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화
앞의 네 개의 던전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마지막 하나만이 남았다.
B급 던전 중 중형 도시급인 포식자들의 숲이라는 던전이었다.
“마지막 던전인가?”
이 던전은 두 종류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강한 힘을 가진 소수의 포식자들과 그들에게 먹히는 다수의 피식자.
의뢰 내용은 개체수가 많아진 포식자 몬스터들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정 주기마다 일반 보스보다, 출몰하는 더 강력한 보스몬스터를 잡는 것이었다.
그 주기가 오늘이었기에 그 보스 몬스터도 잡아내야 했다.
추가로 이 던전은 워 글래디에이터 길드가 토벌했어야 할 던전이었다.
“하아, 이런 곳에 C급 헌터들만 보내려 했다고?”
던전을 둘러본 처용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느껴지는 마나나 던전의 생태를 봐서는 C급 헌터들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던전이었다.
태민과 통화한 길드장으로 추정되는 놈의 말이 생각났다.
C급 헌터 40명이 토벌을 진행한다면 그중 10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쯧, 그 개새끼 길드 답네.”
짧게 혀를 찬 처용이 태룡전의 열쇠를 꺼내 들었다.
“나와라.”
처용이 게이트를 열자 개미들이 나왔다.
이번엔 다섯 마리의 거대 개미들뿐 아니라 다른 병정개미들도 같이 나왔다.
“약한 놈들은 놔두고 강한 놈들만 잡아.”
약한 개체들인 청소부들은 두고 포식자 개체들만 사냥하도록 명령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이곳으로 모이게 해.”
-알겠습니다. 용님.
아타가 처용의 말에 답하며 개미들을 움직였다.
개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처용 역시 가장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숲길을 조금 걸어가자.
-샤아아-
날카로운 절삭력을 가진 투명한 무언가가 처용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풍류태극권.”
처용의 손 위에 바람이 휘몰아치며 모여들었다.
“반탄장.”
손바닥을 세우며 오른손을 휘두르자.
-타악! 서걱!
처용의 손바닥에 튕겨 나간 투명한 칼날이 근처의 나무를 베어버렸다.
“흠.”
주변에는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스르릉!
화염의 절을 꺼내든 처용이 근처의 나무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그러자.
-푸슈우! 쿵!
갈라진 나무의 단면에서 노란 액체가 튀어 올랐다.
나무로 보였던 그것은 곤충형 몬스터가 위장한 모습이었다.
-끼릭! 끼릭!
주변에 나무로만 보였던 것들이 움직이더니 처용을 포위해왔다.
[칼날 바람 사마귀]
[등급 : B급]
[특징 : 소수로 무리를 짓고 다니는 숲의 포식자 중 한 개체.]
[숲의 나무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사냥감이 다가오면 기습한다.]
[스킬 : 칼날 바람, 절삭 강화, 위장 피부…….]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은 3미터가 넘는 크기의 사마귀들이었다.
“딱 좋네.”
처용은 여덟 마리의 사마귀들이 자신을 포위했음에도 웃고 있었다.
-싸아! 싸아악!
바람의 원소가 뭉쳐진 칼날들이 처용을 향해 날아왔다.
“풍류태극권.”
처용은 그 자리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바닥을 세워 휘둘렀다.
-타악! 타악!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들을 모조리 쳐내 반사하자.
-서걱! 서걱!
오히려 공격을 가한 사마귀들이 역으로 바람의 칼날에 피해를 입었다.
사마귀들은 동료 중 둘이 쓰러지자 공격 패턴을 바꿨다.
-키릭!
가장 가까이 있던 사마귀가 앞다리를 날카롭게 세우더니 처용을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근처 다른 두 마리의 사마귀들이 처용의 퇴로를 차단하려는 듯 후속 공격을 가해왔다.
사마귀의 앞다리가 처용을 베어버리는 찰나.
-파지직!
처용의 다리에 번개가 휘감기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키릭?
앞다리가 허공을 베고 사냥감이 갑자기 사라지자 사마귀들이 당황했다.
눈앞에서 사라진 처용을 찾으려는 때.
-서걱! 서걱!
가장 뒤편에 있던 사마귀 두 마리의 머리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화염의 절을 치켜든 처용이 서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처용을 향해 사마귀들이 앞다리를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휘이이!
이번엔 처용의 다리에 바람이 휘몰아치며 뭉쳤다.
가까이 접근한 사마귀의 앞다리가 쇄도해오자 처용이 발을 오른쪽으로 박차듯 움직였다.
