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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101화 (101/726)

#101화

전쟁신을 모시는 신의 신전.

신성함이 가득했어야 할 이 장소는 거의 악의 소굴처럼 변해 있었다.

여기저기 깨지고 무너져 폐허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신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눈에 보일 정도로 진득한 마기.

전쟁신 아레스를 상징하는 동상은 표피가 벗겨지고 일부가 깨지며 흉측하게 변했다.

“분위기 한번 살벌하군.”

루이스가 신전의 분위기를 관찰하며 성물 묠니르를 굳게 쥐었다.

헌터들이 신전 앞에서 긴장하고 있을 때.

-캬하하학!

-크아하학!

신전 내부에 있던 최초의 감염자들이 흉측한 몰골로 튀어나왔다.

“확실해, 전보다 더 강해졌어.”

제시카 옆에 있던 메리가 인상을 크게 구기며 말했다.

올림포스 본부에서 회의할 당시.

‘쇼 아이즈’로 본 감염체들은 흉측하긴 했지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전에서 튀어나온 그들은 양손이 마치 검처럼 칼날로 변해 있거나.

초고도 비만 환자처럼 살이 늘어지고 부풀어져 있었다.

거기에 머리, 등, 팔꿈치와 가슴 부근에 괴물의 이빨과 같은 흉측한 가시가 자라 있었다.

감염된 헌터들은 시간이 지나자 더욱 흉측해지고 강해져 있었다.

“전부 A급 몬스터와 같은 수준이야.”

메리가 감염체들의 정보를 파악하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강력한 저주가 담긴 마기를 뿜어대는 백여 마리의 A급 몬스터.

이 정도면 재앙급 던전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B급 헌터들은 후방에서 지원을! 사제들을 제외한 A급 헌터들은 모두 앞으로!”

제시카의 명령에 B급 헌터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명령을 내린 제시카 역시 은빛으로 빛나는 넓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아이기스.”

그녀가 성물, 아이기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은빛 방패 중앙에 뱀의 머리로 보이는 문양이 드러나며 빛을 뿜어댔다.

감염체들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석화의 시선!”

-화아아!

은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감염체들의 몸이 점점 둔해지고 굳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제시카의 말에 정면에 선 정예 헌터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풍요의 축복.”

동시에 풍요의 신관 이리스가 헌터들을 보호하고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버프를 걸어주었다.

“완전히 차단한 순 없지만, 저 검은 안개도 조금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리스.”

이리스에게 감사를 전한 제시카가 아이기스로 정면을 막으며 대답했다.

4미터가 넘는 크기의 감염체 하나가 마치 대검처럼 변한 두 손을 치켜들고 제시카를 내려찍었다.

-까강!

엄청난 체급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제시카는 조금도 밀려나지 않은 채 대검을 막아 내었다.

그리고.

-퍼서석!

아이기스에 닿은 감염체의 팔, 대검이 돌처럼 굳어가며 부서져 내렸다.

받은 충격을 석화의 저주와 함께 반사시키는 아이기스의 능력이었다.

아홉 명의 S급 헌터들을 주축으로 한 화력에 감염체들이 점점 신전 쪽으로 밀려났다.

그때.

-캬아아아! 아-레스!

고막을 흔드는 괴성과 함께 6미터 크기의 흉측한 감염체가 신전에서 튀어나왔다.

“……모건!”

제시카가 그 감염체를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모건, 어보미네이션 구울은 쇼 아이즈로 확인했을 때 보다 더욱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갈비뼈로 보이는 것들이 가슴에서 튀어나와 마치 칼처럼 움직이고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을 딱딱거리는 입은 어깨 부근까지 찢어져 침을 흘리고 있었다.

머리에는 각각 크기가 다른 네 개의 눈이 여러 방향을 바라보며 뒤룩거리고 있었다.

-아-레스! 개-새끼가!

어보미네이션 구울은 마치 철퇴처럼 비대하게 커지고 가시가 솟아난 오른손을 땅에 찍으며 외쳤다.

“……S급 몬스터야.”

