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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06화 (106/726)

#106화

처용이 악마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할 때.

-치킨 나왔습니다.

각각 반 마리씩 여섯 종류의 순살 치킨이 나왔다.

“으음! 생각 이상인데?”

메리가 정말 맛있다는 듯 감탄하고 있었고 제시카 역시 나쁘지 않은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치킨을 맛보는 시간이 지나고.

“일단, 악신…… 악마들에 대해 말하기 전에.”

처용은 제시카에게 악마들에 대해 알려주기 전에 한 가지를 질문했다.

“그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나름대로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올림포스 총 길드장이 악마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가.

“판데모니움에 있는 괴물들, 그중 유독 강한 72명의 악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시카가 처용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악마들에 대한 정보들을 이야기했다.

“……예상보다 아는 게 많은데?”

처용은 예상보다 악마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제시카를 보며 말했다.

“제가 알고, 겪었다기보다는 들은 것들뿐입니다.”

“가장 강한 72명의 대악마……, 각각 누가 있는지는 알고 있나?”

“그들 중 가장 약한 악마가 안드로말리우스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 안드로말리우스지…….”

검은 코브라의 머리를 한, 날개가 달린 리자드맨 형태의 악신.

처용은 가장 낮은 서열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 안드로말리우스가 평범한 성좌를 셋까지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나?”

“그럴…… 리가?”

제시카가 처용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약한 하급 성좌라 해도 신이었다.

72악마 중 가장 낮은 서열의 악마가 그런 신을 세 명까지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을 믿기 힘들었다.

“양측 서로가 시스템의 제약 없이 본신의 힘을 다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처용은 회귀 전, 안드로말리우스와의 전투를 회상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믿기…… 힘든 사실이야.”

이야기를 듣던 메리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네 안에 있던 티케가 안드로말리우스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처용이 메리를 향해 질문하자.

“잘…… 모르겠어.”

메리가 힘없이 대답했다.

-난 전투능력이 강한 편은 아니거든.

그녀가 티케에게서 들은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올림포스에서 전투에 특화된 성좌들 중 일부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예를 들면…….”

곰곰이 생각한 처용이 말을 이었다.

“헤라클레스 정도면 안드로말리우스를 상대할 수 있겠네.”

처용은 회귀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한 것이었다.

배신한 순혈자들로 인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올림포스를 안드로말리우스가 공격했었다.

전선이 처참하게 밀리고 있을 때 안드로말리우스를 가로막은 것이 바로 헤라클레스였다.

심지어 그는 이전 전투에서 다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안드로말리우스를 이겼다.

아마 그가 다친 상태만 아니었어도 그 악신은 그 자리에서 소멸했을 것이다.

“악마들은 생각보다 위험한 존재들이었군요.”

제시카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테나에게서 헤라클레스가 어느 정도 강한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가장 약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볼 땐 60위까지는 거기서 거기야.”

“그렇다고 해도…….”

처용의 말에 제시카가 침음성을 흘릴 때.

“메리가 궁금한 게 있어.”

치킨을 뜯으며 이야기를 듣던 메리가 처용에게 질문했다.

“가장 강한 악마는 누구야?”

메리의 말에 무표정이었던 처용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잠시 침묵한 처용이 입을 열었다.

“대악마들 사이에서 거창하게 삼천마(三天魔)라고 불리는 놈들이 있어.”

가장 강한 세 명의 대악마.

서열 1위의 바알, 2위의 메피스토, 3위의 디아블로.

“바알이 서열 1위이긴 하지만, 이 세 명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회귀 전, 처용조차도 삼천마 중 단 한 명만을 죽이는 데 겨우 성공했다.

-너의 증오는 실패할 것이다. 하하하!

끝없는 증오의 메피스토.

그가 소멸하면서 마지막으로 처용에게 조롱하듯 건넨 말이었다.

소멸하면서도 자신이 이긴 것이라며 처용을 비웃었던 대악마.

메피스토의 말대로 처용이 그를 이기긴 했으나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끝까지 방해한 덕분에 마지막 전쟁에서 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처용이 과거 거대한 적들을 회상할 때.

“유치한 이름이네, 그 삼천마는 얼마나 강해?”

메리의 말에 상념에서 벗어난 처용이 그녀의 말을 비웃었다.

