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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2화 (52/726)

#052화

“항상 느끼는 것입니다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처용을 향해 태민이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빠르면 좋은 거 아닌가요?”

“너무 빨라서 놀라울 뿐입니다.”

같은 일을 다른 길드에 의뢰하거나 협회 헌터들이 처리하면 훨씬 느렸다.

보통 규모가 작은 던전은 아무리 빨라도 이틀 정도 소요된다.

도시급 이상의 드넓은 규모를 가진 던전의 경우 길면 한 달 이상까지 걸리기도 했다.

던전에서의 안정적인 정찰과 사냥 방식을 고수하며 천천히 나아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용은 마치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던전을 신속하게 해결해 버렸다.

심지어 그가 던전의 특성을 대충 조사한 것도 아니었다.

태민이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살펴보았다.

처용의 말을 듣고 태민이 서류로 정리한 조사 내용이었다.

그 안에는 던전의 특성과 나타나는 몬스터의 종류, 까다로운 몬스터에 대한 내용과 공략법까지.

중요하고 필수적인 내용들이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호수 안에도 몬스터가 있는 건가요?”

태민은 처용이 말한 조사 내용 중 하나를 짚으며 말했다.

“무언가가 있긴 했습니다. 절 보고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렇군요. 주의사항에 표시하겠습니다.”

아마도 상대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몬스터인 것 같았다.

“호수를 영역으로 삼는 녀석이니 너무 접근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

아니면 실력이 출중한 헌터들이 준비를 갖추고 사냥을 해야 할 것이다.

녀석이 그럴 가치를 지닌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던전 일정이 잡히기까지는 조금 걸리겠죠?”

“최대한 빨리 알아보죠.”

태민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가능하면 까다로운 던전은 모두 맡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태민의 말은 진심이었다.

현재 협회의 던전 조사 관련 업무는 수월하게 풀리고 있었다.

처용이 신속하고 빠르게 배정된 일들을 처리해준 덕분이었다.

“그래 주면 감사하죠. 하하.”

위험하고 까다로운 던전일수록 강한 몬스터들이 서식한다.

그놈들을 사냥하면 레벨을 더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어렵고 등급이 높은 던전일수록 저한테 좋-.”

처용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제자야.]

‘스승님?’

갑작스러운 여래의 부름으로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토록 원하던 것이 생기겠구나. 태룡전으로 와보거라.]

‘……알겠습니다.’

여래가 말한 자신이 원하는 것.

떠오르는 것들은 다소 있었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무슨 일 있습니까?”

갑작스럽게 말을 멈춘 처용에게 태민의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뇨. 이만 가야겠습니다.”

“네, 다음 던전 일정이 생기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협회를 나온 처용은 곧장 태룡전으로 돌아왔다.

“부르셨습니까?”

보통 여래가 먼저 호출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하하. 제자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불렀단다.]

여래가 처용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용은 여래의 뜻을 바로 알아듣고 태룡전의 열쇠를 건넸다.

그러자.

[수련(修練)탑이 개방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수련전이었군요. 정말 좋습- 어?”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 확인한 처용이 의문을 표했다.

“수련전이…… 아닌데요?”

수련전은 회귀 전 태룡전에 있었던 훈련장의 기능을 가진 전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것은 수련‘전’이 아닌 수련‘탑’이었다.

[이 스승이 그간 바쁘게 움직인 덕이니라. 하하.]

여래는 별일 아니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스승님이 전각을 바꿀 수도 있었나?’

처용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느냐?]

“그렇군요.”

여래의 말대로 직접 확인해 보면 되었다.

수련탑의 위치는 태룡전의 뒤편, 회귀 전 수련전의 위치와 같았다.

다만 정말로 탑이 맞는지 다른 전각보다 높은 건물이었다.

“용님, 뭐가 새로 생겼어요.”

마침 같이 있던 아타와 루나가 수련탑을 구경하며 처용에게 다가왔다.

“지금 가서 확인해 보려고.”

