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준비가 되셨다면, 바로 가시죠.”
처용은 더 지체하지 않고 일을 바로 처리할 것을 권했다.
이 일을 수월하게 끝내면, 회귀 전 동료들이었던 이종족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니까.
“지금보단 내일 아침에 가는 걸로 하지.”
커맨더는 마지막 점검 겸, 준비할 것들이 있다며 내일 아침으로 약속을 잡았다.
“후배와 대화를 한 덕분에 내 마음가짐이 바로 섰거든.”
커맨더가 무언가 각오를 다진 듯 진지하게 말했다.
“나를 더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단단히 경고하고 와야지.”
중요한 일이니만큼 방해를 받아 망하는 상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럼 저는 저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처용은 커맨더를 향해 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방해하지 말라 경고를 전한다면.
WHU와 교단이 머저리가 아닌 이상 커맨더를 더 자극하지는 못하리라 판단했다.
커맨더가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해도 참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커맨더와 이종국이 돌아가려 하자.
[난 조금 더 있다가 갈래.]
본신으로 강림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다가오며 말했다.
커맨더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듯 처용을 바라보자.
“편히 쉬세요. 여신님.”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도 내일까지는 여기 있을게요.”
“나도 하루만 쉬자, 유진아.”
샬럿과 이진호가 커맨더를 향해 외치며 의사를 전했다.
아름다운 경치의 성지가 마음에 들기에 하루만 더 있겠다는 것.
“하하.”
동료들을 바라본 커맨더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여러분들은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처용 역시 커맨더의 동료들이 체류하는 것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럼, 내일 보자.”
커맨더가 할 일을 마치기 위해 함선으로 돌아갔고 처용은 우선 수련탑으로 향했다.
수련탑 내부에서는.
“상대 공격을 잘 봐야지.”
“악!”
연화가 연아를 상대로 수련을 봐주고 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언니는 이길 줄 알았는데!”
“이제 막 각성한 주제에 꿈도 크다?”
연아는 큰언니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지만.
연화는 현역에서 활동하던 헌터였고 이젠 100레벨을 넘은 신관, 심지어 군주 클래스였다.
연아는 언니인 연화를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그 증거로 연화는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싸움에 임하며 연아를 봐주고 있었으니까.
“열심히 하고 있네?”
처용이 다가가며 말하자.
“어 왔어?”
연화가 처용을 반기며 말했다.
“둘이랑 윤아는 사흘 뒤에 시간 비워 놔.”
처용은 수련탑에 있던 연화와 연아, 윤아를 향해 본론을 말했다.
“무슨 일 있나요?”
윤아가 궁금한 듯 묻자.
“세 명은 내가 직접 영약을 순환시켜 줄 거야.”
처용이 본론을 이야기했다.
레전더리 등급의 영약인 공청석유를 생각보다 많이 얻었다.
때문에, 처용이 선별한 사람들은 영약의 효율을 따지지 않고 최대 효과를 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영약을 먹을 사람과 이를 도와줄 처용 역시 나름대로 준비해야 했다.
처용이 이를 잘 설명해 주자.
“우리한테는 그걸 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구나……, 알았어.”
연화가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거 도움이 되는 거 맞아?”
연아가 말함과 동시에 수 속성 마나를 끌어 올렸다.
-슈루루.
허공이 물이 뭉쳐지며 만들어진 것은 두 개의 손이었다.
“허공에 낙서하는 게 도움이 돼?”
연아가 만들어진 두 개의 손으로 동그라미와 세모를 그리며 말했다.
물론…… 연아가 그린 건 제대로 된 동그라미와 세모가 아닌, 쭈글쭈글한 슬라임 두 마리였다.
연아가 불만을 표하자.
“용님의 수련은 확실하게 효과가 뛰어나요.”
연화와 연아의 수련을 구경하던 아타가 진짜라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동시에.
-우우웅!
마나를 끌어내어 세 개의 손을 만들고는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를 동시에 그렸다.
