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1화 (41/726)

#041화

“던전 위치부터 말씀해 주시죠. 자세한 설명은 가면서 듣겠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거기 협회 차량으로 빠르게 가실-

“늦어요. 직접 뛰어가는 게 빠릅니다.”

지금 처용이 있는 던전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일직선으로 달려나가는 게 더 빨랐다.

태민이 보내준 던전의 위치 정보를 빠르게 확인한 후.

“풍운부-바람질주.”

바람 속성이 담긴 풍운부를 두 장 만들어 다리에 하나씩 붙였다.

공중으로 도약하듯 양다리에 힘을 모아 점프하자 처용이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허공을 밟듯 다리에 힘을 주어 박차자 앞으로 쏘아져 나아갔다.

처용의 질주는 마치 구름을 밟으며 하늘을 달려나가는 듯했다.

와이번 사냥 때처럼 대지의 손을 탈 수도 있었지만.

대지의 손은 견고한 대신 이동속도가 느렸다.

처용은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태민에게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협회 헌터들이 정기점검을 나간 C급 던전 메마른 묘지.

언데드를 사냥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헌터들이 수상한 장소를 발견했다.

이들이 태민에게 조사해 보겠다며 연락을 보낸 이후로 갑자기 신호가 단절되었다.

태민이 상황파악을 위해 던전 외부에 있던 협회 직원에게 연락했다.

외부 직원이 기기로 확인한 결과 던전의 등급이 B등급으로 격상하는 결과가 나왔다.

긴급 상황이라 판단한 태민은 빠르게 협회장과 백호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근처 던전에 처용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 처용에게도 연락한 것이었다.

처용은 어떤 일이든 빠르고 신속하게 끝내왔으니까.

다행히도 태민이 연락했을 때 처용은 이미 일을 모두 끝마친 상황이었다.

또 처용의 능력이라면 이 긴급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도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던전에 투입된 인원 중에 현아가 있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벌써요?

“일직선으로 달렸으니까요. 그럼 진입합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통신을 끊은 처용이 게이트 앞에 내려섰다.

“뭐, 뭐야 누구야?”

게이트 앞을 지키던 협회 직원들이 놀란 듯 소리쳤다.

처용은 굳이 이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라이센스를 보여줬다.

“비켜.”

그리고 게이트 앞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갔다.

‘과장님이 알아서 설명해 주시겠지.’

지금은 급한 상황이었다.

저들에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자 곳곳에 비석이 박혀 있는 검은 땅이 드러났다.

-으어어어-

-크어어-

처용이 나타나자 생자를 감지한 언데드들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D급부터 C급에 이르는 좀비, 스켈레톤 등이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처용은 협회 헌터들의 신호가 끊긴 마지막 장소를 확인한 후.

“다 비켜!”

몰려오는 언데드들을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길을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콰콰콰!

처용과 부딪힌 언데드들은 질주하는 볼링공에 맞은 볼링 핀 마냥 이리저리 날아갔다.

거침없이 언데드들을 뚫고 나간 처용은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마지막 위치는 이곳인데.”

무언가가 땅을 뚫고 나온 흔적.

화염 마법이 사용된 듯 여기저기 불에 그을린 흔적.

그리고.

처용조차 처음 보는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 사체들이 보였다.

“이건 현아 씨가 쓴 마법의 흔적이고 이놈은 뭐지?”

처용이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봤다.

[저주받은 역병 구울]

[등급 : C+급 엘리트]

[특징 : 검은 침식의 저주를 받아 오염된 생명체.]

[본래 언데드가 아니었으나 사악한 저주를 받아 구울로 전락해버린 불운한 종족.]

[지성과 고유 능력을 잃어버리고 생자를 향한 원망만이 남아있다.]

[스킬 : 역병 손톱, 피의 갈망…….]

그것의 겉모습은 옷을 입은 사람 형태의 좀비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괴하게 뭉개진 얼굴과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시 형태의 눈이 특이했다.

입도 가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 삐죽한 이빨들도 튀어나와 있었다.

웬만한 언데드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흉측한 몰골이었다.

“검은 침식의 저주……, 이 기운 익숙한데?”

처용은 사체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저주의 잔향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본래 언데드가 아니었다?”

