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00화 (100/726)

#100화

처용이 던전에서 뱀파이어들을 구출한 지 이틀이 지나고.

“너무 큰 요행을 바란 건가……?”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처용이 청룡의 비늘을 쥐며 중얼거렸다.

그가 있는 장소는 강원도에 있는 전철역 중 하나인 가평역.

처용은 청룡의 신관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전철을 주목했고.

자택인 강원도 근처의 지하철들을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협회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각지에 출동한 헌터들이 청룡의 신관을 수색하고 있었다.

각 지방에는 헌터 협회 정기 감사를 위한 사전 점검이라는 명분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실제로 정기 감사가 진행되는 시즌이기에 위화감은 없었다.

‘분명 뭔가 행동을 할 텐데…….’

처용은 올림포스 길드와 청룡을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특히, 올림포스 길드 중 청룡을 노리는 오션 엠퍼러 길드와.

‘달의 사냥꾼이 너무 조용하다…….’

올림포스 길드 중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인 달의 사냥꾼 길드.

그들이 조용한 게 너무나도 거슬렸다.

처용은 이전, 태민에게서 백호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들었었다.

태민에게 달의 사냥꾼 길드를 경고하면서 백호를 통해 그들도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달의 사냥꾼 한국지부는 고분고분하게 백호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알아본 바로는 태양 마차 길드에서 백호가 전달했던 커맨더의 협박(?) 때문인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폐쇄적인 성향인 달의 사냥꾼 길드가 고분고분한 것이 좀 수상했다.

잠입과 뒤처리 즉, 암살자의 성향이 강한 길드가 절대 그냥 협조적일 리가 없으니까.

“……일단 돌아가자.”

수색에 성과를 거두지 못한 처용은 게이트를 열고 태룡전으로 돌아갔다.

처용이 태룡전으로 향하자.

“오셨어요. 용님.”

거대한 두 개미 앞에 서 있는 아타가 처용을 반겼다.

“새로 태어난 애들은 어때?”

“강해요.”

아타가 처용의 물음에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앞에 있는 두 개미는 오늘 아침에 새로 태어난 A급 개미였다.

[윈드 앤트리스 제너럴]

[아쿠아 앤트리스 제너럴]

각각 풍운부의 힘을 받은 녀석은 ‘태풍이’, 수류부의 힘을 받은 녀석은 ‘물결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두 개미는 다른 형제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특히 이 녀석은 다른 아이들보다도 더 강하게 태어났어요.”

아타가 두 거대 개미 중 푸른 빛이 일렁이는 개미, ‘물결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타의 말에 처용 역시 물결이를 평가하듯 바라보았다.

[아쿠아 앤트리스 제너럴]

[등급 : A급]

[특징 : 앤트리스 퀸이 공들여 만든 최정예 개미.]

[수류부의 힘을 받아 태어났습니다.]

[수류부를 활용한 일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계승된 힘을 일부 적용받습니다.]

-수 속성 강화.

[스킬 : 워터 니들 레인, 워터젯 블레이드, 액체화…….]

처용은 최근 카투라의 힘을 계승 받아 수 속성의 능력이 강해졌다.

카투라의 분신이 보여준 고속으로 회전하는 물줄기 칼날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

그 강화된 수류부의 힘을 받아 태어난 물결이 역시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처용이 물결이의 전투력을 가늠해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포세이돈의 신관은 바다의 신을 모시는 만큼 수 속성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 데 물결이 정도의 전력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과 미래의 지식을 종합해서 일어날 법한 일을 예측해 볼 때.

포세이돈이 청룡을 찾은 순간, 휘하 세력을 이끌고 정면 승부를 걸어올 수도 있었다.

해전무신이 청룡의 성역을 지킨다고는 하지만.

그 혼자서는 포세이돈 휘하의 대군을 막기 힘들 것이다.

회귀 전, 그가 청룡과 함께 소멸했기에 처용이 그를 만나지 못한 것일 테니까.

처용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오셨습니까. 용님.”

얼마 전 합류한 뱀파이어, 세피아 자작이 처용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협회에는 류마가 가 있는 건가?”

“네, 일족들에게 이곳에서의 일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뱀파이어들은 류마와 세피아의 지휘를 받으며 두 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었다.