“이거 연습한 것만으로도 마나 컨트롤이 확 좋아졌어요.”
아타가 자랑하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하자.
“나도 세 개까지는 할 수 있어.”
옆에 있던 루나가 혈기와 어둠 속성 마나를 끌어내어 아타를 따라 했다.
그간 처용이 지도해준 대로 열심히 연습한 결과였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헌터는 맨몸으로 싸우는 존재가 아니야. 마나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스킬로 싸우는 존재지.”
왜 이런 수련이 필요한지 설명을 시작했다.
동시에.
-화륵! 슈르륵! 파지직!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속성을 뽑아내어 각각 손을 만들어 내었다.
불, 물, 땅, 바람, 번개, 어둠, 빛.
일곱 가지 색으로 빛나는 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나 컨트롤이 뛰어날수록 에너지의 낭비가 적어지고 스킬의 위력이 강해져.”
입을 열어 이야기함과 동시에 허공에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 훈련에 익숙해지고 나를 따라 할 수 있으면 훨씬 강해질 거야.”
처용이 그리는 것들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었다.
-우드드득.
허공에 흙이 모여들며 작은 산과 들판을 그려내었고.
-쏴아아!
들판 위에 물이 모여 호수를 그려내었다.
그 위에 바람이 모여 구름을 형성한 후.
-화아아!
구름 위에 불과 빛이 모이더니 땅을 비추는 태양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쿠르릉!
구름에 물과 번개가 모이더니 뇌운으로 변했고.
-쏴아아!
땅에 비바람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작은 태양이 사라지고 빛을 가리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맑은 하늘의 동산과 같았던 그림이 순식간에 천둥과 비가 몰아치는 밤으로 변했다.
“어때,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
속성 마나를 이용해 한 폭의 배경을 그려낸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
“…….”
“…….”
지켜보는 모두가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연습할 거야.”
잠시 기가 죽었던 루나가 뚱한 표정을 짓더니 홀로 연습을 시작했다.
“기고만장할 때가 아니었네요.”
아타 역시 무언가 불만인 듯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잘 설명해 준 것 같은데…….’
예상과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처용이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할 때.
[계승자는 정말 다재다능하네요.]
처용을 지켜본 보살이 작은 감탄을 섞어 말했다.
성좌인 그녀가 봐도 처용이 속성 마나를 이용해 그렸던 그림은 아름다웠으니까.
[하하,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더니, 그림도 배운 것이냐?]
보살의 말에 이어 미륵이 웃음을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네, 그림도 배웠었죠.’
처용은 회귀 전의 인연 중 한 명을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는 대답했다.
‘제게 동화경을 가르쳐 준 사람이 화가였습니다.’
정확히는 처용이 동화경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준 인연이었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조화하는 것을 알려준 사람.
그는 동시에 처용이 연옥을 빠져나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준 인물이기도 했다.
-이 싸움의 마지막엔 꼭 행복을 찾길 바라. 친구.
연옥의 시련을 통과하고 동료들에게 돌아갈 때.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처용을 배웅하며 한 말이었다.
처용이 그 화가를 다시 생각하자 얼마 전에 떠올렸던, 회귀 전 그와 한 약속이 다시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그의 부탁을 이루어 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과거로 돌아온 지금은 그의 부탁을 이루어 줄 수 있었다.
‘다행히……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었네요.’
처용은 연옥에 있을 그 화가를 향해 속으로 말을 전했다.
***
중앙에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고대 유적과 같은 공간.
검은 불길을 중심으로 세워진 열 개의 좌석.
그 중, 세 개의 좌석은 비어 있었고 일곱 개의 좌석에만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좌석에 앉은 이들의 시선이 중앙의 화로, 검은 불길로 향했다.
-집행한다!
-콰콰쾅!!
그 불길 속에서는 검은 복면을 쓴 이가 빛의 신의 동상을 파괴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윽고 검은 불길 속 영상이 끝날 때쯤.
