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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22화 (122/726)

#122화

아테나의 말대로 차후 대책을 논하고 싶어도 이곳에서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아직 현장의 수습조차도 제대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때문에, 아테나는 이곳에 있는 대표들을 올림포스의 성지.

미국에 있는 올림포스 본부로 초대했다.

날짜는 사흘 후.

그곳에서 이 일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할 회담을 개최했다.

동시에.

[올림포스만을 위한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주신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아테나는 올림포스 주신으로서 회담을 자신의 세력에 유리하게 이끌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말을 전하고는 돌아가려는 때.

“아직 잡아야 할 놈이 하나 남았습니다만?”

처용이 아테나에게 다가와 물어보듯 말했다.

“아르테미스.”

[…….]

“어쩌실 겁니까?”

처용은 아테나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르테미스가 청룡의 신관을 노렸다는 것을…….

잠시 처용을 바라본 아테나가 입을 열어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발을 빼고 도망갔다.

처용은 아테나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아르테미스와 그녀의 신관, 제니퍼의 행방이 묘연하다.]

아테나의 말을 들은 처용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거 하나만 알려주십시오.”

처용이 아테나에게 진지하게 질문했다.

“아르테미스 신전, 어디에 있습니까?”

[그녀의 신전을 무너뜨릴 생각이구나.]

아테나가 처용을 향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티케를 통해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알려주고 싶어도 나는 알려줄 수가 없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아테나가 말을 이었다.

[나 역시 아르테미스가 어디에 신전을 세웠는지 모르니까.]

“……젠장.”

아테나의 말에 처용이 혀를 찼다.

처용이 볼 때 아테나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내 말을 믿어주는 건가?]

처용은 아테나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믿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아르테미스가 어떤 성격인지 알기 때문에 믿는 것도 있었다.

[날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하구나?]

아테나가 문득 궁금한 듯 물었다.

보통의 인간들은 성좌를 마주하면 두려움이 섞인 경외감을 보인다.

심지어 아테나는 하나의 성운을 이끄는 주신급 성좌.

하지만, 처용은 성좌를 직접 마주하고도 그런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서로의 높고 낮음을 신경 쓰지 않고 대화하고 있었다.

아테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처용이 나름 신선하고 신기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어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죠.”

처용의 말에 아테나가 작은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고맙다. 한처용.]

아테나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심지어 처용을 다른 성좌들처럼 신의 신관, 인간, 혹은 하계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테나가 처용의 이름을 부른 것은 별 것 없었다.

그저 ‘한처용’이라는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이 말만큼은 너에게 직접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감사를 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포세이돈의 만행을 막고 자신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준 것이 가장 컸다.

“한낱 인간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고맙군요.”

처용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채고는 작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하하, 네가 평범한 인간은 절대로 아닌 것 같은데?]

아테나가 웃음을 보이며 진심으로 말했다.

그 어떤 인간이 대신을 향해 정면으로 맞서고, 싸워서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최후의 발악을 하던 포세이돈을 저지한 처용의 모습이 아테나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사흘 후에 보겠다.]

생각을 정리한 아테나가 처용에게 말을 전하고는 올림포스의 크루저로 돌아갔다.

그때.

“이것 참.”

뒤에서 대화를 듣던 커맨더가 처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후배가 거침이 없다는 말은 듣긴 했지만, 올림포스 주신 앞에서 신전을 무너뜨리겠다니…….”

헛웃음을 지은 커맨더의 말에.

“하하.”

처용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아까 제대로 인사하지를 못했네.”

커맨더가 처용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조카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한처용.”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커맨더.”

처용이 커맨더의 악수를 받고 웃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과거 악신들에게 맞서 함께 싸우던 전우를 다시 만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나저나 ‘이계던전’은 어떻게 하고 이곳에 온 겁니까?”

처용이 궁금한 듯 물었다.

원래, 그는 지금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게이트를 막고 있어야 하니까.

통칭, ‘이계’라고 불리는 던전.

재앙급 던전들 중에서도 유독 위험한 던전 중 하나였다.

