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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34화 (34/726)

#034화

처용이 던전 수배를 요청하고 퇴근한 바로 다음 날.

태민은 곧장 일을 처리하고 처용에게 연락했다.

“사흘 정도는 쉴 줄 알았는데요?”

연락을 받은 처용은 협회 던전조사과, 태민의 사무실로 곧장 이동했다.

“하하, 좀 더 느긋하게 준비할 걸 그랬나요?”

처용의 앞에 믹스커피를 놔 주며 태민이 웃어 보였다.

“아뇨, 빠르면 빠를수록 저야 좋죠. 잘 마시겠습니다.”

처용은 자신의 부탁을 빠르게 들어준 태민에게 감사를 전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보물전에 이것도 하나 가져다 놔야겠네.’

처용은 치킨 이후 쉴 때마다 먹거리를 찾는 취미가 새로 생겼다.

보물전에 간식거리를 가져다 놓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가 건넨 건 확인해 보셨나요?”

처용의 말은 어제 넘겼던 첩보 데이터 박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직 전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안에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있어서…….”

잠깐 침울해하던 태민이 고개를 들고 이야기했다.

“그나마 다행히 처용님에 관한 내용과 중요 정보들은 없어 보였습니다.”

오영철에게 확인했던 대로 처용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다행이네요.”

“처용님 덕분에 빨리 잡아서 다행입니다.”

처용에게 감사를 전한 태민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일단 비어있는 던전은 두 개입니다.”

태민이 태블릿을 가져와 처용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이었다.

“그중 하나는 여기 오크 부락입니다.”

“설마, 오크들하고 싸웁니까?”

처용은 내심 걱정하는 듯 태민에게 말했다.

‘오크들과 마찰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싸우고 싶지도 않고.’

회귀 전 오크는 크타니드에 맞서는 저항군에 합류했던 이종족이었다.

그리고 오크들을 통솔하는 오크 대족장이 처용의 동료 중 하나였다.

-전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가장 위험했던 순간마다 망설이지 않고 달려와 주었던 전사.

종족의 벽을 넘어 진짜 친구가 되었었던 이였다.

그 당시를 상기하자 전장을 울리던 친구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다.

“오크들하고 대화는 통할 텐데요?”

처용은 상기하던 회상을 접고 태민에게 물었다.

시스템의 혜택 중 하나인 번역 기능.

서로 언어가 다른 이들끼리 대화를 가능하게 해 주는 신기한 기능이었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문명을 가진 이종족들과도 번역 기능으로 대화가 가능했다.

“이종족들은 함부로 자극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방침이구요.”

태민은 처용이 무언가 불편한 듯한 기색이 보이자 다급하게 설명을 이었다.

“그저 오크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근처 야생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정도입니다.”

태민이 말한 내용은 몬스터 사냥이라기보다는 던전 순찰에 가까웠다.

던전이 나타난 초반에는 이종족들을 몬스터 취급하여 서로 싸웠었다.

현재는 일부 S급 헌터들의 노력과 중재로 이종족들과는 휴전 상태였다.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지 않고 조심하는 상황이었다.

‘그저 작은 부락 정도인가?’

처용은 태민이 보여주는 태블릿 안의 정보들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즉시 오크들을 찾아가 친구를 수소문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어떤 던전이죠?”

“사실 처용님이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이거입니다.”

태민이 태블릿을 조작하여 두 번째 던전을 보여주었다.

“B급 던전에…… 엘리트 보스인가요?”

“네,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엘리트 몬스터들이 대거 나타났습니다.”

태민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었다.

“원래는 B급과 C급을 적절히 배치해 공략할 정도로 적당한 난이도였습니다…….”

적당한 난이도를 가진 B급 던전에 엘리트 보스가 출현했고.

그 영향인지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이 강해져 난이도가 상승했다는 말이었다.

“B급 헌터들만으로 팀을 꾸려도 부상자가 나올 정도입니다.”

