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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2화 (42/726)

#042화

“A급 몬스터를?”

“저, 저분은 대체?”

불길을 헤치고 걸어 나온 처용을 보며 협회 헌터들이 중얼거렸다.

“괜……찮으신거죠?”

다가온 처용에게 현아가 물었다.

“네, 그보다도 어떻게 된 겁니까?”

구울들이 모두 정리되자 처용이 현아에게 물었다.

“과장님이 급하게 연락하셔서 부랴부랴 오긴 했는데.”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용 씨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처용에게 감사를 전한 현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었다.

“순찰하던 중에 이 팔찌로 숨겨져 있던 석실을 발견했어요.”

현아가 오른손 소매를 걷어 팔찌를 보여주었다.

처용과 혁수가 만든 명환의 힘이 담긴 아티팩트였다.

“조사하던 중 갑자기 땅속에서 저 언데드들이 튀어나왔고요.”

B급 헌터인 현아가 이끄는 9명의 C급 헌터로 이루어진 파티.

위에서 봤던 구울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보고 후 여기에 진입했는데…….”

입구를 막던 결계는 이들이 진입하자마자 발동되었다고 한다.

헌터들은 외부와 연락이 단절되고 나갈 수 없게 되자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현아는 유니크 클래스로 승격한 B급 헌터.

그녀의 화력에 진형을 갖춘 헌터들의 보조가 붙어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깨어난 구울도 별로 없었기에 빠르게 마지막 공동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곳에 도달하는 순간 관들이 열리며 구울들이 대거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구석에서 방어 진형을 짜고 버티며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만일 처용이 정확한 타이밍에 오지 않았다면 모두 위험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헌터님.”

협회 헌터들 중 C급 헌터 하나가 처용에게 다가와 감사를 전했다.

처용은 다가온 헌터를 보고 얼굴이 익숙한 듯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전철역에 왔었던……?”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는 전철역에서 마수와 싸우던 처용을 도와준 C급 헌터 김상민이었다.

전철역 때 현아의 명령을 따른 것으로 짐작했었지만, 상민은 협회장 측 헌터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죽는 줄 알…… 쿨럭!”

처용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상민이 말을 멈추고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으어어억…….”

쓰러진 상민은 몸을 덜덜 떨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상민의 피부에 점점 검은 반점들이 번지고 있었다.

동시에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지고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무슨 일이에요?!”

놀란 현아와 다른 헌터들이 다가왔다.

“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처용이 상민에게 접근하려는 다른 헌터들을 제지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감염됐습니다.”

처용은 현아의 물음에 대답하며 상민을 관찰했다.

[검은 침식의 저주가 진행 중입니다.]

[해제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변이됩니다.]

-진행률 10%

통찰의 눈으로 저주가 진행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상민은 탱커, 최전방에서 구울의 공격을 막았기에 저주에 노출된 듯싶었다.

처용은 상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악!

처용의 손에서 자비의 손길이 찬란한 황금빛을 빛내며 뿜어져 나왔다.

상민의 몸을 덮은 검은 반점들이 자비의 손길에 저항하듯 꿈틀거렸다.

-스스스.

다행히 이제 막 발현된 저주는 자비의 손길을 이기지 못하고 소멸해갔다.

곧 검은 반점들이 모두 사라지고 혈색이 돌아왔다.

[검은 침식의 저주가 완전히 해제되었습니다.]

처용은 통찰의 눈으로 저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손을 거두었다.

“해제했습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처용의 말에 현아가 크게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아직 아닙니다.”

“네?”

굳은 목소리로 말한 처용이 몇몇 헌터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현아 씨까지 앞으로 나오세요. 감염되었으니까.”

처용은 통찰의 눈으로 헌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누가 감염되었는지를 찾아냈다.

아직 감염된 저주가 발현하기 전이라 피를 토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둔다면 상민처럼 저주가 발동하여 쓰러질 것이다.

감염된 헌터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처용이 자비의 손길을 사용했다.

“어윽!”

“으윽!”

헌터들은 자비의 손길이 닿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와 머리를 잡았다.

그러자.

-스스.

헌터들의 몸에서 검보라색의 연기가 옅게 피어오르며 저주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처용은 통찰의 눈으로 헌터들을 한 번 더 쭉 점검했다.

“이제 됐네요.”

“후, 정말 감사합니다. 처용 씨.”

