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17화 (17/726)

#017화

모두가 숨죽여 협회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어떤 말을 하냐에 따라 처용이라는 헌터.

에픽 클래스의 헌터가 협회에 합류한다는 중대 사안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처용의 질문을 받은 협회장은 조용히 눈을 감았고.

“……뭐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뜨며 대답했다.

“저희가 가능한 선에서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흠, 뭐든지요?”

처용은 다른 표정 변화 없이 되물었다.

“너무 위험한 말씀을 하시는데.”

처용이 살짝 인상을 쓰고 협회장에게 물었다.

“전 상대가 마인이면 자비를 갖지 않습니다.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 역시도!”

처용이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제가 당장 누구를 암살하고 그 사실을 은폐해 달라고 요청하면요?”

“…….”

“그것도 해주실 겁니까?”

처용은 마인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도덕과 법을 무시한 자신의 사냥에 동참할 수 있겠느냐?

그걸 물어본 것이었다.

“자네…….”

백호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협회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어렵군요…….”

협회장이 눈을 질끈 감으며 이야기했다.

“사람은 법과 도덕이 없으면 야만인과 다를 게 없습니다.”

협회장의 대답에 처용이 비웃듯 웃으며 대답했다.

“야만인은 적어도 ‘사람’이죠.”

처용의 말에 협회장이 눈을 뜨며 처용과 마주했다.

“마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괴물이요.”

처용은 ‘괴물’이라는 말을 강조해서 말했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법과 도덕이 먹힐까요?”

마인들은 힘의 논리, 즉 약육강식을 따르며 힘을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철역에서 마인들 손에 몇 명이 죽었죠?”

“…….”

“얼마나 더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야 합니까?”

처용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괴물을 상대한다고 해서 우리마저 괴물이 된다면.”

침묵을 깨고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협회장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처용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려운 길인 거 압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운 망상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협회장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그의 신념이 굳게 묻어 있었다.

“저희는 괴물을 잡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니까요.”

협회장의 말을 들은 처용은 표정 변화 없이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불안한 마음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이대로 협상은 결렬이고 처용은 함께하지 않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질 때.

“부디 그 마음가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처용은 황제일이라는 인간의 신념을 마주하고는 내심 흡족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운다.

처용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끝까지 인간으로 남으셔서 사람들을 이끌어 주세요.”

처용의 목소리에 이전과는 다르게 딱딱함이 사라졌다.

“방금처럼 무리한 요구는 협회가 도와드리기 힘듭니다.”

협회장이 다시 확인 차 처용에게 물었지만.

“함부로 막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결과도 좋지 않을 테고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협회장님이 방금 말씀하신 더 나은 세상.”

처용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세상을 위해 괴물을 멸종시키는 게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이번엔 태민이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처용에게 질문했다.

“전 제가 괴물이 되겠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

처용은 마인을 상대로 법과 도덕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

이들에게 괴물이 되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괴물만 되어서는 그놈들 절대 못 이깁니다.”

회귀 전, 처용은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이미 괴물이 되어있었으니까.

-이 괴물 자식!

전장에서 처용과 맞서던 악신들이 가장 많이 내뱉던 말들.

상위 악신들마저 처용을 보고 ‘괴물’이라 말할 정도였다.

그런 괴물이 된 처용도 결국에는 종말을 막아내지 못했다.

과거의 상념을 털어낸 처용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규칙을 따지는 스포츠경기가 아닌 ‘룰이 없는 전쟁’입니다.”

처용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심하라는 듯 강하게 말했다.

“룰 없는 전쟁은 전문가인 제가 할 테니 그저 도움만 주시면 됩니다.”

“흠, 예를 들면요?”

협회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당장 생각나는 건…….”

처용이 팔짱을 낀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을 늘이다가 협회장을 바라봤다.

“집행반,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양반들.”

“……!!”

“그놈들부터 정리해버리고 싶은데요?”

처용의 말은 너무나 의외였다.

아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협회장과 협회의 권력을 나누고 있는 집행반의 윗선들.

그들은 협회장 파벌에 있어 골칫덩이들이자.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들을…….”

태민이 의문을 가득 섞어 처용에게 물었다.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요?”

“물론, 저희에게도 골칫덩이긴 합니다만…….”

태민은 왜 굳이 당신이? 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집행반의 대가리들이 마인들을 변호하는 규정을 만들었죠?”

협회장이 아니라면 범인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괴물을 사냥하기 전에 방해되는 것들을 치워버려야죠.”

“흠 의미는 알겠다만, 자네도 이 나라 국민이면 잘 알 것이네.”

처용의 말에 대답한 건 백호였다.

그가 굵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나라의 높으신 양반들이 모두 형님, 아니 협회장님과 같지 않다는 것을 말이네.”

백호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말했다.

