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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18화 (118/726)

#118화

[크흐흐, 시간을 끌면 네놈이 이길 줄 알았더냐!?]

처용을 향한 공격을 멈춘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하늘로 치켜들며 말했다.

[나의 지배에 따르리라!!]

그러자.

-쿠와아아!

주변에 벽처럼 솟아 있던 바닷물이 트라이던트로 몰려들었고 압축되었다.

-스르르!

그 압축된 물들이 서로 뭉쳐 들더니 백 개의 트라이던트로 변하며 허공에 떠올랐다.

“이런.”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작은 침음을 흘렸다.

오션 트라이던트의 진짜 능력은 ‘바다 자체를 무기로 다루는 능력’이었다.

“꼴에 대신이라고…….”

시스템의 제약 있기에 본래의 능력을 전부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력을 소모하면서까지 트라이던트의 능력을 쓰고 있었다.

그나마도 제약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백여 개를 만드는 것이 한계인 듯 보였다.

문제는.

포세이돈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백여 개의 창들이 가하는 맹공은 처용이라 해도 전부 피할 수 없었다.

[감히 대신에게 맞서려는 죄! 죽음으로 사죄하라!]

포세이돈이 처용을 향해 손짓하자.

-촤자자자작!

허공에 떠올라 있던 창들이 일제히 처용에게 쇄도했다.

“토류부-대지의 손.”

대지의 손을 네 개 만들어낸 처용은 그 위에 수 속성 마나를 코팅시켰다.

“수류태극권-반탄의 원!”

-차차차창!-

각 대지의 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태극을 그리며 쇄도해오는 창들을 튕겨냈다.

‘계속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방어를 하며 포세이돈을 관찰한 처용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트라이던트 주변에 바닷물이 또 뭉치고 있었으니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트라이던트의 몇 가지 능력이 있었지만.

놈이 무엇을 준비하든 그냥 두어서 좋을 건 없었다.

처용이 버티고 있을 때.

[이제 끝이다! 혈선의 신관!]

백여 개의 창들이 맹렬히 회전하며 처용을 포위하더니 일제히 찔러왔다.

-촤자자작!!

복제된 창의 위력을 더 높인 것인지, 대지의 손이 창을 튕겨내지 못하고 박혀 들었다.

처용이 빈틈을 보인 순간!

[죽어라!]

포세이돈이 몰래 숨겨 두었던 열 개의 창들이 빈틈으로 날아들었다.

“커헉!”

빈틈을 노린 창들이 처용의 복부와 팔다리에 꽂혀 들었고.

처용이 소환했던 대지의 손들도 가루가 되며 부서졌다.

[하하하하하!!]

피를 뿜어대며 비틀거리는 처용을 본 포세이돈이 광소를 터트렸다.

[청룡도 태초의 마수도 모두 나의 것이다!!]

처용을 죽이는 데 성공한 이상 청룡을 손에 넣는 일만 남았다.

덤으로 태초의 마수까지 손에 넣을 기회!

유일신의 꿈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그때.

-스르르륵-

창에 꽂혀 죽어가던 처용이 마치 비에 맞은 검은 물감처럼 흘러내리며 사라졌다.

[음?]

그 모습에 포세이돈이 의문을 표한 순간.

‘암영부-그림자 허수아비.’

갑작스레 포세이돈의 뒤편에서 처용이 나타났다.

암영부의 능력 중 하나인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내는 기술.

포세이돈의 창이 일제히 찔러 올 때.

처용은 대지의 손으로 방어하며 자신을 가린 순간, 분신을 만들어 놓고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

처용이 뒤에서 휘둘러 오는 화염의 절을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로 막아내었다.

[이 하계종이 하찮은 수를!]

“그 하찮은 수에 당한 네놈은 얼마나 하찮은 놈일까?”

실실 웃으며 도발하는 처용의 말에 포세이돈의 미간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같이 지옥 구경이나 좀 해볼까!”

처용은 막힐 것을 알면서도 포세이돈의 뒤를 잡고 가까이 붙은 이유가 있었다.

“화염부.”

화염의 절을 들고 있지 않은 처용의 왼손에는 화염부 아홉 장이 들려 있었다.

“지옥형벌 염옥.”

솟구쳐 뻗어 나간 화염이 처용과 포세이돈을 감싸며 하나의 구를 형성했다.

지옥에서 행해지는 형벌 중 하나가 처용의 손에 구현되었다.

동시에.

“징벌의 선고.”

징벌의 선고로 포세이돈의 신관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었다.

