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26화 (26/726)

#026화

“흠, 그렇군요.”

혁수의 말에 처용은 미소를 숨기며 대답했다.

“자네가 쓸 건가?”

궁금증을 가득 담은 혁수의 질문이 들려왔다.

“아뇨, 저한테는 의미가 없는 스킬석이라…….”

-화르륵!

처용의 손에서 화염부 한 장이 타올랐고 강렬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래, 에픽 클래스라고 했었지.”

강렬히 퍼지는 화염의 열기를 멍하니 지켜본 혁수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혁수는 저 스킬석이 처용이 지닌 특별한 힘과는 맞지 않았기에 쓰지 않은 것이라 판단했다.

“당장은 이걸 팔까 생각중입-”

“내가 사겠네!”

처용의 다 말하기도 전에 혁수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네?”

“내가 사겠다고!”

처용이 다시 한번 묻자 혁수가 강하게 대답했다.

“200억 주겠네!”

“센터장님?”

“내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돈의 전부라네!”

대화를 듣던 태민은 일반 스킬석의 200배의 가격에 기겁했다.

“다른 헌터들도 이정도는 주지 않을 거야!”

“음…….”

“부족하면 더 얹어주겠네!”

스킬석을 얻겠다는 혁수의 진심이 느껴졌다.

처용이 고민하듯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어쩔까나……?’

솔직히 혁수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그가 제안한 금액은 오늘 수입의 50배에 가까운 돈이었다.

“이게 굳이 필요하신건가요?”

처용이 궁금한 듯 물었다.

혁수가 이 스킬석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비전투 클래스였으니까.

표정을 볼 때 단순 수집욕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이 스킬석은 원하는 것일까?

“우리 현아 줄려고 그래.”

“아하?”

혁수의 대답에 처용이 수긍했다.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것 보다.”

뒤이어 혁수의 말이 이어졌다.

“다른 망나니들한테 넘어갈 바에는 우리 현아가 쓰는 게 낫지 않나?”

“흠…….”

처용이 볼 때 마지막 말이 혁수의 진짜 진심이었다.

“확실히…….”

스킬석은 헌터를 강화시키는 수단.

이상한 놈한테 흘러 들어가 변수를 만들어 버리면 곤란했다.

가장 최악은 마인들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

마녀가 이 스킬석을 손에 넣는다면?

상상만으로도 최악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만드는 것 보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내고 고민을 마쳤다.

‘가까운 곳에 변수를 만드는 게 낫겠지.’

생각을 끝낸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혁수에게 대답했다.

“절반.”

“음?”

혁수는 처용의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끔뻑거렸다.

“100억에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말과 함께 처용이 미소를 짓자 혁수 역시 환한 미소를 내지었다.

“저, 정말! 고맙네!”

“대신 나중에 좋은 아티팩트 하나 만들어 주세요.”

처용이 가격을 절반으로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뛰어난 인첸터인 혁수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으니까.

100억도 상당한 돈이었으니 굳이 그의 자산을 뽑아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던전은 돌 것이니 돈은 점차 생길 것이다.

“하나는 무슨! 뭐든 만들어 주겠네! 하하하!”

혁수가 진심으로 기쁜 듯 웃어보였다.

“이제 센터장님 것입니다.”

처용이 스킬석을 넘김과 동시에 혁수가 즉각 돈을 입금했다.

“물건값은 확실히 계산해야지.”

-띠링.

[장혁수 / 10,000,000,000 / 입금]

혁수의 말과 함께 핸드폰을 확인하자 입금 메시지가 날라왔다.

“감사합니다.”

스킬석을 돈 주고 판 것이었지만.

처용은 혁수 덕에 당장 운용이 가능한 100억이라는 큰돈이 생겼다.

‘신경 쓸게 하나 줄었네.’

이정도 돈이라면 당장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딸! 지금 어디야? 아빠가 있는-”

아마 현아에게 연락했는지 혁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현아에게 줄 생각인 것 같았다.

‘나름대로 주인을 잘 찾아 준 것 같네.’