권력과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든, 희생당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더 심각하게 부패한 이들은 국민과 헌터들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로 개, 돼지로 본다는 것이다.

“지금은 형님이 중심을 잡고 잘 이끌고는 있지만, 호시탐탐 협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네.”

“흠.”

처용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집행반과 그 윗선들을 밀어버리고.

황제일이 협회의 실권을 빠르게 잡을 필요가 있었다.

처용이 아는 미래에 일어날 일 중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 하나가 있었으니까.

‘황제일 협회장 탄핵 사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2년 안에 일어날 일이었다.

협회 임원들이 판을 짜고 협회장을 부패 정치인으로 몰아간 것이다.

탈세, 불법 아티팩트 소유, 각종 비리 등등.

그 모든 과정에서 나온 증거들은 집행반들이 준비했었다.

집행반들도 헌터라며 그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도 많이 준비했던 협회장이었지만.

그들은 윗선의 사료를 받아먹는 충성스러운 똥개의 길을 선택했다.

처용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들의 트롤짓만 아니었다면, 협회가 더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고.

절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니까.

하지만, 처용이 눈을 부릅뜨고 협회를 주시하는 한.

그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 쓰레기들하고 똥개들 전부 정리해버릴 방법이 있습니다.”

처용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크게 들썩였다.

“아주 확실한 방법이.”

처용이 뒤이어 확신을 담아 말하자 특히 협회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혹시 무력으로 정리한다는…….”

태민이 처용에게 걱정을 담아 질문했다.

지금까지 관찰해온 처용의 성격상 충분히 그럴 수 있었으니까.

“무력도 필요할 겁니다.”

“무력으로 정리할 수 있었으면 이미 하고도 남았…….”

태민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무리라고 말했지만.

“협회 내부에 마인들에게 협력하는 배신자들이 있습니다.”

처용이 태민의 말을 자르고 한 말이 협회장실에 울리자 침묵이 감돌았다.

“지, 지금 뭐라고…….”

태민과 현아는 놀람을 넘어 충격을 받은 듯했다.

협회장과 백호도 잠시 그런 표정이었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하듯 진지해졌다.

‘역시, 둘은 다르네.’

미소를 지은 처용이 다시 한번 말했다.

“협회 안에 마인들의 끄나풀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확실하게!”

처용의 말은 예상으로 꺼낸 것이 아니었다.

금일 일어난 상황을 판단하고 정보를 조합해 내린 확신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협회장이 손깍지를 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던전은 협회에서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다른 곳도 아니고 튜토리얼 던전에서 마인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1급 위험인물로 지정된 마녀가 말이다.

그리고, 마인들은 이상하게도 백호가 나타나면 모두 종적을 감춘다.

어디서 정보를 미리 얻은 듯이 말이다.

“저를 도와주신다면.”

처용의 말에 사람들이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다.

“쓰레기들하고 사냥개들 정리만이 아니라.”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자세를 바로 한 처용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저밖에 모르는 마인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드리죠.”

처용이 협회장을 바라보며 답을 요구하듯 말을 이었다.

“어떻습니까?”

처용이 협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 입사 지원서를 받으시겠습니까?”

협회장에게 있어 도저히 안 받을 수가 없는 제안이었다.

‘젊다고 만만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협회장은 속으로 감탄했다.

처용은 애초에 목적이 있었기에 협회에 들어올 생각이었다.

그런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그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사실…….

협회장의 파벌은 임원들보다 질적으로는 앞섰지만.

인원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에픽 클래스를 가진 처용의 힘은 절실할 정도였다.

처용과 눈빛을 마주한 협회장이 처용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처용이 협회에 합류했다.

이 사실 하나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크게 환해졌다.

“해드리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먼저 요구할 게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처용은 전에 말했듯 무리한 요구는 애초에 안 할 생각이었다.

“저에 대해 나름 조사는 하셨죠?”

“아셨군요.”

“사실 짐작만 했습니다.”

협회장은 조금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처용은 딱히 뭐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아무도 저에 대해 모르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헌터님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감추어달라는 겁니까?”

“네.”

처용의 부탁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협회장인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면 처용의 정보는 물론.

그 누구도 열람을 못 하도록 만들 수 있었으니까.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당장 에픽 클래스 헌터가 협회장 라인으로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협회장의 적대 세력들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만큼 에픽 클래스가 가지는 명성의 힘은 크니까.

협회 임원들이 황제일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이유가.

S급 헌터 커맨더와 황제일이 친하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심지어 커맨더의 동료이자 명성이 높은 권백호까지 붙어있으니.

섣불리 황제일을 건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처용 역시 회귀 전에는 S급 헌터의 명성을 지녔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지에서 나설 생각이 없었다.

“보이는 검보다.”

처용이 협회장을 보며 질문에 답했다.

“보이지 않는 검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요.”

집행반들과 그 윗선은 아직 처용이라는 헌터에 대해 잘 모른다.

