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6화 (36/726)

#036화

처용은 가재들의 공격과 비늘을 피해 뒤로 크게 물러났다.

“토류부.”

처용이 양손에 각각 네 장의 부적을 만들어 내었다.

신력과 레벨을 일부 회복한 처용은 이제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자연부가 열여섯 장까지 늘어났다.

“거산장벽(巨山障壁).”

양손에 각각 네 장의 부적을 든 처용이 두 손을 합장하자.

-쿠구구!

처용과 가재들의 사이를 가로막듯 흙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솟아올랐다.

“그래, 나도 몸을 풀었으니.”

너비, 높이 50미터 크기의 벽 위에 자리한 처용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가재들은 벽 위에 있는 처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벽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흙으로 이루어진 벽이라 가재들의 공격에 무참히 부서졌지만.

처용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웃고 있었다.

“토류부-대지의 손.”

부서진 흙들이 처용의 근처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 뭉쳐졌다.

흙들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형상은 4미터가 넘는 크기의 거대한 손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의 손 4개가 처용의 주변을 떠다녔다.

처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며칠 전에 되찾은 자연부를 추가로 사용했다.

“철벽부.”

마치 강철 같은 은빛의 문자가 빛나는 네 장의 부적이 만들어졌다.

대지 속성의 파생 속성인 강철의 힘이 담긴 자연부였다.

협회에서 개미굴 의뢰를 받기 전 일주일의 시간 동안 수련하여 되찾은 자연부였다.

개미굴에서는 딱히 쓸 일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견고한 강철 속성의 힘이 필요했다.

“강철 장갑.”

처용은 만들어진 철벽부를 각각 한 장씩 대지의 손에 날렸다.

그러자 마치 철로 외부가 코팅되듯 대지의 손들이 은빛을 빛내며 강철로 뒤덮였다.

[대지의 손]

[토류부 두 장을 사용하여 흙을 압축시키고 거대한 손을 만들어내어 조종합니다.]

[만들어진 대지의 손에 다른 자연부의 힘을 더할 수 있습니다.]

[대지의 손으로 일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철벽부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강철 피부 숙련도에 따라 내구력이 추가로 증가합니다.

“지금은 4개가 적정선이네.”

강철로 코팅된 대지의 손 하나를 운영하는데 3장의 자연부가 필요했다.

사실 하나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었지만.

그러면 다른 자연부를 쓸 여력이 없었다.

또 지금은 대지의 손 4개를 다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지금부터 재밌을 거야.”

-쾅!

대지의 손으로 주먹을 쥐어 부딪힌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아공간에 화염의 절을 집어넣은 뒤 주먹을 쥐었다.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 주먹을 허리에 대며 격투 자세를 잡았다.

대지의 손들이 처용 근처로 모여들며 마치 주변을 호위하듯 나열되었다.

-후웅!

왼쪽에서 가재의 집게발 하나가 처용을 노리고 날아들자.

대지의 손 하나가 주먹을 쥐며 집게발을 향해 쇄도했다.

-쿠쿵!

거대한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부딪히자 굉음이 울려왔다.

대지의 손과 몬스터의 집게발이 동시에 물러났다.

무승부처럼 보였지만.

-빠사삭!

가재의 집게발 외피가 부수어지고 조금 떨어져 나가며 실금이 생겼다.

반면에 대지의 손은 멀쩡했고 푸른 마나의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처용은 단순히 대지의 손을 휘두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대지의 손에 충전 강타를 사용해 내지른 것이었다.

거대한 대지의 손을 만들어내어 헌터들의 전투를 구사하는 싸움법.

처용이 대 괴수전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슈르르!

가재 하나가 대지의 손에 맞고 뒤로 물러나자 이무기의 기세가 변했다.

뒤에서 가재들을 지휘하며 견제만 하던 놈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게 내가 말 했잖아.”

처용은 왼손을 뻗어 마치 도발하듯 손을 까닥였다.

“얘네들 가지고는 나 못 죽인다고.”

-슈르! -샤야아!

처용의 도발을 알아들었는지 놈이 포효를 내질렀다.

녀석의 뿔에서 뿜어지던 마나의 파동이 더 거세졌다.

그러자 쓰러졌던 몬스터들 중 일부 살아 있던 놈들이 몸을 일으켰다.

보스 몬스터가 내뿜는 마나의 영향을 받았는지 푸른 안광을 띠며 상처들을 일부 회복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처용이 처음 쓰러뜨린 가재가 잃어버린 다리를 재생하고 일어섰다.

“허허.”

보스의 명령을 받는 괴수 군단이 늘어나는 것을 본 처용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버거워 보이는구나?]