“보스 토벌은 당연히 실패했겠죠?”

“네, 그리고 환경이 헌터들에게 너무 열악해지다 보니…….”

태민의 설명을 들은 처용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

“딱 좋네요. 이거도 오늘 안에 끝내 드리죠.”

“그래 주신다면야 정말 감사합니다.”

태민은 진심이라는 듯 처용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철~퍽!

처용이 부탁을 받은 던전에 입장하자.

마치 수분을 잔뜩 머금은 찰흙을 밟은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흠, 확실히 헌터들한테는 좋지 않은 환경이네.”

처용이 입장한 던전의 환경은 점점 가라앉는 늪지대였다.

이전 공략조는 마법이나 아티팩트로 발판을 마련하면서 전진했다고 했었다.

물론, 처용은 발판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수류부-수면걷기.”

처용은 푸른 문자가 빛나는 부적, 수류부 두 장을 각각 다리에 하나씩 붙였다.

물 속성을 응축한 수류부의 기운이 마치 다리를 코팅하듯 감쌌다.

그러자 점점 가라앉던 발이 더는 가라앉지 않았고 마치 물 위를 걷듯 자연스럽게 걸었다.

“쯧, 보법도 빨리 되찾아야겠네.”

처용은 선인의 수련을 받아 선인의 육체를 지닌 헌터.

본래 물 위를 걷는 것쯤은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지만.

선술의 기능이 대부분 사라진 지금은 자연부를 사용해야만 물 위를 걸을 수 있었다.

늪 위에 파문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던 처용의 발걸음이 멈췄다.

마치 무언가가 늪 안에 있다는 듯 발밑을 응시하던 처용이 돌연 뒤로 점프하듯 물러났다.

-촤아아!

처용이 있던 자리에서 마치 오징어의 다리로 보이는 촉수가 튀어나왔다.

-쿠우우!

촉수와 동시에 나타난 녀석은 거대한 오징어 형태의 몬스터였다.

[늪지대 스쿼드맨]

[등급 : B+급]

[특징 : 짙은 수렁의 늪지대에 서식하는 괴수.]

[늪지대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기습하여 공격한다.]

[스킬 : 감아 조이기, 독 먹물…….]

“크라켄? 이라기엔 많이 작군.”

몸통 크기만 따지자면 금강역사보다 좀 더 큰 6미터 정도였다.

녀석은 처용을 먹이로 인식하고는 다리를 높이 들어 처용을 향해 내리쳤다.

-철푸덕!

처용은 덮쳐 들어오는 다리를 응시하다가 몸을 가볍게 틀어 피해냈다.

동시에 왼손을 들어 샛노랗게 빛나는 부적을 한 장 만들어내었다.

“뇌격부-낙뢰!”

-파지직!

스파크가 번쩍이는 부적을 몬스터를 향해 휘두르자.

처용의 손에서 뻗어 나간 번개가 놈을 감전시켰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징어의 머리를 향해 처용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오른손에 화염의 절을 꺼내 들고 몸통의 밑부분, 오징어의 눈이 있는 부분을 베었다.

-화르륵!

화염의 절이 베고 지나간 부위가 불에 타오르며 베어졌다.

-크워억!

눈알을 베인 녀석은 독성이 가득한 먹물을 뿜으며 발광하다가 축 늘어졌다.

“크라켄의 먼 친척은 맞았나 보네.”

처용이 베었던 부분은 초거대 해양 몬스터 크라켄의 약점이었다.

그냥 혹시나 해서 베어 본 것인데 같은 종류의 몬스터라 그런지 놈에게도 약점이었다.

몬스터의 사체를 챙기고 던전을 둘러보며 계속 이동했다.

“아, 대충 기억이 나네.”

던전을 돌다 보니 가물가물했었던 옛날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보스 몬스터가 뭐 이상한 걸 처먹었다고 했었나?”

그 당시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었다.