현아 역시 혁수와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협회에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녀가 성장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지 나쁠 것은 일절 없었다.

“센터장님?”

마침 협회에 있었는지 현아가 빠르게 도착했다.

“아빠라고 부르라니깐?”

“과장님? 처용씨까지?”

혁수의 부름에 왔지만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태민의 작금의 상황을 설명하자.

“레, 레어요오!?”

스킬석을 처음 확인했던 혁수처럼 현아의 목소리가 어긋났다.

“이걸 제가요? 제가 왜요? 아니…….”

마인과 마수들을 마주했을 때도 침착했던 그녀가 스킬석 앞에 무너졌다.

“너 주려고 산 거니까 그냥 써!”

혁수가 당황하는 현아의 손에 스킬석을 쥐어 주었다.

“아니, 그래도…….”

망설임이 가득한 침음성이 현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귀한 스킬석을 자신이 사용할 자격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이 스킬석을 구해온 처용을 바라보자.

“이젠 제꺼 아닙니다.”

처용이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센터장님한테 팔았으니까요.”

“그래, 저 친구 말대로 이젠 내꺼니까 너 써!”

처용이 웃으며 한 대답에 혁수가 맞장구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현아는 더 거절하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스킬석을 손에 꼭 쥐고 내제된 힘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레벨이 더 올라갔네?’

통찰의 눈으로 현아를 바라보자 그녀의 레벨이 더 올라간 것이 보였다.

그동안 그녀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였다.

처용은 스킬석을 받아들이는 현아를 보며 내심 기대했다.

자신이 만든 변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말이다.

“온도가……원래 이러나요?”

태민이 당황한 듯 말했다.

그의 말대로 주변의 온도가 현아를 중심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겠네, 처음 보는 현상인데…….”

혁수 역시 예상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보였다.

“상성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상성?”

“네.”

반면, 혁수의 말에 대답한 처용은 이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 기대되네?’

회귀 전에는 정훈처럼 재능을 꽃피운 헌터들도 많았지만.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죽은 헌터들도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지금.

날개가 감추어진 헌터 하나를 막 찾아낸 것일 수도 있었다.

‘레벨이 B급에 도달하기 직전, 거기에 상성이 좋은 스킬석 흡수.’

현아를 바라보는 처용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이거 30% 정도가 아니라 설마?’

처용은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웃음을 지었다.

-쩌저적! 화아악-

스킬석이 부서저 내림과 동시에 현아에게서 붉은빛이 번져나갔다.

“하하, 하하하.”

회귀 전에도 몇 번 보지 못한 광경에 처용이 웃어 보였다.

‘승급도 모자라……승격이라니.’

지금 이 순간.

군계들 속에 숨겨져 있던 하나의 재능이.

화려한 학이 되어 날아올랐다.

[이름 : 장현아]

[레벨 : 70]

[칭호 : B급 헌터, 화톳불 수호자의 가호]

[클래스 : 플레임 워록]

[특징 : 화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투 마법사입니다.]

[일반 마법사 클래스에 비해 강한 화력과 전투력을 자랑하는 유니크 클래스입니다.]

[스킬 : 라바 실드, 플레임 버스트, 화염 강화 오라……]

B급으로 ‘승급’할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었다.

하지만, 클래스가 ‘승격’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용이 만든 작은 변수는 강한 헌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붉은빛이 스며들며 사라지고 현아가 눈을 뜨자 처용이 다가갔다.

“축하합니다.”

“아…….”

현아는 아직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모습이었다.

“B급에 오르셨죠?”

“정말로?”

처용이 건넨 말에 혁수와 태민이 놀란 듯 외쳤다.

“승급이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인 현아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 말을 흐렸다.

믿기지 않는 무언가를 본 듯이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클래스 승격하셨죠?”

처용은 한마디의 질문으로 모두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네.”

“!!”

현아는 처용의 말에 멍하니 대답했고.

혁수와 태민은 상상도 못한 결과에 말을 잇지 못했다.