메리가 모건이었던 감염체를 바라보며 위험성을 평가했다.

모건이 처음 변이되었을 때는 아레스의 가호를 잃어 A급으로 하락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저주가 담긴 마기를 흡수하면서 더욱 진화했다.

마치 ‘마수’들처럼…….

-약-자 노옴-드을!

어보미네이션 구울이 약자멸시를 발동하자.

-우드득! 우드득!

살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모건의 덩치가 더욱 커지며 강해졌다.

동시에.

-크윽!

-으윽!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던 헌터들이 잠시 비틀거렸다.

저주로 변이된 약자멸시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하락하는 디버프에 걸린 것이었다.

모건보다 레벨이 낮은 S급 헌터들도 예외는 없었다.

“이 괴물 새끼가!”

루이스가 묠니르를 치켜들며 어보미네이션 구울에게 돌진했다.

“벼락이여!”

-콰콰콰쾅!

뇌전의 힘을 한가득 응축한 해머가 어보미네이션 구울을 강타했다.

그러나.

-캬캬캬- 약-한 놈!

마치 방패처럼 변이된 왼손으로 묠니르를 가볍게 막아낸 어보미네이션 구울이 루이스를 비웃었다.

동시에.

-콰아앙!

철퇴처럼 변이된 오른손을 휘둘러 루이스를 쳐냈다.

“으흡!”

루이스는 묠니르를 치켜 올려 막아내긴 했지만, 지면을 길게 파헤치며 뒤로 밀려났다.

“150레벨 이하의 헌터들은 절대로 맞서지 마세요!”

제시카가 앞으로 나서며 명령했다.

“젠장! 레벨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

루이스는 짜증과 분노를 담아내면서도 뒤로 물러났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제시카의 말이 맞았으니까.

제시카가 아이기스를 치켜들고 모건과 맞서려는 때.

“이 괴물은 제가 맡지요.”

태양의 신관, 라진이 제시카의 어깨를 잡으며 다가왔다.

“총 사령관인 당신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양의 신관님.”

라진의 말에 제시카가 뒤로 빠지며 다른 헌터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화르르륵!

라진이 전신에서 뜨거운 화염을 내뿜으며 어보미네이션 구울을 막아섰다.

-야-악 자-아!

어보미네이션 구울이 라진에게 약자멸시를 발동하자.

“미안하지만, 그건 통하지 않을 거다.”

라진이 태양처럼 금빛으로 타오르는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이윽고 약자멸시가 라진에게 닿자.

[레벨 : 177]

-키에엑! 아-레스 개-!

어보미네이션 구울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라진이 하늘 위로 손을 들어 스킬을 발동했다.

“솔라-.”

-후우웅!

불길한 먹구름과 검은 안개로만 가득했던 하늘이 열리고 태양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자.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태양의 신관이 발휘하는 스킬이 무엇인지 파악한 제시카가 헌터들을 지휘했다.

그리고.

“익스터미나투스!”

하늘을 가리키던 라진의 손이 아래로 떨어지자.

-……슈우우!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황금빛의 광선들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콰!

태양의 뜨거움이 담긴 빛과 화염의 포격.

그 힘이 어보미네이션 구울에게 집중되었다.

-아-래스!! 개!! 새!

어보미네이션 구울은 한때 자신이 모시던 신을 모독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네가 죽을 때까지 이 태양 포격은 멈추지 않는다.”

라진은 한때 자신과 같은 신관이었던 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타락한 신관이 안타까웠지만, 다른 헌터들을 위해서라도 그를 빠르게 죽일 필요가 있었다.

태양의 신관인 자신이 직접 이곳에 온 이상.

공격대의 헌터들 중 그 누구라도 죽는 상황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솔라 버스트.”

라진이 양손을 합장하고 추가 스킬을 발동했다.

-위이잉!

그가 양손을 살짝 떼자 빛과 화염이 일렁이는 작은 구슬들이 만들어졌다.

“잘 가게.”

작은 구슬들이 어보미네이션 구울을 향해 날아갔고.

-삐-

시야를 가리는 밝은 빛이 퍼짐과 동시에 귀를 울리는 이명이 울렸다.