수련탑 앞에 서자 거대한 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황룡사 목탑이랑 비슷하네.”

탑의 겉모습을 보며 중얼거린 처용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련탑에 입장했습니다.]

[수련장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련탑 안은 목탑의 내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넓고 새하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벽면 외곽에는 금강역사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신기한 공간이네?”

루나가 금강역사들을 구경하며 말했다.

“여긴 뭐하는 곳이야?”

“지금 보여줄게.”

루나에게 대답한 처용이 중앙으로 향했다.

처용은 외곽에 나열된 금강역사들을 쭉 둘러보다가 한 명을 가리켜 지목했다.

처용이 지목한 금강역사는 다른 골렘들에 비해 작은 체구였다.

2미터 크기에 정갈한 도복을 갖추어 입은 짧은 머리의 남자 모습을 한 금강역사가 앞으로 나왔다.

[금강역사 – 소룡]

[등급 : A+]

[특징 : 성역를 수호하는 가디언 중 가장 강력한 골렘.]

[뛰어난 수행자의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스킬 : 금강불괴, 절권신공, 권기…….]

처용은 금강역사를 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회귀 전 선인의 수련을 받을 당시 가장 많이 대련했었던 금강역사.

처용에게는 무술 사범이자 대련 사범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처용의 앞에 도달한 소룡이 포권을 취하자 처용도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대련이 시작됩니다.]

[일정 영역으로 배틀필드가 펼쳐집니다.]

처용과 소룡을 중심으로 20미터 정도의 붉은 원이 그려졌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룡과 처용이 싸우는 임시 대련장이었다.

[대련 시간은 5분입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나고 눈을 한번 깜빡인 순간.

-후웅!

소룡의 정권 지르기가 처용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처용은 고개를 틈과 동시에 왼쪽 손바닥을 위로 세웠다.

-타앙!

소룡의 주먹이 처용의 손바닥을 스치며 지나갔다.

정권 지르기가 막힌 소룡은 내질렀던 오른손을 회수하며 왼쪽 다리를 들어 내질렀다.

소룡의 발차기를 미리 파악했던 처용은 뒤로 물러났다.

-후웅!

가볍게 내지른 발차기였지만, 공기를 묵직하게 가르는 소음이 울렸다.

짧게 뒤로 물러나며 발차기를 회피했던 처용이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처용의 오른쪽 발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충전 강타가 완충된 처용의 로우킥이 소룡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이대로 공격이 성공하나 싶었지만.

-후욱!

소룡은 내질렀던 왼쪽 다리를 빠르게 접어 굽혔다.

그리고 마치 내려차기를 하듯 발을 내질러 처용의 로우킥에 맞섰다.

-콰쾅!

거대한 바위가 서로 맞부딪힌 듯한 굉음이 울렸다.

격돌의 충격으로 소룡과 처용이 서로 물러났다.

“하하.”

짧게 웃음을 지은 처용이 양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소룡은 차렷 자세를 취하듯 서고 오른손 주먹은 허리에 왼손은 손바닥을 세워 처용을 겨눴다.

이번엔 처용이 다리를 박차며 소룡에게 접근했다.

충전 강타가 완충되어 환하게 빛나는 처용의 오른손이 정권을 질러왔다.

소룡은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내며 처용을 겨눴던 왼손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쾅!

소룡의 손바닥이 처용의 정권을 쳐내자 재차 굉음이 울렸다.

처용의 정권을 쳐낸 소룡은 허리에 대고 있던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처용 역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소룡의 정권에 맞서 충전 강타가 완충된 왼손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강철 피부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힌 충격으로 소룡과 처용이 재차 물러났다.

처용의 왼손 주먹에 상처가 생겼다.

반면에 소룡의 오른손은 멀쩡했다.

“이야.”

처용은 왼손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금강역사 중 가장 강력한 가디언다웠다.

처용이 선술과 무기를 쓰지 않고 기본기로만 맞서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소룡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용이 검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소룡은 ‘권기’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짧은 대련이었기에 서로가 전력을 다하지 않을 뿐이었다.