클래스 승격.

헌터가 많은 경험을 축적하여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드물게 생기는 현상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상위 클래스로 진급하는 경우를 말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처용은 스스로 만들어낸 변수의 결과가 그저 신기했다.

“후우.”

현아가 침착함을 가지려는 듯 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침착함을 되찾은 현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더 정진해서 A급 헌터까지 올라가세요.”

현아의 말에 처용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처용에게 있어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을 걸 넘어서 나름 베스트였다.

현아 정도의 재능을 가진 헌터라면.

미래에 구상하는 계획에서 포함될 정도의 인재였다.

일당백 프로젝트.

처용은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것을 생각 중이었다.

여러 상황에 모두 대처가 가능한 특공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회귀 전, 악신들에게 맞서던 연합군 중 처용의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말, 고맙네.”

혁수가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현아의 성장은 가족인 혁수에게 있어 큰 기쁨이었으니까.

“그저 돈 받고 팔았을 뿐입니다.”

처용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빚은 내가 꼭 갚겠네. 고맙네.”

혁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처용에게 재차 감사를 전했다.

처용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그가 돈을 주고 팔았다고 해도 본인이 구해온 스킬석이다.

그것으로 다른 이가 승급에 승격까지 했으니 질투할 수도 있었다.

혁수는 헌터들이 가진 욕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처용에게는 그런 마이너스한 감정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협회장 나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시겠구만. 하하!”

혁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협회 내부에도 많지 않은 B급 헌터가 새로 탄생했다.

협회의 전력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현아는 협회장의 세력이었으니 큰 희소식이었다.

“유진이도 자네를 보면 좋아할 걸세.”

“커맨더?”

처용은 혁수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이 나오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오! 잘 아는구만?”

“……당연히 잘 알죠.”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S급 헌터 임유진, 통칭 커맨더.

회귀 전 처용과 같이 악신들에게 맞서던 ‘특공대’ 중 하나였으니까.

최고의 전술과 군대를 가진 전장의 사령관.

지구가 멸망할 때.

그가 없었다면 처용은 물론 지구의 생존자는 하나도 없이 전멸했을 것이다.

“저도 만나고 싶네요.”

커맨더는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게이트를 막고 있을 것이다.

처용은 속으로 그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작은 격려를 보냈다.

***

현아의 소식을 들은 협회장은 당연히 두 팔 벌려 크게 환영했다.

백호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아는 그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부하이자 협회의 식구였다.

그런 그녀에게 레어 등급의 스킬석을 넘겨준 처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기쁜 마음이 계속되나 싶었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갑작스럽게 소집된 협회의 임원 회의.

상을 내려치며 협회장의 반대편에 앉은 남자가 소리치고 있었다.

협회장과 백호는 얼어붙을 듯 한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져있는 볼살과 치켜 올라간 눈매.

마치 욕심으로 가득 채운 듯한 두툼한 얼굴과 몸매를 한 남자였다.

협회장과 비슷한 나이대였지만.

현명함이 느껴지는 협회장의 눈빛과는 달리 소리친 남자의 눈빛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스킬석이라뇨? 그런 걸 함부로 써도 되는 겁니까!”

-쾅!

두툼한 볼살을 떨어댐과 동시에 살집 가득한 손으로 상을 내리쳤다.

“하아.”

협회장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장 센터장님이 돈 주고 산 것을 자녀에게 준 것인데 뭐가 문제죠?”

항상 침착함과 웃음을 보이던 협회장이 한심한 감정을 가득 담아 응시했다.

“이진상 이사님?”

협회장의 시선이 좀 전에 소리친 뚱뚱한 남자, 이진상을 향했다.

협회장의 말에 다른 임원들의 눈빛이 이리저리 오갔다.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스킬석입니다. 그걸 함부로 사용한 것은…….

-법률이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킬석 자체에 대한…….

빠르게 오가는 눈동자와 동시에 각자의 파벌들끼리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오갔다.

