 수락함과 동시에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화아아!

밝은 형광빛이 퍼지며 1미터 크기의 나뭇가지로 싸인 둥근 무언가가 나타났다.

세계수의 심장부에 있는 반투명한 나뭇가지와 같은 재질의 구체.

그리고 그 반투명한 구체 안에서 여러 빛깔을 가진 색들이 서로 뭉치고 퍼지며 이동하고 있었다.

처용은 세계수가 꺼낸 것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건, 단순한 열매가 아닌 것 같은데요?”

처용이 세계수에게 궁금한 듯 물었지만, 그녀가 꺼낸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맺은 열매야.]

세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처용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회귀 전, 처용은 불타 죽어가는 세계수에게 눈앞의 열매를 받은 적이 있었다.

엘프들을 잘 부탁한다면서…….

그런 그녀의 부탁대로 세계수를 부화시킬 새로운 장소를 찾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배신으로 인해 세계수의 열매를 강탈당했다.

‘아르테미스…….’

처용은 다시금 떠오른 악신을 향해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그 당시 결정적인 순간에 저지른 아르테미스의 배신으로 인해 커맨더의 성지가 무너졌고.

마키나에서 잠시 보관 중이던 세계수의 열매까지 빼앗겼었다.

-캬하하하! 멍청하고 무능한 하계종 같으니라고!

그리고 아르테미스는 미친 듯이 웃으며 자신의 배신을 알렸다.

-도대체…… 왜?

그 당시 그녀의 배신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처용이 허망한 듯 물었었다.

그 말에.

-재밌잖아?

아르테미스는 악의가 넘실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벌레 같은 하계종들이 희망을 갖고 발버둥 치는 게. 캬하하!

처용의 눈앞에서 세계수의 열매를 부숴버렸다.

다시금 떠오른 좋지 않은 기억에 처용의 마음속에서 살의와 복수심이 넘실거렸다.

다행히 현재 아르테미스의 배신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손에 이 열매가 부수어질 리는 없었다.

그런 상황은 용납할 수 없고 두고 보지도 않을 것이다.

처용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내 아이들을 구해 준 답례라고 생각해 줘.]

세계수가 자신의 열매를 처용의 앞으로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처용이 감사를 전하며 열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계승자는 성좌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었지?]

세계수가 처용이 말해주었던 계승자에 대한 설명을 다시 생각하며 말했다.

[내가 전해주는 축복이 네 싸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세계수가 처용에게 손을 내밀고 녹색으로 빛나는 신력을 흘려보냈다.

-스르르르.

따뜻함이 느껴지는 세계수의 신력이 처용에게 닿았다.

[세계수 엘그드라실의 능력을 계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신수의 격이 성장합니다.]

[선인의 육체가 성장합니다.]

[체력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최대 체력이 300 증가합니다.]

[선인의 육체에 ‘세포 재생’ 능력이 추가됩니다.]

[자연부의 모든 속성 능력이 상승합니다.]

[자연부에 ‘목림(木林)부’가 재생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스템을 확인한 처용이 세계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세계수 덕분에 처용의 레벨이 올랐다.

현재 레벨은 132.

100레벨이 넘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레벨을 빠르게 복구하고 있었다.

대신인 포세이돈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대악마의 화신체를 소멸시켰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하는 훈련에 북한에서 마인들을 잡는 등, 여러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

거기에 잃어버렸던 자연부 중 하나를 되찾았다.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수확은 따로 있었다.

[세포 재생 / 패시브 스킬]

[상처를 입은 육체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절단, 관통상 등 치명상의 경우, 육체가 서서히 복구됩니다.]

[체력과 마력 스테이터스가 높아질수록 효과가 더 강해집니다.]

패시브 스킬 세포 재생, 즉 자가회복 능력이었다.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일일이 포션을 먹거나 회복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중요했다.

이전 카투라의 신력을 받았을 때, 마나와 마나 회복 능력이 크게 증가했었다.

거기에 체력 회복 능력까지 추가된 상황.

이젠 장기적인 전투에는 문제가 없었다.

새로운 능력을 확인한 처용이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곧 성지에 세계수 님이 새로 자라날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확실한가 보네.]

