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4화 (64/726)

#064화

전위의 보랏빛 안광이 푸른색으로 바뀌며 점멸하고 있었다.

-나, 나 전위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런 전위를 향해 마녀가 성물을 겨눴다.

“칫, 아직도 자아가 남아있나?”

성물에서 요사스러운 검보라빛 기운이 흘러나와 전위에게 향했다.

-크, 크아아!

검보라빛 기운이 전위에게 흘러 들어가자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처용은 전위가 저항하며 주춤하는 틈을 타 그를 죽이려 했지만.

“다크니스 디펜시브.”

성물로 강화된 마녀의 방어마법이 처용을 방해했다.

거기에 마녀는 처용에게만 집중하지 않았다.

“다크 리저렉션.”

성물의 요사스러운 검보랏빛 기운이 땅을 향해 흘러가자 쓰러졌던 일부 미라들이 다시 일어났다.

아타의 전술 지휘로 유리하게 흘러가던 전황이 다시 팽팽해졌다.

거기에 미라들을 방패로 세워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인들 역시 성가셨다.

그런 마인들의 마기를 마녀가 지닌 성물이 증폭시켜주고 있었다.

‘성가시네.’

처용이 인상을 찌푸렸다.

신력과 주력 기술을 어느 정도 회복한 처용은 지금의 마녀를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저 성물 때문에 상황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 성물에 조종당하는 전위 역시도 너무나 까다로웠다.

아직 미숙한 마녀가 사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성물은 성물이었다.

‘전황부터 바꿔야겠군.’

성물의 기운이 마인들과 미라들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면 자신 역시 개미들에게 버프를 주면 된다.

‘아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처용은 아타에게 무언가를 명령한 후 속성 마나가 아닌 황금빛 신력을 뿜어냈다.

‘수호신의 가호.’

이전 마녀와 처음 마주했을 때 사용했었던 권능.

마녀의 성물에서 뿜어대는 검보라빛 기운을 처용의 황금빛 신력이 몰아내기 시작했다.

처용의 신력에 닿은 개미들은 황금빛 보호막이 생기고 능력치가 더욱 강화되었다.

“젠장! 도대체가!”

마녀가 성물에 힘을 불어넣으며 황금빛 신력을 밀어내려 했지만.

파마의 기운이 담긴 처용의 신력은 성물이라 할지라도 쉽게 밀어낼 수 없었다.

‘도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마녀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신의 감은 저 남자가 조커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저자가 가진 분위기는 광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조커의 상징인 하회탈 가면도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성자의 저지먼트 헤븐부터 시작해서 마기까지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커맨더의 게이트까지…….

물론, 커맨더의 메카 군단과는 다른 개미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그를 ‘흉내’ 낸 것은 맞았다.

커맨더를 제외하고 이 정도 숫자의 소환수를 다루는 헌터는 없었으니까.

눈앞에 드러난 사실은 저자가 조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야…….”

마녀는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감을 믿었다.

아니,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감정에 가까웠다.

“네가 조커일 리가 없어!”

양손으로 성물을 쥔 마녀가 마기를 최대치로 끌어냈다.

“파멸의 지옥염.”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흑마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이 일대를 저놈과 같이 전부 묻어버리는 수밖에.’

마녀는 파멸의 지옥염을 최대치로 만들고 강제로 폭주시킬 생각이었다.

처용이 파멸의 지옥염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 장소 전부를 방어해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나를 지켜라!”

마녀가 전위에게 명령하며 마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검은 불길이 일렁이며 점점 덩치를 불려가고 있었다.

처용은 마녀가 이 장소를 전부 날려버릴 생각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처용의 표정은 다급하지 않았다.

지금 마녀가 만들어내는 최강의 흑마법을 간단하게 막을 방법이 있었으니까.

“파멸의 지옥염을 차단한다.”

처용이 마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마녀가 만들어 내는 파멸의 지옥염을.

-치지지.

마녀가 만들어낸 검은 불꽃 가운데에 황금빛이 번지더니 검은 불꽃을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이게 무슨!”

성물의 힘까지 빌려 만든 최강의 흑마법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당황한 마녀가 다시 파멸의 지옥염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 이런 썅!”

다시 마기를 뭉쳐 검은 불꽃을 만들려 하면 즉시 사라져 버렸다.

“무슨 짓거리를 한 거야, 이 새끼야!”

마녀가 처용을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외쳤다.

