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88화 (88/726)

#088화

“웃기지 마!”

궁지에 몰린 이가 발악하듯 모건이 쌍칼을 움켜쥐었다.

“투신의 환희! 바람의 축복! 거인의 힘!”

그의 클래스 ‘골리앗’이 가진 모든 자가버프 스킬을 발동하고 처용에게 돌진했다.

처용은 모건을 향해 한 가지의 권능을 더 발동했다.

“압제.”

처용이 권능을 발동한 순간.

-푸슈우우-

모건을 감싸며 스텟을 높여 주었던 버프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으어억?”

안 그래도 약자멸시가 사라지고 강림 실패로 인해 레벨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여기에 처용의 권능까지 더해지자 약해진 스텟이 더 하락해 버렸다.

갑작스레 힘이 확 빠진 탓인지 모건이 돌진하다 말고 비틀거렸다.

“이……이게.”

처용은 당황하는 모건을 향해 즐겁다는 듯 비웃음을 지었다.

[징벌의 압제]

[징벌자가 적으로 인식한 대상의 능력치를 낮춥니다.]

[대상에게 걸려 있는 모든 버프 스킬을 해제합니다.]

[대상과의 격차가 클수록 압제의 능력이 약해집니다.]

-모든 스텟을 최대 20%까지 감소.

-일정 경지 이하의 버프 스킬 무효화.

징벌의 압제는 원래 수호신의 가호였던 권능이 변한 것이었다.

수호신의 가호가 아군을 지키는 강력한 버프 계열 권능이었다면.

징벌의 압제는 상대를 약하게 만드는 디버프 계열 권능이었다.

“모건.”

처용이 모건의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갔다.

“‘약자’가 된 기분이 어때?”

“이…….”

‘약자’가 되어버린 모건은 처용의 말에 모욕을 느낌과 동시에 서서히 두려움에 침식당했다.

“이, 이럴 순 없다!”

모건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처용에게 쌍칼을 내질렀다.

“검투연격!”

칼을 든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교차하고 처용을 향해 쌍칼을 휘둘렀다.

“난 약자가 아니야!”

교차 된 모건의 칼이 처용을 목부터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베어버릴 듯 휘둘러졌다.

반면에 처용은 칼이 휘둘러져 오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모건의 칼이 처용의 목 옆 어깨에 닿은 순간.

-까강!

단단한 쇳덩어리를 약하고 얇은 쇠로 두드린 듯한 묵직한 소음이 울렸다.

“약하네?”

칼에 맞았는데도 멀쩡한 모습의 처용이 입꼬리를 올리며 모건을 향해 말했다.

약자멸시의 봉인.

성좌인 아레스의 부재.

강림 사용으로 인한 레벨 하락.

여기에 최대치로 적용된 압제까지.

본래 기초 스텟이 높지 않은 모건은 여러 악재까지 더해져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약해진 지금 그의 스텟만 따지면 A급이라고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의 공격 스킬도 금강불괴만 사용하여 막을 정도.

“아니야…….”

모건은 현실을 부정하듯 중얼거렸다.

“난, 나는! ‘약자’가 아니야!”

고함을 내지른 모건이 처용의 목을 베어버리기 위해 칼을 가로로 휘둘렀다.

-탁!

처용은 자신의 목을 향해 내질러오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챘다.

“아니, 넌 이제 약자다.”

모건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한 처용은 화염의 절을 잠시 아공간에 넣고 주먹을 쥐어 들었다.

“너는 이제 네가 그토록 혐오하고 깔보던 ‘약자’다.”

힘껏 쥐어진 처용의 오른손 주먹이 모건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빠악!

“커헉!”

안면에 정통으로 맞은 모건이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정신이 아찔해진 모건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릴 때.

다시 한번 주먹을 굳게 쥔 처용이 모건에게 돌진했다.

“넌 비겁자고.”

자세를 조금 숙인 처용이 모건의 복부에 블로우 펀치를 꽂았다.

-파앙!

“크허헉!”

처용의 주먹에 맞은 모건의 복부가 꺾이듯 들어가며 등이 새우처럼 휘어졌다.

모건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다리가 풀린 듯 자세를 무너뜨렸다.

처용은 쓰러지려는 모건의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잡아챘다.

동시에 오른손 주먹을 쥐어 모건의 오른쪽 팔꿈치를 올려쳤다.

-우드득!

기괴한 각도로 오른쪽 팔이 꺾이자 모건은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쳤다.

