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39화 (139/726)

#139화

소룡을 포함한 이들이 신법재판소 중앙으로 끌려오고.

“감히! 신의 권위에 도전한 하계종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다!”

-탕! 탕! 탕!

천존이 단상에 망치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대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심판하는 것이오!!”

소룡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천존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어찌! 신이란 작자들이! 죄 없는 인간들을 핍박하고 억압하는 것인가!!”

억울함과 원통함이 가득 담긴 소룡의 외침이 울리자.

“네놈 하계종들은 마신에게 사악한 사술을 받아 감히 신위에 도전하려 했다!”

천존이 소룡을 향해 망치를 겨누며 소리쳤다.

동시에.

-스르륵!

소룡을 억압하는 금빛 사슬이 더 강하게 조여들었다.

“이이이!”

사슬이 강한 압박을 가해오는 와중에도 소룡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어찌 사술이란 말인가!”

소룡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분은 마신이 아니다! 네놈들이야말로 마신, 악신이다!!”

그 모습에 가소롭다는 듯 천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태초의 마수와 함께하는 하계종이 마신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그 말에 관중석에 앉은 신들이 웅성거렸다.

반면에 중앙에 가까이 자리한 대신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다만.

“태초의 마수는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존을 향해 소리쳤다.

“이 무슨 억지입니까!”

“그러게 내 경고하지 않았소?”

천존은 그런 보살을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끌어올렸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이 무슨!”

“아직 판결은 내리지 않았소.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천존의 말에 보살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때.

“굴하지 마십시오! 자비의 대신님!”

“저희들은 괜찮습니다!”

소룡을 포함해, 사슬에 묶여 억압당한 이들이 보살에게 외쳤다.

“죄인들은 닥쳐라!”

-탕! 탕!

천존이 망치를 내려치자 사슬이 더 강하게 그들을 조이기 시작했다.

“으으윽!”

결국, 끝까지 버티고 서 있던 소룡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직 판결도 받지 않은 이들을 어찌 이렇게 대합니까!”

그 모습을 본 보살이 천존에게 항의하듯 외쳤지만.

“신법재판장인 내가 죄인이라 판단하면 죄인이다!”

천존은 역으로 고함을 지르며 윽박질렀다.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전 신법재판장님의 공정함을 믿었습니다!”

“난 공정하다!”

-탕!

천존이 망치로 단상을 치며 외쳤다.

“신법재판장으로서 신계의 위협이 되는 이들을 색출하고 배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보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이들이 도대체 무슨 위협이 된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신법재판소의 ‘신법’이 존재하는 한 하계의 인간은 신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으니까.

천존이 하는 말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억지에 불과했다.

문제는…… 억지인 것을 안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천존은 신법재판소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신법의 대신이었으니까.

거기에 이 상황을 조작한 이는 천존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제외한 대신들 거의 전부가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것이 문제였다.

아니…… 애초에 이들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아무리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함이라고 해도 신들이 선은 지킬 줄 알았었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다른 대신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신 겁니까?”

보살이 마지막 희망을 붙잡듯 대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모두 이 상황을 납득하시는 겁니까! 정녕 저들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대신들을 향해 보살이 진심을 담아 외쳤다.

정말로 신법재판소에 끌려온 저들이 죄인인지.

이 억지에 가까운 상황을 정말 두고만 볼 것인지를…….

그러나.

-막 대신격에 닿아서 잘 모르나 본데…….

-신의 위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나 보오.

-하계종 출신은 하계종 출신일 뿐, 신의 위엄에 대해 뭘 알겠소.

-대신에 올랐다 해도 하계종을 재판관 자리에 들이면 아니 되었소!

-저 하계종도 심판을 해봐야 하오!

보살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깎아내리기 일쑤.

완전한 고립이었다.

“애초에 네년이 고집을 꺾고 성운에 들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보살의 맞은편에 앉은 빛의 신이 보살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이 모든 건 네년 때문이다.”

빛의 신의 말이 비수가 되었는지 보살의 표정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나 천존은 신법재판장으로서 마신과 함께하는 태초의 마수도 처리할 것을 제의하오!”

천존이 망치를 두들기며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자.

-태초의 조각은 누가 갖는 겁니까?

-나누면 되지요. 하하하!

-기왕 이렇게 된 거 다른 태초의 마수들도 모조리 정리합시다!

신격들이 저들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카투라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녀를!”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

그러나.

-태초의 마수는 존재 자체가 악이니라!

-네년의 자비는 마(魔)를 위한 자비였나!

관중석에 앉은 신들마저 보살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일갈했다.

대신의 격을 가진 성좌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지만.

그녀가 단순히 인간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하대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빛의 신이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보살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모든 건 네년 때문이라고.”

그 말에 보살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닥쳐!! 이 개새끼들아!!”

결국, 더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분노가 폭발했다.

-위이잉!!

4미터 크기로 커진 검기를 가득 응축시켜 빛의 신의 환영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이 가증스러운 순혈자 새끼들이!!”