-휘이!
또 다시 사마귀의 앞다리가 허공을 갈랐다.
“이놈들로 연습하기에는 너무 약하네.”
처용은 마치 자유로운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듯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처용은 사마귀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우웅!
발도 자세를 취한 처용이 화염의 절을 뽑았다.
화염의 절의 칼날이 크게 한 바퀴 휘둘러지자.
-화르륵!
뜨거운 화염이 섞인 처용의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사마귀들을 도륙했다.
“앞다리는 쓸만하네.”
처용이 사마귀의 앞다리를 들어 관찰한 후 보물전에 집어넣었다.
“그냥 빨리 정리하고 수련탑이나 가자.”
처용은 더 지체하지 않고 길을 막는 몬스터들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크라라라!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보스 몬스터와 마주할 수 있었다.
[록 드레이크]
[등급 : A급 던전보스]
[특징 : 포식자들의 숲에 서식하는 가장 강력한 포식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는 죽을 때까지 추적하는 난폭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스킬 : 파이어 브레스, 금속화, 강화 바위 비늘…….]
-쿵!
땅에 착지한 녀석은 15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덩치였다.
단단하고 매끈한 적갈색 비늘과 파충류 특유의 긴 동공.
사족 보행을 하는 거대한 도마뱀에 드래곤과 비슷한 날개가 달린 녀석이었다.
드레이크는 신수인 드래곤과 같은 용종이었지만.
드래곤과 비교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한 몬스터였다.
-크라라!
드레이크가 양 날개를 크게 펼치며 처용을 향해 포효했다.
“하하.”
그 상당한 덩치의 보스 몬스터와 마주한 처용은 웃음이 나왔다.
“귀엽네.”
처용은 수련탑 2층에서 압도적인 크기의 괴수와 여러 번 마주했었다.
눈앞의 드레이크는 그 괴수에 비교하자면 그저 귀여운(?) 크기였다.
-크르르!
드레이크가 마나를 뿜어대자 주변의 흙들이 떠오르며 부유했다.
동시에 부유한 흙의 색이 변하며 강철 덩어리로 바뀌었다.
주변의 흙을 금속으로 바꾸는 드레이크의 스킬 ‘금속화’였다.
드레이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쓰으읍!
드레이크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푸화화화!
처용을 향해 뜨거운 화염을 내뿜었다.
드레이크 주변에 떠다니던 금속 조각들도 불이 붙더니 브레스와 함께 날아들었다.
“철벽부-강철방벽!”
처용이 철벽부 두 장을 만들고 땅을 짚자 두꺼운 강철의 벽이 처용의 앞에 솟아올랐다.
-화르륵! 팅! 팅!
드레이크의 브레스와 금속 조각들이 강철의 벽을 깎기 시작했다.
“괜찮네.”
처용이 보스를 향해 마치 칭찬하듯 말했다.
녀석이 가진 스킬은 A급 보스의 스킬답게 위력이 강했다.
처용의 강철 방벽은 조금씩 깎이고 있었지만, 아직 뚫리지는 않았다.
마침내 브레스의 숨결이 끝나가는지 위력이 점점 약해졌고 이내 멎었다.
처용은 강철 방벽을 해제하고 드레이크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철벽부-철갑탄환.”
해제된 강철의 벽이 처용의 주변에 뭉치더니 마치 대포알 크기의 탄환들을 만들어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화염부.”
화염부를 꺼내 든 처용이 두 손을 합장했다.
“폭염(暴炎) 철갑탄!”
처용의 주변에 떠오른 강철의 탄환들이 새빨갛게 달궈지며 열기를 뿜어댔다.
처용이 손을 뻗자 달궈진 강철 탄환들이 드레이크에게로 발사되었다.
-크르르!
당황한 드레이크가 재차 금속화를 사용했다.
주변의 흙이 떠오르며 강철로 변해 갔고 드레이크의 주변을 맴돌았다.
-팅! 팅! 콰쾅!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고 폭탄이 터지듯 폭발하는 소음이 울려왔다.
달궈진 탄환이 일으킨 폭발로 시야가 가려진 순간.
-투콰앙!
팽팽하게 장전되어 있던 발리스타가 발사된 듯한 굉음이 울려왔다.
동시에 묵직한 무언가가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왔다.
-푸화악!
드레이크의 단단한 비늘을 뚫고 가슴에 박힌 것은 거대한 투창이었다.
-캬아아!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드레이크가 땅에 나자빠졌다.
그러자.
-투콰앙!