“으어억!”

모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넌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이며.”

굳게 쥐어진 처용의 주먹이 이번엔 모건의 턱을 올려쳤다.

-빠악! -후두둑.

제때 입을 다물지 못한 탓인지 모건의 앞니와 어금니가 부러져 파편이 튀었다.

“개새끼를 따르는 개새끼다.”

처용의 오른쪽 다리가 살짝 접혀 뒤를 향했고.

“파쇄격.”

스킬의 힘이 담긴 처용의 로우킥이 모건의 다리로 향했다.

-빡! 우득!

로우킥에 맞은 모건의 종아리가 맞은 방향으로 기괴하게 꺾였다.

“끄아악!”

다리가 부러진 탓에 모건이 자세를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아까 뭐라 그랬더라? 손가락부터 시작하자고 했었지?”

-스르릉.

처용은 아공간에서 다시 화염의 절을 꺼내 들고 모건을 향해 휘둘렀다.

정확히는 아직도 검을 쥐고 있는 모건의 왼손 손가락을 향해.

-화르륵!

화염의 절이 휘둘러진 방향을 따라 붉은 선이 그어졌다.

-후둑.

무언가가 공중을 날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모건의 왼손 약지였다.

“큽, 끄아아악!”

절단면의 살갗이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에 왼손에 쥐고 있던 검 역시 놓쳤다.

모건이 잘려나간 왼손을 붙잡고 몸부림칠 때.

“왜 그래?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화르륵! 후둑.

다시 한번 붉은 선이 그어졌고 이번엔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잘려나갔다.

“끄아아! 나, 나한테 왜……,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

모건은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버러지 같은 약자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처용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치 제압당한 곤충의 팔다리를 떼며 즐거워하는 아이처럼 처용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동시에 화염의 절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고 모건의 손가락이 추가로 잘려나갔다.

“강자는 약자에게 어떤 짓이든 해도 상관없잖아. 안 그래?”

처용은 모건에게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그를 고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에 화풀이하는 것이었다.

회귀 전 모건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받으며 죽었던 동료들.

모건의 논리대로 ‘약자’였던 그들이 받은 고통을 ‘약자’인 모건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약자한테 인권 따위는 없잖아. 그치?”

처용은 평소 모건이 하는 말을 그에게 그대로 돌려주며 고문을 계속했다.

“억울하면! 강해야지, 그치!?”

처용이 화염의 절을 휘두르며 울분을 토해내듯 외쳤다.

모건이 했었던 말 중 처용이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회귀 전, 수호신이었던 자신이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하고 비참하게 자폭한 이유가.

어떻게 보면 악신들…… 악의 종주보다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으, 으어어…… 사, 살려…….”

모건은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바닥에 꿈틀대는 모건은 오른쪽 팔과 다리가 토막 난 듯 잘려나갔고.

왼쪽 팔과 다리 역시 반 이상 잘려나가 있었다.

“왜 고통을 받는지 알려 줄까?”

처용의 말에 모건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모든 건 아레스 때문이야.”

바닥에 꿈틀대는 모건을 향해 처용이 속삭이듯 말했다.

“살고 싶나?”

마치 한 줄기 단비처럼 느껴지는 한 마디에 모건의 눈이 뜨였다.

“사, 살려! 살려 주십시오!”

모건이 잘려나간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조아렸다.

처용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모건의 모습은 회귀 전 그가 동료들에게 저지른 모습과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그 비열했던 모건의 비참한 모습을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살려 주마.”

처용의 말에 모건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아레스 개새끼. 라고 외쳐 봐.”

처용의 말에 모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용은 신관에게 자신이 모시는 신을 모독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신을 모시는 신관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아, 아레스 개, 개새끼.”

모건은 독실하게 아레스를 모시는 신관이 아니었고 자신의 목숨이 더욱 중요한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작은데? 그냥 죽일까?”

“아레스 개새끼! 아레스는 개새끼다!”

처용이 낮게 읊조린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모건이 크게 울리도록 외쳤다.

“잘했어! 소원대로 살려 주마!”

모건은 처용의 말에 더 큰 소리로 ‘아레스 개새끼’를 외쳤다.

그리고 모건이 입을 크게 벌린 순간.

-텁!

처용이 검은 구슬 형태의 무언가를 쥐고 모건의 입에 넣고 입을 막았다.

“으읍!”

갑작스럽게 입이 막힌 모건은 입에 들어온 구슬 형태의 무언가를 삼켜 버렸다.