이계던전은 평범한 헌터가 입장조차 하기 힘든 곳.

던전 속에서 우주에 가까운 환경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특수 제작된 우주복을 입는다면 입장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을 입고 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우주복에 작은 손상이라도 가는 순간,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무엇보다 그곳에서 출몰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몬스터들은 전부 S급 몬스터들이었다.

다행히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가 거대한 덩치와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커맨더가 단독으로 막고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비운다면 그 던전을 감당할 수 있는 헌터는 별로 없었다.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도 몰라, 알아서 하라고 그래.”

커맨더는 처용의 질문에 작은 짜증을 담아 답했다.

헌터로서의 마음가짐에 반하는 책임감 없는 말이었지만.

“난 내 가족을 지키려고 그 던전을 막았던 건데, 내 가족이 위험해 처했잖아.”

“……그렇군요. 그럼 알아서 감당해야죠.”

이어지는 커맨더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난 내 가족을 지키지 못했거든.

회귀 전, 커맨더가 슬픈 표정으로 하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가족이라는 것은 윤아와 그녀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동시에 이 상황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행한 작은 행동으로 인해 커맨더가 가족을 잃지 않는 결과로 다가왔으니까.

‘보살님의 가르침 덕분인가?’

전철역 사건 당시 무시하려고 했던 윤아를 도와준 이유는 보살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남에게 베풀어 준 작은 손길은 언젠가 큰 효과로 다가온다.

그 당시 윤아에게 베풀었던 작은 자비는 이 순간 커맨더의 도움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원래 소멸했어야 할 청룡과 해전무신.

그리고 청룡의 신관, 윤아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살아있었다.

이 모든 결과는 처용이 가져온 나비효과였다.

처용과 커맨더가 대화하고 있을 때.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구만.”

백호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협회 헌터들 중에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방어에만 집중하기도 했고 개미들과 카투라가 방패 역할을 해주기도 했으니까.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윤아를 바라보며 백호가 말하는 순간.

[……끝났다.]

청룡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화아아!

여의주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윤아가 손을 떼며 쓰러졌다.

그런 윤아가 땅에 쓰러지기 전.

-탁.

“고생했다.”

커맨더가 그녀를 부드럽게 잡아 안아주었다.

동시에.

-크라라라!!

청룡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러자.

-우드드!

청룡의 몸집이 더 커지면서 마치 허물을 벗듯 낡은 비늘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쿠구구!!

전쟁으로 부수어지고 망가졌던 독도가 다시 원래대로 고쳐지기 시작했다.

[완전해진 운사(雲師)의 힘으로 망가진 이 땅을 되돌렸다.]

독도를 고친 청룡이 고개를 내려 처용과 사람들을 바라봤다.

[나, 마지막 남은 환인의 신수가 그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노라.]

청룡의 말이 끝나자.

-쏴아아!

푸르고 청명한 기운이 물결처럼 흘러나와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청룡의 은혜 / 칭호]

[청룡, 운사가 전하는 영구적인 축복입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합니다.]

[아래의 효과가 영구 적용됩니다.]

-정신 계열 공격에 저항.

-마나 회복 속도 증가.

-수상비(水上飛) 사용 가능.

예상치 못한 청룡의 선물에 현장에 있는 헌터들의 눈이 커졌다.

모두가 시스템을 확인했는지 놀람과 기쁨, 환호 등 감정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처용에게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운사의 능력을 계승합니다.]

[선인의 육체가 성장합니다.]

[마력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최대 마나가 100 증가합니다.]

[신수의 격이 성장합니다.]

[신수의 격에 용의 위엄이 추가됩니다.]

바로 청룡의 능력을 계승 받은 것.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 시스템 알림이 울렸다.

[신성한 신수의 기운이 죄악의 근원을 구속합니다.]

“흠?”

생각지도 못한 알림에 처용이 의문 섞인 음성을 뱉었다.

동시에 청룡의 기운이 심장 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처용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죄악의 근원이 있는 장소.