-우웅! 우우웅!!

처용이 보살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검기를 날리며 소리쳤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보살을 하등하게 취급하는 선천적 신격들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되었다.

무엇보다도 처용은 보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익숙했다.

회귀 전, 순혈자들에게 조롱을 받으며 최후를 맞이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서 보였으니까.

“하!”

처용이 사방에 검기를 흩뿌리고 거친 숨을 쉬었다.

당장 이들을 찾아가 응징하고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더욱 분했다.

약하니까…….

인간은 신보다 약하니까.

인간은 신에게 복종해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개소리야!”

-스가악!

처용이 빛의 신의 환영을 한 번 더 갈라 버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다짐했다.

힘을 더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웬만한 성좌들쯤은 우습게 짓밟아 버리던 전생의 경지를 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두 번 다시는 신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을 테니까!

보살에게도, 자신에게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처용이 거친 분노를 내뿜는 와중에도 환영 속 재판은 계속되고 있었다.

“죄인들에게 참형을 선고하고 천년 간, 지옥의 형벌을 명한다!”

천존의 말이 끝나자.

-스릉! 스르릉!

사방에서 칼들이 솟구치더니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안 돼!”

보살이 손을 뻗으며 소리쳤지만.

“커헉!”

이 사방에서 날아든 칼이 소룡을 포함한 이들의 몸에 박혀 들었다.

모두가 피를 토해내며 고개를 힘없이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보현…… 님.”

소룡마저 마지막 한 마디를 겨우 전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 아.”

보살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죽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런 보살의 모습을 다른 신들이 우습다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

“쯧, 하계종들이 죽은 게 뭐 대수라고.”

“같은 하계종 출신이지 않습니까? 하하.”

동시에 천존의 옆에서 옥황상제가 조용히 뭐라고 말하자.

“방금! 제천대성이 죽고 금오도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합니다!”

천존이 큰 목소리로 외치며 말을 이었다.

“신의 권위에 도전했던 하계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주범을 잡아 오는 중이라고 하오!”

동시에 보살에게 눈짓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소. 자비의 대신.”

“…….”

“하나뿐인 제자도 죽음으로 내몰 건가?!”

보살은 비열하게 웃는 천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끼이이!

신법재판소 중앙과 이어지는 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죄인이 오는구려!”

천존이 웃으며 말함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집중되었다.

이윽고 발소리가 가까워짐과 동시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저벅. 저벅.

뚝뚝 피가 떨어지는, 붉게 얼룩진 새하얀 의복.

피를 뒤집어쓴 채 흩날리는 백발.

차갑게 내려앉은 푸른 눈동자.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성좌들이 말하던 죄인, 여래였다.

“여래……?”

보살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여래를 응시하며 말을 흐렸다.

여래는 그 눈빛을 받고는.

“제가…… 늦었군요. 스승님.”

옅은 웃음을 보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때.

“감히! 죄인이 두 다리로 걷는 것이냐!”

천존이 여래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신병들은 뭣 하는-!”

“이놈들을 찾나?”

여래가 천존의 말을 자르며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후두둑! 투둑!

잘려나간 머리로 보이는 것들이 여래의 손아귀에서 나타나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동시에.

-저, 저, 저 얼굴은 천왕……!

-저 머리는!

몇몇 신들은 여래가 내던진 머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여래 앞에 굴러떨어진 총 열 개의 잘려나간 머리.

그들은 금오도라는 하계를 소멸시키고 여래를 잡아 올 것을 명령받은 성좌들의 대표였다.

문제는…… 그들 중 대신급의 성좌가 셋이나 있다는 것이었다.

“금오도는 척박한 환경을 개선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계였다.”

여래가 천존을 노려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동시에 죽은 소룡과 반야 등, 금오도 사람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네놈들이 무슨 자격으로 이 불쌍한 이들을 죽인 것이냐.”

여래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성좌들을 둘러보며 말하자.

“당장 무릎을 꿇어라! 하계종!!”

천존이 분노한 듯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탕! 탕!

그가 망치를 내려치자.

-촤라라!

소룡을 구속했었던 금빛 사슬들이 튀어나와 여래를 향했다.

그 사슬들이 여래의 지척에 다가온 순간.

“멈춰라.”

여래가 오른손을 뻗으며 말하자.

-스륵!

금빛 사슬들이 여래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무슨! 당장 저 하계종을 묶어라!”

천존이 망치를 내려치며 신법재판장의 권한을 다시 발동했지만.

-스륵! 스륵!

사슬은 떨리기만 할 뿐 천존의 말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여래…… 설마?”

보살이 떨리는 음성으로 여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여래가 보살을 바라보고는.

“죄송합니다. 스승님.”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금기를…… 어겼습니다.”

여래의 말이 끝나자.

-콰아아아!!

여래에게서 거칠고 난폭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본래 그의 신력은 하늘과 같은 청명한 푸른색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내뿜는 기운은 푸른색이 아닌, 요사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핏빛이었다.

