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80화 (80/726)

#080화

워 글래디에이터 본부 입구.

그곳에서 세 마리의 데스나이트가 깽판을 치고 있을 때.

“순조롭군.”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길드 본부 내부로 들어온 처용이 밖을 바라보았다.

“잘 해주고 있네.”

현재 밖에서 무시무시한 위용을 내뿜는 데스나이트들.

그들은 전부 처용이 만들어낸 소환수였다.

[식신(式神)부]

[속성이 담긴 자연부를 다양한 형체로 변형시켜 식신을 만듭니다.]

[더 많은 자연부를 중첩 시킬수록 더 강한 식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식신의 능력치는 소환사의 스테이터스의 일부만큼 측정됩니다.]

루나의 피를 받고 새로 얻었던 자연부인 식신부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암철의 기사 – 식신]

[등급 : A]

[특징 : 암영부와 철벽부의 힘을 받아 태어난 소환수.]

[소환사 스테이터스의 일부를 받고 명령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합니다.]

[스킬 : 파쇄격, 강철 피부, 그림자 은신…….]

철벽부 두 장과 암영부 두 장으로 만든 암철의 갑주.

철벽부 두 장으로 만들어 낸 짝퉁 해머.

여기에 식신부 한 장까지.

한 마리 당 무려 일곱 장의 자연부를 사용해 만든 소환수였다.

각 개체가 진짜 데스나이트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정도였지만.

B급 이하의 헌터들은 저 짝퉁 데스나이트들을 상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심지어 태민의 농간으로 지부장이 사고를 수습하느라 자리를 비운 상황.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의 다른 A급 헌터들 역시 던전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거기에 한 마리도 아닌 세 마리였으니 길드 놈들에게는 재앙이 따로 없었다.

-막아!

-본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그래도 요새의 형태를 가진 길드 본부의 이점을 살려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내부에는 신경도 못 쓰겠지.’

처용은 그림자에 숨은 채 길드 본부 내부를 향해 나아갔다.

길은 잘 모르지만, 중요한 것들이 숨겨진 위치는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중요한 자료나 자원들을 보관하는 곳은 경비나 보안이 엄중하다.

그만큼 아티팩트나 마법으로 보안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나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

그곳이 중요한 것들이 보관된 장소였다.

거기에 하나 더, 처용의 권능 통찰의 눈도 있었다.

수상한 장소를 통찰의 눈으로 싹 살펴보는 것.

이전 협회에 숨어든 간자들이 사용하던 아티팩트를 찾았던 것과 방법은 같았다.

‘류마, 계획대로 위층을 살펴봐. 수상한 마나가 감지되면 들어가진 말고 위치만 알려.’

-알겠습니다. 용님.

처용은 같이 잠입한 류마에게 전음을 보낸 후 지하로 향했다.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지하로 조금씩 내려가자 넓은 로비에 온갖 무기들이 진열된 공간이 나타났다.

길드원들이 사용하는 무기 창고처럼 보였지만, 아티팩트가 아닌 그저 장식일 뿐이었다.

‘흠, 이건가?’

처용은 그중 황금 손잡이의 쌍검이 교차 되어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통찰의 눈으로 쌍검에서부터 벽 뒤까지 이어진 마나의 선이 보였다.

벽 뒤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는 것.

처용이 교차된 쌍검 중 오른쪽 검을 잡아 살짝 들어 올리자.

-드드득.

마치 문이 열리듯 벽이 회전하면서 비밀 공간이 드러났다.

“누가 아레스 그 미친놈 길드 아니랄까 봐.”

처용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 볼 땐 그저 평범한 계단처럼 보였지만.

“보안 시설 한번 무식하군.”

처용의 눈에는 숨겨져 있는 흉측한 함정들이 보였다.

마치 암호를 입력하는 것처럼 지정된 발판을 밟고 벽을 짚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나아가다 실수를 하게 된다면?

고속으로 회전하며 튀어나오는 칼날 톱부터 시작해 온갖 함정이 작동하게 된다.

암호를 모르는 자가 발을 들일 경우, 온몸이 조각조각 날 것이다.

하지만.

-저벅. 저벅

처용은 편안하게 산책을 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간혹 벽을 한 번 짚거나 다음 계단을 밟지 않고 한 계단 건너뛰어 밟는 등 암호를 입력해 나아갔다.

그렇게 빠르게 쭉 나아가자 넓은 공동이 드러났다.

“오?”

처용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나왔다.

드러난 공동,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의 보물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과 은 등 온갖 광물들이 쌓여 있었고 쓸만한 양산형 무구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자 더 값어치 높은 자원들을 볼 수 있었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 사체.