현재는 협회를 도와 청룡의 신관을 수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 발견하지는 못한 건가?”

처용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죄송합니다. 용님.”

“너희에게 잘못은 없지, 나도 못 찾고 있는데…….”

답답함을 몰아내듯 짧은 한숨을 쉬어 낸 처용이 먼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청룡의 신관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포세이돈이 곧 청룡을 찾아내고 공격할 것이다.

“모두…… 나름대로 준비 단단히 해야 한다.”

처용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며 일행들에게 경고했다.

“어쩌면, 대신의 세력과 전면전을 치러야 할 수도 있으니까.”

먼 곳을 응시한 처용의 눈동자에는 욕망과 광기에 빠진 바다의 신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인가?”

처용은 머릿속에 바다의 신을 지우고 아레스의 신전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마기에 잠식된 신전과 아레스의 신관, 어보미네이션 구울이 되어버린 모건을 생각했다.

처용이 말한 내일은 올림포스가 아레스의 신전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

다음 날.

독일 베를린에 있는 아레스의 신전과 조금 떨어진 장소.

그곳에 올림포스의 헌터들과 그들의 지원 요청을 수락한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도움 요청을 수락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죽음의 신관님.”

제시카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붉은 자칼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검은 로브.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웨이브 머리에 검은 눈동자.

어려 보이는 듯 앳된 이목구비의 여성.

그녀는 죽음의 신관, ‘아일라’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제시카.”

죽음의 신관, 아일라가 작고 차분한 목소리로 제시카의 인사를 답해주었다.

그리고.

“설마 두 분까지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시카는 아일라를 마주하다가 그녀 뒤에 선 두 명을 놀란 듯 바라보았다.

“막내 녀석을 혼자 보내기가 불안해서 말이에요.”

갈색빛의 곡식과 나무 문양이 그려진 녹색 로브.

긴 갈색 머리에 녹색 눈동자를 한 여성이 대답했다.

그녀는 풍요의 신관. ‘이리스’였다.

이리스의 말이 끝나자, 그녀 옆에 있던 로브를 입은 남성이 입을 열었다.

“큰오빠로서 아일라를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붉은빛과 금빛으로 빛나는 태양 문양이 그려진 하얀 로브.

“길드장으로서도 말이죠.”

그가 머리에 씌워진 로브를 벗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백금색의 곱슬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미남자.

그는 파라오 길드의 길드장이자 태양신 라의 신관.

태양의 신관 ‘라진’이었다.

“올림포스는 파라오의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시카가 세 명의 신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특히, 태양의 신관 라진.

그는 커맨더와 비등할 정도의 무력을 가진 S급 헌터였다.

그가 죽음의 신관과 함께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엄청난 도움이었다.

여러 유용한 버프와 회복 스킬을 자랑하는 풍요의 신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교단과 아스가르드 역시 도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선을 돌려 제시카가 바라본 곳에는 교단에서 파견한 여덟 명의 A급 헌터.

유니크 클래스이자 고위 사제인 성역의 사제들과 성수의 기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바로 앞마당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구경만 할 수는 없지요.”

짧은 스포츠 컷의 금발 머리를 한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제시카에게 대답했다.

옆구리에 번개 문양이 새겨진 한 손 망치가 채워진 헌터.

그는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의 길드장이자 토르의 신관, 루이스였다.

“모두 모였군요.”

이번 작전을 지휘할 제시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시카와 메리를 포함한 올림포스 길드장 다섯.

파라오 길드장 셋.

그리고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장까지.

무려 아홉 명의 S급 헌터가 포함된 백여 명의 정예들.

심지어 S급 헌터들을 제외한 이들도 전원 A급에서 99레벨 B급 헌터들이었다.

“여러분 모두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시카가 헌터들을 바라보며 연설하듯 말했다.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마십시오.”

“괴물이 된 놈들의 수는 백 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극도로 경계하고 주의하는 모습을 보인 제시카가 답답했는지 루이스가 말했다.

양 측이 비슷한 숫자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질적으로 수준이 다른 이들이었으니까.

“여기 있는 S급 헌터들만 나서도 충분할 듯 보입니다만?”

루이스가 옆구리에 끼워진 해머, 자신의 성물을 만지작대며 자신감을 드러내자.

