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처용이 강오순과 함께 사라지자.
“이 개새끼들 뒤질 각오 해라!”
인질로 잡힌 시민들에 대한 위험이 사라진 백호가 국정원 요원들을 노려보며 분노를 드러냈다.
“우리는 국정원 소속이야!”
국정원 실장, 김병우가 자신의 직위를 다시 드러냈지만.
“지랄한다. 씹새끼들.”
백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국정원이라는 새끼들이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인질로 잡아!?”
분노가 가득 담긴 노성이 백호에게서 퍼졌다.
나라의, 대통령의 직속 기관 소속이라는 것들이 죄 없는 시민을 인질로 잡았다.
아니 정확히는 인질로 잡고 협박한 달의 사냥꾼 헌터들에게 가담한 것이지만.
백호의 눈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더 악질로 보였다.
강오순이 시민들을 인질을 잡고 협박할 때, 그들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웃음을 보였으니까.
-파지지직!!
백호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부장님!”
현아를 포함한 협회 정예들이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상황을 대강 파악한 협회 헌터들이 국정원 요원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어디서 감히 협회가!”
“우리는 국정원이다!”
상황이 불리해진 국정원 요원들이 협회 헌터들과 대치하며 말했지만.
“국정원이고 국밥이고 그 새끼들 다 조져!”
분노가 가득 담긴 백호의 명령에 협회 헌터들은 작은 망설임조차 사라졌다.
“당신 후회할-.”
그 모습에 김병우가 긴장하며 다시 한번 경고했지만.
“벼락 걸음.”
-파지직!
백호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이!”
순식간에 얼굴 앞으로 다가오는 백호의 주먹에 가까스로 팔을 들어 올려 가드 했지만.
-쾅! 촤아아-
백호의 주먹을 견디지 못하고 땅을 파헤치며 뒤로 길게 밀려났다.
-콰쾅!
결국, 담벼락에 부딪힌 끝에 밀려나던 몸이 겨우 멈추었다.
“으윽! 젠장…….”
김병우는 무너진 담벼락을 파헤치며 일어나긴 했지만.
“아티팩트가…….”
양팔에 금이 간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국정원의 실장이라는 직위답게 상당히 좋은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가 있었지만.
그 아티팩트가 힘도 제대로 못 쓰고 금이 가며 부수어졌다.
그리고 김병우의 레벨은 126.
그는 그저 국정원 소속이라는 직위를 방패로 믿었을 뿐.
애초에 백호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국정원이고 나발이고 전부 잡아!”
백호의 명령에 협회 헌터들이 국정원 요원들을 제압했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나!”
“대통령께서 가만있지 않을 거다!”
협회 헌터들에게 붙잡힌 국정원 요원들이 경고를 내뱉었지만.
“네놈들이 방금 누굴 건드렸는지는 꿈에도 모를 거다!”
오히려 국정원 헌터들을 향해 경고하듯 일갈한 백호였다.
정확히는 이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시민 중 하나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다.
국정원 요원들이 모두 잡혔을 때쯤.
-푸화와악!
붉은 기류가 몰아치더니 처용이 나타났다.
그리고.
-툭!
아직 살아있는 강오순을 바닥에 내던졌다.
정확히는 ‘머리만, 무사히 붙어있는 강오순’이었다.
“자네 정말 가차없구만?”
백호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처용을 향해 말했다.
“전 살인자와 테러범만큼은 곱게 보내지 않는 주의라서요.”
바닥에 널브러져 꿈틀거리고 있는 강오순도 협회 헌터들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이 일이 끝내는 대로 아르테미스 신전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처용이 끌려가는 강오순을 보고 분노를 곱씹으며 말했다.
원래는 숨겨져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을 따로 찾아야 했지만.
강오순을 고문한 끝에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아, 아르헨티나 쪽에 있다고 들었어! 그, 그 이상은 정말 몰라!
정말 모르는 듯 고문을 받으면서도 이 이상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그러나.
‘정보를 더 얻을 루트는 많지.’
각 나라에 퍼져 있는 달의 사냥꾼 지부를 습격하여 지부장들을 고문하면 된다.
혹은 제시카를 통해 알아볼 수도 있었다.
처용은 차후 계획에 대한 생각을 마치고는 한 학생을 바라봤다.
백호 역시 처용이 바라보는 학생을 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윤아야.”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학생의 이름을 부르자.
“백호 아저씨…….”
학생, 윤아 역시 백호를 알고 있다는 듯 그를 불렀다.
“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백호가 진심이라는 듯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는 학생입니까?”
“……맞아.”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백호의 말에 대답한 처용은 중요한 본론을 이야기했다.
“이 아이가 청룡의 신관입니다.”
처용이 조용히 말하자.
“……뭐, 뭐라고!?”
백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는 듯 말을 더듬으며 경악했다.
처용은 윤아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의 학생, 윤아가 청룡의 신관이라고 확신한 것은 그녀를 구하는 순간이었다.
‘청룡의 비늘이 사라졌다.’
쓰러지려는 윤아를 잡아주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잡은 순간.
주머니에 있던 청룡의 비늘이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처용의 말을 들은 백호가 왼손에 찬 시계를 내밀자.
-스르륵.
시계 안에 희미하게 비춰 보이던 청룡의 비늘이 푸른 가루가 되며 윤아에게 흘러 들어갔다.
“하필이면…….”
“……백호 아저씨?”
자신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윤아가 백호를 불렀다.
“괜찮아, 아무 문제도 없을 거다.”
백호는 불안해하는 윤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올림포스가 움직인 이상 서둘러야 합니다.”
처용이 재촉하듯 말한 순간.
“그 전에 이 아이에게 설명을 해 줘야 할 것 같네.”