처용은 선인의 육체가 가진 속성 저항력과 동화경이 가진 속성 친화력.

그리고 지옥을 직접 경험했기에 이 화염 속에서 버틸 수 있었다.

반면에.

[크으으윽! 네 이놈!!]

포세이돈, 정확히는 그가 강신한 데이비드의 육체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원래 화염부 네 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염옥을 무려 아홉 장이나 사용하여 만들어냈다.

진짜 포세이돈이면 몰라도 그의 신관인 데이비드는 이 화염 속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더더군다나 징벌의 선고 효과로 화염의 위력이 더욱 올라간 상태.

트라이던트의 능력으로 바닷물을 끌어모아 이 지옥을 탈출할 방법이 있었지만.

이미 그가 다룰 수 있는 바닷물은 모두 창으로 만들어 처용의 분신에게 내던진 상태였다.

그리고 징벌의 선고 안에 갇힌 이상 그 창들을 다시 물로 회수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오션 마엘스트롬!]

포세이돈이 양손으로 움켜쥔 트라이던트를 크게 한 바퀴 휘두르자.

-쿠구구구구!

회오리치는 바닷물이 생성되며 점점 영역을 넓혔다.

-쓰와아아아!!

마치 톱니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점점 넓어진 바다 회오리가 염옥의 화염을 찢기 시작했고.

“젠장…….”

처용의 권능 징벌의 선고까지 찢어내기 시작했다.

혀를 찬 처용은 결국, 포세이돈이 만들어낸 바다 회오리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무식하게 권능을 쓰다간.”

그리고 포세이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놈 신관이 죽을 텐데?”

사실 그게 처용이 노리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진짜 트라이던트까지 쓰는 마당에 잦은 권능 사용까지.

신관의 부담이 점점 거세지면 그가 더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물론, 포세이돈은 지금 유일신이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

미래의 지식이 있는 처용은 그게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의 힘을 고작 이 정도밖에 끌어내지 못하는 신관 따위, 죽어도 상관없다!]

역시나 포세이돈은 자신을 모시는 신관의 안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네놈을 죽일 때까지 버틴다면 이 하계종의 몸뚱이는 그 쓸모를 다한 것이니라!]

자신의 신관조차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바로 포세이돈이었다.

그리고.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라!]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듯 휘두르자.

-쏴아아아!

바다가 갈라지며 크라켄 못지않은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 두 마리가 나타났다.

[레비아탄]

[등급 : S급 던전보스]

[특징 : 전설로만 존재가 전해지는 바다의 괴수.]

[스킬 : 오션 브레스, 가시 비늘…….]

마치 굵은 장미 가시가 여기저기 박혀 있는 듯한 뱀장어 형태의 몬스터.

그리고.

[어비스 웨일]

[등급 : S급 던전보스]

[특징 : 전설로만 존재가 전해지는 바다의 괴수.]

[스킬 : 바다 와류, 칼날 비…….]

날카로운 이빨들이 입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길고 흉측한 모습의 고래.

두 몬스터 다 크라켄 못지않은 바다의 재앙급 몬스터였다.

“크라켄은 예상했지만…….”

레비아탄과 어비스 웨일을 마주한 처용이 분노를 섞어 침음을 흘렸다.

회귀 전, 포세이돈이 크라켄을 다루는 것을 봤기에 크라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두 마리의 재앙급 괴수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회귀 전에는 왜 숨겼던 것인가?

아마 포세이돈의 행동거지를 봐서는 좋은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왜……?”

처용의 의문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을 때.

[비장의 수는 네놈만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느냐?]

그 의문에 답한 것은 멍청하게도 당사자인 포세이돈이었다.

[크라켄과는 다르게 내가 비밀리에 공들여 키운 놈들이다. 하하하!]

모두가 악신들과의 전쟁에서 최선을 다해 싸울 때.

포세이돈은 유일신에 집착하며 끝까지 전력을 숨겼던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두 괴수는 크라켄보다 작은 덩치임에도 조금 더 강해 보였다.

카투라의 분신이 압도적인 전력을 발휘하며 밀어붙이던 상황이 두 괴수의 합세로 팽팽해졌으니까.

그동안 카투라에게 몸을 던져 가며 싸운 크라켄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채 쓰러졌지만.

[이놈들은 질긴데?]

어비스 웨일과 레비아탄은 카투라를 향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카투라의 분신을 방패 삼아 안전하게 싸우던 협회 헌터들과 개미들도 조금 위험해졌다.