“……현장에 가보시면 아실 겁니다.”

메리를 통해 신전의 상황을 미리 파악한 제시카가 경고하듯 대답했다.

“그럼 출발합니다.”

제시카의 선언과 동시에 백 명의 정예 헌터들이 신전으로 전진했다.

신전을 향해 점점 나아가자 검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사제님들께선 검은 안개를 최우선으로 막아주십시오.”

제시카의 말에 사제들이 신성 마법을 사용하며 헌터들을 보호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뭐가…… 좀 많은데?”

토르의 신관, 루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루이스는 ‘투사의 감각’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스킬의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주변에 적의를 품은 적들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그의 감각에 걸린 숫자가 무려 이백이 훌쩍 넘어갔다.

미리 파악했었던 감염된 헌터들을 상회하는 숫자.

그리고.

-크르르!

-캬하학!

루이스의 감각에 걸린 괴물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신전의 헌터들만 감염된 게 아니었군요.”

“제가 각 길드의 정예들만 모집한 이유가 저것 때문입니다.”

태양의 신관 라진이 인상을 구기며 한 말에 제시카가 대답했다.

헌터들을 가로막은 것은 저주에 감염된 야생 동물들이었다.

거기에.

-제발…… 날, 죽여…… 줘.

좀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흉측하게 변이된 사람들.

호기심에 근처에서 기웃거리다가 감염된 일반 시민들에 이어.

제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호기롭게 신전을 향하다가 감염된 다른 헌터들도 있었다.

“새로운 던전이 나타났다면서 이곳으로 향하던 머저리들이군.”

루이스가 코웃음을 치며 옆구리에 끼워져 있던 해머.

성물 묠니르를 꺼내 들었다.

각각 전투를 준비할 때.

“사제들이 만든 빛의 방벽 밖으로는 절대로 나가선 안 됩니다!”

제시카가 헌터들에게 경고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까지 감염되면 모든 게 끝장입니다.”

“……주의하지.”

좀 전과는 다르게 긴장감을 끌어올린 루이스가 대답하며 괴물들을 향해 돌진했다.

“벼락이여!”

루이스가 토르의 성물, 묠니르에 전격을 가득 담아 내리치자.

-콰콰콰르릉!

다수의 벼락이 빗발치며 전방의 감염체들을 쓸어 버렸다.

다른 정예 헌터들도 진형을 갖춰 전투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순위에 꼽히는 아홉 명의 S급 헌터가 포함된 정예들.

아무리 감염체들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해도 이들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그때.

“으윽!”

99레벨 헌터 하나가 감염체의 공격으로 팔에 상처를 입은 채 물러났다.

그러자.

“으…… 크아아!”

마치 무언가가 팔을 타고 침투하듯 혈관이 검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부상을 당한 헌터가 고통스러운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순간.

죽음의 사제, 아일라가 로브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위가 둥글게 휘어진 십자 모양의 검은 열쇠.

아누비스의 성물 ‘앙크’였다.

“어둠을 삼켜라.”

아일라가 다친 헌터를 향해 앙크를 겨누자.

-스르르륵.

주저앉은 헌터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빠져나와 앙크에 흡수되었다.

“후, 다행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어둠이었네요.”

아일라가 안도한 듯 손으로 앙크를 쓸며 말했다.

그녀는 헌터를 감염시키려는 강력한 저주의 마기를 뽑아내고 성물로 빨아들인 것이었다.

“역시…… 당신을 부르길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시카가 아일라의 말에 감사를 전하며 대답했다.

아일라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신관.

그녀는 어둠 속성 마나를 지배하는 능력이 있었다.

과거 던전에서 전멸당할 뻔한 헌터들을 위기에서 구해낸 능력.

제시카의 예상대로 그녀는 이곳에 퍼진 저주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마기 역시 어둠 속성 마나의 일종.

그녀의 힘은 신전을 정리하고 정화 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진형을 유지하고 헌터들이 꾸준히 나아가자.

눈에 보일 정도로 무시무시한 어둠을 뿜어대는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착했군요.”

제시카가 진지한 눈빛으로 신전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 안에는…….

끔찍하게 변한 길드의 헌터들과 모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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