그나마 알아낸 사실은 던전에 숨겨진 아티팩트가 있었고 보스가 그것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궁금하네?”

회귀 전에는 이 던전의 사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A급 던전으로 격상해 버렸었다.

결국, 각 길드의 지부장들과 권백호가 나서서 보스를 죽이고 사태를 해결했었다.

처용은 늪지대에 파문을 만들며 강한 마나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조용히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처용은 일부러 기척을 내며 걷고 있었다.

강한 몬스터는 더 좋은 자원을 남긴다.

이 던전이 원상복구 되기 전에 강화된 몬스터들을 최대한 잡을 생각이었다.

“왔네.”

처용이 발걸음을 멈춘 순간.

처용이 디딘 늪지대 밑이 점점 새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늪지대 밑에서 점점 위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와아!

처용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이빨들이 솟아나 덮쳐들었다.

“헛차!”

높이 점프하여 이빨들을 피한 처용이 아래를 바라봤다.

솟아난 이빨들의 정체는 거대한 악어의 입이었다.

[블랙스톤 크로커다일]

[등급 : B+급 엘리트]

[특징 : 단단한 암석 같은 외피를 지닌 늪지대의 폭군.]

[강철 같은 이빨과 치악력으로 바위도 순식간에 조각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스킬 : 강철 이빨, 워터 브레스, 강화 바위 피부…….]

새까맣고 단단해 보이는 외피와 노랗게 번들거리는 파충류의 눈.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이는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들.

거의 10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를 지닌 대형 악어 몬스터였다.

“이야? 금강역사보다 강하겠는데?”

객관적으로 평가해 본 악어 몬스터의 전투력은 금강역사를 능가했다.

“얼마나 단단한지 좀 볼까?”

처용은 녀석의 몸통 위로 떨어지면서 양산형 검을 꺼내 검기를 둘렀다.

-까가각!

“호오?”

검기를 두른 검으로 가볍게 베어 보자 놀랍게도 스크래치만 날 뿐 베어지지 않았다.

-후웅! 쾅!

등 뒤에 올라탄 처용이 거슬렸는지 놈이 꼬리를 강하게 휘둘러왔다.

처용은 내리쳐오는 검은 꼬리를 피해 측면으로 몸을 틀고 다리를 박차 물러났다.

꼬리가 녀석의 등을 타격해 굉음이 울렸다.

‘강화 바위 피부에 암석화인가?’

강철 피부와는 다른 바위 피부의 진화 패시브와 외피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는 암석화.

양산형 검에 두른 검기만 가지고는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화염의 절에 검기를 부여하면 녀석을 베어버릴 수 있었지만.

놈의 외피는 딱 봐도 불개미와 비교할 수 없는 최상급 자원이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고 또 놈의 외피를 훼손하지 않고 잡을 방법은 많았다.

-푸화화!

처용이 거리를 벌리자 놈의 입에서 고압축 물대포가 쏟아져 나왔다.

바위조차도 부수는 위력을 지닌 워터 브레스가 처용을 뒤덮었다.

악어 몬스터는 자신의 브레스를 맞은 처용이 죽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아프네?”

물줄기가 끊기자 멀쩡한 모습의 처용이 나타났다.

처용은 양팔로 얼굴을 가려 가드를 올린 채 브레스를 몸으로 버텨내었다.

[강철 피부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악어가 강화 바위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처용은 강철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육체의 단단함을 따지면 처용 역시 악어 못지않았다.

-크르! 크라라!

브레스가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악어가 처용에게 돌진했다.

굉장한 악력을 가진 녀석의 이빨에 제대로 물린다면, 아무리 강철 피부라도 무사하기 힘들었다.

악어가 날카로운 이빨들을 세우며 물어뜯을 기세로 점점 다가와도 처용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화염부-뇌격부-압축.”

양손에 각각 3개씩 화염부와 뇌격부를 만들고 그것들을 한 곳에 뭉쳤다.