“……서열 3위, 디아블로가 이끄는 발록의 군단을 실제로 본다면, 두 번 다시는 그런 말 못 할 거다.”

온몸이 용암처럼 불타오르는 드레이크와 비슷한 모습의 대악마.

끝없이 늘어나는 화염 채찍과 무엇이든 갈라 버릴 것 같은 거대한 양날 도끼.

그의 손에 소멸한 신격만 대충 세어 봐도 수십 명은 육박했다.

“참고로 발록의 전투력은 안드로말리우스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다.”

특히, 디아블로의 부관인 고위 발록들.

그들은 대악마 계급은 아니었지만, 처용이 볼 때는 대악마나 다름이 없었다.

사실, 힘의 격차로만 따지면 진짜 대악마인 안드로말리우스가 일반 발록보다야 훨씬 강했다.

하지만, 처용이 조금 못 미친다고 말한 이유는 눈앞의 이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었다.

악마는 절대로 쉽게 생각할 적들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그들이…… 지구로 침공할 가능성이, 아니 방법이 있습니까?”

제시카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있지.”

처용의 대답에 제시카와 메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성좌들처럼 강림이나 화신체로. 악마들에게는 소환 의식의 형태겠네, 하지만-.”

“시스템의 제약을 받겠군요.”

제시카가 뒤에 이어질 처용의 말을 예상하고는 대답했다.

“정답.”

처용이 그녀의 대답에 옅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내가 티케, 아테나에게 경고한 이유가 그거 때문이다. 시스템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

좀 전까지 악마들에 대해 들었기 때문일까?

제시카의 머릿속에는 지상에 지옥이 구현되는 중이었다.

“제약이 풀리니 성좌들도 자유롭게 현신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들이 판데모니움의 군단을 이길 수 있을까?

처용은 미래를 알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알고 있었지만.

올림포스 총 길드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군요.”

제시카는 안일함에 빠지지 않고 진지하게 현실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메리가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

대화를 쭉 듣던 메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처용에게 질문했다.

“그 삼천마가 판데모니움의 중앙에 있는 존재인거야?”

-대악마들이 거주하는 만마궁의 중앙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

메리는 처용이 회담장에서 꺼낸 말이 생각나 질문한 것이었다.

“아니.”

처용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판데모니움의 중심, 만마궁의 최심부에 있는 자는 악마가 아니야.”

“그러면?”

“…….”

잠시 침묵한 처용은 고개를 조금 숙이며 입을 열었다.

“……종말, 그 자체.”

지금까지 악마들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던 처용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 모습이 제시카와 메리에게는 악마들에 대한 경고를 들을 때 보다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악마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제시카와 메리는 처용이 말한 ‘종말 그 자체’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내 말을 진지하게 들을지, 허투루 넘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판단해.”

처용이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시카가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지금 그녀는 처용이 하는 말을 대부분 믿고 있었다.

그의 말에 진실성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테나가 말해준 처용의 성좌 때문이었다.

-절대로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자.

너무 궁금한 나머지 아테나에게 조심히 질문했을 때, 그녀가 전해 준 답변이었다.

거대 성운조차도 함부로 건들지 않는 신을 모시는 신관.

심지어 회담장에서 보인 그의 신력과 태도를 봐서는, 그는 절대로 성좌를 믿고 나대는 헌터가 아니었다.

그런 처용이 허무맹랑한 말을 한다고 보기 힘들었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준 답례로 도움 되는 정보를 하나 주지.”

처용은 제시카에게 옅은 웃음을 보이고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천교를 조심해라.”

그 말을 끝으로 처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 딱 나온 대량의 치킨을 아공간에 넣고는 모든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갔다.

제시카는 처용이 나간 자리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천교를 조심하라고?”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을 중얼거렸다.

올림포스에 밀리지 않는 거대 성운인 천교.

미국 쪽을 올림포스 세력이 꽉 잡고 있다면, 천교는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세력 중 하나였다.

처용은 그런 천교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메리, 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대로 알아봐야겠습니다.”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

제시카의 말에 메리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

그리스 양식으로 세워진 신전 내부, 마치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푸르게 일렁이는 공간.

그중 중앙의 가장 높은 옥좌에 자리한 성좌.

