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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12화 (112/726)

#112화

올림포스 성운, 포세이돈의 신전 안.

“이 빌어먹을 년이!!”

-콰쾅!!

머리끝까지 화가 차오른 포세이돈이 신전 기둥 중 하나를 부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별들의 의회에 갔다 온 아테나가 곧장 소집한 주신 회의 때문이었다.

-배신자들을 색출하는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다른 일은 전면 보류하겠습니다.

아테나는 감옥에 갇힌 아레스의 건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라 선언했다.

올림포스 내부에서 악신들에게 협력하는 배신자를 잡겠다는 것.

당연히 아테나의 말에 반박하는 성좌들이 많았다.

-우리 올림포스에서 그럴 리가 없다!

포세이돈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성좌 중 하나였다.

아레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는 바람에 감옥에 갇힌 것이었지만.

다른 올림포스 성좌들 중에는 배신자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감히 날 방해하려고!”

포세이돈의 눈에는 아테나가 자신을 견제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빨리…… 청룡을 흡수하고 유일신이 되어야 한다.”

청룡에 대한 포세이돈의 집착이 더 심해질 때.

“포세이돈 님.”

휘하 성좌 중 하나인 네일로스가 포세이돈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기분이 좋지 않은 포세이돈이 화를 내듯 일갈했다.

그러나.

“흔적을 찾았습니다.”

네일로스가 전한 소식에 포세이돈의 표정에 일렁였던 화가 사라졌다.

“사실이냐?”

“예! 조만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세이돈은 네일로스의 말에 환희하듯 표정이 밝아졌다.

거기에 네일로스의 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청룡의 신관도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런가! 당장 신탁을 내려 잡아들이라고 해라!”

포세이돈의 명령에 네일로스가 휘하 성좌에게 손짓하자.

그들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포세이돈이 추가적으로 명령했다.

“당장 신관들과 병사들을 모두 준비키라고 전해라.”

“병사들을…… 말씀이십니까?”

“내가 직접 내 신관에게 강신하여 놈을 잡아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네일로스가 포세이돈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드디어……!”

포세이돈은 드디어 청룡의 단서를 찾았다는 소식에.

“아테나 그년을 끌어내릴 수 있겠구나! 하하하!”

이미 청룡은 자신의 것이 된 것 마냥 기쁨의 광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

뒤돌아 나가던 네일로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포세이돈을 잠시 응시했다.

마치 그를 몰래 비웃는 듯…….

***

“다녀왔습니다.”

수련, 전철역 순찰을 마친 처용은 잠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찾았다.

“왔니?”

“네, 땅은 어떻게 됐나요?”

성지 작업을 위해 어머니와 나눌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다들 처음 넘겼던 돈으로 주더구나.”

이전 처용이 돈을 주며 부탁했던 것은 수월하게 끝난 듯 보였다.

“그마저도 돈 없이 그냥 주겠다는 걸 말리느라 힘들었다. 하하.”

과거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은 그 은혜를 잊지 않은 듯 보였다.

“잘하셨어요.”

처용은 웃음을 지으며 답한 후 말을 이었다.

“태룡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인가요?”

처용의 집 태룡사 안에는 가족들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종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들도 거주하고 있었다.

비록 신들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종교 세력들은 대부분 신들의 세력에 융합되거나 많이 줄어들었지만.

소수는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가 어려울 때도 같이 남아서 도와준 사람들이니 나는 믿는다.”

“그럼 문제는 없겠네요.”

처용은 어머니의 말에 문제가 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집안에 남아있는 구 종교인들은 모두 일반인.

그들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성지화를 방해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처용 또한 그들과 면식이 있기에 어느 정도는 믿음이 있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어려울 때 태룡사에 남아 어머니를 도와준 사람들이기도 했으니까.

“지금부터 여기 태룡사를 성지(聖地)로 만들 거에요. 어머니”

처용은 중요한 일이니만큼 어머니에게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왜 성지가 필요한지.

성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설명을 했다.

“사흘 동안 태룡사 주변을 폐쇄할 겁니다.”

“그건 내가 사람들한테 잘 설명해 주마.”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모르는 것은 바로 물어보며 협력했다.

그리고.

“그보다도 연화는 잘 지내는 거니?”

처용에게 걱정되는 첫째 딸의 안부를 물었다.

연화가 어떤 상태이고 신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은 처용에게 대충 전해 들었다.

그래도 어머니로서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가끔 집에 들어와 얼굴을 비추기는 하지만…….

“잘 견디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니?”

“군대에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니. 하하.”

물론, 연화는 일반적인 군대 훈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옥훈련을 견디고 있었다.

처용과 어머니가 중요한 대화를 마쳐갈 때쯤.

-쾅!

연아가 현관문을 벌컥! 열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야! 한처용!”

우월감과 승리감이 가득한 얼굴로 처용에게 다가왔다.

“당장! 천만 원을 내-.”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는 순간.

-짝!

어머니가 연아의 등을 후려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집 무너지겠다. 이 기집애야.”

“아, 으윽!”

제대로(?) 맞았는지 연아가 쓰러지며 잠시 비틀거렸다.

연아는 잠깐 부상에 대한 회복의 시간을 가진 후.

“천만 원…… 내놔.”

등짝을 천천히 펴며 일어난 연아가 부들거리는 손으로 어머니와 처용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한연아 / 반 등수 / 2/65]

그것은 연아의 성적표였다.

“어머나?”

연아의 성적표를 확인한 어머니가 눈을 크게 뜨며 재차 확인했다.

설마 바닥을 기어 다니던(?) 연아의 성적이 이 정도로 오를 줄은 몰랐으니까.