각종 희귀한 광물들과 양산형이 아닌 레어 등급 이상의 무구와 아티팩트들.

심지어 던전 드랍 아티팩트, 유물까지 있었다.

처용은 진열대에 걸려 있는 활 하나를 집어 들었다.

[기갈로돈 아처보우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심해의 폭군 기갈로돈의 이빨과 핏줄을 가공하여 만든 활.]

[화살을 시위에 걸면 기갈로돈의 환영을 덧씌웁니다.]

[목표 명중 시 기갈로돈의 환영이 나타나 대상을 물어뜯습니다.]

-샤크 에로우 사용 가능.

-화살에 관통, 고속, 사거리 증가, 명중률 상승 스킬 부여.

활대의 길이가 2미터에 가까운, 상당히 거대한 활이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양궁 선수가 쓸 법한 활에 마치 저격총처럼 조준경이 부착되어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활대에는 상어 이빨처럼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좋네.”

궁수 클래스 헌터에게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아타, 지금 보내는 것들을 잘 정리해 줘.’

-알겠습니다. 용님.

처용은 아타에게 보물전의 정리를 부탁하고 창고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털기 시작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지의 손까지 만들어 내어 자원들을 쓸어 담았다.

사소한 것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털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남겨 봐야 추후 악신들의 자원이 될 뿐이었으니까.

창고는 넓었고 자원은 많았지만, 보물전에 전부 수용하고도 충분히 남았다.

처용이 부지런하게 움직인 결과 빠르게 창고를 전부 털어낼 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드넓은 공동이 텅 비어버렸다.

처용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염부-폭염지뢰.”

창고 외곽 부근과 함정이 있는 입구 부근에 폭탄을 설치했다.

“여기는 끝났고.”

작업을 마친 처용이 창고를 나왔을 때.

-용님, 찾은 것 같습니다.

류마에게서 전음이 들려왔다.

‘알았다. 바로 가지.’

처용은 곧장 그림자에 녹아들어 은밀하고 빠르게 류마가 있는 장소로 나아갔다.

류마가 처용을 기다리고 있던 곳은 가장 높은 층, 길드 본부의 지부장실 앞이었다.

“사제들의 기운이 느껴져서 먼저 용님에게 보고했습니다.”

“잘했어.”

처용이 화려하게 꾸며진 듯 보이는 지부장실 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성 결계 마법이야, 교단의 도움을 받은 모양이네?”

지부장실을 감싸고 있는 보안은 교단에서 의뢰를 받아 만들어 준 신성 결계였다.

이 방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들어갈 수 없었다.

“부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숩니까?”

류마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아니, 부수는 건 곤란해.”

처용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결계를 부수면 지부장과 결계를 만든 교단의 사제가 즉시 알아차릴 것이다.

의심받을 만한 정황은 남기지 않는 것이 좋았다.

현재 성자가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라면 처용의 흔적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해야 했다.

“류마, 혹시 이 근처에 접근하는 놈이 있으면 알려줘. 이건 내가 처리하지.”

아직 데스나이트들은 팔팔하게 움직이며 시선을 끌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 놈들이 빈 지부장실로 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변수라는 것이 존재했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 일을 빨리 끝마칠 필요도 있었고.

“명환부-녹아드는 빛.”

처용의 손에서 밝은 백색의 빛이 옅은 파도처럼 뻗어 나갔다.

-우우웅.

뻗어 나간 빛의 파도가 투명한 신성 결계를 감싸더니 점차 스며들었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저벅.

지부장실 안으로 처용이 진입하자 마치 주인이 들어온 것처럼 결계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처용이 한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빛의 결계를 더 강한 빛으로 집어삼켜 제어권을 뺏은 것이었다.

지금, 이 신성 결계의 주인은 처용이었다.

“자 그럼.”

무사히 들어온 처용은 보물 창고와 마찬가지로 방 안의 모든 것을 털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주변에 보이는 책과 서류, 심지어 장식품까지 눈이 보이는 건 전부 털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용은 무언가 중요해 보이는 서류 하나를 잠시 살펴보다가 멈칫했다.

“……이건 또 뭐야?”

서류를 잠깐 본 처용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지듯 구겨졌다.

[신수 사냥 프로젝트]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대 신수 청룡의 행방 수색.]

[청룡을 성좌로 둔 각성자가 존재할 수 있음. 발견 시 납치할 것.]

딱 봐도 수상한 냄새가 아주 깊게 풍겨왔다.

심지어.

“무슨 짓거리를 꾸민 거냐.”

처용이 서류 마지막 문장을 바라보며 낮게 읊조렸다.