사파이어가 일렬로 박힌 황금빛 왕관.

짙은 푸른색의 수염과 길게 늘어진 곱슬기가 있는 머리.

외투 사이로 보이는 우람한 근육에 오른손에 쥐어진 푸른색과 검은색이 일렁이는 삼지창.

“아직도 못 찾았단 말이냐아아!!”

올림포스 성좌 중 바다의 대신.

포세이돈의 입에서 고함이 튀어나왔다.

분노가 섞인 그의 말에 포세이돈보다 낮은 신좌(神座)에 자리한 이들이 침묵했다.

“네일로스.”

포세이돈이 휘하 성좌 중 한 명의 이름을 부르자.

“예, 포세이돈 님.”

이름이 불린, 포세이돈보다 조금 연한 푸른색의 곱슬머리를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한 성좌.

네일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놈을 추적한 건 어떻게 되었나?”

눈을 번뜩이며 말한 포세이돈의 말에 네일로스가 마른 입술을 뻐끔거리며 뭐라 말하지 못했다.

“……흐, 흔적이 끊어졌습니다.”

결국, 마지못해 대답하자.

“이런 무능한 놈!”

-쿵!

포세이돈이 창을 강하게 내려찍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들 모두 무능하다!”

그가 휘하 성좌들을 손가락질하며 분노했다.

“선천적 신격이라는 것들이! 청룡도 못 찾고 고작 하계종 출신 하나를 잡지도 못하는가!!”

포세이돈은 이전 청룡의 흔적을 발견하고 휘하 성좌들을 그곳에 보냈었다.

흔적이 발견된 장소는 한국의 제주도.

그곳에 숨겨진 청룡의 성역을 찾았고 곧장 입구를 뚫어 포세이돈 측 성좌들이 난입했다.

그러나.

-이 앞은 지나갈 수 없다.

단 한 명의 성좌가 그들을 가로막았고 우습게도 그 한 명을 이기지 못한 채 전원 패퇴했다.

전열을 재정비한 후 더욱 많은 성좌들과 신병들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갔지만.

그곳은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횡 하니 비어있었다.

청룡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여러 곳에 가짜 성역을 만들어 놓았고.

그를 돕는 해전무신이 매섭게 추적하는 포세이돈의 세력을 혼란시키기 위해 잠시 맞서 싸운 것이었다.

“감히 하계종 출신이!”

포세이돈은 자신이 농락당했다고 생각하며 분노에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그자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해전무신의 실력은-.”

휘하 성좌 중 하나가 현실적인 조언을 했지만.

“하찮은 하계종 출신이 뭐가 해전무신이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포세이돈은 현실적인 조언을 듣지 않았다.

“그깟 하계종 출신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너희들은 ‘바다’의 이름을 쓸 자격조차 없다!”

다수의 성좌들이 포세이돈의 말에 수치심을 가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신전의 문이 열리며 시종으로 보이는 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포세이돈이 표정을 구기며 묻자.

“아, 아테나 님께서 주신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주신 자격도 없는 주제에 감히!”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청룡을 찾지도 못한 상황.

휘하 성좌들은 하계종 출신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무능한 놈들뿐.

주신이었던 제우스는 사라졌고.

심지어 그가 주신의 자리를 아테나에게 양도해 버리기까지 했다.

멀쩡히 활동하는 다른 대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세이돈은 그중 가장 불만이 많은 성좌였다.

‘바다의 유일신이 된다면 올림포스의 주신 권한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다.’

올림포스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고서.

그 안에서 발견한 단서를 토대로 조사하여 얻은 정보였다.

“청룡에 관해 전파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만…….”

시종이 힘없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간다고 전해라!”

포세이돈의 대답을 들은 시종은 부리나케 신전을 나갔다.

“청룡을 찾겠다는 말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옥좌를 손가락으로 탁탁 두들기며 포세이돈이 읊조렸다.

다른 대신들과 아테나의 형제들을 설득하여 올림포스 전체가 청룡을 찾게 유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회의에서 아테나가 청룡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 듯 보였다.

“무슨 수를 써서든 청룡을 찾아라!”

자리를 박차 일어나며 마지막 명령을 전달한 포세이돈이 신전을 나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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