“한처용, 약속은?”

연아가 당당한 표정으로 약속을 요구하자.

-띠링.

[한처용 / 10,000,000 / 입금]

처용은 미소를 지으며 약속된 상금을 지급했다.

“좋아! 닌텐도 넌 내 거야!”

연아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것들을 외치며 만세를 불렀다.

이번에는 어머니 역시 이 상황을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연아가 순수히 노력하여 얻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래도 오빠한테 고맙다고는 해야지?”

“칫, 땡큐.”

어머니의 요구에 연아가 마지못해 감사를 전했다.

애초에 처용의 돈이 없었으면 이런 내기와 보상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

“상금은 알뜰하게 자~알 쓰겠습니다.”

연아가 장난스럽게 처용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오냐.”

처용이 연아를 귀엽게 보며 대답하는 순간.

-위이잉!

처용의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

핸드폰은 아니었다.

연아에게 상금을 보낸다고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설마!!”

경악을 내지른 처용이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우우웅! 우우웅!

처용이 꺼낸 것은 푸른색의 납작한 무언가.

바로 청룡의 비늘이었다.

문제는 그 청룡의 비늘이 무언가 자극을 받은 듯 빛나면서 울리고 있었다.

-흔적이 가까우면 빛날 것이고 그 아이에게 닿으면 흡수될 것이다.

처용은 청룡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지금 반응은 분명 청룡의 신관에 대한 흔적을 찾은 것이었다.

“그게 뭐니?”

“오? 예쁘게 생겼네?”

어머니와 연아가 처용의 손에 쥐어진 푸른 비늘을 보며 말했다.

“그게 도대체 뭔데?”

연아가 처용에게 묻자.

“……청룡의 비늘.”

처용은 대답함과 동시에 연아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분명, 연아가 손을 댔을 때 반응했다…….’

연아에게 청룡의 비늘이 흡수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그녀가 신관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연아.”

처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연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부터 내 말 진지하게 듣고 대답해.”

“……네, 넵?”

확 달라진 처용의 분위기에 연아가 얼떨결에 말을 높이며 대답했다.

“최근 너랑 가까이 지냈었던 사람이 있어?”

“……그, 그건 왜?”

연아에게는 처용의 말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공부를 도와준 친구.

최근에는 같은 기숙사, 같은 반인 그 친구와만 붙어있었으니까.

처용은 연아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짐작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걸 왜 묻는데?”

“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연아가 쉽게 대답할 느낌이 들지 않자.

“지금 네 주변에 있던 사람 중 누군가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어.”

처용은 진지하게 경고하듯 말했다.

“그 사람이 죽으면 큰 문제가 생겨, 그러니 반드시 구해야 해.”

“…….”

처용의 말을 들은 연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기말고사를 도와준 친구가 있어.”

자신을 도와준 윤아에 대해서 처용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최근 그녀를 괴롭히는 악몽.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용에게 말했다.

연아의 말을 들은 처용의 눈빛이 확신으로 차올랐다.

그러고는 곧장 핸드폰을 들어 태민에게 연락했다.

“과장님.”

-네, 처용 님 무슨 일이신가요?

“찾았습니다.”

-……!!

태민은 처용의 말을 듣고 곧장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가 ‘찾았다’라고 할 만한 것은 딱 하나였으니까.

다만.

“완전히 찾은 건 아니라 흔적이지만요.”

-어디, 어디입니까?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입니다. 왕십리역 근처에 있는…….”

처용은 어떤 경위로 흔적을 발견했는지 태민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젠장! 저희가 완전히 헛짚었군요.

태민이 낭패감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청룡의 안식처가 독도라는 점과 바다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움직였었다.

당연히 바다와 가까운 지방 쪽이나 울릉도에 청룡의 신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 지방에 정기 감사를 핑계로 수색대를 보낸 것이었다.

완전히 헛다리였지만.

-설마, 서울 한복판에 있었을 줄은…….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처용 역시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반성했다.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부터 집중수색했으면,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을 후회해 봐야 얻는 것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단서를 잡은 것을 다행으로 알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임윤아라는 고3 여학생이 유력합니다. 그 사람부터 찾으세요.”

처용은 연아에게서 들은 유력한 후보자를 태민에게 이야기했다.

-그, 그 사람은? 아, 일단 알겠습니다!

“저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처용은 연아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뭐, 뭐하는!”

연아가 반항하려 할 때.

“고맙다.”

“……뭘?”

처용의 고맙다라는 말에 멈칫했다.

“네가 네 친구 목숨을 구해준 거야.”

“…….”

연아는 이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도와준 친구가 위험하다는 것만을 알았다.

“날 도와준 친구야, 걔가 다치기만 해봐!?”

“걱정하지 마.”

다시 한번 연아의 머리를 헤집은 처용은 곧장 게이트를 열고 협회로 향했다.

집에서 바로 출발하는 것보다 서울인 협회에서 출발하는 것이 나으니까.

태민의 사무실에 게이트를 열고 처용이 나타나자.

“오셨군요!”

태블릿을 빠르게 조작하며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태민이 처용을 반겼다.

“다행히 왕십리역 근처에 있던 부장님께서 곧장 출발했습니다.”

“저도 곧장 가죠.”

빠르게 대답한 처용이 창문을 열고.

“뢰신보.”

-파지직!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사라졌다.

태민은 처용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보다가.

“하필이면…….”

태블릿 속, 협회장의 승인을 받아 열람한 특급 비밀 정보.

“아니,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그 속에 있던 어떤 인물의 정보를 보며 난색을 표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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