***

헌터들이 신전에 도착하고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사망자는 없군요. 다행입니다.”

제시카가 헌터들을 바라보며 안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헌터들을 챙기고 있을 때.

“신전에 퍼진 어둠의 절반은 제가 빨아들였어요.”

죽음의 신관, 아일라가 성물인 앙크를 쓰다듬으며 제시카에게 다가왔다.

“이 이상은 소화하기가 힘들더군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아일라, 정말 감사합니다.”

제시카가 지친 듯 보이는 아일라에게 감사를 표했다.

죽음의 신관, 아일라의 힘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녀와 함께 온 풍요의 신관과 태양의 신관 역시 엄청난 전력이었다.

그들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신전에 퍼진 어둠의 절반을 처리해주었기 때문에 신전 정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저기…… 제시카.”

메리가 굳은 표정으로 제시카에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찾았나요?”

“그게…….”

메리의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본 제시카가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 순간.

“올림포스 길드장!!”

루이스가 화난 듯한 표정으로 제시카에게 다가왔다.

“이게 도대체 뭐냐!”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거침없이 내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갑자기 화를 내는 루이스에게 의문이 든 제시카가 서류를 집어 확인한 순간.

“이…… 이게…… 무슨!?”

서류를 확인한 제시카의 눈이 거침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류의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설명해라. 제시카!”

루이스가 성물 묠니르를 겨누며 노성을 질렀다.

“올림포스가 마인들과 손을 잡았다는 게 사실인가!?”

그 모습에 올림포스 측 길드장들과 헌터들이 경계하는 듯 무기를 꺼내 들었다.

마찬가지로 라이트닝 워리어 측 길드원들도 루이스 곁에 서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저게 무슨 소리야?

-올림포스가 마인들과 손을 잡았다고?

헌터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루이스의 말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 중에는 올림포스 소속의 헌터들도 다수 있었다.

자신의 길드가 마인들과 손을 잡았다?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심지어 말을 꺼낸 루이스는 토르의 신관, 그가 함부로 헛소리를 내뱉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던진 서류를 보며 제시카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올림포스의 헌터들은 라이트닝 워리어 측 헌터들을 경계하면서도 혼란스러워 보였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게 무슨 짓인가?”

파랗게 염색된 머리를 올백으로 쓸어 넘긴 사나운 눈매의 남자.

“루이스!”

루이스에게 창을 겨눈 그는 올림포스 소속 오션 엠퍼러 길드의 길드장.

포세이돈의 신관 데이비스였다.

그는 낭패감 어린 표정을 가까스로 숨기고 루이스를 질책했다.

‘젠장! 멍청한 모건 새끼! 저걸 신전에다가 뿌려놓다니!’

차라리 자신이 먼저 저것을 발견했으면 길드를 위해서도, 자신의 위해서도 저걸 숨겼을 것이다.

외부인이 발견한다고 해도 몰래 처리하거나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등 방법은 많았다.

그러나.

‘하필이면 저 새끼가!’

루이스는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협상이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인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제시카에게까지 이 일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데이비스가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머리를 세차게 굴리고 있을 때.

“이게…… 어디에 있었습니까?”

제시카가 서류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루이스에게 물었다.

“교단의 사제와 함께 신전을 정화하다가 발견했다.”

“신전 안쪽에…… 있었다고요?”

“그래! 올림포스 총 길드장이라는 네가 이 사실을 몰랐다고!?”

“……몰랐습니다.”

제시카가 참혹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하자, 루이스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루이스는 패시브 스킬 ‘투사의 감각’을 주변의 적의를 파악하는 데 주로 사용하지만.

그것으로 마주하는 상대의 감정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을 잘 절제하는 이의 감정은 쉽게 읽을 수 없지만…….

지금 제사카가 서류를 보며 느끼는 감정에서 당혹감과 비참함, 그리고 배신감이 전해졌다.

올림포스 총 길드장인 그녀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저기…… 제시카.”

메리가 조심스럽게 제시카를 부르자 그녀가 눈을 돌려 메리를 바라봤다.