전투를 지켜보던 미륵이 즐겁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제삼자의 눈으로는 처용이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미륵은 계승자인 처용이 위험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처용의 입가에 웃음이 실린 것도 보고 있었으니까.

“그럴 리가요?”

처용은 전혀 걱정이 없다는 듯 말했다.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은 일반 헌터들에게는 확실히 버거운 상대였다.

A급의 가재들과 다수의 B급 몬스터들.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A급 보스 몬스터까지.

절대로 일반적인 헌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헌터가 아닌 처용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건물을 밟아 부수던 마수들에 비해서는 귀염둥이들이죠.”

처용은 진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S급 몬스터들과 수백, 수천 번을 싸워왔다.

그중에는 성좌들조차 버거워했던 S급 마수들도 있었다.

비록 지금의 처용은 그 당시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지만.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은 S급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녀석들이었다.

-샤야아!

이무기가 마나를 뿜어내며 포효하자 몬스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캬아!

가장 먼저 전기뱀장어 형태의 몬스터가 뇌전을 뿜어대며 달려들자.

대지의 손 하나가 아래에서 위로 날아와 전기뱀장어의 턱을 후려쳤다.

처용은 날아가려는 녀석의 꼬리를 대지의 손 두 개로 잡아챘다.

“으라!”

몸집이 긴 전기뱀장어를 마치 채찍처럼 휘두르며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후려쳤다.

-파지지직!

전기뱀장어는 빠져나가려고 전류를 마구 뿜어댔다.

그러나 대지의 손에 영향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같은 몬스터들을 감전시켰다.

쓸만한 무기(?)를 얻어 놈들을 순조롭게 잡아내나 싶었지만.

-콰드드득! 콰득!

앞으로 다가온 가재 두 마리가 전기뱀장어를 집게로 잡아채 순식간에 도륙 냈다.

“쯧!”

전기뱀장어를 잃은 처용이 아쉬움을 토했다.

가재들은 각각 정면 좌, 우측에 서서 처용을 포위하듯 가로막았다.

처용이 가재의 공격을 대비할 때.

-푸화화화!

돌연 뒤쪽에서 검녹색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난전 속에서 몰래 뒤를 점거한 이무기가 내뿜은 브레스.

처용은 대지의 손으로 자신을 가림과 동시에 위로 뛰어올랐다.

이무기의 브레스가 처용을 직격 하지는 못했지만, 대지의 손에 브레스가 닿았다.

-치이이

대지의 손에 코팅된 강철이 점점 녹슬며 떨어져 나갔다.

“산성인가?”

부서진 대지의 손을 빠르게 복구시키고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쳐내며 물러났다.

-후웅!

뒤로 물러나는 처용을 놓치지 않고 가재가 집게를 들어 내리쳤다.

“실수한 거야.”

처용은 막지 않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집게를 피했다.

동시에 대지의 손으로 집게의 관절 아래를 잡아챘다.

그리고 다른 두 개의 강철 주먹이 집게의 관절 윗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

-콰쾅! -콰지직!

단단한 무언가가 꺾이며 부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절을 내리친 강철 주먹에는 충전 강타뿐 아니라 지진의 일격까지 섞여 있었다.

가재의 집게가 반대 방향으로 꺾이며 떨어져 나갔다.

-쿠쾅!!

집게 하나를 뽑아냄과 동시에 남은 하나의 강철 주먹으로 가재의 몸통 중앙을 가격하며 뒤로 밀어냈다.

-후웅!

이번엔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서 집게들이 쇄도해왔다.

처용은 자세를 낮추며 집게를 피했다.

좀 전에 빼앗은 집게를 쥔 대지의 손이 집게를 오른쪽으로 크게 휘둘러 가재를 밀어냈다.

이번엔 왼쪽에 있던 가재의 집게가 처용을 노리자.

대지의 손 하나가 앞으로 나가며 집게를 가로막았다.

-쾅! -우드득!

집게에 잡힌 대지의 손이 부서지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처용은 집게를 꽉 붙들고 좀 전처럼 강철 주먹에 스킬을 부여하여 관절을 내리쳤다.

-콰지직!

하나의 집게를 또 빼앗았다.

대지의 손에 집게를 들고 가재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찍었다.

-콰쾅!

마치 망치에 얻어맞은 듯 머리에 충격을 받은 가재 하나가 뒤로 나자빠졌다.

대지의 손이 아닌 빼앗은 집게에 충전 강타를 부여한 것이었다.

상대의 팔을 빼앗아 그 팔로 공격하는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가재의 갑각 중 집게발이 가장 단단했기에 효과는 탁월했다.

[하하하, 마치 같은 괴수처럼 싸우는구나.]

