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30화 (30/726)

#030화

“허, 이거.”

백호가 만들어진 팔찌 아티팩트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탄했다.

“굳이 이번 일만이 아니더라도 쓸모가 많겠는데?”

“애초에 장기적으로 쓸 생각으로 설계한 거니까요.”

백호의 말에 대답한 처용은 아티팩트 중 유일하게 유니크 등급인 팔찌를 들었다.

“이건 과장님이 사용하세요.”

처용이 생각한 이 아티팩트의 사용자는 탐정인 김태민 과장이었다.

[악몽을 걷어내는 자 / 아티팩트]

[등급 : 유니크]

[짙은 어둠을 걷어내는 명환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근처의 은신, 은폐, 초은폐를 감지하고 드러냅니다.]

[착용자는 마기에 저항하는 힘을 가집니다.]

-은신, 은폐, 초은폐 무력화.

-빛 속성 실드 사용 가능.

-모든 마기 스킬에 저항.

“제, 제가요?”

무려 유니크 등급의 아티팩트를 자신이 사용한다?

태민은 예상도 못 했다는 듯 당황했다.

“처용님이나 부장님이 쓰는 게 더 좋지 않나요?”

강한 헌터가 강한 아티팩트를 사용하면 시너지가 좋았으니까.

태민의 생각은 맞지만.

이 아티팩트는 공격용으로 만든 아티팩트가 아니었다.

“이걸 쓰는 한 놈들은 과장님의 능력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처용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지금까지 태민의 스킬이 놈들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마나가 마기보다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아티팩트의 힘이 있다면, 탐정의 스킬은 마기를 뚫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태민에게 이것을 넘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차라리 협회장님께 드리는 게 어떻습니까.”

태민은 협회장의 안위를 걱정해 한 말이었다.

실제로 위험이 닥친다면 일반인인 협회장이 가장 위험하긴 했다.

하지만.

“킹을 지키기만 한다고 체스에서 이기는 건 아닙니다.”

처용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태민의 제안을 부정했다.

“놈들은 협회장님을 ‘직접’ 노리지 못할 겁니다.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지키고 있는 한.”

처용이 백호에게 눈길을 주며 말하자 백호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려!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형님은 손도 못 대지!”

커맨더가 백호를 한국에 둔 이유도 협회장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협회장님을 직접 노리지 못하니 협회장님의 수족을 노릴 겁니다.”

처용의 시선이 태민을 향했다.

“특히, 과장님 같은.”

확신이 담긴 낮은 음성에 태민이 침을 삼켰다.

태민은 협회장이 지시하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비서와 같은 존재였다.

그가 허무하게 죽는 것을 막기 위함이 또 다른 이유였다.

“이 아티팩트를 가지고만 있어도 웬만한 마기는 힘도 못 쓸 겁니다.”

처용이 냉정하게 판단해 봤을 때.

A급 마인이 아닌 이상, 이 아티팩트를 가진 태민을 죽이긴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굳이 마인들만이 아니라 집행반 입장에서도 과장님은 성가십니다.”

아티팩트를 태민에게 건네며 처용이 웃어 보였다.

“그러니, 이걸 가지고 놈들을 더 성가시게 만들어 주십시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과장님이 사용하세요.”

처용의 말에 협회장이 동의했다.

태민은 아티팩트를 받아들고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처용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민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의욕이 불타올랐다.

“남은 것은 백호님 포함해서 적절히 나누어 쓰세요.”

“자네는 안 쓰나?”

배신자를 잡는 이 일의 핵심은 처용이었다.

백호는 왜 정작 처용만 아티팩트를 쓰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 아티팩트에 부여된 힘. 제 능력을 베이스로 만든 거니까요.”

처용이 말함과 동시에 명환부를 생성해 보였다.

-화아악!

어둠을 몰아내는 힘이 담긴 명환의 빛이 퍼지자 백호가 놀라워했다.

“참, 보면 볼수록 대단하구만.”

동시에 처용을 보며 든든했다.

커맨더와 같은 특별한 힘을 가진 그가 자신들을 돕고 있었으니까.

“더 지체하지 말고 오늘 바로 시작하시죠.”

처용의 말에 협회장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뭐지? 무슨 생각이지?”

이진상이 의문을 담은 말을 뱉으며 육중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협회장에게서 독대 요청이 왔다.