백호가 작은 한숨을 쉬며 처용에게 대답했다.
“……제가 배려심이 없었네요.”
좀 전까지 인질로 잡혀있었던, 연아와 같은 나이의 고등학생이었다.
잔뜩 불안한 상태의 그녀를 청룡의 안식처로 데리고 가 봐야 제대로 일이 될 리가 없었다.
“태민이에게 자네 능력에 대해 들었네.”
백호는 처용이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들 태민에게 들은 상태였다.
“나하고 이 이 아이를 협회로 데려다줄 수 있겠나?”
“그러죠.”
처용은 인적이 드문 학교 뒤편으로 게이트를 만들기 위해 걸어 나갔다.
이미 알고 있는 백호는 몰라도 아직 공개적으로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백호는 처용을 따라가기 전에 현장에 명령을 내렸다.
“현장 정리하는 대로 모두 협회로 돌아와 대기해라!”
협회 헌터들을 대기시키는 이유는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남아 수습할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체포된 범죄자들을 압송하고 모두 돌아갈 준비를 했다.
명령을 내린 백호는 윤아를 데리고 처용을 따라갔다.
그리고.
‘알리는 게 좋겠지.’
라이센스를 활성화시킨 백호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협회 안에서 유일하게 백호만이 가지고 있는 연락 라인이 하나 있었다.
[윤아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지만……]
백호는 짧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윤아와 함께 처용이 만든 게이트로 향했다.
***
백호와 윤아, 처용이 태민의 사무실로 돌아오자.
“오셨군요. 다행입니다.”
사무실 안에는 태민만이 아닌 협회장도 와 있었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윤아야.”
협회장이 윤아의 손을 잡으며 정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하…… 설마 했지만, 진짜일 줄이야.”
태민이 윤아를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한 아이인가요?”
처용이 의문을 담아 질문하자.
“저 학생도 처용 님처럼 특급 보안 대상입니다.”
태민은 이 이상은 자신이 말하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뭐,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저도 궁금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윤아의 정체에 대해서는 더 물을 생각이 없었지만.
“특급 보안 대상인데 너무 위험에 잘 노출된 거 아닙니까?”
처용이 궁금증과 지적을 담아 질문했다.
자신이 조금만 늦게 정보를 전달했으면.
백호가 조금만 늦게 도착하여 시간을 벌지 못했다면.
자신이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청룡의 신관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네.”
처용의 말에 대답한 건 백호였다.
“너무 안일한 판단이었지만…….”
백호가 자책할 때.
“흡, 저는 괜찮아요.”
윤아가 남아있던 눈물 자국을 닦으며, 백호에게 정말 괜찮다는 듯 떨림 없이 말했다.
그리고 처용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도?”
윤아의 말에 의문을 표한 처용이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 청량리역 때…….”
“……아!?”
처용은 윤아의 짧은 말을 듣고는 기억을 되살렸다.
전철역 사고 당시 죽어가는 엄마를 붙들고 울고 있던 여학생.
그 여학생이 윤아였다.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윤아가 다시 한번 인사를 전하자.
“나 역시 고맙다.”
처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연아의 공부를 도와줬다면서?”
“……혹시?”
윤아가 연아의 말이 기억났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녀를 공부하게 만든.
정확히는 천만 원이라는 상금을 내건 사람이 헌터인 오빠라고 말했었으니까.
그때.
“흠…….”
협회장의 전화가 울렸고 수신자를 확인한 그가 불편한 침음을 내었다.
“무슨 일이시죠?”
전화를 받은 협회장이 불편한 목소리로 묻자.
-황제일 협회장!! 당신 미쳤어!?
전화기 외부까지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괴성이 들려왔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협회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국 헌터 협회장에게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이 정신 나간 대통령 새끼야!”
이 나라의 현 대통령이었다.
협회장의 입에서 그런 대통령을 향한 욕이 튀어나왔다.
항상 차분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내던 협회장이었다.
그런 그가 분노를 가득 섞어 욕을 내뱉었다.
-뭐, 뭣?
대놓고 욕설을 들은 대통령에 더불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또한 작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협회장이 이토록 분노한 경우는 보지 못했으니까.
“네놈 대가리가 깡통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개념까지 말아먹었을 줄이야!”
-무, 뭔! 나 대통령이야! 너 정신 나갔어!
대통령은 난생처음 듣는 협회장의 분노와 욕설에 당황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정신이 나간 건 당신이겠지!”
협회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하마터면 무슨 일이 일어날 뻔했는지! 알고는 있나!”
협회장은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네놈이 오늘 저지른 짓은 그 같잖은 권력으로도 수습이 안 될 거다.”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고는.
-탁!
전화를 끊어 버렸다.
“후-, 이딴 놈이 대통령이라고…….”
협회장이 끊은 전화를 바라보며 작게 읊조리자.
“참, 대단한 사람이구먼, 형님 입에서 욕이 나오게 만들다니. 쯧쯧.”
백호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협회장과 백호, 태민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제가…… 뭐가 있는 건가요?”
윤아가 넌지시 사람들에게 물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지만, 그녀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과 연관해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꾸는 악몽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악몽 속에서 마지막에 자신을 구해주던 사람이 실제로 나타났으니까.
“우선 이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윤아를 넌지시 바라본 처용이 중요한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태민이 가지고 있던 청룡의 비늘을 들어 윤아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스르륵.
비늘이 잘게 부수어지듯 가루가 되며 윤아에게 흘러 들어갔다.
“확실하군요.”
태민의 말이 끝나자.
“윤아야.”
백호가 윤아를 넌지시 불렀다.
“네, 백호 아저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윤아는 백호의 말에 들을 준비가 되었다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