크게 안도한 현아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혹시, 이 저주로 저렇게 변하는……?”

현아가 불길한 상상이 떠올라 처용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런…….”

현아는 처용의 곧은 대답에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설마, 이 저주도 마인들이?”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마인들의 저주라기엔 너무…….”

현아의 말에 대답한 처용이 저주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보다 저주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명환의 힘이 깃든 아티팩트를 착용한 현아조차 감염되었다.

‘이 정도 수준의 저주는 회귀 전 학살의 마녀급인데…….’

이런 강한 저주를 쓸 수 있는 존재는 S급 마인밖에 없었다.

아니면.

‘설마…….’

좋지 않은 느낌이 들자 처용의 인상이 구겨졌다.

“일단 다들 여기를 나가시죠.”

처용은 헌터들에게 말함과 동시에 현아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A급 구울을 죽이고 얻은 검은 열쇠처럼 생긴 아티팩트였다.

“입구에 쳐진 결계를 열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네, 조사보다는 일단 여길 빠져나간 후-.”

현아가 처용의 말에 대답하려는 때.

-쿠구구!

불길한 진동이 울리며 아직 닫혀 있는 관들이 덜컹거렸다.

“서, 설마.”

현아의 떨리는 음성이 새어 나왔다.

흔들리는 관들에서 그 흉측한 A급 구울이 튀어나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맞을 겁니다.”

처용은 현아의 불길한 상상을 알아챈 듯 대답했다.

지금 닫혀 있는 관들이 흔들리며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보면.

좀 전에 처용이 죽인 A급 구울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다들 나가요.”

처용이 현아의 손에 아티팩트를 쥐여 주며 말했다.

“네?! 처용 씨는요?”

“전 아직 볼 일이 남았습니다.”

처용은 이 저주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를 느꼈다.

아마 이곳을 더 조사하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무모해요!”

아직 열리지 않은 관들만 20여 개가 넘었다.

만약 이 관들에서 전부 A급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다면 위험했다.

“풍운부-밀어내는 곡풍(谷風).”

처용은 우왕좌왕하는 헌터들을 향해 풍운부 두 장을 만들어 휘둘렀다.

“올라가면 던전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전하세요.”

바람을 일으켜 헌터들을 입구로 날려 보낸 처용이 현아에게 말했다.

“처-.”

현아가 처용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철벽부-강철방벽.”

-쿠구구!

처용이 강철로 이루어진 벽을 세워 입구를 막아버렸다.

현아와 협회 헌터들이 모두 덤벼도 A급 구울 하나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남아있는 것은 방해였다.

오면서 덤벼드는 구울들을 모두 죽였으니 무사히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쾅!

흔들거리는 관 중 하나를 제외한 전부가 열렸다.

-캬야악!

-크와악!

예상대로 튀어나온 놈들은 전부 A급 구울들이었다.

-우웅!

처용은 화염의 절에 검기를 두르고 전투를 준비했다.

흉측한 구울들의 눈동자가 처용을 응시하며 괴성을 지르고 있을 때.

-쾅!

열리지 않았던 마지막 관이 열리며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처용은 더 강한 구울이 나타난 것 인가 생각했지만.

“모, 모두 늦은…… 건가?”

놀랍게도 구울이 아닌 사람의 형체가 말을 하고 있었다.

“젠……장, 저주가! 모두 정신 차리거라!”

마치 집사의 느낌이 나는 검은 정장 차림의 40대로 보이는 남자.

검은 반점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거기에 구울들은 저 남자가 동료가 아니라는 듯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지?”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처용은 덤벼드는 구울들을 베어내면서 마지막에 나타난 녀석을 관찰했다.

[블러디아 소 류마]

[등급 : A+급 백작]

[특징 : 고귀한 밤의 일족, 어둠 속성 마나의 축복을 받은 뱀파이어들의 귀족입니다.]

[현재 검은 침식의 저주가 진행 중입니다.]

[해제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변이됩니다.]

-진행률 75%

[스킬 : 피의 손톱, 박쥐 소환, 그림자 습격…….]

‘뱀파이어라고?’

처용의 눈이 커지며 그 안에 놀라움이 일렁였다.

이곳에서 마주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종족이었다.

‘설마 이 구울들이 원래는…….’

이곳에서 나타난 구울들은 뱀파이어들이 저주를 받아 영락한 이들이었다.