마인들 역시 마찬가지.

이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무시무시한 무기가 다가오면 보통 피하거나 도망가죠.”

처용이 백호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백호자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어떤 일이든 백호가 나서면 적들이 피해버리거나 도망간다.

마인이든 집행반이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검은 가까이 다가가도 모르죠. 그것이 자기 목을 그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처용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호 헌터님은 양지에서, 저는 음지에서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애초에 혼자 다니기도 했고.”

처용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제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다쳤다고 해야 할까요?”

처용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놀란 눈치였다.

“혹시 마녀와 싸우면서?”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현아가 걱정된 듯 물었지만, 처용은 큰 문제는 없다는 듯이 말했다.

“혼자 다니다 보니 이것저것 다칠 일이 많아서요.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고 해야 할까?”

태민과 현아는 속으로 다시 한번 경악했다.

처용의 말대로라면 만전의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마녀를 패퇴시킨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아무도 처용님의 정보를 볼 수 없을 겁니다.”

협회장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던전에 혼자 들어가고 싶은데요?”

“그것도 노출을 피하기 위함인가요?”

협회장의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그것 역시 어려울 게 없겠군요. 마침 김태민 과장도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협회장의 말에 태민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던전관리 조사과 간부는 그런 권한이 있습니다.”

현재 태민이 소속되어 있는 던전관리 조사과는 말 그대로 던전을 사전 조사하고 관리하는 부서였다.

물론, 홀로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권한이 있다 해도.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인원 부족으로 등급이 두 단계 이상 낮은 던전에만 가끔 들어가는 편이었다.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위험하니까.

“흠, 아무리 에픽 클래스라도 혼자서 던전은 위험하네.”

백호가 처용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호는 혹시나 한국의 두 번째 S급 헌터가 될 그가 걱정되어 한 말이었지만.

“던전을 단번에 빠져나갈 방법이 있습니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어떤 위험한 상황이 생겨도 혼자서 도망치는 것은 자신 있었다.

태룡전의 열쇠도 있으니까.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뭐…….”

백호는 더 묻지 않았다.

‘말할 수 없다’라고 한 말에 처용의 성좌를 떠올렸으니까.

그의 성좌는 에픽 클래스의 헌터를 허무하게 죽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이건 그냥 궁금한 건데 물어봐도 되나?”

백호가 막 생각난 듯 처용에게 질문했다.

“자네 측정기를 속였다면서?”

“속였…… 음.”

처용에게 있어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었다.

신력과 마나를 눌러 속인 것은 맞지만, 현재 레벨에 맞게 측정된 것은 맞았다.

“그걸 탓하려는 건 아니네, 그냥 자네 레벨이 몇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레벨은 묻는 건 실례 아닐까요? 마녀를 이겼으니까 당연히 100레벨은 넘겠지만.”

백호의 말에 현아가 대답했다.

침묵을 지키던 처용이 입을 열었다.

“53.”

“……??”

“53레벨입니다. 지금은.”

처용의 말에 한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자네 너무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구만?”

백호가 실없이 웃으며 부정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보다 낮은데.”

현아는 아예 불신할 정도였다.

무려 마녀를 이긴 처용이다.

그런 그가 고작 53레벨일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협회장이 나름 진지하게 처용을 보며 말했다.

“분명 ‘지금은’ 이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이전에는 아니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백호야, 헌터의 레벨이 내려가는 경우가 있을까?”

협회장은 일반인이기에 시스템의 구조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해서 백호에게 질문한 것이었다.

“……있수.”

협회장의 질문을 받은 백호가 웃음을 멈추고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알기로는 성좌에게 파면당하는 경우 레벨이 하락하지. 하지만.”

백호가 처용을 바라봤다.

처용은 성좌들과 대화가 가능한 에픽 클래스.

그가 성좌에게 파면당했을 리가 없었다.

파면당한 헌터는 스킬이 사라지고 모든 능력치와 레벨이 절반으로 내려가니까.

만약 처용이 그런 상태라면 마녀를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백호의 머리에 여러 가지 정보들이 엉켜 복잡해질 때.

“제가 다쳤다고 말했었죠?”

사람들이 처용의 말에 생각을 멈추고 집중했다.

“무리한 싸움을 해서 패널티를 받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처용이 옅은 한숨을 내쉬면서 이들의 의문에 답해줬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뭐 측정기를 속인 건 아닙니다.”

처용의 말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확실히 무언가 이상했다.

현아와 협회 헌터들이 처용을 전철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C급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마녀를 이길 정도면 가볍게 전멸시켰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전철역에서 처용과 마주치기 전 그에게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어떤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면?

이 가설대로라면 상황이 맞아떨어진다.

“하하, 이제 좀 납득이 되시나요?”

처용은 웃으며 말했지만.

-아니!!

처용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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