“하……하나가 아니야.”

제시카는 메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듣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태양의 신관, 라진 역시 표정을 굳히며 제시카에게 다가왔다.

“이 신전에 마기가 퍼진 것이 단순 사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가 오른손에 들린 서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라진은 태양의 힘으로 신전 내부를 정화하던 중 이 서류를 발견한 것이었다.

“하…….”

제시카는 현기증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싶은 기분을 가까스로 거스르며 버티고 있었다.

“모건…….”

그녀가 눈을 돌려 새까맣게 타 버린 거대한 괴물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너무나도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미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를 향해 중얼거려 봐야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때.

“아일라 사령술을 쓰는 것을 허가하마.”

라진이 아일라를 향해 눈짓하며 말하고는 다시 제시카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요. 말리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제시카는 라진이 아일라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 알았지만, 말릴 생각은 없었다.

“죽음의 신관이 영혼과의 대화를 청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숯덩이가 되어버린 시체에 다가간 아일라가 앙크를 쥐고 중얼거리자.

-스스스스.

모건의 형체를 한 반투명한 영혼이 나타났다.

그러나.

-아, 아레스! 아레스 개새끼! 가-가앙-신을……! 사- 살려…….

그는 마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신성모독을 내뱉고는…….

-샤아아…….

곧장 사라졌다.

“영혼이 마기에 오염되어서 제대로 불러낼 수가 없어요…….”

아일라가 라진을 향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모건의 영혼이 울부짖으며 내뱉은 말에 제시카의 머리에 또 한 번 현기증이 도졌다.

전쟁신 아레스를 향한 모독.

강신.

그리고…… 살려달라는 말.

모건의 말을 듣고는 최악의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태양의 신관…….”

루이스가 굳은 목소리로 라진을 불렀다.

“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겠지요?”

라진은 루이스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듣고는 자신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신 성좌께서는…….”

배신한 것 같다.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한 라진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흐렸다.

그러자.

“무슨 개수작들이야!”

-쾅!

오션 엠퍼러 길드장 데이비드가 바닥에 창을 거세게 찍으며 소리쳤다.

“올림포스를 모욕하는 짓거리를 하면! 가만두-.”

“조용.”

제시카가 손을 들어 굳은 목소리로 데이비드의 말을 잘랐다.

“후-.”

심호흡을 하듯 크게 한숨을 내쉰 그녀의 눈빛은 이제 흔들림이 없었다.

“이 일은 올림포스 총 길드장인 제 잘못이 큽니다. 그리고.”

제시카의 시선이 라진과 루이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헌터들의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파라오와 교단, 그리고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에 이 일에 대한 합동 조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녀의 말에 현장이 있는 헌터들이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특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데이비드가 제시카를 향해 소리쳤다.

“모건 그 멍청이가 저지른 짓이 올림포스 전체의 잘못은 아니-.”

“닥치세요! 데이비드!”

결국, 참다못한 제시카의 분노가 폭발했다.

“올림포스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총 길드장이라는 내가! 내가 모르는!”

참혹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지르는 제시카의 분노에 데이비드가 맞서지 못하고 물러났다.

제시카의 분노로 일순간 침묵이 내려앉았을 때.

“파라오는 올림포스 총 길드장님의 요청을 수락하지요.”

라진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제시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서류를 처음 봤을 때, 제시카를 의심했었다.

서류로만 판단해 봤을 때, 고작 길드 하나의 규모로는 저지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류를 직접 본 제시카의 반응과 태도를 보자.

그녀는 이 일과 정말로 관련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장, 루이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상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라이트닝 워리어 역시 합동 조사에 참여하겠습니다.”

루이스가 차분해진 목소리로 제시카의 요청을 승낙했다.

“교단에 제시카 님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성역의 사제 중 한 명이 제시카의 의견에 답변했다.

아무리 고위 사제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일을 함부로 결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성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시카가 각 길드의 대표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저는 이번 일에 고개를 돌리지도, 도망치지도 않겠습니다.”

의지를 다진 듯한 제시카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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