[단서를 잡는 즉시 보고할 것 – 오션 엠퍼러 길드장.]

“포세이돈.”

처용의 입에서 올림포스의 대신 급 성좌의 진명이 흘러나왔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길드인 오션 엠퍼러 길드.

올림포스의 조직도상,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보다 상위에 있는 길드였다.

처용이 들고 있는 이 수상한 서류는 오션 엠퍼러 길드가 내린 지령서였다.

“이 병신같은 멍청한 새끼 설마?”

처용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포세이돈을 향해 거침없는 욕을 내뱉었다.

“하…….”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서류를 확보했지만.

지금은 서류를 보며 독서할 때가 아니었다.

아공간을 열고 방 안의 모든 것들을 쓸어 담았다.

마치 이사를 간 것처럼 지부장실 내부가 텅텅 비었을 때.

“백호 님.”

처용이 라이센스를 들어 올려 백호에게 연락을 취했다.

“슬슬 시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처용이 지부장실을 막 털었을 때.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 본부 앞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아, 안돼! 방벽에 금이 간다!”

“방벽 뚫리면 끝장이야! 어떻게든 막아!”

“A급 헌터들은 왜 안 오는 거야!”

“곧 지부장님 오신다! 조금만 더 버텨!”

백 명이 훌쩍 넘는 헌터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방어 마법이 잔뜩 부여된 요새의 방벽을 방패 삼아 버티는 중이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의 맹공에 곧 깨질 유리처럼 무수히 금이 가 있었다.

-모두 죽어라!

낮게 울리는 음성을 내뱉은 데스나이트가 해머를 치켜올리고 성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콰콰!

결국,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성벽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

“안 돼…….”

“끝장이야…….”

헌터들에게 거대한 절망감이 엄습해 왔다.

-죽어라!

당장이라도 헌터들을 뭉개버릴 듯 해머를 치켜든 데스나이트가 달려드는 순간.

“벼락걸음!”

-콰르릉!

하늘에서 한 줄기 번개가 내리쳤고 백호가 나타나 데스나이트를 가로막았다.

“금강 지르기!”

백호는 왼손으로 가드를 올리며 쇄도해오는 해머를 흘리고.

동시에 오른손 주먹을 쥐어 뇌 속성 마나를 모아 내질렀다.

-파지직! 콰쾅!

백호의 주먹에 맞은 데스나이트가 지면을 길게 파헤치며 밀려났다.

데스나이트는 곧장 일어났지만.

-후두두둑.

가슴의 갑옷 부분이 깨지며 파편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헌터 협회의 마크가 새겨진 갑옷을 입은 헌터들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 모습에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 헌터들의 안색이 환해졌다.

“권백호다.”

“우, 우린 살았어!”

힘겨운 싸움으로 지친 헌터들이 환호할 때.

“후, 다행히 늦지 않은 건가?”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의 한국 지부장, 박철민과 A급 헌터들이 나타났다.

“데스나이트 세 마리…….”

철민은 주먹을 불끈 쥐고 데스나이트들을 경계하듯 노려봤다.

자신 역시 A급 헌터이지만, 솔직히 데스나이트는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도와주어서 고맙군요.”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 자리에 권백호가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데스나이트 하나는 그가 부상을 입혀 놓은 상태.

이대로면 승산은 충분해 보였다.

그때.

-복수해야 한다!

낮게 울렁이는 목소리로 일제히 말한 데스나이트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외벽이 무너진 곳, 길드 본부를 향해 달려나갔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려간 터라 미처 전부 저지하지 못했고.

“벼락걸음.”

그나마 부상을 입었었던 데스나이트는 백호가 재차 가로막았다.

“반달차기!”

반달처럼 부드럽게 들어 올려진 백호의 오른쪽 발이 데스나이트의 정수리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지지직!

두터운 쇳덩어리가 모조리 박살나는 듯한 소리와 동시에 데스나이트가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하나는 백호가 처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안 돼! 저거 막아!”

길드 지부장 박철민이 길드 본부로 뛰어가는 데스나이트를 보며 소리쳤다.

데스나이트가 길드 본부에 닿은 순간.

-콰콰쾅! 와르르르!

길드 본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도 한 번의 폭발이 아닌 여러 번의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그 모습은 마치 데스나이트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자폭한 듯 보였다.

“이, 이게 무슨……?”

박철민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허망한 듯 입을 벌렸다.

그는 길드 본부가 초토화되는 것에 충격을 받은 듯 신음을 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용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 신투가 아니라 파괴자이지 않느냐?]

미륵이 시원한 웃음을 내지르며 말하자.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처용이 폭삭 무너지는 길드 본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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