처용은 분개하는 마녀를 보며 즐겁다는 듯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수호신의 또 다른 권능을 이용해 마녀의 스킬을 봉인한 것이었다.

‘성물 때문에 안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되는군.’

처용이 작금 사용한 권능은 ‘차단’이라는 이름의 권능.

레벨 70, 보통 헌터로 따지면 B급에 도달했을 때 되찾은 권능이었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권능을 쓸 일이 없었기에 쓰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수호신의 차단]

[응시한 대상의 스킬 중 하나를 일정 시간 봉인합니다.]

[대상과의 격차가 클수록 봉인에 제약이 생깁니다.]

[수호신이 해당 스킬에 공격을 당한 적이 있어야 발동 가능합니다.]

-최대 1시간 동안 스킬 봉인.

차단의 권능은 상대의 스킬 하나를 일정 시간 봉인시키는 권능이었다.

단, 처용이 해당 스킬에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야, 발동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지만.

파멸의 지옥염은 튜토리얼에서 공격을 받은 적이 있기에 조건을 충족한 셈이었다.

“슬슬 템빨이 떨어지나 마녀?”

처용은 마녀를 향해 마치 도발하듯 말했다.

마녀의 얼굴은 분노를 곱씹는 듯 일그러져 있었다.

이 장소를 폭발시킬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때.

‘아타, 준비는?’

처용이 아타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거의 다 되었습니다……. 지금!

아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처용이 명환부 네 장을 만들어 뒤로 날렸다.

날아간 네 장의 명환부는 미라들과 개미들을 제치고 반짝이의 머리에 닿았다.

그 순간.

-화아악!

반짝이가 몸 전체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크윽! 서, 설마 또!”

성물을 지팡이처럼 의지한 채 빛을 견디던 마녀가 경악한 듯 소리쳤다.

“내 친구 반짝이도 쓸 수 있다고 Bro.”

처용은 마녀를 향해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저지먼트 헤븐을 말이야.”

정확히는 처용이 아타의 재능을 믿고 생각해낸 꼼수였다.

명환부의 힘을 받아 태어난 반짝이는 명환부 네 장까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저지먼트 헤븐은 명환부 여덟 장이 필요할 정도로 강한 신성마법.

반짝이 혼자서는 절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처용이 도와준다면 저지먼트 헤븐을 흉내 낼 수 있었다.

물론 위력은 처용이 사용한 것보다 더 떨어지지만, 마나를 아낄 수 있으므로 효율적이었다.

아타에게 저지먼트 헤븐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그녀가 준비를 끝난 순간.

반짝이이게 네 장의 명환부를 던져 힘을 보태준 것이다.

-샤아아!

반짝이를 중심으로 마를 몰아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같은 수법에는 절대로 당하지 않아!”

마녀가 악을 쓰며 성물에 자신의 마기를 불어넣었다.

‘이것만큼은 자제하려 했거늘.’

본래 악신의 성물은 의회주들, S급 마인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의회주들에게 허락을 받아 임시로 사용 권한을 받은 경우에만 성물을 쓸 수 있었다.

한국지부에 파견된 마인들의 대장인 리더가 여기에 해당되었다.

그러나 마녀는 위의 경우와는 달랐다.

그녀에게 가호를 내려준 거대한 어둠, ‘바알’이 직접 성물의 사용 권한을 내려준 것이다.

지금 그녀는 의회주들밖에 사용할 수 없는 ‘성물의 권능’ 중 하나를 쓸 생각이었다.

‘수명이 조금 깎인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수명이 대수가 아니었다.

저 빛을 막지 못하면 여기서 다 죽게 생겼으니까.

“크읍!”

심장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동시에 맥박이 미친 듯이 뛰었다.

눈이 충혈되며 피가 흘렀고 코와 입에서도 선혈이 흘러내렸다.

명치에서 아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권능을 발동했다.

“오라! 판데모니움의 어둠이여!”

-꺄아아아!

마녀가 권능을 발동함과 동시에 불길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녀 뒤편에 흑색의 게이트가 열리며 시커먼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성물을 통해 발동한 권능은 시전자를 중심으로 일정 영역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다.

악신들이 거주하는 땅 판데모니움과 같은 환경으로 말이다.

흘러나온 안개는 주변의 땅을 검게 물들이며 마인들과 미라들을 뒤덮었다.

동시에 반짝이에게서 저지먼트 헤븐이 발동되었다.

-샤아아!