처용의 싸움을 지켜보던 미륵이 웃어 보이며 솔직하게 평가했다.

그의 눈에는 처용의 전투가 마치 야생의 싸움처럼 느껴졌다.

“영향을 받았다……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처용은 성좌들과 다른 세계의 영웅들에게 많은 기술을 배웠지만.

수십 년 동안 치고받고 싸웠던 몬스터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들의 다양한 능력, 야생의 포악함,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

이런 괴수들과의 전투 속에서 처용 역시 한 마리의 괴수가 되어갔다.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항상 목숨이 걸려 있었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우드드득!

또 하나의 집게발이 부수어지며 처용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이무기가 일으켜 조종했던 다른 몬스터들은 다 나가떨어졌다.

남은 네 마리의 가재들도 집게발과 다리가 일부 떨어져 나간 채 뒤로 물러났다.

-슈르…….

처용을 보며 질린 듯 이무기가 신음을 토했다.

아무리 공격하고 또 공격해도 저 작은 생명체가 도무지 지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들이 지쳐 나가떨어질 판이었다.

그렇게 이무기가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을 때.

“재생시켜.”

처용이 집게발을 든 대지의 손으로 이무기를 겨누며 말했다.

“얘들 재생시키라고.”

대지의 손에 들린 집게발들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다시 말했다.

“네 부하들 팔다리 재생시키라고 인마.”

처용은 가재들과 이무기의 능력이 바닥날 때까지 자원을 착취할 생각이었다.

-슈, 슈르!

처용이 말한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이무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얼마 전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보다 그냥 더 강한 인간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놈은 인간이 아닌 인간의 탈은 쓴 미친 악마였다.

-우우웅!

이무기의 뿔이 빛나며 마나를 뿜어대자 가재들의 잘려나간 집게와 다리들이 재생되었다.

저 악마의 뜻대로 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어떻게든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이무기는 여차하면 부하들을 버리고 도주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고 다음 진화를 무사히 마치면 된다.

더 강한 개체로 진화하면 놈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아아!

이무기가 울부짖자 괴수들이 재차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가재의 공격에 완전히 익숙해진 처용은 공격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집게발을 뜯고 있었다.

이무기는 그런 처용을 노려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스아압!

이무기의 턱 부분이 부풀어 오르며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다.

-푸화화!

이무기의 입에서 또다시 애시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하고 범위도 넓었다.

강철도 녹이는 산성의 격류가 처용을 덮으려는 때.

“수류부-해일벽.”

처용이 푸른 문자가 빛나는 세 장의 부적을 겹쳐 수면 위에 대었다.

-콰콰!

마치 해일이 일어나 벽을 세우듯 물줄기가 일어나 처용 앞에 세워졌다.

이무기의 브레스는 물줄기 벽에 가로막혀 늪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무기의 브레스가 끊기자 처용이 물줄기 벽을 뚫고 돌진해왔다.

처용의 근처에는 세 개의 강철 주먹이 환한 빛을 내뿜으며 발광하고 있었다.

길을 가로막던 가재들에게 충전 강타가 완충된 강철 주먹을 날리며 이무기에게 돌진했다.

이무기는 머리를 돌려 도주하고 있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처용은 이무기가 부하들을 버리고 도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한 범위 공격을 가하고 도주하는 습성은 너무나 익숙하게 봐 왔던 패턴이었으니까.

아마 녀석은 안전한 곳에서 진화를 모두 마칠 때까지 잠적할 것이다.

여기서 저 녀석을 놓치면 소화 중인 내단을 얻을 수 없었다.

처용은 도주하려는 이무기를 향해 왼손을 손을 뻗었다.

“대지의 손 변형!”

정확히는 이무기의 아래쪽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펴고 수인을 맺었다.

“철산 가시지옥!”

-촤촤촤촤!

늪지대 아래에서 날카로운 강철 가시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도망치려는 이무기의 몸통이 바늘로 관통되듯 여기저기 뚫려갔다.

-캬아아!

강철 가시들에 여기저기 꿰뚫린 이무기가 괴로움의 괴성을 질렀다.

“철벽부-가시바늘 꿰기.”

처용이 이무기에게 철벽부를 한 장 던지자.

몸통을 뚫은 가시들이 늘어나듯 휘면서 이무기의 몸통을 추가로 꿰뚫었다.

“너희들만 환경을 이용할 줄 아는 건 아니야.”

처용은 이무기의 브레스를 막으려 물줄기로 벽을 일으켰을 때.

늪 밑에 대지의 손 하나를 숨겨두고 이무기가 있는 방향으로 몰래 이동시켜 두었다.

-샤아아!

점점 다가오는 처용에게 공포를 느낀 이무기가 살갗을 찢고 가까스로 머리를 돌렸다.