그 능구렁이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숨겨진 헌터를 알아내던지 혹은 단서를 잡아내든지 해야했다.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그분들이 자신을 무능하다 판단하고 처리할 것이다.

이윽고 협회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협회장의 허락이 없으면 올 수 없는 장소.

‘반드시 이곳을 차지할 것이다.’

자신이 모시는 분들의 도움만 있다면 꿈만은 아닌 이야기였다.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 이진상이 앞으로 나아가 문을 열었다.

-끼이이-

문은 열고 내부에 들어가자 협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독대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진상이 두툼한 눈썹살을 찌푸리며 협회장을 노려봤다.

“왜 김태민 과장이 여기에 있죠? 저 사람은 또 누굽니까?”

안경을 들어 올리며 자신을 응시하는 태민과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처음 보는 남자.

무표정해 보였지만.

그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누구지?’

권백호와 같은 강자로서의 위압감과 비슷했다.

그러나 좀 더 소름이 끼치는 눈빛이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설마?’

협회장 측 인물들을 모두 샅샅이 파악했던 이진상이었다.

그런 그가 모르는 얼굴이라면?

“김태민 과장은 그렇다 칩시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이진상이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재차 협회장에게 물었지만.

“당신이 알아내고 싶어하던 사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질문에 대답한 건.

자신이 물어본 협회장이 아닌 질문의 목표, 처용이었다.

이진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진상 이사.”

침묵하던 협회장이 무표정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처럼 존칭이 아닌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권력자의 말투였다.

“지금부터 내 말에 솔직하게 말하게.”

무언가……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왜 마인들하고 결탁했나?”

협회장은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가진 말투였다.

“그게……무슨 소리입니까?”

이진상은 당황할 뻔했지만, 담담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절대로 발각될 리가 없었다.

그분들이 호언장담을 했고 자신 또한 몇 번이나 확인했으니까.

“지금 저를 모함하는 겁니까?”

자신감을 되찾은 이진상이 되려 협회장을 향해 소리쳤다.

협회장의 말을 헛다리로 만든다면 그의 권위를 깎을 수 있었다.

“마침 김태민 과장이 있군요.”

이진상이 비열하게 웃으며 김태민을 바라봤다.

그의 하찮은 탐정 능력으로는 그분들의 힘을 이길 리 없었으니까.

“탐정의 보고서.”

태민이 담담하게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자신이 사용한 스킬의 결과를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이었다.

“난 마인들과 결탁하지 않았다. 난 청렴결백해!”

이진상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자신감을 회복하자 승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저 멍청한 탐정이 들고 있는 종이에는 ‘진실’이 적혀 나올 것이다.

그러면 협회장을 압박할 수…….

[거짓.]

“뭐?”

예상 밖의 상황에 이진상의 입에서 멍청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태민이 모두가 보이도록 뒤집은 종이에는 ‘거짓’이 적혀 있었다.

“이, 이건 모함이야!”

이진상이 부정하듯 소리쳤다. 그러자.

[거짓.]

[거짓.]

태민이 들고 있는 종이에 ‘거짓’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아니야, 난 마인들과 결탁하지 않았어!”

현실을 부정하듯 괴성을 내지르자 또다시 거짓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누가 가르쳐 주더군요.”

드러난 배신자를 바라본 협회장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멧돼지 무리를 잡으려면 우두머리의 목부터 쳐야 한다고.”

협회장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이진상의 표정이 구겨졌다.

“젠장!”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들통났다고 판단한 이진상은 숨겨두었던 보험을 발동했다.

‘일단…… 빠져 나간다!’

그분들에게 받은 아티팩트는 보고를 올리는 것 만이 아니었다.

“황제일 이새끼 두고보자!”

혹시 들켰을 때를 대비하여 무사히 탈출시켜주는 기능이 있다고 했었다.

“네놈을 족치고 내가 협회를 먹-”

왼손에 검지에 끼워져 있는 이 아티팩트를 발동-.

-사각.

“어……?”

이진상이 자신의 손을 응시하며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아티팩트를 발동하려고 오른손으로 왼손 검지를 잡으려 했었다.

그런데…….

“이거 찾아?”

어느 순간 근처로 다가온 처용이 무언가를 손에 들고 흔들며 말했다.

이진상의 왼손 검지였다.

“족발은 관심 없고.”

처용이 잘려나간 두툼한 손가락에서 검은 반지를 빼냈고.

남은 손가락을 이신상에게 집어던졌다.