“저는 ‘조화’의 신명을 포기했습니다.”

핏빛 신력을 내뿜는 여래가 보살을 향해 말을 마치고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콰아아!!

사방으로 핏빛 신력이 번지더니 금빛이 도는 신법재판소를 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신법재판소가…… 오염되고 있다! 막아라!”

신법재판장, 천존이 작금의 상황을 눈치채고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여래가 손을 다시 한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촤르르륵!

신법재판소의 금빛 사슬들이 핏빛으로 물들더니 주변의 성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도대체 어떻게!”

갑작스럽게 사슬들의 공격을 받는 성좌들이 당황했다.

“역시! 네놈은 마신이렷다!!”

천존이 여래를 향해 노성을 지르며 일갈했다.

그 순간!

“네놈들이 나를 마신으로 만들었지.”

순식간에 천존 앞으로 다가온 여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동시에.

-콰지직!!

여래의 오른손이 천존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천존이 입에서 피를 쏟아냄과 동시에 눈을 하얗게 뒤집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안 돼!”

가장 가까이 있던 옥황상제가 경악하며 새하얀 번개를 쏘아 보냈다.

-콰쾅! 쿠르릉!

새하얀 번개가 여래를 향해 쇄도하자.

여래는 옥황상제를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심장을 꿰뚫은 천존을 방패처럼 앞으로 내세웠다.

“네 이놈!!”

결국, 옥황상제는 천존을 방패로 삼은 여래를 공격하지 못하고 힘을 회수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네놈인 것을 알고 있다. 옥황상제!”

여래가 푸른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내며 옥황상제를 향해 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먹어 치워라. 역천!”

여래의 말에 핏빛 신력들이 뭉쳐 들더니.

-우드드득!!

심장이 뚫린 채 붙잡힌 천존을 말 그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신격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힘.

이것이 여래가 ‘조화’의 신명을 버리고 얻은 ‘역천’의 힘이었다.

천존이 핏덩이가 되며 찢어졌고.

-슈르르르.

찢어진 천존의 사체 조각들이 여래의 ‘역천’ 속으로 흡수되었다.

동시에.

“지금부터.”

여래가 천존이 들고 있던 망치, ‘신법의 존엄’을 집어 들었다.

“네놈들에게 ‘신법’은 없다.”

말을 마친 여래가 망치의 머리와 손잡이 부분을 양손으로 잡더니.

-우드드득!!

부러뜨릴 기세로 힘을 가득 주었다.

그러자.

-콰지직!!

신법재판소의 상징이자 천교의 신물, ‘신법의 존엄’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잔해가 핏빛 신력에 녹아들며 흡수되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옥황상제가 그 모습을 보며 경악을 내질렀다.

신법의 존엄은 단순한 천교의 신물이 아니었다.

무려 태초신의 힘이 깃든, 우주의 법칙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있는 신물이었다.

그런 신물이 고작 반신의 손아귀에서 파괴되었다.

“전부 먹어 치워라…… 역천.”

여래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콰아아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핏빛 신력들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신법재판소의 사슬들에 이어 마치 아귀(餓鬼)처럼 날뛰는 핏빛 신력들이 성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했다.

“모두 도망쳐라!”

“신법재판소를 나가라!”

눈치 빠른 몇몇 대신들은 휘하 성좌들을 이끌며 이 장소를 벗어났고.

“죽어라 하계종!”

몇몇 성좌들은 여래를 향해 신물을 겨누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촤르르륵! 콰득! 콰득!

여래에게 덤벼들던 성좌들이 순식간에 사슬에 묶이고 핏빛 신력에 사지가 뜯어먹혔다.

동시에.

-슈르륵! 슈륵!

뜯어먹히며 내뿜어진 성좌의 피가 여래에게 흡수되었다.

그 모습을 본 신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는 대신이 있었다.

“여래…….”

피를 뒤집어쓰고 마신이 되어버린 여래를 보살이 흔들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여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자비의 대신을…… 신법재판소에서 퇴출한다.”

강탈한 신법재판소의 권한을 발동하며 보살을 이 장소에서 탈출시켰다.

“여-.”

보살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 빛이 그녀를 감싸며 사라졌다.

여래는 보살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는.

“지금부터…… 전부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다.”

핏빛 신력을 온몸에 휘감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스승님…….”

이 상황을 지켜보던 처용이 처음 보는 여래의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패도적이고 파괴적인 여래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회귀 전, 악신들과 싸울 때조차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었으니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이 정도로 파괴적이고 강력한 권능이 있었음에도 왜 그는 사용하지 않았을까?

처용이 의문을 품으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 때.

[카투라 크타니드의 권능, 물의 기억을 강제로 종료합니다.]

처용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뭐?”

의문 섞인 목소리로 처용이 말한 순간.

-스르르.

주변 환경이 흔들리더니, 물결이 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촤아아.

처용을 감싸던 물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그가 태룡전으로 돌아왔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