처용이 세계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혹시,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엘프들을 모두 제 성지로 보내십시오.”

진지하게 가장 중요한 용건을 말했다.

[……역시 그것도 알고 있었구나?]

세계수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의 육체, 엘프들의 성지는 이곳 하나가 아니었다.

다양한 장소에 부락이 있었고. 그곳에는 여기보다 작은 세계수들이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세계수의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육체와 육체 사이에 포탈을 여는 능력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이 장소에서 다른 세계수의 육체가 있는 장소로 이동이 가능했다.

그건 처용이 세계수의 열매를 원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비상시 위기에 처한 엘프들을 성지로 이동시킬 수 있었으니까.

태룡전의 열쇠가 있다곤 해도, 대책은 많이 준비할수록 좋았다.

[그럼 돌려보내 줄게.]

일을 마친 세계수가 처용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처용이 돌아오자.

“그, 그건 설마!?”

엘프 여왕이 처용을 보며 당황했다.

정확히는 처용이 들고 있는 1미터 크기의 구체를 보고 있었다.

뒤에 있던 테시아 역시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세계수 님에게 받았습니다.”

처용이 엘프 여왕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렇군요. 세계수 님의 뜻이라면 따라야지요.”

엘프 여왕과 테시아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커맨더의 옆에 있던 하이 엘프 하나가 다가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첫 번째로 치료를 받았던, 잠시 깨어났었던 하이 엘프 리카였다.

“은인에게 감사를!”

“절대로 잊지 않겠소.”

리카에 이어 정신을 차린 이종족들이 사정을 듣고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다행입니다.”

처용은 감사를 전하는 이종족들을 향해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세계수의 열매를 보물전으로 보냈다.

‘아타 지금 보낸 거 잘 보관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아타에게 전음을 보낸 처용이 리카를 바라보았다.

“하이 엘프인 당신이 도대체 어떻게 당한 건가요?”

저주에 당한 리카를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녀는 하이 엘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최상위 실력자가 아닌 이상 그녀를 생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시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나 하는 마음에 건넨 처용의 질문에 리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기억나는 게 있어요.”

리카의 말에 처용과 커맨더가 귀를 기울였다.

“하얀 번개를 쓰는 검은 가면의 강자와 싸웠었어요.”

“하얀 번개? 검은 가면?”

커맨더가 리카의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

무언가 알 듯 말 듯 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이랑진군의 신관.”

처용이 리카가 말하는 이가 누군인지 단번에 파악하고 그 정체를 입에 담았다.

천교의 상위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새하얀 번개, 천벌.

그리고 개 형태의 검은 흑가면.

리카를 공격한 범인은 이랑진군의 신관이었다.

“그 시커먼 개새끼가 저지른 짓이었네.”

처용이 회귀 전 배신자를 향해 이를 갈며 욕을 내뱉었다.

동시에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천교의 배신은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언제 크타니드와 접선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으로 봐서는 그들은 오래전부터 배신을 준비한 듯 보였다.

그리고 리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은 가면을 뿌리치고 도망치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억을 되짚는 듯 리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증언했다.

“강력한 ‘신성력’이 느껴지는 새하얀 사슬이 저를 뒤에서 기습했어요.”

리카의 말이 끝나자.

“……!”

커맨더에 이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누군지 봤습니까.”

처용이 리카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리카는 처용의 질문을 받고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하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사제……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리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흐렸다.

처용은 리카의 말을 듣고는.

“성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말했다.

“당신을 뒤에서 공격한 건 교단의 성녀였습니까?”

“……!”

“……!”

처용의 말에 커맨더와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이 일렁였다.

처용은 리카의 말을 듣고 ‘성녀’라고 딱 집어 진지하게 묻긴 했지만.

‘도대체 성녀가 왜?’

속으로는 크게 당황한 상태였다.

성녀는 회귀 전 배신자가 아니었으니까.

처용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있는 리카를 향해 다시 물었다.

“당신이 본 게 정말 성녀가 맞습니까?”

리카는 처용의 말에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잠시 침묵하고는.

“……네.”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리카의 말에 처용의 인상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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