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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17화 (117/726)

#117화

높이 500미터가 훌쩍 넘는 카투라의 분신을 소환하는 스킬.

[소환 : 카투라]

[카투라의 분신을 소환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량의 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제한된 공간에서는 소환할 수 없습니다.]

-168시간에 한 번 사용 가능.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뭔!? 미리 듣긴 했지만…….”

백호가 멍한 표정으로 거대한 괴수를 바라보며 경악을 흘렸다.

-보고 놀라지 마십시오.

처용에게 미리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아득한 심정이 밀려왔다.

독도를 넘어서 청룡조차 감쌀 듯한 거대한 크기.

여러 가지 해양생물들이 융합된 듯 기괴한 모습까지.

10년 동안 헌터로 지낸 백호조차도 이 정도로 거대한 괴수를 본 적이 없었다.

미리 이야기를 들은 백호조차도 당황할 정도였으니…….

-이, 이게 무슨!?

-저, 저게 뭐야!

오션 엠퍼러 길드의 헌터들과 S급 헌터들까지 놀람과 경악을 표출했다.

좀 전까지는 신들과 함께한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지만.

처용이 퍼트린 폭탄에 더불어 압도적인 크기의 괴수까지 마주하자 전의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수의 보랏빛 눈동자가 데이비드, 그 안에 강신한 포세이돈을 향했다.

[오랜만이야, 포세이돈 꼬마?]

놀랍게도 괴수에게서 말이 울려왔다.

[여래한테 얻어맞고 100년 동안 요양했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렇지?]

그것도 대신인 포세이돈을 한참 아래로 대하는 말투가…….

[네놈은!!]

괴수에게서 흘러나오는 신력, 말투를 들은 포세이돈은 그녀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태초의 마수! 감히, 신법의 조약을 어긴 것이냐!?]

포세이돈이 괴수를 향해 소리치듯 말하자.

[그 조약을 깨버린 건 너희들이야. 멍청이들.]

카투라는 비웃음으로 답했다.

[그래……, 잘 되었군. 이참에 태초의 마수도 손에 넣겠다!!]

포세이돈은 당황하는 다른 성좌들과 헌터들과는 다르게 더 큰 욕망을 품었다.

[여래한테 그렇게 처맞아 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카투라는 과거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포세이돈을 어리석게 바라봤다.

[혈선도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내가 유일신만 된-]

“누가 그걸 구경만 한댔지?”

포세이돈의 말을 자른 처용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함과 동시에.

“전부 나와.”

게이트를 열고 태룡전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을 불러냈다.

청룡이 있는 서도를 중심으로 아타와 그녀가 다루는 병정개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쿠와와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곤, 니모가 카투라의 분신 옆에 자리했다.

양측의 전력이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포세이돈 측이 불리한 듯 보였다.

무엇보다 카투라의 존재가 너무나 압도적이었으니까.

[나한테 맞설 거야?]

그녀가 해양 몬스터들을 응시하며 의지를 전함과 동시에.

-쿠우웅!

신력을 피워 올리며 압박을 가했다.

-캬아악!

-크르륵!

카투라의 압박에 해양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뒤로 점점 물러났다.

이들이 포세이돈의 지배를 받고 있긴 해도 태초의 생명체인 카투라의 의지에 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쿠루룩!!

크라켄 역시 카투라의 압박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이 하등한 벌레들이!]

-쿵!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땅에 꽂으며 호통쳤다.

그러자.

-화아악!

트라이던트가 빛에 휩싸이며 점점 변해갔다.

밋밋한 삼지창 형태였던 ‘성물’ 트라이던트가 ‘진짜’ 트라이던트로 바뀌었다.

성물과 신력을 소모하여 임시로 자신의 진짜 무구를 소환한 것이었다.

복제품인 성물이 아닌 진짜 신의 무구이기에 시스템의 제약이 걸렸지만.

진짜이니만큼 성물보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다의 대신인 내 명령을 따라라!]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위로 들어 올리며 빛을 퍼트리자.

-크르르!!

-캬아아!!

크라켄을 포함한 해양 몬스터들의 눈빛이 붉게 물들었다.

트라이던트의 권능으로 해양 몬스터들의 의지를 꺾고 강제로 복종시킨 것이었다.

거기에.

-쏴아아!

해일처럼 밀려난 주변의 바닷물이 몰려들더니 게이트를 형성했다.

[신군(神軍)을 맞이해라!]

그 게이트 안에서 전쟁 준비를 마친 포세이돈의 신병들이 비쳤다.

[나의 군대가 네놈들을 쓸어버릴-]

포세이돈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치는 순간!

“종말의 백야.”

-!!

양손을 앞으로 뻗은 처용과 카투라에게서 백색의 광선이 뿜어졌다.