협회장은 이 억지 가득한 상황에서도 배를 채우기 위해 떠드는 돼지들이 한심해 보였다.

“당연히 문제가 있지요!”

특히, 저 시끄럽게 떠드는 왕 돼지가 말이다.

“그 스킬석의 출처가 뭡니까? 그 직원이 누구냐고요!”

“신변의 비밀을 요청한 헌터이니 제가 말할 권한은 없습니다.”

협회장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 모습에 도발이 되었는지 이진상이 볼살을 한 차례 떨며 소리쳤다.

“그놈이 누구길래 우리 임원들조차 모르는 것입니까! 만약 수상한 놈이라면-”

“내 지인이우.”

권백호가 이진상의 말을 잘라내며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지인한테 수상한 놈?”

한쪽 눈썹을 크게 올리고 이진상을 똑바로 마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

백호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 보지도 못하는 이진상의 말이 막혔다.

‘설마, 커맨더의 파티원 중 하나가 귀국한 건가?’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정보였다.

‘더 알아내야 한다! 정확히 누구인지!’

‘자신이 모시는 분’에게 닦달을 받은 이진상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권 부장님의 지인이면 커맨더의 파티원 중 한 분이 돌아온 겁니까?”

“글쎄요?”

백호는 이진상의 말에 귀를 후비며 대충 대답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피곤하다면서 아까 퇴근했습니다만?”

귀를 후비던 손가락을 후 불며 백호가 건성건성 대답했다.

이진상이 주먹을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다시 말하지만, 신변의 비밀을 요청했기에 말할 수 없습니다.”

협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권 부장님의 지인이니 어쩔 수 없군요…….”

이를 아득바득 갈아댄 이진상이 부들거리며 읆조렸다.

권백호의 지인만 아니었다면, 강압적인 방법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찌 호랑이의 뒤를 캘 것인가?

실현 가능성은 제로였고 뒤를 캘 사람도 없었다.

그는 커맨더 다음으로 강한 헌터였으니까.

‘젠장, 뭐라도 더 알아내야 한다!’

이진상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그분들에게 밉보이면 자신의 권력, 돈 모두 끝장이었다.

“그렇다면! 스킬석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십시오. 이진상 이사님. 문제는 없습니다.”

협회장의 목소리가 점점 낮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협회장이라고 협회의 물건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습니까?”

“도대체 이게 왜 제 마음대로 다룬 것입니까?”

“적어도 우리 임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하아아-”

말도 되지 않는 억지에 협회장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의미도 없고 답답함만 가득한 도돌이표가 반복되고 있을 때.

“헌터가 목숨 걸고 가져온 자원인데…….”

백호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왜 당신들 허락을 받아야 하지?”

권백호가 이진상 측 임원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 자원이 당신들 건가?”

백호의 엄동설한과 같은 차가운 음성이 울렸다.

“말을 조심하십시오. 권 부-”

이진상 측 임원 중 집행반의 대표가 백호를 제지하려 했지만.

“입 다물어.”

백호의 눈빛을 마주하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대답들이 없지요?”

백호의 말에 대답하는 이들은 없었다.

마치 호랑이가 내뿜는 초저주파에 굳어버린 초식동물처럼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헌터는! 당신들 도구가 아니야!!”

백호의 입에서 격노가 울려 퍼졌다.

크게 울리며 퍼진 소리에 임원들이 귀를 막고 비틀거렸다.

미리 귀띔을 들은 협회장과 태민은 조용히 귀를 막았기에 피해는 없었다.

백호의 말에 대꾸하는 이들은 없었고 시끄럽던 회의실이 고요해졌다.

“……더 할 말씀들이 없으시면 이만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협회장의 말을 마지막으로 임원 회의가 끝났다.

“……젠장!”

주먹을 불끈 쥔 이진상이 협회장을 노려보다가 자리를 박차 일어났다.

자신의 사무실로 가려는 듯 거친 발걸음으로 뒤돌아 나갔다.

그리고.

마치 그림자처럼 그 뒤를 무언가가 은밀하게 뒤따라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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