처용은 뒤로 조금 물러난 채 상황을 지켜봤다.

“제발…… 정신 차려라!”

-캬아아!

“이대로 굴복할 순 없단 말이다!”

-쿠와아!

저주에 저항하며 구울들과 맞서는 뱀파이어 백작 류마.

잘 싸우나 싶었지만, 저주의 진행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 때문인지 괴로워하며 무너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의 저주 진행률은 80%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르크 공작! 이 배신자 자식!”

류마는 공격을 받아 비틀거리면서 울부짖었다.

“피의 대가르을! 치를 것이다아!”

주저앉은 류마가 피를 쏟아내며 쓰러져 가고 있을 때.

“방금 그 말.”

-서걱 –서걱 -화르륵!

류마에게 몰리던 구울들 주변에 붉은 선들이 그어지며 불타올랐다.

“자세히 좀 들어봐야겠는데?”

구울들을 베어내고 밀쳐낸 처용이 류마를 향해 말했다.

류마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갑자기 난입해 자신을 도와준 이는 놀랍게도 인간이었다.

“다, 당신은……?”

“철벽부-화염부.”

일단 방해되는 구울들이 거슬렸던 처용은 철벽부와 화염부를 뭉쳐 합장한 후 손을 뻗었다.

“염열 천라지망(炎熱 天羅地望).”

새빨갛게 달궈진 강철 그물들이 타오르며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캬아악!

그물에 맞은 구울들의 삐죽한 이빨들과 관절이 엉키며 구울들이 속박되었다.

곧이어

-치이익!

속박된 구울들이 불타오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처용은 구울들을 더 공격하지 않고 류마에게 손을 뻗었다.

찬란한 황금빛이 처용의 손에서 뻗어 나가 류마에게 닿자.

[대상의 저주 진행률이 높습니다.]

[검은 침식의 저주가 저항합니다.]

[진행률이 조금씩 내려갑니다.]

[77%]

[75%]

.

점점 내려가던 저주의 진행률이 60%에 고정되었다.

“완전한 해주가 안될 줄이야.”

자비의 손길로 저주를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자 처용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저주가…… 약해졌다?”

체력을 회복하고 저주의 영향에서 조금 벗어난 류마가 정신이 맑아진 듯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준 인간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아니 정말 고맙소.”

눈앞의 인간이 왜 자신을 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괴물로 영락하지 않았다.

“고마운 줄 알면 좀 도와주지?”

처용은 그물에 갇힌 구울들을 베어내며 말했다.

“이, 이들은…… 고칠 수 없는 것이오?”

류마가 간절한 목소리로 처용에게 말했다.

역시 처용의 짐작대로 구울들은 원래 뱀파이어들이었다.

“완전히 변이된 이들은 불가능해.”

“그런…….”

참담한 표정을 지은 류마가 각오를 다진 듯 일어섰다.

“나를…… 용서하지 마라.”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톱을 세운 류마가 동료였던 이들의 머리를 베어냈다.

“마르크!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리라!”

류마가 구울들을 베어내며 울부짖는 말을 듣고 처용의 눈이 가늘어졌다.

구울들이 모두 정리되자 류마가 처용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인간이여, 밤의 일족 블러디아 소 류마가 감사를 드리오.”

뱀파이어는 일족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심이 높은 이들이었다.

그런 데다 심지어 귀족이기까지 한 그가 인간인 처용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 괴물로 영락해 버렸을 것이오.”

“난 듣고 싶은 정보가 있어서 널 구한 거다.”

처용이 류마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사실 뱀파이어는 처용이 가장 싫어하는 이종족 중 하나였다.

회귀 전 악신들과 전쟁 당시.

뱀파이어들은 악신들을 도와 저항군을 습격하던 이들이었다.

악신들의 명령에 따라 어둠을 타고 은밀하게 습격해오는 베테랑 히트맨.

그들의 공격으로 저항군은 정말 많은 피해를 받았었다.

이런 증오스러운 뱀파이어를 구한 이유는.

“마르크…… 공작.”

처용이 낮게 읊조리며 류마에게 말했다.

“이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봐. 전부.”

류마가 마르크 ‘공작’이라고 말한 뱀파이어.

처용이 겪은 미래에서는.

‘마르크 공작’이 아닌 ‘뱀파이어 군주 마르크’였으니까.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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