정확히 포세이돈이 만든 게이트를 향해서.

-삐!!

귀를 울리는 이명과 동시에 게이트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게이트가 일렁이며 완전히 사라졌다.

포세이돈이 당황할 때.

“어쩌냐?”

처용이 그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놈 신병들은 모두 퇴근한 거 같은데?”

트라이던트의 능력을 알고 있는 처용은 미리 카투라에게 전음을 보냈었다.

종말의 백야 자체가 파괴력이 강하기 때문에 아군이 휩쓸릴 위험이 있었다.

때문에, 처용은 사전에 카투라와 전음을 주고받으며 타이밍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포세이돈이 자신의 신군을 불러내기 위해 게이트를 여는 순간.

그녀가 가진 초월기 종말의 백야를 처용과 동시에 사용하여 쓸어버린 것이었다.

[네 이놈!!]

상황을 파악한 포세이돈이 노성을 질렀다.

종말의 백야는 포세이돈의 신군을 쓸어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신계에 있는 그의 신전까지 일부분 파괴되었다.

이 역시 처용이 노린 부분이었다.

“두 번째 선물이 마음에 드나?”

처용이 비웃으며 말하자.

[전원! 혈선의 신관부터 죽여라!!]

포세이돈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분노에 휩싸이긴 했지만.

도발을 받고 분노에만 몸을 맡긴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를 열고 나온 개미들에 더불어 태초의 마수 카투라까지.

모두 처용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를 죽인다면 이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한 행동이었다.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에 신력을 피워 올리고 처용을 향해 그것을 내질렀다.

화염의 절을 꺼내 든 처용 역시 신력을 피워 올리며 포세이돈에게 맞섰다.

-차캉!!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처용의 칼날이 부딪힌 순간.

[죽어라! 혈선의 신관!]

포세이돈 휘하의 성좌 오케아노스가 강신 중인 S급 헌터가 측면에서 처용을 기습해왔다.

동시에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강신 중인 S급 헌터도 가세했다.

두 S급 헌터에게 처용이 기습을 당하려는 순간.

“결전기-뇌호!”

-콰르르릉!

처용의 위에서 한 줄기 강렬한 벼락이 내리침과 동시에, 두 S급 헌터를 밀어냈고 땅에 추락시켰다.

[감히!]

[인간 따위가!]

뒤로 밀려난 두 S급 헌터가 자신들을 밀어낸 헌터, 백호를 노려보았다.

[하계종이 감히 신들의 대업을 방해하는 것이냐!?]

강신한 오케아노스가 백호에게 일갈하자.

“그놈의 하계종, 하계종!”

-파지지지직!!

인상을 크게 구긴 백호가 분노를 가득 담아 말하자 강렬한 스파크가 피어올랐다.

“그 하계종한테 한번 뒤지게 처맞아 봐라!!”

백호가 분노를 내지르자.

-크허허엉!!

그의 결전기 뇌호 역시 분노한 듯 크게 울부짖었다.

백호는 상대가 강신한 성좌라 해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분노한 상태였다.

신들이 이 정도로 멍청하고 말이 통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비인도적인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백호의 시선에는 이들이 더 이상 성좌로 보이지 않았다.

‘악신.’

처용이 항상 경고를 전했었던 악신.

눈앞에 강신한 성좌들은 ‘악신’처럼 느껴졌다.

결전기를 사용한 백호와 두 S급 헌터가 맞붙었고.

처용과 포세이돈이 맞붙어 싸울 때.

[혈선의 신관을 죽여라!]

[저 거슬리는 하계종 역시도!]

강신중인 남은 네 명의 S급 헌터가 휘하 헌터들을 지휘하며 달려들었다.

처용과 백호의 부담이 더 커지려는 때.

[날 무시하면 곤란한데?]

카투라의 보랏빛 눈동자들이 네 명의 S급 헌터를 비추었다.

[이런!]

[피해라!]

위험을 감지한 S급 헌터들이 각각 방어 스킬을 쓰고 회피했지만.

-위이잉!

순식간에 쇄도해오는 얇은 보랏빛 광선에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

각각 나름대로 방어하거나 회피하여 피해를 최소화 했지만…….

[크윽! 젠장!]

가장 레벨이 낮았던 S급 헌터 하나는 생각보다 심한 부상을 입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부상을 회복하려 후방으로 빠지려는 그 순간!

“블러드 클로.”

그의 뒤에서 붉은 클로를 낀 다섯 명의 루나가 튀어나와 기습했다.

[전혀 감지하지 못했-]

-촥! 촥! 촤아악!

[크-허억!]

루나의 클로가 깊은 자상을 새김과 동시에.

“섀도우 나이핑!”

“다크 커터!”