청룡의 기운은 숨어있는 죄악의 근원을 찾아내었고 마치 구속하듯 묶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인데?’

계승 받은 청룡의 기운 덕분에 처용도 죄악의 근원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심장 안쪽에 있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무언가를.

‘이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죄악의 근원은 청룡의 기운에 저항하지 않고 순수히 묶인 듯 보였다.

당장 문제는 없어 보였기에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다들 돌아가시죠.”

처용의 말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윤아와 협회의 사람들은 커맨더의 성지, ‘마키나’를 타고 돌아갔다.

처용은 우선 청룡을 태룡전으로 먼저 인도했다.

아무리 포세이돈이 아테나에게 잡혀 당장은 그가 안전해졌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넓고 포세이돈 같은 머저리들은 넘쳐났으니까.

그리고 이 일이 끝나면 태룡전에 오기로 했으니 청룡은 순순히 처용의 말에 따랐다.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계승자.]

보살이 미소를 지으며 처용을 반겨 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태룡전에 거주하는 이들 중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뱀파이어들 역시 모두 무사했으니까.

물론, 아타는 소모된 병정개미들을 보충하기 위해, 돌아오자마자 부단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신들을 뵙습니다.]

청룡의 인사에

[운사의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니, 다행이구나.]

미륵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청룡이 보살을 바라보며 말하자.

[태룡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운사.]

보살이 미소를 지으며 청룡을 환영했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현’ 님.]

[호호,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이름인지 모르겠군요.]

청룡이 보살을 향해 부른 이름은 그녀가 인간이었을 시절의 이름이었다.

청룡이 다른 신들과 해후를 나누고 있을 때.

[청룡 님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신을 해제한 해전무신이 여래에게 감사를 전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신전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

[…….]

여래가 궁금한 듯 해전무신에게 물었다.

잠시 침묵한 해전무신은.

[이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강신의 영향으로 지친 듯 보이는 연화를 눈짓하며 말했다.

[흠……, 그렇게 되었군요.]

여래는 해전무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챈 듯 대답했다.

“무슨 말입니까?”

이야기를 듣던 처용이 궁금한 듯 여래에게 물었다.

그러자.

[내가 자네의 누이를 거두어도 되겠는가?]

“……!”

처용은 해전무신의 말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가 연화의 새로운 성좌가 되어주겠다는 것을.

“그래 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솔직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성좌도 아니고 무려 해전무신이었다.

심지어 그는 임시 계약으로 강신한 상태로 선천적 신격인 아폴론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성좌였다.

둘 간의 상성 문제도 없다는 것은 이전 전투로 증명이 되었다.

다만.

“이유가 있나요?”

왜 그가 연화를 선택한 것인지 궁금했다.

[나 역시 내가 모시던 왕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었으니까.]

해전무신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싸웠던 장군과 나라를 버리고 도망간 멍청한 임금.

그의 이야기는 한반도에 사는 국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신뢰하고 있었던 이에게 당하는 배신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저도 그렇습니다.”

해전무신의 말은 처용도 백번 공감하는 말이었다.

[자네 누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충분히 공감하네.]

“저는 이제 괜찮아요.”

이야기를 듣던 연화가 말했지만.

[마음이 다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해전무신이 무거운 목소리로 연화를 향해 말을 이었다.

[나는 빛의 신처럼 너를 병사로만 두지 않을 것이다.]

해전무신의 말을 이해한 처용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너를 나의 대리자이자 후예로서 대할 것이다.]

말을 마친 해전무신이 연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해전무신은 한연화에게 나의 신관의 자리를 제안한다.]

놀란 듯 잠시 침묵한 연화는.

“……감사합니다. 해전무신님.”

해전무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그읫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화아아!!

연화에게서 짙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처용이 연화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후 여래에게 말했다.

“네 번째 S급 헌터가 탄생한 것 같네요.”

[좋은 일이지 않느냐, 너에게도 네 누이에게도.]

여래가 처용의 말에 작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처용의 말대로.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네 번째 S급 헌터가 탄생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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