또 하나의 투창이 날아들었고 드레이크의 목 아래 부근에 박혀 들었다.
드레이크에게 박힌 투창은 이전 처용이 대 괴수용으로 제작한 무구 중 하나였다.
드레이크의 비늘은 처용이 철벽부로 만든 철갑탄도 어느 정도 버틸 만큼 단단했다.
하지만, 처용이 던진 투창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제작한 아티팩트였다.
투창 하나에만 몬스터의 방어력을 뚫기 위한 강화 마법들이 두루두루 인첸트되어 있었다.
-파지직!
처용의 다리에 번개가 휘감기더니 쓰러진 드레이크 옆으로 순식간에 다가갔다.
드레이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다가온 처용을 죽이기 위해 이빨을 드러냈다.
처용은 날카로운 이빨이 자신을 물려는 것을 보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피했다.
동시에 아공간에서 3미터 크기의 해머를 꺼내었다.
드레이크의 머리가 처용의 옆을 지나간 순간.
-콰쾅!
처용이 해머로 드레이크의 머리를 내리쳤다.
바위가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드레이크의 눈이 뒤집혔다.
-크라 크아악!
이미 투창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상태에서 머리에 상당한 충격까지 더해진 상황.
드레이크의 몸이 뒤집어졌고 부들부들 떨 듯 경련했다.
-스릉!
처용은 해머를 집어넣고 3미터가 넘는 크기의 대검을 꺼내 들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드레이크는 다가오는 처용에게서 도망치지 못했고.
검기가 날카롭게 세워진 처용의 대검이 드레이크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서걱!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레이크의 사냥이 끝났고 오늘 던전 일이 모두 종료되었다.
“나쁘지 않네.”
사체를 챙기는 처용이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드레이크는 용족에 분류된 몬스터로 다른 몬스터 사체보다 비싸게 취급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드레이크의 사체를 챙기려는 때.
“허, 설마?”
바닥에 반짝거리고 있는 은색의 보석이 하나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석을 집어 들자 처용의 입가에 웃음이 진해졌다.
[금속화 / 스킬석]
[등급 : 레어]
[제한 : 높은 마나 친화력]
[금속을 다룰 수 있는 스킬이 잠들어 있습니다.]
[습득 시 주변의 흙 원소를 강철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드레이크의 스킬이 담긴 스킬석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유용하고 강력한 스킬 중 하나가 드랍되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처용은 또다시 찾아온 운 좋은 상황에 행운의 여신(?)에게 감사를 전했다.
[…….]
보살은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축하해요. 계승자.]
그저 처용에게 일어난 좋은 상황에 기뻐하며 축하를 건넸다.
어찌 되든 계승자인 처용에게 좋은 일이 생긴 것이니까.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처용을 위해서 행운의 여신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하하, 잘 되었구나. 제자야.]
“예, 엄청난 행운입니다. 쓸만한 스킬석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분명 상당히 좋은 스킬석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처용이 사용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저한테는 철벽부가 있습니다만, 흠…….”
[전처럼 네 편에 설 이들에게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스킬석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던전의 출구 쪽으로 나아갔다.
-키이익!
처용이 사냥을 보냈던 개미들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개미들은 자신들이 사냥한 몬스터의 사체들을 쌓아 놓고 있었다.
이것이 거대 개미들의 뒤로 병정개미들을 붙여 같이 보낸 이유였다.
몬스터의 사체들을 전부 아공간에 집어넣은 처용은 일단 태룡전으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용님.”
보물전에 들어서자 오늘 얻은 자원들을 개미들이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날 안 불렀네?”
마침 보물전에 있었는지 루나가 처용에게 다가왔다.
“수련은 다 했어?”
“아니, 손 아파서 더는 그림을 못 그리겠어.”
그녀는 잠시 쉬고 있던 참이었다.
“손 아프다면서 커피는 왜?”
“겸사겸사.”
처용이 루나의 손에 들린 믹스커피를 바라보며 말하자 루나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저 궁금해서 물었을 뿐이지 먹는 걸로 뭐라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건 뭐야?”
루나가 처용의 손에 들린 스킬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이야.”
처용이 스킬석에 대해 루나에게 말하며 손을 들어 보여줬다.
루나가 자세히 보려고 손을 뻗어 스킬석을 만지는 순간.
[피의 서약자 블라디미르 로 루나리스가 스킬석 ‘금속화’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습득 시 선인의 육체에 영향을 받아 변형되어 적용됩니다.]
“……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스템의 알람에 처용이 당황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