“어떤 새끼야!!”
일곱 명 중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고함을 내질렀다.
얼굴의 윤곽이 드러나는 검은 복면.
복면 위로 보이는 붉은 문양.
그리고 그의 옆에 세워진 흉측한 모양의 도끼.
검은 불길 속에서 빛의 신의 동상을 파괴한 이와 같은 모습.
그는 S급 마인이자 의회주 중 하나인 집행자였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날 사칭한 거야!!
집행자가 불길 속 영상에서 화려하게 날뛰는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가 분노를 불태울 때.
“제 눈엔 아무리 봐도 집행자 당신입니다만?”
의사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반곱슬머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백병원!”
집행자가 같은 의회주, 닥터 화이트의 본명을 부르며 분노하듯 소리쳤다.
그러자.
-이야~ 멋있게 잘 찍혔군. 집행자? 역시 훌륭한 행동력이야. 하하!
-빛의 신의 동상을 부수다니……, 역시 행동대장답군.
-조각술은 또 언제 배운 건가? 저 얼굴 흉측하게 바꾼 거 봐라. 하하하!
몇몇 사람들이 검은 불꽃 속 영상에서 날뛰는 집행자를 즐겁게 관람하며 놀리듯 말했다.
“내가 아니라고! 이 씨발놈들아!!”
-쾅!!
열이 뻗친 집행자가 주먹을 거세게 쥐며 단상을 내리쳤다.
-쩌저적!
집행자의 힘을 견디지 못한 단상이 지진을 맞은 것처럼 크게 갈라졌다.
그러나, 집행자가 분노를 드러냈음에도 주춤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네가 아니면 저건 도대체 누군가?”
집행자와 마주 보는 반대편 좌석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중세 유럽식 정장, 프록코트를 입은 중년 남자.
그가 깔끔하게 정돈된 수염의 끝을 매만지며 집행자에게 물었다.
“화이트의 말대로, 아무리 봐도 자네인데?”
중절모를 쓴 남자가 옆자리에 앉은 닥터를 고갯짓하며 말하자.
“역시, ‘잭’도 그렇게 보시는군요.”
닥터가 옆에 앉은 중절모의 남자, ‘잭’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 노신사와 같은 모습인 S급 마인.
그는 ‘잭’이라는 이명을 가진 의회주였다.
“내가 아니라니까!”
집행자가 거세게 부정하듯 외쳤다.
그 모습을 본 잭은.
“그렇다면 저건 도대체 누구인가?”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검은 불꽃 속에서 다시금 영상이 처음부터 재생되었다.
-집행한다!
흉측한 도끼에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장면을 잭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것은 자네의 스킬이고.”
그리고 영상 속 집행자의 몸에서 솟구치는 마기를 가리켰고.
“저것은 자네의 마기.”
이내 붉은 문양이 새겨진 복면을 향해 잭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저것은 자네의 모습.”
마지막으로.
-콰콰쾅!!
빛의 신의 동상을 향해 도끼를 후려치는 장면을 잭의 손가락이 가리켰다.
“자네의 전투방식까지.”
잭이 검은 불꽃 속에서 비치는 집행자의 행동을 하나하나 다시 짚으며 말했다.
“저것이 집행자가 아니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탁. 탁.
잭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살짝 들어 땅을 두 번 찍고는 말을 이었다.
“그자도 얼마나 놀랐으면 이 영상을 우리에게 바로 보냈겠나?”
지금 의회주들이 보는 영상은 그들과 긴밀이 협력하는 이가 보내준 것이었다.
잭의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아! 돌아버리겠네! 정말!!”
집행자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닥터는.
“진짜 아닌 것 같은데요?”
고개를 기울이며 헷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아니라니까!!”
집행자가 억울함을 가득 담아 외치고는.
“도대체 왜 저 가짜를 나라고 생각하는 거냐!?”
영상 속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물론, 영상 속 가짜가 정말 헷갈릴 정도로 완벽하게 그를 흉내 내기는 했다.