그러자 뇌전과 화염의 기운이 작은 테니스공 크기로 압축되었다.

“염뢰옥(炎雷玉).”

마치 붉은색과 샛노란 색이 이리저리 섞인 구슬과 같은 모양이었다.

-크라라!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악어가 처용을 집어삼킬 기세로 입을 벌리며 다가오자.

처용은 놈의 아가리에 염뢰옥을 던지고 재빠르게 물러났다.

-촤아아-

악어는 처용이 있었던 늪지대 물을 한껏 들이켰고 동시에 염뢰옥도 놈의 몸속 깊이 들어갔다.

“폭.”

-딱! -쿠쿠쿵!

처용이 손가락을 튕기자 악어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동시에.

-쿠웨웩!

악어가 뒤로 넘어가며 나자빠졌다.

검붉은 피와 내장 조각을 입에서 쏟아내며 몸부림쳤다.

아무리 외피가 단단하다고 해도 몸속은 그렇지 않았다.

몸 내부에서 뇌전과 화염이 기운이 응축된 폭탄이 터졌으니 내장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몸 안쪽이 번개로 지져지고 화염에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격통에 몸부림치는 악어의 머리 앞으로 처용이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꿀꺽!

악어의 입속으로 무언가가 또 들어갔다.

처용이 손가락을 세 개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번엔 3개야.”

악어는 그런 처용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눈빛이 거침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눈빛이 손가락을 튕길 준비를 하는 처용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다른 몬스터들을 공포에 빠트리며 잡아먹었던 늪지대의 폭군이 반대로 공포에 점점 잠식되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며 내는 작은 소음.

그것이 악어 몬스터가 기억하는 마지막 소리였고.

처용은 고품질의 악어가죽을 얻었다.

“나쁘지 않네.”

악어의 사체를 정리하고 슬슬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철퍽! -철퍽!

처용의 앞을 가로지르며 큰 바위가 지나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자 움직이는 큰 바위는 10미터 정도 크기의 거대한 거북이였다.

[스톤 터틀]

[등급 : B급]

[특징 : 단단한 암석을 껍질로 삼아 살아가는 거대한 거북이.]

[방어력은 단단하지만, 깨무는 것 외에는 공격 능력이 전무하다.]

[몬스터의 사체나 나무, 바위 등을 먹어치우며 껍질에 양분을 저장하고 성장한다.]

[죽으면 모아 놓은 영양분이 땅으로 스며들며 자연에 양분을 공급한다.]

[스킬 : 잡식성 성장, 바위 껍질, 방어 태세…….]

“흠…… 이 던전의 청소부인가?”

보통 몬스터는 포악한 성향을 가지고 인간을 마주치면 공격한다.

하지만, 이 거북이는 처용을 봤음에도 무시했다.

그저 악어가 고통 속에 게워낸 내장 조각들과 피를 들이키고 있었다.

‘이놈은 그냥 두는 게 좋겠지.’

이곳처럼 독자적인 환경을 갖춘 던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청소부.

그들은 악어 같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개체였다.

던전의 환경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가진 나름 이로운 몬스터이기도 했다.

등껍질이 단단해서 쓸 만해 보이지만, 통짜 바위와 다름이 없었다.

이놈을 잡는 것은 바깥에서 바위를 캐는 것과 같았다.

“아니지, 이놈을 이용해 볼까?”

이 거북이의 방어력과 크기를 생각해 봤을 때.

이놈을 노릴 만한 몬스터는 강한 포식자뿐이었다.

보스 몬스터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악어를 죽이지 않았으면 먹혔을 테니 은혜라고 생각해라.”

처용이 거북이 등 위로 올라타 앉았다.

-우우.

마침 식사를 다 마쳤는지 거북이가 방향을 돌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딱히, 걸어 다니는 게 힘들고 귀찮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게 좋으니 겸사겸사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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