검은 안개는 저지먼트 헤븐에 맞고 흔들렸지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으, 으허, 억!”

경지에 맞지 않은 능력을 사용한 마녀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처용을 향해 성물을 겨누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허.”

처용은 마녀와 흑색의 안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성물을 다루는 것도 놀라운데 권능까지 썼다고?’

처용은 솔직히 자신의 숙적을 인정했다.

마녀가 아닌 다른 A급 마인이 저 정도의 경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 누구도 불가능했다.

“판데모니움의 어둠인가?”

처용은 안개를 관찰하며 중얼거렸다.

“더는…… 네놈 생각대로 되진 않을 거다!”

마녀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처용을 향해 일갈했다.

그리고.

-크아아아!

판데모니움의 영향 때문인지 전위에게 씌워진 정신 지배가 더욱 강해졌다.

전위가 검보랏빛 안광을 번뜩이며 마녀를 지키려는 듯 처용 앞에 섰다.

“이번엔 반드시 죽여주마!”

마녀가 자신감을 담아 처용을 향해 말했다.

“이봐.”

처용은 그런 마녀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여유를 담아 대답했다.

“판데모니움의 안개는 말이야.”

마녀는 최선이 선택이라 판단하고 이 권능을 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선택이었어. Bro.”

처용의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모르는 마녀로서는 최선이 아닌 최악이었다.

-크아악!

돌연, 안개 속에서 마인들의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인 중 한 명이 머리가 잘려나가며 즉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마인 역시 날카롭고 어두운 무언가에 의해 심장이 꿰뚫렸다.

-젠장 무슨 일이야!

-안개 속에 뭔가 있어!

마인들이 방황하며 이리저리 흩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벗어나 도망친다고 해도 마인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크아아악!

또 한 명의 마인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블러드 드레인.”

어둠 속에서 마인들을 습격한 류마가 마인들을 죽이고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털썩.

살해당한 마인의 시체 하나가 안개 너머로 빠져나왔다.

마치 미라들처럼 몸의 수분이 전부 없어져 말라버린 모습이었다.

“크윽! 각자 조를 짜고 뭉쳐! 놈의 정체를 알아내!”

마녀가 마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때.

“뢰신보.”

-파지직!

처용이 정신이 없어진 마녀를 향해 뢰신보를 발동했다.

순식간에 마녀의 지척에 다가온 처용이 화염의 절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마녀를 베어버리려는 찰나.

-챙!

전위가 빠르게 다가와 화염의 절을 가로막았다.

처용의 기습을 막았지만, 마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인들이 계속 죽어 나가고 있었다.

“말했잖아.”

전위와 대치하고 있던 처용이 마녀를 향해 눈짓하며 말했다.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Bro.”

처용의 비웃음을 마주한 마녀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런, 씨발!”

마녀가 욕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나 처용과 거리를 벌렸다.

‘안개를 멈춰야 하나?’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이었지만, 묘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어.’

마녀는 결국 다시 한번 수명을 깎아 권능을 발동하기로 했다.

“절대로.”

성물을 양손으로 쥔 마녀가 처용을 향해 이를 갈았다.

“절대로! 네놈 새끼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분노를 내뱉은 마녀가 권능을 발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처용은 전위와 대치하면서도 마녀를 응시했다.

‘너는 커다란 한 방을 준비할 때.’

마녀 뒤에 있던 어둠의 안개 일부가 꿈틀거렸다.

‘빈틈이 있었지.’

처용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루나.”

그 순간.

마녀의 뒤편에서 클로를 착용한 루나가 튀어나왔다.

처용의 그림자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었던 루나.

그녀는 처용이 마녀의 지척에 다가간 순간 은밀하게 빠져나가 움직인 것이었다.

“뭣?!”

루나를 본 마녀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고 급하게 보험으로 준비해둔 마법을 사용했다.

“클로킹 마인 붐!”

-콰쾅!

마녀의 발밑에서 마기가 마치 폭탄처럼 터져 나가며 루나를 날려 버렸다.

기습해온 루나가 핏빛 조각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허억.”

마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준비해 둔 보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안도한 마녀가 다시 권능에 집중한 순간.

“보험을 썼네?”

처용이 마녀를 향해 비웃듯 말했다.

“그래서 뭐 이 씨-.”

마녀가 처용을 향해 욕을 내뱉은 순간.

-콰직!

“어?”

그림자 밑에서 튀어나온 루나가 마녀의 오른쪽 목을 물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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