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94화 (94/726)

#094화

처용이 보고 있는 기록과 서류들.

[독도 점검 일지.]

[특이사항 기록 일지.]

그것은 정부와 협회가 번갈아 가며 독도를 점검하고 관찰한 내용이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는 독도를 점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던전의 발생이었다.

미국의 한 무인도에 나타났었던 A급 던전.

무인도에 생성되었기에 아무도 게이트를 보지 못했었고.

결국, 그 던전이 폭주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무인도 근처 해변까지 밀려온 몬스터들로 인해 많은 피해가 일어났다.

이러한 몇몇 사례로 인해 한국은 독도를 포함한 여러 섬들을 다른 길드들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었다.

서해 지방처럼 섬이 많은 지역의 경우는 그 지역에 익숙한 현지인들과 중소 길드에 도움을 받았다.

다만.

“이것들 봐라?”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던 처용의 인상이 점점 일그러졌다.

정부와 협회가 번갈아 가며 독도의 상황을 기록한 서류.

그리 큰 섬은 아니기에 헌터들이 꼼꼼하게 둘러본다고 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둘러볼 정도였다.

하지만.

‘유독 최근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처용이 보고 있는 서류는 협회의 기록이 아닌 정부가 점검한 기록이었다.

지금은 던전이 나타난 지 10년이 되어가는 시기.

독도의 점검 기록은 거의 10년 전 기록부터 비슷하게 적혀 내려오고 있었다.

독도에서는 던전이 발생한 적이 없었고 딱히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독도를 찾아와 점검한 기록이 너무나도 많았다.

협회에서 온 것에 비해 정부의 방문 횟수도 많은 편.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과장님.”

처용은 다시 태민에게 연락했다.

지금 보고 있는 기록들과 의심이 드는 생각을 태민에게 전하자.

-……뭔가 좀 이상하네요? 제가 직접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혹시 지금 사무실인가요?”

-네, 전 여기 그대로 있습니다.

“게이트를 열어 줄 테니 그대로 넘어오세요.”

-네? 그게 되나요?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넘어오시면 됩니다.”

처용이 태민의 사무실과 쉘터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만들자.

-우웅.

“하, 하하하. 신기하네요?”

태민이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제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경험해 볼 줄은…….”

미국 협회에서 게이트를 연구 중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경험해 볼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아니, 처용의 능력은 원하는 곳에 게이트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은 아직 완성조차 안 된 텔레포트 게이트보다 상위의 능력으로 보였다.

“음? 그 잉어는 뭔가요?”

태민은 처용 옆에서 헤엄치고 있는 잉어, 니모를 보며 물었다.

니모는 독도에 도착하고 나서는 루나의 환영 마법이 풀린 상태였다.

“난 잉어가 아니야!”

태민의 말에 발끈한 니모가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대답했다.

“어, 어어…….”

허공을 떠다니는 물고기가 말까지 하자 태민의 입이 버벅거렸다.

“청룡을 찾으려고 고생물 던전에서 신수 하나를 데려왔다고 했었죠?”

“아, 그럼?”

처용의 말에 태민이 기억난다는 듯 대답했다.

“네, 이 녀석입니다. 그보다도…….”

태민에게 니모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 준 처용은 본론을 이야기했다.

“이걸 한번 확인해 주시겠어요?”

처용이 모니터와 서류를 번갈아 보며 말하자 태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기를 조작했다.

태민이 능숙하게 자판을 조작하자 모니터에 더 많은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 뒤.

“……확실히 이상하네요.”

모니터를 응시한 태민이 의문을 담아 말했다.

“원래 독도는 한 달에 두 번씩만 점검하러 오는 곳입니다.”

독도는 협회와 정부가 번갈아 가며 각각 한 달에 두 번씩 점검을 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번 달에만 다섯 번을 왔다 갔습니다. 체류한 시간도 평소보다 길고요.”

태민이 보는 화면의 보고서 내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최근 게이트 발생 건이 많아 점검 횟수를 늘림.

“개소리네요.”

처용은 기록된 내용을 보고는 반쯤 확신한 채 말했다.

이유는 그럴듯하지만, 다른 장소들을 제쳐두고 유독 독도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청룡이 확실하게 있는 이 장소를…….

“저희한테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상합니다. 그리고…….”

태민은 기록을 보고 한국 정부에 관한 기억을 떠올렸다.

“올림포스 측에서 저희 측 정부와 거래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올림포스 측 사람들이 은밀하게 한국 정부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굳이 이 기록을 삭제하지 않은 건, 저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숨기려면 삭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기록을 무단으로 지우는 순간 협회 메인컴퓨터에 바로 신호가 옵니다.”

“……그렇군요?”

태민의 말을 들은 처용이 생각에 잠겼다.

“정부가 협회 몰래 이곳을 수색할 필요가 있었다라……?”

수상한 느낌이 풀풀 났다.

정황상 올림포스가 한국 정부에 무언가를 비밀리에 의뢰한 것 같았다.

“니모.”

처용이 니모를 부르자.

“여기 있는 건 맞는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어요…….”

니모는 처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챘지만.

그가 원하는 대답을 줄 수 없었다.

“쯧, 일단 둘러 보는 수밖에 없나.”

혀를 찬 처용이 태민을 바라봤다.

“과장님은 협회로 돌아-.”

“아닙니다. 저도 같이 가죠.”

태민은 협회로 돌아가지 않고 처용을 따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끝내 둔 참이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협회장님께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안경을 들어 올리며 눈을 빛낸 태민이 말을 이었다.

“탐정이 현장을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거든요.”

“흠, 뭐 알겠습니다.”

처용의 승낙에 태민이 미소를 지었다.

태민은 처용을 돕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번에 그를 따라가면 분명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는 처용이었으니까.