자신조차도 저것이 어떻게 자신을 흉내 낸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의회주인 자신이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빛의 신을 도발하는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집행자가 답답함과 분노를 드러낼 때.
“평소 자네 행동을 되짚어 보게.”
잭이 집행자를 향해 지적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인들 사이에서도 과격하기로 유명한 집행자였다.
그래서 그런 그라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니까.
잭이 지적하자.
“내가 병신도 아니고 지금 시기에 저런 짓을 저지르겠냐!!”
집행자가 잭을 향해 분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흠…….”
그 모습을 본, 그간 침묵하고 있던 마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집행자 동무가 아니라칸다면, 저것의 정체는 하나뿐이구만 기래.”
독특한 말투를 사용하는, 낡은 군복에 각진 모자를 쓴 군인과 같은 모습의 동양인 남자.
그가 모자 아래에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은 불꽃 속 가짜 집행자를 노려봤다.
“내 눈엔…… 그 ‘딴따라’ 시키로 보이는구만?”
딴따라는 광대를 뜻하는 말이었다.
“으음……, ‘솔저’도 그를 의심하고 있었군요.”
닥터가 낡은 군복을 입은 마인, 솔저를 바라보며 말했다.
군인과 같은 모습의 S급 마인.
그는 멸망한 북한 출신의 사람으로 ‘솔저’라는 이명을 가진 의회주였다.
“흠…… 저것이 조커라고?”
솔저와 닥터의 말에 중절모를 쓴 신사, 잭이 중얼거렸다.
“조커는 지금 북한에 있다고 들었는데?”
잭이 지팡이를 들고 바닥을 탁탁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제니퍼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가 조커 때문이지 않나?”
비어 있는 의회주의 자리 중, 한 자리는 바로 아르테미스의 신관, 제니퍼 로스차일드의 자리였다.
“음, 잭의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하네요? 그 빠른 시간에 북한과 미국을 오갔다라…….”
닥터가 잭의 말을 다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광대 새끼니까 가능하다.”
집행자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놈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을 흉내 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조커와 직접 맞붙었던 만큼,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
“생각을 해 봐라! 교단과 우리를 충돌시켜 가장 이득을 볼 놈들이 누구인지!”
“……그렇군.”
집행자가 목소리를 높여 강하게 말하자 잭이 수긍하듯 대답했다.
“더는 방해받을 수 없으니! 내가 직접 아시아에 가는 대로! 그 광대 새끼의 모가지를 따버리겠다!”
원한이 잔뜩 서린 듯한 목소리로 집행자가 말하자.
“내래, 집행자 동무를 도와주겠소.”
솔저가 집행자를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는 화이트까지 더하면 의회주가 셋인데. 괜찮은 건가?”
잭이 다른 의회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잭, 저는 빼셔야죠. 전 의사, 비전투직이라고요.”
닥터가 잭의 말에 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자네가 평범한 비전투직이였으면 그 자리에 앉지도 못했겠지.”
잭이 닥터의 말을 듣고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말했다.
닥터는 잭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아무튼, 제가 거기 있는 이유는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함인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대한 어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찾는 것. 그게 제 본래 임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의회주의 자리 중 가장 높은 좌석이 비어 있는 이유.
그건 대악마 서열 1위인 바알의 신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뭐, 더 논의할 게 없으면 저는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돌봐야 할 환자들이 많거든요.”
닥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고는 검은 안개처럼 변하며 흩어졌다.
의회 본부에 정신을 연결하여 분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킬.
의회주들만이 할 수 있는 통신을 끝낸 닥터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복잡한 심경이 담긴 한숨을 내쉰 닥터가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레나가 놈들에게 걸리는 건 시간 문제겠네.”
닥터는 이미 ‘거대한 어둠을 받아들일 그릇’을 찾은 상태였다.
하지만.
“레나가 걸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는 의회주와 대악마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니, 그들이 알 수 없게 막고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