[추악한 밀고의 반지 / 아티팩트]

[등급 : 레어]

[같은 파장의 마기를 지닌 아티팩트끼리 연결하여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특수한 조작으로 마기를 폭주시켜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원거리 통신.

-사용자 자폭.

“역시, 예상한 대로 폭탄입니다.”

처용이 협회장과 태민을 향해 말했다.

같은 마인들끼리도 정보의 노출을 경계하여 저주를 거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부패 정치인에게 안전장치를 줬을 리가 없었다.

“폭탄이……맞았군요.”

“처용님 말이 사실이었네요.”

협회장과 태민이 처용의 말에 답하듯 대답했다.

처용이 통신기를 가진 놈들을 우선적으로, 하나하나 불러서 처리하자고 한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 녹화 끄셔도 됩니다. 증거는 잡았고 이제부터는 안 하는 게 좋으니까요.”

처용의 말이 끝나자 태민이 리모컨을 조작했다.

처용의 말대로 이진상이 온 순간부터 이 상황을 녹화 중이었다.

“이, 이러면 다른 의원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

잘려진 손가락을 붙잡은 이진상이 울부짖었다.

“벼, 변호사 불러! 나, 난 국회의원이야! 보호를 받을 권리-”

“아, 시끄럽네.”

-꽉!

처용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왼손으로 이진상의 목을 틀어쥐었다.

“끄웨엑!”

목을 잡아챈 상태로 주저앉은 이진상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살기가 일렁이는 처용의 눈을 마주하자 이진상의 눈에 공포가 가득 차올랐다.

“사-컥, 살려…….”

“살고 싶어?”

처용이 잔혹하게 웃으며 살고 싶냐고 말하자.

이진상의 머리가 위아래로 격하게 움직였다.

“살려는 줄게.”

처용의 말을 들은 이진상의 표정에서 살짝 안도감이 비추었다.

“대신 아는 게 많아야 할 거야.”

처용이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리자 마나의 실이 뿜어져 나왔다.

성좌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보여줄 때 사용한 기억의 실타래였다.

본래는 자신에게 사용하는 마법이었지만.

“끄, 끄어억!”

마나의 실로 싸인 처용의 검지가 이진상의 관자놀이에 박혔다.

이진상의 눈동자가 뒤집혔다.

처용이 행한 짓은 기억의 실타래의 악의적인 응용 방법이었다.

지금 기억의 실타래는 이진상의 최근 기억을 강제로 적출해 내는 중이었다.

마나를 다루는 헌터는 여기에 저항할 수 있겠지만.

이진상은 일반인이기에 저항이 불가능했다.

대상의 뇌를 헤집어서 강제로 기억을 뽑아내는 만큼 부작용이 심할 것이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처용의 생각대로 이진상의 고통은 알 바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 유의미한 정보가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그게 기억을 뽑아내는 것이로군요.”

지켜보던 태민이 섬뜩하면서도 신기한 듯 보면서 물었다.

“어차피 심문해 봐야 이놈들 제대로 대답 안 합니다.”

좀 전처럼 변호사니 보호를 받아야 하니 하면서 협조는커녕 방해만 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할 바엔 강제로 정보를 빼앗는 게 효율적이었다.

“으어, 으어억…….”

처용이 이진상의 관자놀이에서 검지를 뽑고 그를 내던졌다.

강제로 머리가 헤집어진 부작용 때문인지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부림 치고 있었다.

“마인들의 아지트는 당연히 모를 테고…… 호오?”

이진상의 기억을 확인한 처용이 쓸만한 정보를 찾은 듯 눈이 커졌다.

“대어까지는 아니어도 물고기가 숨어있었네?”

처용이 웃음을 보이며 이진상에게서 빼앗은 반지를 들어 올렸다.

“명환부-악령 구속.”

두 장의 명환부가 만들어지고 빛이 반지를 감싸며 시작했다.

마치 반지가 빛나는 상자에 포장되듯 정육면체 안에 갇혔다.

“이걸로 통신기도 처리했고.”

아마 저쪽에서 신호를 보내도 당장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전화가 오면 받지만 않을 뿐 통화음은 계속 울리게 만든 것이었다.

“다음 돼지 부르시죠.”

작업을 마친 처용이 협회장과 태민을 향해 말했다.

협회장이 인터폰을 들어 다음 타겟을 불러들였다,

배신자들은 이 장소가 도축장인 줄도 모르고 하나하나 불려오고 있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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