이번에는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쉘터 밖으로 나간 처용은 우선 섬 전체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 하늘로 뛰어올랐다.

루나와 니모 역시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어…….”

하늘을 날 방법(?)이 없는 태민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아? 도와드리지요.”

처용은 태민을 위해 대지의 손 하나를 만들어 태민을 태우고 허공으로 띄웠다.

“정말로 날 수 있으셨군요.”

태민은 하늘을 자유롭게 다니는 처용을 놀랍다는 듯 바라보았다.

‘플라이’라는 하늘을 부유할 수 있는 보조 계열 마법이 있긴 했지만.

그저 허공을 떠오르는 마법일 뿐, 지금 처용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처용은 놀라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태민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고는 허공에서 독도를 바라봤다.

“겉으로 봐서는 딱히 이상한 게 없는데…… 느껴지는 기운도 모르겠고.”

처용이 인상을 쓰며 고민할 때.

“음…….”

루나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희미하게.”

“……그래, 역시 널 데려오길 잘했어.”

처용이 루나를 데려가려 했던 것은 단순 니모를 감추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왕족으로서 지닌 특유의 감각.

그런 특별한 감각을 지닌 그녀라면 무언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흠, 뭐 고마우면 그 치킨이라는 거 좀 더 많이 주든가.”

처용은 루나와 아타에게 치킨을 하루에 한 박스 씩 주고 있었다.

“치킨이 대수냐? 청룡을 찾으면 만찬을 대접하마.”

“좋아.”

“…….”

대지의 손 위에 있는 태민은 처용이 치킨으로 뱀파이어를 다루는 모습을 황당하게 보고 있었다.

“이쪽이야.”

루나가 앞장서 이동하자 다른 이들이 뒤따랐다.

이윽고.

“여기에…… 무언가가 있어.”

루나가 멈춰 서며 자신이 있는 곳 아래를 가리켰다.

“바다 아래에요?”

태민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황당한 듯 말했다.

독도는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두 개의 큰 섬과 자잘한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루나가 가리킨 곳은 동도와 서도 사이, 바람과 파도가 지나가며 격류를 만들고 있는 장소였다.

“섬을 샅샅이 뒤졌어도 차마 바다 밑까지는 뒤지지 못했겠죠.”

처용이 수면 위를 바라보며 생각하듯 말했다.

“하지만, 저 아래를 어떻게 갑니까?”

태민이 대지의 손 위에서 바다 아래를 아찔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독도는 바다 환경이 거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섬과 섬 사이에는 파도가 해류를 만들어 내 더욱 거친 상황.

아무리 신체 능력이 우월한 헌터라 해도 파도가 회오리치는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러나.

“수류부-풍운부.”

처용이 수류부와 풍운부를 두 장씩 쥐고 앞으로 던졌다.

“해풍결계(海風結戒).”

-쏴아아-

처용이 던진 자연부가 바람과 물을 만들어 내며 회전하더니 점점 영역을 넓혔다.

원판처럼 회전하던 물과 바람이 해수면에 닿자.

-촤아아아!

처용이 만들어 낸 해풍결계가 일정 영역만큼 바닷물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있던 바닷물이 모두 외부로 밀려나고 바닥이 드러났다.

“그럼 가시죠.”

“…….”

태민은 자연을 거스르는 듯한…….

아니, 마치 자연을 지배하는 듯한 처용을 보고 멍해 있었다.

다른 S급 헌터라면 방금과 같은 이적(異蹟)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눈앞에 있는 처용을 제외하고는…….

-탁.

모두가 땅에 내려오자.

“나도 뭔가 느껴지네.”

처용이 바닷물이 빠지고 드러난 곳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바다 자체가 무언가를 감추는 장막이었던 거였나?”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를 이용해 여기 있는 무언가를 감춘 듯 보였다.

그리고.

“여기네.”

“이곳이야.”

“여기에요.”

처용과 루나, 니모가 동시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돌 같은데요?”

유일하게 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한, 평범한 헌터(?)인 태민이 의문을 품었다.

처용과 루나 니모가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1미터 정도 크기의 평범한 돌이었다.

모양이 특이하거나 희귀한 광석도 아닌 그저 흔하게 보일 법한 돌.

하지만.

“입구인가?”

처용은 돌에 가까이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돌에서 느껴지는 기운.

원래는 대웅전에 있는 세 명의 신상 앞에 있었지만, 처용이 열쇠를 이용해 산신각으로 바꾼 장소.

성역 태룡전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처용의 감으로는 이곳이 청룡이 있는 곳의 입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지?”

문제는 입구를 찾았다 해도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흠.”

처용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돌에 손을 얹은 순간.

[청룡의 안식처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일어났다.

더 정확히는 처용이 가진 태룡전의 열쇠가 반응했다.

처용이 금빛 용이 휘감긴 열쇠를 꺼내자.

-웅웅웅.

마치 서로 공명하듯 바위와 열쇠가 옅게 진동했다.

그리고.

-스스스.

바위 위에 푸른색의 룬 문양이 점점 선명해지며 나타났다.

“여기에 꽂으라는 건가?”

처용이 눈앞의 룬 문양이 나타난 바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위에 나타난 룬 문양의 중앙에는 마치 열쇠 구멍처럼 보이는 긴 홈이 있었다.

처용은 열쇠를 끼우기 전,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 앞은 위험할 수도 있어.”

마지막으로 경고하는 눈빛을 담아 태민을 응시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특히, 다른 이들은 몰라도 비전투 클래스인 그는 위험할 수도 있었다.

“각오는 되었습니다.”

침을 한번 삼킨 태민은 각오한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 앞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놀라운 일이 펼쳐질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처용은 태민의 각오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입한다.”

처용이 바위에 있는 홈에 태룡전의 열쇠를 꽂았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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