“방금 네가 먹은 건 내가 퍼트린 저주의 근원이야.”

처용의 말을 들은 모건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걱정은 마라, 네가 죽는 건 아니니까!”

말을 마친 처용이 왼손을 들어 암영부 세 장을 만들어냈다.

“증폭의 암영.”

처용의 왼손에서 뻗어 나간 시커먼 그림자가 모건의 눈과 코, 귀로 흘러 들어갔다.

“꺼거거-.”

모건의 눈이 뒤집혔고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처용은 원래 모건을 이 자리에서 죽이려 했었다.

하지만.

‘절대로 편하게 죽일 순 없다.’

모건을 마주하자 과거부터 품고 왔던 증오와 분노가 거세게 들끓었다.

무엇보다도 이놈을 간단하게 죽이는 것보다 더 악랄한 방법이 있었다.

그건 동시에 아레스에게 엿을 먹일 기회이기도 했다.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가 마인들과 내통했다는 증거 서류.

처용은 이것을 이용해 선천적 신격들이 가진 유대와 연합을 흔들 생각이었다.

모건은 그 신호탄으로 아주 알맞은 대상이었다.

아레스의 신관이 대악마의 힘을 받고 괴물이 되어 날뛰는 것을 모두가 본다면?

과연 다른 길드들과 신격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은 분명했다.

다른 병사가 타락한 것도 아닌 무려 신의 신관이 타락한 것이니까.

‘아레스가 보면 아주 좋아하겠군.’

추후 아레스의 상황을 상상한 처용이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슈와아아악!

이윽고 처용이 내뿜은 어둠이 모건에게 모두 흘러 들어갔다.

“크커커컥!”

모건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우득! 뿌드득! 우드득!

꺾이고 잘려나갔던 팔과 다리가 더 기괴하게 꺾이고.

마치 나무뿌리가 자라듯 새로운 팔과 다리가 자라났다.

흉측한 손톱과 발톱을 단 채로…….

“해제.”

처용은 이만 됐다 판단하고 결계를 해제해 뒤로 물러났다.

-크와아아아!

완전히 구울로 변한 모건이 저주가 담긴 어둠을 내뿜으며 괴성을 질렀다.

모건에게서 퍼져 나간 어둠이 신전을 더 빠르게 잠식시키고 있었다.

끔찍한 저주와 어둠을 뿜어대는 신전.

이제 신전은 전쟁신이 아닌 악마를 숭배하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데?”

처용이 구울로 변한 모건을 보며 말했다.

무려 신의 신관을 제물로 삼아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더욱 끔찍하고 강력한 구울이 탄생했다.

[어보미네이션 구울]

[등급 : A+급]

[특징 : 한때 성좌를 모시던 신관이 타락하여 끔찍하게 변한 모습.]

[다수의 약한 이들을 상대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스킬 : 약자멸시, 살육의 환희, 공포 흡수…….]

어보미네이션.

즉, 혐오스러운 자.

타락한 모건의 모습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아레스의 가호가 완전히 사라져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지만.

모건의 고유 스킬이었던 약자멸시가 남아있었다.

“밖의 놈들이 생각보다 애를 먹겠군.”

처용은 멀리 떨어져서 괴물로 변한 모건을 관찰했다.

지구에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났음에도 그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니었고 또 독일 주변은 많은 길드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길드들의 지부장들과 길드장들이 나선다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다 판단했다.

길드의 헌터들이 희생될 수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복수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맹세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어차피 대부분 순혈자의 병사들.

추후 악신들과의 전쟁에서 방해가 되면 되었지 도움이 되는 이들이 아니었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아레스의 세력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선천적 신격들의 세력도 약화시킨다.

처용에게 있어서는 일석이조였다.

무엇보다 유럽 쪽에는 올림포스 못지않은 거대 길드가 있었다.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아스가르드의 신 중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진 천둥의 신.

그의 병사들이 모인 길드가 독일의 북쪽 나라 노르웨이에 있었다.

처용은 이참에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도 이용할 생각이었다.

‘토르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조금 미안하긴 하네.’

천둥의 신은 다소 말이 통하지 않는 전투광이긴 하지만 강직하고 전사다운 면모를 지닌 신이었다.

회귀 전, 순혈자들이 줄줄이 배신할 때도 그는 악신들과 끝까지 맞섰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무식한 망치 녀석을 좀 더 이용해 볼까?’

막 떠오른 계획이 생각보다 괜찮았는지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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