기괴한 형태의 사체, 검은 침식의 저주, 본래 언데드가 아니었다는 정보.

그렇다면 사람이었던 게 저주를 받아 이런 끔찍한 모습으로 변이되었다는 것이다.

흔적을 보면 현아가 포함된 파티는 이것들과 전투를 듯했다.

“헌터들의 사체가 없다는 건 아직 무사한 건가?”

하지만, 사체가 없다는 건 더 안 좋은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헌터들이 저주를 받아 이렇게 변이가 되어버린 것이라면?’

처용은 여러 가지 가정들을 생각하며 흔적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저주가 흘러나온 듯 보이는 묘실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언가 결계가 쳐져 있는 듯 어두운 막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우우웅.

처용이 검은 막에 손을 대 보았다.

“마인들의 결계와는 좀 다른데.”

실종된 헌터들의 발자국과 흔적을 봤을 때 그들은 이 안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처용도 안으로 진입하기로 마음먹고 들어가려는 찰나.

무언가 생각난 듯 구울 사체로 다가갔다.

처용이 구울 사체를 향해 자비의 손길을 걸어 보자.

[이미 사망한 개체의 생명력은 회복시킬 수 없습니다.]

[남아있는 검은 침식의 저주가 약해집니다.]

[검은 침식의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좋아.”

생명체를 변이시켜버리는 끔찍하고 강력한 저주였지만, 해제가 가능했다.

저주를 없앨 방법을 확인한 처용은 검은 오오라를 풍기는 묘실에 진입했다.

“신호가 끊어진 이유가 이거였네.”

-파지지직!

안으로 진입한 처용이 다시 밖으로 나가려 손을 뻗자 스파크가 튀며 손이 튕겨나왔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 뭐 이건가?”

결계를 파괴해 강제로 뚫고 다시 나갈 수도 있었지만.

묘실 아래로 향하는 계단에서 아래로 걸어간 듯한 발자국이 보였다.

헌터들의 흔적이었다.

처용은 일단 계단을 따라 묘실 아래로 내려갔다.

쭉 내려가자 길게 이어진 복도가 나타났다.

“성당의 카타콤같네.”

지하 묘지처럼 느껴지는 복도를 따라 쭉 걷자 넓은 공동이 드러났다.

그리고. 바닥과 벽에 걸려 있는 관들이 보였다.

문제는 관들이 모두 열려 있었고.

-케에에엑!

-쿠아악!

묘실 입구에서 봤었던 기괴한 구울들이 처용을 노려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이놈들이 관을 열고 나온 놈들인 것 같았다.

[저주받은 역병 구울]

[등급 : B급 엘리트]

심지어 입구에 있었던 놈들보다 더 강한 놈들이었다.

구울들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손톱을 길게 뽑고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처용은 화염의 절을 꺼내 들고 발도 자세를 잡았다.

구울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정거리에 다가온 순간.

-스르릉 –서걱!

덤벼드는 구울들의 허리가 잘려나가며 무너졌다.

구울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계속 나아가자 다른 공동으로 이어지는 복도 입구가 나타났다.

복도를 지나가며 덤벼드는 구울들을 베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자.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들과 함께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용이 앞으로 달려나가 복도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좀 전의 공동보다 더 넓은 공동이 드러났다.

마치 신전과도 같은 분위기에 바닥과 벽에는 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동 끝 구석에서 열 명의 헌터들이 진형을 짜고 구울들의 공격을 힘겹게 방어하고 있었다.

‘늦진 않았나 보네.’

처용은 경로를 가로막는 구울들을 단칼에 베어 버리며 달려나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화염 마법을 내뿜으며 구울들을 견제하는 마법 클래스 헌터가 보였다.

“현아 씨!”

“처용 씨?”

현아를 부른 처용이 높이 뛰어올랐다.

가로막는 놈들을 베어내고 헌터들과 구울들 진영 사이에 착지했다.

-캬아악!

-크아악!

갑자기 끼어든 처용을 향해 구울들이 손톱을 치켜올리고 달려들었다.

-사악 -서걱!

전장에 붉은 선이 빠르게 두 번 그어졌다.

첫 번째 선이 뻗어오는 구울의 팔들을 날려버렸고.

두 번째 선이 구울들의 목을 지나가며 머리와 몸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처용이 화염의 절을 칼집에 집어놓고 발도 자세를 취했다.