처용을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애시드 브레스를 발사하려는 순간.

-후웅! 퍽!

집게발 하나가 날아오더니 이무기의 입에 틀어박혔다.

처용이 아공간에 챙겨 놓은 집게발 하나를 꺼내 던진 것이었다.

“그만 끝내자.”

화염의 절을 꺼내 들고 검기를 최대치로 끌어내었다.

여기에 추가로 충전 강타까지.

-서걱!

충전 강타의 힘이 깃든 처용의 검기가 이무기의 머리를 단번에 베어버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무기의 머리가 날아가자 뒤따라오던 가재들이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졌다.

그리고.

[아직 흡수되지 않은 신수의 권능이 선인의 육체에 흡수됩니다.]

이무기의 사체에서 푸른 마나의 기류가 빠져나왔다.

이리저리 휘날리던 마나들이 처용에게 모여들었다.

“뭐야 이거?”

흡수된 마나들이 육체를 돌며 활력을 부여하는 것이 느껴졌다.

[선인의 육체가 성장합니다.]

처용은 잃어버렸던 선인의 육체 기능 일부가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수의 권능을 계승합니다.]

[선술에 권능 신수의 격(格)이 추가됩니다.]

‘계승이라고? 신수의 격?’

시스템을 확인한 처용이 당황했다.

계승.

성좌들에게 권능을 받을 때 외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신수의 격(格)]

[신수의 영험한 기운이 육체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낮은 격을 지닌 이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일부 중립적인 성향의 생명체에게 호의와 경의를 받습니다.]

-격이 높아질수록 권능이 강화됩니다.

“격?”

권능의 능력을 확인한 처용을 턱을 잡으며 고민에 빠졌다.

“태룡전에 돌아가면 좀 알아봐야겠네.”

이런 분야는 왠지 스승인 여래가 잘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마정석이 아닌데?”

처용이 이무기의 잘려나간 머리 부근에서 녹색의 덩어리를 발견했다.

[신수의 내단 / 재료]

[신수의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현재 일부가 손상되어 온전하지 않습니다.]

비록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 사태의 원인인 신수의 내단을 확보했다.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내단을 챙긴 처용은 늪지대에 널브려져 있는 몬스터들의 사체를 챙기기 시작했다.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무려 엘리트들의 사체였다.

하나도 남김없이 챙겨야 했다.

“쯧. 조금 더 뜯어낼 걸 그랬나?”

처용이 가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했다.

보스인 이무기가 죽은 탓인지 놈들의 숨통도 끊어져 있었다.

“그래도 덩치가 크니 쓸 만하겠네.”

기분 좋게 사체들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있을 때.

-와그작 와그작

“허, 이 난리통에 살아남았다고?”

처용이 타고 다녔던 거북이가 사체 잔해를 뜯어먹고 있었다.

몬스터 난투극이 일어났을 때.

거북이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다리와 머리를 숨긴 채 웅크리고만 있었다.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기에 운 좋게 화를 면한 것이었다.

“그래, 고생 많았다.”

처용이 웃으며 거북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그때.

[신수의 격이 발동합니다.]

“……어?”

[중립 생명체 스톤 터틀이 무리에 합류하기를 원합니다.]

처용의 머리에 의문이 가득 찼다.

눈앞에 거북이가 자신을 보며 옅게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짐승의 울음소리라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떤 의지가 느껴졌다.

느낌을 그대로 설명하자면 ‘당신을 따라가고 싶다’였다.

[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재밌는 일이 벌어졌구나. 제자야?]

“스승님? 아, 마침 잘 되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일단 그 미물과 내단을 들고 와보거라 나도 자세히 보고 싶으니.]

“알겠습니다.”

여래에게 대답한 처용이 다시 거북이를 바라봤다.

“나도 잘 모르겠다.”

열쇠를 꺼내든 처용이 성역으로 통하는 입구를 열었다.

“안에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

처용이 말하자 거북이가 알아들었다는 듯 울음소리를 냈다.

거북이가 금빛 게이트에 다가가자 마치 흡수되듯 빨려 들어갔다.

“흐음…….”

거북이를 보내고 처용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중립적인 생명체에게 호의를 얻는다라?”

선술에 계승된 신수의 격이라는 권능의 능력.

“테이밍 능력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아니, 아니지.”

처용이 고개를 저었다.

헌터들 중 극히 일부가 가진 테이머 클래스.

몬스터의 정신을 지배하거나 계약마법을 통해 정령을 다루는 헌터들이었다.

처용의 느낌상 신수의 격이라는 권능은 테이밍보다 상위의 능력이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권능.

앞으로의 일에 크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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