심지어.

-……다그닥! 다그닥!

멀리서 태양 마차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모두 내려!

-오션 엠퍼러 길드를 도와라!

곧 태양 마차가 사라지며, 태양 마차 길드 헌터들이 오션 엠퍼러 길드 측에 합류했다.

[제가 늦었나 봅니다?]

태양 마차 길드장인 헤리스.

정확히는 그에게 강신 중인 아폴론이 포세이돈에게 다가왔다.

[왜 이제서야 기어 왔느냐!]

늦은 아폴론에게 포세이돈이 호통치자.

[아테나의 눈을 피하는 게 쉬운 줄 아십니까. 숙부님?]

포세이돈에게 대꾸한 아폴론이 활을 들어 올리더니 처용을 겨누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혈선의 신관!]

아폴론이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 역시 과거 여래에게 죽을 뻔했었으니까.

[위대한 태양 앞에서 쓰러지거라.]

“위대? 큭, 반편이 태양신 주제에.”

처용은 위엄을 담아 말한 아폴론, 회귀 전 배신자의 말에 비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라와 아마테라스에 비하면 넌 ‘하급신’이야. 아폴론.”

그가 가장 분노할만한 키워드를 말하며 도발했다.

[이, 이! 하계종 놈이!]

아니나 다를까 가장 민감한 부분을 공략당한 아폴론이 그 도발에 걸려들었다.

아폴론이 분노와 동시에 태양의 신력을 화살에 담았고.

[내가 붙잡을 테니 저 하계종의 머리를 날려라!]

동시에 포세이돈이 백여 개의 창을 다루며 처용을 압박해왔다.

‘좋지 않은데…….’

처용은 다른 이들을 위해 아폴론을 도발하여 자신에게 끌어들이긴 했지만.

웃으며 도발만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조금 유리했었던 상황이 태양 마차 길드의 개입으로 팽팽해졌다.

무엇보다.

[20분 정도 뒤면 내가 역소환 될 거야.]

카투라가 전음을 보내 왔다.

지금까지의 싸움은 모두 그녀가 있기에 맞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의 방패가 되어주는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순식간에 밀려버릴 것이다.

그 안에 포세이돈의 신관을 죽이고 이 상황을 빠르게 끝내는 것이 계획이었다.

하지만, 꼴에 대신이라고 포세이돈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거기에 아폴론의 합세까지…….

‘해전무신이 있었더라면.’

해전무신이 싸울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아쉬웠다.

만약, 그가 신관이 있었고 그에게 해전무신이 강신하여 이 싸움에 합류했다면, 분명 도움이 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는 지금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마의 화신을 써야 하나?’

아직 비장의 수가 하나 더 남았지만.

처용은 아직 신력을 완벽하게 되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항마의 화신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10분 안에 포세이돈과 아폴론을 둘 다 정리해야 했다.

그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지친 상태로 이들과 맞서야 했으니까.

처용이 쇄도해오는 포세이돈의 창들을 쳐내며 생각할 때.

[도움이 필요하느냐? 제자야.]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여래에게서 전음이 들려왔다.

여래는 여차하면 처용에게 강신하여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처용은 고개를 저었다.

‘여차하면 항마의 화신을 쓰면 됩니다.’

포세이돈이 대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를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닌 그가 강신한 데이비드와 싸우는 것이었다.

이 정도 상대조차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여래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적들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힘에 부칠 것 같으면 그때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여래는 처용의 의사를 존중했다.

처용이 여래와 전음을 주고받는 와중에서 포세이돈의 창들은 계속해서 쇄도해왔다.

그때.

[죽어라!]

빈틈의 기회를 노린 아폴론의 화살이 처용에게 날아들었다.

뢰신보로 피하려 했지만.

[어딜!]

포세이돈이 다루는 창들이 퇴로를 막았다.

“젠장.”

결국, 처용이 항마의 화신을 사용하려 마음먹은 순간.

-스르릉!

칼을 뽑아 든 누군가가 처용 쪽으로 난입하여.

-차캉! 차창! 창!

재빠른 몸놀림으로 칼을 휘둘러 처용에게 쇄도해오는 화살과 포세이돈의 창들을 쳐내었다.

여성치고는 큰 키와 전투의 방해를 막기 위해 단발로 자른 머리가 처용의 시야에 들어왔다.

“연화!? 어떻게?”

놀랍게도 처용을 도와준 건 연화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 때.

[늦어서 미안하구나. 후인이여.]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녀가 아닌 해전무신의 목소리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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