이십여 명의 뱀파이어들이 루나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고 일제히 암습을 가했다.

뱀파이어들은 기습과 암습에 특화된 베테랑 히트맨들.

그런 그들이 부상을 입고 카투라에게 정신이 팔린 암살 목표를 놓칠 리가 없었다.

[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강신 중인 S급 헌터가 쓰러졌다.

동시에 그의 몸을 휘감던 신력들이 사라졌다.

신관의 사망으로 강신이 풀린 것.

[네소스!]

[이 무슨!?]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남은 세 명의 S급 헌터들이 경악을 내질렀다.

비록, 방금 당한 S급 헌터가 네 명 중에 가장 레벨이 낮기는 했지만.

일반 병사도 아니고 무려 성좌가 강신 중인 신관, S급 헌터였다.

아무리 부상을 당한 상태라 해도 S급 헌터가 순식간에 몸이 찢겨나간 채 죽어버린 상황이었다.

암살 목표를 달성한 뱀파이어들은 루나와 류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가장 강한 뱀파이어의 그림자에 안전하게 숨어 협공하는 방법.

뱀파이어들만이 할 수 있는 전술 중 하나였다.

“강한 놈들이라길래 나름 긴장했었는데…….”

루나가 바닥에 퍼진 S급 헌터의 피를 빨아들이며 웃음을 지었다.

“소룡보다 못한 놈들이잖아?”

그녀가 아직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대련 상대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 하등한 것들이 감히!]

분노한 S급 헌터 중 하나가 명령을 내렸다.

[크라켄과 A급 병사들은 모두 저 괴수를 막아라! 이 마계의 하계종들은 내가 막겠다.]

[맡기겠다. 케토.]

두 명의 S급 헌터들은 카투라를 향했고.

루나와 류마 앞에 짙은 남색의 긴 머리와 눈동자를 한 여성 헌터.

강신 중인 케토의 신관과 그녀를 따르는 A급 헌터 다섯 명이 내려왔다.

[감히! 네소스의 신관을 죽이다니!]

케토의 신관이 검과 방패를 치켜들고 노성을 내지르며 루나에게 달려드는 순간.

-촤아! 촤아! 촤아악!

루나의 뒤편에서 예리한 절삭력을 가진 물줄기 칼날이 날라왔다.

[이까짓 것은!]

물줄기 칼날이 별것 아니라고 판단한 케토의 신관은 왼손에 들린 유니크급 유물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스가악!

마치 고속으로 회전하는 톱에 쇠가 잘려나가는 듯한 소리와 울렸다.

[이 무슨!]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유니크급 유물 방패가 크게 찢어졌다.

동시에.

-케에에엑!

푸르게 빛나는 개미의 앞다리가 순식간에 다가와 케토의 신관을 후려쳐 뒤로 날려 보냈다.

“물결이는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든든한 지원군의 등장에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얘한테 질 뻔했거든.”

아타의 제너럴 급 병정개미 중 유독 강하게 태어난 물결이.

이전, 루나는 아타가 직접 조종하는 물결이와 대련을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간발의 차로 루나의 승리.

루나가 가까스로 이길 정도로 물결이는 다른 병정개미들보다 강한 편이었다.

각 전장에서 서로가 전투를 펼치고 있을 때.

[혈선의 신관!!]

눈에 핏발이 선 포세이돈이 처용에게 트라이던트를 내질러 왔다.

“풍신보-간들바람 걷기.”

처용은 풍신보의 보법 중 하나인 간들바람 걷기로.

부드럽고 적은 움직임의 스텝을 밟으며 내질러오는 포세이돈의 창을 가볍게 피했다.

[쥐새끼처럼 피하기만 할 것이냐!]

“무식하게 찔러오기만 하는 눈먼 창을 누가 맞아줄까?”

처용의 말대로 포세이돈의 공격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그저 거대한 힘을 담아 휘두르고 찌르는 것, 그게 전부였다.

회귀 전, 무(武)의 지존들과 대련하며 기술을 배웠던 처용이었다.

그런 처용이기에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로 내질러 오는 공격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포세이돈은 현신이 아닌 강신 상태.

신관인 데이비드를 통해 힘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회피에 집중하면 한 대도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카투라의 분신이 전력으로 발휘하는 공격도 모두 피해냈던 처용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역할은 포세이돈의 세력이 많이 줄어들 때까지, 그를 붙잡아 두는 것이었다.

포세이돈을 붙잡아 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의 신관 중 한 명이 뱀파이어들의 협공에 사망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욕망에 눈이 먼 포세이돈이라 해도 그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이었다.

[네놈 뜻대로 될 듯싶으냐!!]

처용의 생각을 눈치챈 포세이돈이 포효를 내질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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