-우웅!

그리고는 검기를 최대치로 불어넣어 구울들을 향해 칼을 뽑으며 크게 휘둘렀다.

-화르르륵!

아티팩트 스킬인 화염의 절과 검기가 합쳐서 타오르듯 일렁이는 붉은 반원이 쏘아져 나갔다.

처용과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던 구울 중 절반 이상이 불타 사라졌다.

뒤에 있던 헌터들이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처용이 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여기부터 정리하고 얘기하죠.”

“아, 네. 감사합니다.”

“전처럼 방어에만 집중하세요.”

“네, 라바 실드!”

현아는 처용에게 감사를 전한 후 빠르게 전투에 집중했다.

안 그래도 위태위태했었던 진형이 처용 덕분에 한결 안정된 상황이었다.

그녀는 용암을 뭉쳐 방패를 만드는 스킬 ‘라바 실드’를 사용하여 다시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용암 방패가 길을 가로막자 구울들은 바깥에 있던 처용을 표적으로 삼았다.

거의 모든 구울들이 처용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서걱 -화르륵!

처용이 화염의 절로 그어놓은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구울들이 점점 줄어가며 상황이 끝나가고 있을 때.

-크아아아아아아!-

목청을 찢는 듯 끔찍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아직 열리지 않은 관 중 하나가 열리며 흉측한 모습의 구울이 튀어나왔다.

[변이된 역병 구울 귀족]

[등급 : A급 엘리트]

[특징 : 검은 침식의 저주를 받아 완전히 변이된 괴물.]

[생전의 이름과 능력, 지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괴물로 전락했다.]

[스킬 : 역병 손톱, 피의 갈망, 절망의 괴성…….]

어깨와 등이 찢어지며 날카로운 이빨들이 튀어나와 있었고.

길게 찢어진 입이 가슴께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튀어나온 삐죽한 이빨들까지.

다른 구울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흉측한 몰골이었다.

“아, 아, 안 돼…….”

“흐윽, 다 죽을 거야.”

녀석의 괴성을 들은 몇몇 헌터들이 주저앉으며 신음을 흘렸다.

놈이 내지른 괴성 때문이었다.

-캬캬캬캬캬캬!

절망하는 헌터들을 바라보던 녀석이 입을 길게 찢으며 웃는 순간.

–커꺽!

녀석의 입에 화염의 절이 위에서부터 세로로 박혀 들었다.

구울이 쓸데없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을 때 처용이 기습한 것이다.

“시끄러워.”

구울의 끔찍한 몰골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노려본 처용이 칼 손잡이에 힘을 더 주었다.

-커헉! 크하으악!-

처용이 아티팩트 스킬과 검기를 방출하자 구울의 몸이 불타오르며 찢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손톱과 이빨들을 세워 발버둥 치려 했지만.

“철벽부-강철 사슬.”

-촤르르륵!

처용의 왼손에서 튀어나온 강철 사슬들이 녀석을 휘감고 바닥에 틀어박히며 고정되었다.

동시에 근처에서 처용을 공격하려던 구울들까지 사슬에 묶였다.

“화염부.”

처용이 이번엔 붉은 문자가 빛나는 화염부 여섯 장을 틀어쥐고 구울의 목구멍에 쑤셔 박았다.

“지옥형벌 염옥(地獄刑罰 炎玉)!”

-푸화화아악!

처용과 묶여 있는 구울들을 중심으로 초고열의 화염들이 회전하며 퍼져 나갔다.

퍼져 나간 화염들은 크게 번지지 않고 일정 영역을 회전하며 마치 구슬처럼 구(球)를 형성했다.

처용이 사용한 이 기술은 지옥에서 행해지는 형벌 중 하나를 자연부로 구현한 것이었다.

죄인을 영원히 타오르는 화염 구슬에 가두는 형벌.

“처, 처용 씨.”

현아가 경악한 눈빛으로 불타오르는 구체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처용이 남은 몬스터들과 자폭한 듯 보였다.

하지만, 불길이 점점 사그라지자 처용이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왼손으로 새까맣게 그을린 구울의 머리를 들고서…….

“드럽게 못생겼네.”

구울의 겉모습을 짧게 평가한 처용이 머리를 벽에 내던졌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