처용과 소룡 간에 공방이 몇 번 더 오가자.

[대련이 종료되었습니다.]

붉은 원이 사라지며 대련이 끝이 났다.

동시에 상처가 났었던 처용의 왼손이 빠르게 아물었다.

대련으로 생긴 상처는 회복되는 것이 이 수련장의 특징이었다.

“감사합니다.”

처용의 말에 소룡이 포권을 취하며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손수 수련장의 기능을 보여준 처용이 루나와 아타에게로 다가갔다.

“뭐 대충 이런 곳이야.”

처용이 수련장의 기능에 대해 부가 설명을 해주었다.

“저 골렘 엄청 강하네요?”

아타는 수련장의 기능보다는 소룡을 보며 호기심을 표했다.

루나 역시 소룡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철벽이하고 다른 개미들이 모두 덤벼도 소룡은 못 이길 거야.”

처용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 그 정도인가요?”

아타가 소룡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처용의 도움을 받아 만든 최정예 개미 다섯 마리의 위력을 오늘 확인한 참이었다.

그런데 그 개미들이 힘을 합쳐도 저 작은 골렘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소룡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도저히 가늠되지 않았다.

아타는 그런 소룡을 상대로 기본기로만 맞선 처용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도 할 수 있는 거야?”

루나가 궁금한 듯 처용에게 물었다.

“그래, 수련을 하고 싶으면 여기가 수월할 거야.”

회귀 전 처용의 동료들도 이곳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었었다.

굳이 금강역사만이 아닌 사람들끼리도 대련할 수 있었으니까.

[아직 2층에는 가보지 않았구나.]

“아, 스승님.”

갑작스레 나타난 여래의 말에 처용이 말을 이었다.

“2층이라니요? 아!”

처용은 여래에게 물음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곳은 자신이 알던 수련전이 아닌 수련탑이었다.

[입구 바로 옆에 진법이 하나 있느니라.]

여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입구 옆에 음각으로 새겨진 진법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시스템이 울렸다.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2층 이동 가능.

처용은 여래가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스승님께서 준비해주신 것 확인하러 가 보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말한 처용이 진법에 올라서자 루나가 따라 올라왔다.

“구경.”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처용은 마나를 흘려보내 진법을 작동시켰다.

-후웅!

마치 던전 게이트에 입장한 듯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다.

[2층 심해의 폭포에 입장했습니다.]

[제단에 올라서면 탑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쏴아아!!

안개로 싸여 있는 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 위에서 물줄기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폭포 사이사이와 허공에 바위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부유석인가? 신기하네.”

그리고 떨어지는 폭포 앞까지 이어져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 장판.

그 끝에 직사각형 형태의 제단이 보였다.

마치 던전 속 오래된 유적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던전 중에서도 이런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곳들이 있었기에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가자.”

처용과 루나는 제단으로 보이는 장소에 올라섰다.

그러자 처용과 루나의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2층 심해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쿠구구!

지진이 일어난 듯 주변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처용이 보기 드물게 긴장한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폭포 안쪽에서 기척을 드러낸 무언가가 있었다.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기운.

도저히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폭포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다가오듯 검은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그림자의 크기가 100미터를 넘고 200미터를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쏴아아!

폭포 안쪽에서 무언가가 물줄기를 가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5쌍의 집게발, 10쌍은 넘어 보이는 갑각류의 다리.

머리는 새우, 가재와 비슷했지만 벌어져 있는 아래턱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가득했다.

마치 바닷가재와 거미, 지네 등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폭포를 가르며 나타난 녀석의 크기였다.

처용과 루나의 고개가 거의 직각을 향해 올라가 있었다.

“이런…… 미친!”

경악한 눈빛으로 녀석을 본 처용이 중얼거렸다.

강남에서 가장 큰 빌딩인 헌터 협회의 크기는 대략 500미터가 넘는 마천루였다.

눈앞에 있는 괴생명체의 크기는 협회 건물에 맞먹는 크기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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